가치 있는 총선 체크리스트

[박정인의 정치평론] 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비교 의료개혁, 민주당은 대화기구 설치를 국민의힘, ‘의사증원 불가피’에 무게 조국혁신당, 검찰개혁과 사회권 강조 공약 살필 때 조심해야할 것들

주요 정당의 대표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주요 정당의 대표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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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벌써 사전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도 상당수 있겠지만 본 투표일에 한 표를 행사할 분들을 위해 내 한 표가 보다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제공해보려고 한다. 특정 정당의 공약에 힘을 주려는 의도는 없다. 모든 공약을 아우르기도 어렵다. 총선이 치러지는 이 시점에서 유권자가 특히 관심을 가질만한 이슈들을 추렸다. 정권에 힘을 실어줄지 또는 심판할지와 같은 정치 이슈도 배제했다.

주요 이슈별 각당 공약 내용

가장 첨예한 이슈인 의료개혁부터 시작하자.

기호1번 더불어민주당은 보건의료개혁을 위한 공론화 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정부, 의료계, 여야, 시민, 환자 등이 참여해 대화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은 일방적이고 고집스럽다고 비판한다. 물론 의대 정원 증원 자체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오랜 정책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는다.

기호2번 국민의힘은 정부의 2천명 증원을 뒷받침하고 의료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증원만이 답이 아니기 때문에 증원되는 의사를 지방의료과 필수의료의 공백을 메우는데 적극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보다는 집단 행동에 나선 의사들의 책임을 더 강조하는 편이다.

다음은 경제 공약이다.

물론 모든 정당이 민생회복과 경제성장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이걸 빼고 선거에 나서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무모하거나 무지한 판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각 정당의 경제공약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어디에 더 힘을 주느냐에 따라 차이가 작지 않다.

민주당은 기본적인 삶의 보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채무자 중심의 보호체계, 월세 세액공제, 주4일 근무 도입 지원 같은 공약들이 눈에 띈다. 이재명표 기초소득 보장은 물론 대표적인 민주당의 공약이다.

민주당이 바라보는 경제분야의 시선은 서민과 소상공인에 맞춰져 있다. 미래성장 부분에 있어서는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ESG에 대한 강조, 그리고 디지털 등 미래산업 육성이 주요한 내용이다. 대기업에 대한 언급이 없는 건 정당 공약의 일반적인 패턴이지만 민주당 공약이 특히 그렇다.

국민의힘 역시 서민과 소상공인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과 다른 점이라면 공급 위주라는 것이다, 즉, 서민에게 저금리 자금을 공급한다거나 소상공인 맞춤형 전기요금 체제를 갖춘다거나 하는 식이다. 민주당이 서민, 소상공인이 바닥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막아주는 쪽이라면 국민의힘은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쪽이다.

국민의힘은 또 미래산업 분야에 대한 공약에서 원자력산업의 복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주항공, 반도체 같은 대기업 중심적 산업에 대한 지원 의지도 강하다.

다음은 저출생 공약.

민주당 저출생 공약은 신혼부부 1억 대출, 다자녀가구 주택취득세 감면, 아이돌봄 국가무한책임 등으로 요약된다. 아이 가진 부부에 대한 금전적 직접 지원을 강조하고 보육의 국가책임에 무게를 둔다.

국민의힘은 아빠출산휴가 1개월 의무화와 아이돌봄 서비스가 눈에 띈다. 유연 근무를 비롯해 공약 내용들이 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좋은 근로환경을 지원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어서 교육 공약.

민주당은 학자금 대출 자격 확대, 대학 기숙사 5만호 확충 등 유권자인 대학생 중심의 교육공약을 앞세웠다. 교권보호를 위한 실질적 기반을 구축하겠다면서 요즘 이슈가 되는 교권과 학생인권 충돌 문제에 대해 교권 확립에 더 무게를 실었다.

국민의힘은 부모 중심이다. 우선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해 영유아 교육의 일관성을 보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공교육을 강화해 이른바 교육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교권과 학생인권을 균형있게 보장하겠다는 공약이 민주당과 비교된다.

창당하자마자 돌풍을 일으켜 원내 3당 가능성이 높아진 조국혁신당의 공약은 앞의 두 정당과 함께 항목별로 비교하기 보다는 따로 소개하는 게 적절할 것 같아 보인다.

조국혁신당의 공약은 검찰개혁이 제1번으로 올라있다.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 공수처 강화 등으로 검찰권력의 힘을 빼겠다는 약속이다. 당 대표가 조국 전 법무장관인 정당의 공약 답다.

조국혁신당은 이밖에 개헌을 통해 ‘사회권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약속했다. 사회권이란 국민이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밖에 지역균형발전과 기후변화대응 같은 이슈를 무게 있게 다루고 있다. 문재인 정부 정책의 잔영이 보인다.

조심하고 가려내야할 공약

사실 중앙당의 공약 보다 유권자의 관심을 더 끄는 건 각 지역구 후보들의 공약일 것이다. 당장 내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개발사업, 교육, 복지, 교통, 편의시설 같은 문제를 직접 다루기 때문이다. 지역별 공약을 이 글에서 모두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만큼 유형별로 어떤 공약을 조심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보려고 한다. 빌 공(空)자 공약(空約)을 걸러내는 선구안이다.

가장 조심해야 할 공약은 달콤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들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의료대란이란 이슈에 편승해 상급종합병원 유치 공약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건 사실상 불가능한 공약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지역별 T/O가 있어서 특정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가 원한다고 마음대로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 상황에서는 전국 어디에 상급종합병원을 지어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 서울대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이 구상하는 지역 병원도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다.

서로 맞붙은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면서 세부적인 내용에서 경쟁하는 이슈의 경우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어차피 되게 돼 있는 사안일 경우가 많다. 서울 강서 3개 지역구의 후보들이 앞다퉈 주장하는 ‘김포공항 UAM(도심항공교통) 허브화’ 공약이 그렇다. 이건 이미 정부, 서울시, 업계가 공유하는 당연한 사업이다.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마찬가지인 사업에 숟가락 얹기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한데 정작 따져들어가면 쓸데없는 세금 낭비인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 지역에도 예술의 전당 같은 복합 문화예술공간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그렇다. 예술의 전당이 서울에만 있는 것은 서울이 빼어난 문화의 도시여서라기 보다는 그만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 문화시설은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분야별 필요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규모에만 집착하면 세금낭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적자 투성이 지방공항들의 경우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유권자의 자존심을 살살 긁어서 표를 얻으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지역의 기업들을 움직여서 뭘 해보겠다는 공약도 조심해서 봐야 한다. ‘우리 지역에 있는 A기업과 B기업이 서로 협력해서 융합 어쩌구를 만들고 무슨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 같은 공약들이다. 기업들은 국회의원의 공약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만 하는 게 기업의 속성이다. 혹시라도 공약과 비슷한 사업이 실현된다면 그건 지역 국회의원 덕이 아니라 기업의 수지타산 덕이다.

너무 원론적인 얘기여서 굳이 끼어넣을 필요가 있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도 있다. 국회의원의 기능에 대한 문제다. 국회의원은 유권자들 대신해서 국회에 나가 대한민국 법을 만들고, 국정을 감시하고, 국가의 중요의사결정을 논의하는 선출직 공무원이다. 경기도 평택에 병원을 짓고, 경상북도 청송에 도로를 내고, 전라남도 영암에 문화센터를 개관하는 일은 엄밀히 보면 국회의원의 업무가 아니다.

국회의원 후보의 공약은 북한지원법안을 만들어 남북교류협력을 확대하겠다거나, 어떤 법의 남녀차별적 조항을 개정하겠다거나,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과도하니 이걸 막아보겠다는 등이어야 한다. 국회의원은 지역주민을 대표하지만 지역현안을 다루는 공직자가 아니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지역공약이 많은 후보일수록 국회의원될 자격이 모자라는 것이다.

후보의 말이나 행동에 문제가 있거나 편법, 탈법, 불법을 저지른 경우를 어떻게 봐야 할지도 고민스러울 수 있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라면 그런 흠결들이 작아 보일 것이고 반대하는 후보라면 증폭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선거란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에 A가 아무리 별로여도 B가 더 별로라면 A를 선택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나만의 하한선은 필요하다.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 외벽에 설치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대형 홍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 외벽에 설치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대형 홍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투표하는 마음과 민주주의

정치이슈는 논의에서 배제하기로 했지만 사족 삼아 한 마디만 하고 넘어가자. 우리가 민주화 운동 시절과 87년 체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주주의 2.0을 시도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면 진보 보수를 떠나 과거의 훈장을 내세우는 후보보다 미래를 얘기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고 과거독재의 유산이 현재를 지배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미래로 나아가기 전에 청산해야 할 잔재가 남아 있는 셈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국회의원으로 뽑는 것은 엄연한 자유다. 하지만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할 때 지금까지보다 조금 더 엄격했으면 한다. 국회의원 선거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뽑아서 뱃지달고 폼잡으면서 살게 해주는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총선은 나의 이익에 대한 선택이다. 내 가족의 오늘과 내 아이들의 내일을 위한 결정이다.

개인적 친분이 없는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줄 때 그가 마침 동향이어서 다른 것 안 따지고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 인테리어 업자에게 집 수리를 해 달라고 주문할 때 사장이 마침 인물도 훤하고 말하는 게 시원하다는 이유로 집 열쇠를 선뜻 건네주지는 않는다. 하물며 내 가족의 오늘과 내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선택을 하는데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선거에서 유권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선택은 역시 투표소 찾아가 내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기권도 자유인 것은 분명하지만 선택을 포기하는 자유는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선택이 집단의 선택을 구성하고, 집단의 선택이 국가의 선택을 구성하는 사람 몸의 핏줄과 같은 구조다. 개인들이 선택을 포기해 핏줄에 새 피가 흐르지 않으면 집단과 국가도 선택 불능에 빠진다. 이럴 떄 흔히 황당한 독재자가 나오거나 나라가 망한다.

글쓴이

박정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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