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대중정당론, 시대에 맞는 주장일까?

‘개딸’ 그룹에 장악된 민주당 민주당, 대중정당 모델 추구하나? 헌법은 원내정당 모델에 가까워 정당의 주인은 당원 아닌 국민 국민참여경선제 법제화 해야 원내정당 또는 네트워크정당 추구를

국회의장 후보 선출 직전에 의원총회에 참석한 우원식 후보, 추미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부터)
국회의장 후보 선출 직전에 의원총회에 참석한 우원식 후보, 추미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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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드러난 장면

제22대 국회를 이끌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하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었다. 당초 “당(黨)심은 명(明)심이고, 명심은 민(民)심”이라며 ‘국회의장의 중립의무’를 반대했던 강경파 성향의 추미애 후보의 당선을 기대하면서 그를 도왔던 이재명 대표의 강성지지층인 ‘개딸’그룹은 추 후보의 낙선에 크게 격노하는 분위기다.

‘개딸’그룹은 ‘추 후보에게 반란표를 던진 수박의원을 색출하겠다’, ‘집단적으로 탈당을 하겠다’며 이번 결과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민심과 멀어지는 ‘개딸’들의 이런 반민주적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들은 ‘추미애 반대표’를 통해 ‘이재명 사당화’와 ‘이재명 일극체제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국회의원들의 뜻을 수용하지 않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런 ‘개딸’들의 반지성적 행태는 지난 총선 공천과정에서부터 예상됐었다. ‘개딸’들은 ‘친명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이 공천을 준 보스에게 충성하도록 압박하고, 비명계 후보를 탈락시키는 데 앞장섰다. 결국 ‘개딸’들에게 포획된 민주당과 국회가 민생과 공공성보다는 정쟁을 앞세우는 ‘다수 파벌의 전횡’(tyranny by majority faction)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개딸’그룹은 ‘이재명 사당화’의 일등 공신들이다. 그들은 ‘이재명 홍위병’이라는 별칭처럼, 민주당 내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왔다. 친명 지도부를 비판해온 비명계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거나 사무실을 찾아 항의 시위를 펼치며 의정활동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의 ‘대중정당’ 모델 주장

그들은 ‘개딸 파시즘’이라는 용어처럼, 그동안 당 내부의 다양한 이견과 다름 그리고 민의와 국회의원들의 뜻을 수용하지 않는 반민주적 행동과 폭력적 태도로 ‘민주적 공론이 있는 정당’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아왔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개딸’의 불만을 재빠르게 옹호하고 대변하는데 앞장서는 민주당 지도부는 정청래 최고위원과 이재명 대표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국회의장 경선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당원이 주인인 정당,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미안하다”고 적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당선자는 “그런 식의 표현은 당심과 민심을 분리해내고 국회의장 후보와 당심을 분리해내려고 하는 아주 잘못된 말”이라며 “저는 그걸 취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하였다.

이런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민주적 경선 결과에 대한 승복을 설득하기는커녕 의원들의 총의조차 폄훼하며 강성 당원에 기대는 모습으로 우려를 주었다. 정 최고위원보다 한발 더 나아간 이는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는 민심을 대변하는 ‘민의의 전당’과 ‘민의의 정당’이 아닌 ‘개딸 중심의 대중정당’을 만들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하여 경악을 자아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5월 18일 광주에서 열린 당원과의 대화에서 “당원중심의 대중정당과 의원중심의 원내정당은 언제나 부딪힌다”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격변의 중심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현상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게 이번 의장 선거에서 일부 나타난 결과”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그는 “결국 민주당이 당원중심 정당 그리고 대중정당이란 걸 통해서 증명하는 첫 길을 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이번 사안을 둘러싼 논쟁은 많은 토론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번 기회에 대화와 토론 및 숙의민주주의가 가정하는 ‘민의의 전당’에 참여하는 구성원인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의 정체성, 그리고 ‘민의의 전당’을 뒷받침하는 토대인 ‘바람직한 정당모델’이 무엇인가에 대해 대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

잠정적인 결론으로, 이번 기회에 민의와 민심과 거리가 먼 극단적인 강경성향의 ‘개딸’ 당원들을 정당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가능할까? 민주당이 민심과 동떨어진 ‘개딸 강성당원 중심의 대중정당모델’에서 벗어나 ‘민의의 전당’에 부합하는 ‘평균적인 국민의 이해를 대표하는 의원중심의 원내정당모델’이나 ‘네트워크정당모델’로 환골탈태하는 것은 어떨까?

국회내 대표자는 대리인일까 수탁자일까

우선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참여하는 의원과 의장이 대변해야 할 ‘대표성’은 어떤 성격일까를 생각해보자. 대표성은 학술적으로 대리인(delegate)과 수탁자(trustee) 모델이 경쟁하고 있다. 전자는, 대리인으로서의 대표자는 자율성이나 독립성 대신 그야말로 ‘대리인’에 머물러야 한다는 견해이다. 이재명 대표는 수시로 ‘국민의 대리인’ 역할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후자인 수탁자로서의 대표자는 국민으로부터 정치를 위탁받은 ‘국민 대표자’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즉, 단순한 대리인이 아닌 수탁자로서 국민과 국가의 ‘전체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표성’은 무엇일까?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의 대표성은 ‘대리인’보다 ‘수탁자’에 가깝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이는 국민이 자신의 대표자를 믿고 선출했기 때문에 대표자 스스로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공공성을 위해 봉사자로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행 헌법 제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회법 114조도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되어 있다. 이런 조항들은 ‘대리인’이 아닌 ‘대표자’로서 의원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즉,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은 특정 정당의 당론이나 당파성에 구속받지 않고, 개인의 양심에 따라 자유로운 판단과 전문성으로 공공성과 민의에 공정하게 복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취지이다.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이 당론에 구속받지 않을 때, 숙의민주주의가 가정하는 ‘대화와 토론을 통한 공공선 도달’이라는 이상형으로 민의의 전당을 운영할 수 있다. 국회의장이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특정 정파의 당파성을 대변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배치되는 위헌적 발상인 만큼, 자제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대중정당 모델과 원내정당 모델

그렇다면 이런 ‘민의의 전당’에 참여하는 국회를 뒷받침하는 바람직한 정당모델은 어떤 것일까? 이른바 대중정당모델일까? 아니면 원내정당모델 또는 네트워크정당모델(원내정당모델을 플렛폼과 네트워크를 통해 더욱 확장한 모델)일까? 이런 논쟁에서 해답의 적절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21세기 시대상황’의 특성과 함께 여기에 부합하는 정당모델의 장단점을 살펴야 할 것이다.

대리인을 대변하는 대중정당모델은 강한 이념성과 규율성을 가진 민주노동당과 정의당이 상징한다. 대중정당모델의 상징인 민주노동당과 정의당은 아쉽게도 복잡하고 다양한 국민들의 이해를 포괄적으로 대변하기 위한 ‘포괄정당’이나 ‘국민정당’으로 진화하지 못하고, 특정한 계급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대중정당에 머물면서 원외정당으로 밀려났다.

수탁자를 대변하는 원내정당모델은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했던 시기의 민주당이 상징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쟁취 이후 가장 화려했던 ‘정당공천 개방화’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김대중 대통령이 도입하고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흥행시킨 것은 ‘원내정당화’와 ‘당정분리론’과 짝을 이룬 ‘국민참여경선제’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민참여경선제’는 법제화되지 않고 20년의 시간동안 방치된 상태에 있다. 그러다보니 지난 총선 공천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공천을 여론조사가 대신하고 현역의원의 20%를 컷오프하면서 박용진 의원을 제거하는 ‘비명횡재, 친명공천’이라는 ‘시스템괴물공천’을 탄생시켰다. 이런 괴물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면, 22대 국회에서 ‘국민참여경선제의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민생과 공공성의 회복 보다는 ‘친윤 대(對) 비윤, 친명 대(對) 비명’식으로 공천권 장악과 정쟁의 동기로만 소모적으로 유지되는 ‘중앙당 있는 정당체제’를 타파하고, ‘중앙당 없는 원내정당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지금까지 ‘제왕적 대통령’에게 지배받는 중앙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갖고 대부분 의사결정을 해왔다면, ‘원내정당체제’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국회의원 중심의 의원총회가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되고 원내대표가 당의 대표를 맡는 것을 말한다.

원내정당화의 요체는 제왕적 대통령 및 당대표가 지배하는 중앙당 공천권과 당론지배권을 약화시켜 국회의 기능과 의원들의 자율성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즉 국회의원들이 제왕적 대통령 및 당대표의 하향식 공천과 당론 지배에서 벗어나 의원 자율성 회복을 토대로 여야의원 간의 진지한 상호대화와 숙의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원내정당체제가 도입되면 계파갈등에 따른 탈당과 분당 및 정적제거용 공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편, 민심과 당심이 충돌하는 정치양극화 시대에 정당의 주인은 누구일까? 1인 보스일까? 아니면 강성당원일까? 아니면 일반 국민일까? 아니면 국회의원일까? 아마도 대중정당(mass party)에서는 주인을 강성당원으로 보며, 원내정당(parliamentary party)에서는 국민으로 볼 것이다. 특히 후자는 정당이 국민의 세금으로 국고보조금을 받는 만큼, 평균적인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대표해야 한다고 본다.

대중정당 모델은 이념적활동당원의 힘이 강한 정당이고, 네트워크정당 모델은 활동당원에 비해 의원과 유권자의 힘이 강한 정당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대중정당 모델은 이념적활동당원의 힘이 강한 정당이고, 네트워크정당 모델은 활동당원에 비해 의원과 유권자의 힘이 강한 정당 모델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 시대전환기에 바람직한 모델은

그렇다면 민심과 당심이 충돌하는 정치양극화 시대의 바람직한 정당모델은 뭘까? 지금의 시기는 ‘국민의힘내 비윤과 친윤간의 계파대결’, ‘민주당내 친명과 비명간의 계파대결’, ‘비명횡사 공천’, ‘탈당과 분당’ 등 정당일체감이 약해지고 무당파와 부동층이 강화되는 시기이다. 즉, 이런 시기는 ‘정당일체감’과 ‘정당충성심’이 약화되고 ‘선거유동성/변동성’이 커지는 21세기 전환기이다.

21세기 시대전환기는 세계화, 정보화, 후기산업화, 탈냉전화, 탈물질주의화를 특징으로 한다. 이런 특성은 사회이익과 조직정체성이 파편화되고 원자화되면서 이익집성과 조직통합이 어려워지는 정체성을 반영한다. 이런 시기에 윤석열 후보가 싫어 이재명 후보를 찍고, 이재명 후보가 싫어 윤석열 후보를 찍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 카리스마가 강한 선동가가 등장하여 포퓰리즘과 사이다 발언으로 팬덤정치를 극단적으로 선동하면 여기에 강성분자들과 맹신자들이 몰려들 수도 있다. 이런 시기에는 파편화와 양극화는 서로 충돌하지 않고 동거할 수도 있다. 집단으로 몰려든 ‘개딸’그룹도 이 대표의 포퓰리즘과 선동정치와 무관하지 않다할 것이다.

이와 같이, 파편화와 양극화가 표출되어 정서적·이념적·당파적 양극화가 증대하는 분열과 대립의 시기에는 동질적 이념과 규율에 따라 위계서열이 강한 대중정당모델의 적실성이 타격을 받고 작동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다양한 계파와 파벌이 동거하면서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이념적 정체성이나 규율이 강한 하향식 공천이 지배적인 대중정당보다는 이념정체성과 규율이 약하면서 공천권이 상향식으로 분권화되는 원내정당모델이나 네트워크정당모델이 적실성이 크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글쓴이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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