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해리스- 월즈 팀의 강점은 무엇일까

[이인엽의 미국에서 고민하는 정치와 세계] 민주당 ‘신선’ 화법, 트럼피즘 이겨내 해리스의 미소, 뛰어난 공감능력 보여 군인·교사 경력 월즈, 봉사 정신 우위 또다시 ‘정체성 정치’...민주당 이길까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민주당의 팀 월즈 주지사와 JD 벤스 상원의원.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민주당의 팀 월즈 주지사와 JD 벤스 상원의원.

▶ 유튜브로 칼럼 듣기

①편에 이어

2016년 대선 경쟁자였던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2016년 대선 경쟁자였던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4. 트럼프의 초식과 파훼법

사실 트럼피즘이라는 현상 자체가 기존의 미국 정치의 문법과 규범에 대한 파괴라 할 수 있었다. 미국 정치도 문제가 많지만 경쟁상대라도 극단적인 인신공격이나 음모론 등과는 거리를 두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 예를 들어 과거 버락 오바마와 경쟁했던 존 매케인은 한 공화당 지지 할머니가 ‘오바마가 아랍인(?)인거 같다’고 하자, 정색을 하며 “오바마는 건실한 가족적인 남자요, 미국 시민이며, 자신과는 정책적 차원에서 이견이 있는 것 뿐이고, 이번 선거는 그 정책적 차이에 대한 것”이라고 격조 있는 대답을 한 바 있다.

반면에 트럼프는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음모론(Birtherism)에 대해, “일리가 있고 조사해 봐야 한다”며 힘을 실어 줬었다. 자신의 경쟁상대에게 부정적인 별명을 지어주고 놀림감으로 삼으며, 인신공격을 주저하지 않았다. 아예 위키피디아에는 트럼프가 만들어 붙인 별명들이라는 페이지가 길게 나와있을 정도다.

2016년 공화당 경선 토론 당시, ‘Low Energy Jeb’이라는 별명과 온갖 비아냥으로 젭 부시를 어이상실하게 만든 것이나,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감옥에 가둬야 한다며 “Lock her up!”이란 말을 유행시켰고, 과거 프로레슬링이나 리얼리티 쇼에 출연한 경험을 가져와 미국 정치를 초딩 말싸움 수준으로 저하 시킨 것이다. 토론 중에 상대 발언을 자르고 끼어들고 비아냥대는 게 다반사라 바이든이 눈살을 찌푸리며 “Will You Shut Up Man?”이라고 했던 장면도 유명하다. 이렇게 문법을 깨는 정치인이 처음이었기에 민주당에서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의 접근에 피로감이 높아지고, 동시에 최근 해리스-월즈가 최근 유행시키는 발언들을 보면 민주당도 트럼프의 초식에 대한 파훼법(破毁法)을 나름 개발해 가고 있지 않나 싶다.

5. 누가 미국 중서부와 미국을 대표할 것인가?

또한 월즈가 이런 발언(“얘네들은 괴상해!”)을 한 후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된 것이 우연스럽게 보이지는 않는 것은,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이 보여주는 상징성 때문이다. 네브라스카주 시골에서 출생해 한국전쟁 참전용사이자 교사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17세에 군에 입대해서 미 육군 주방위군으로 24년간 복무하고(하사관으로 최고 계급인 Command sergeant major로 제대), 군인 혜택으로 대학도 마칠 수 있었다. 네브라스카에 돌아와 공립학교의 교사 및 풋볼팀 코치로도 활동했던 그는 아내의 고향인 미네소타에 정착해 고등학교 미식축구 팀 감독을 맡았는데, 월즈의 지원으로 그의 팀은 학교 역사상 최초로 미네소타 우승컵을 따냈다.

미국에서 직군 별로 가장 존경받는 그룹을 조사하면 최상위에 교사, 소방관, 간호사, 의사들이 있고, 맨 아래에 정치인들이 있는데, 그만큼 사회 봉사를 강조하는 문화가 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것도 학생들의 권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월즈는 “트럼프는 사회를 위한 봉사라고는 해본 적이 없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다”고 공격하고 있다.

월즈는 1892년 이후 단 한번 민주당이 당선된 공화당세가 강한 지역구에서 당선 되어 12년간 하원으로 활동하다가 미네소타 주지사가 됐다. 주지사 재임동안에 학생 무상 급식 등 진보적인 정책들을 정착시켰고, 자신의 배경을 살려 재향군인을 지원하는데도 노력해 왔다. 대기만성형 인생을 살아온 만큼, 그는 겸손하고 평범하고 친숙하면서도 내공이 매우 단단해 보인다. 서부 출신의 흑인/아시안/여성인 해리스와 더불어 월즈의 배경은 백인/남성/중산층/중서부 쪽의 유권자들을 대표하고 끌어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로 언론에서 월즈의 이름을 발음하고 표기하는게 월츠, 왈츠, 월즈 등 각각인데, 찾아보니 스펠링에 ‘t’가 없기 때문에 영어 단어 ‘walls’에 가까운 ‘월즈’로 발음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 월츠라고 발음하면 오스트리아 춤곡인 Waltz에 해당한다고. 국제정치학자로 유명한 Kenneth Waltz의 이름도 케네스 월츠로 발음한다.

한편 최근 미국 대선의 향방을 가르는 주들이 대부분 러스트 벨트, 미드웨스트에 있기 때문에 부통령 후보 간의 대결이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월즈의 배경은 군 복무, 교사, 코치 등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건실한 중산층 미국 남성의 요소를 다 갖췄고, 역시 미드웨스트 출신인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와 좋은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그런 면에서 “얘네들은 괴상해”라는 월즈의 발언은 자신이 걸어온 길과 자신이 생각하는 미국의 상식과 합리로 볼 때 밴스 같은 인물이 ‘미드웨스트’를, 트럼프-밴스처럼 괴상한 자들이 ‘건강한 미국’을 대변할 수 없다는 일갈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월즈는 필라델피아 연설에서 “밴스는 사실 예일대에서 공부하고 실리콘밸리 억만장자에게 후원 받아 커리어를 만들었다”며 실제 미드웨스트의 삶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고 폄하했다. 그는 “밴스와 토론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I can’t wait to debate him)”라며 자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JD 밴스는 트럼프와 지지층이 거의 겹치는데다 2021년에 해리스 등 민주당 정치인들을 거론하며 미국을 “애 없이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들(Childless Cat Ladies)”이 경영하고 있다고 공격했던 논란의 발언이 소환되면서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 선택이 효과적이었는지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 한가지 인상적인 점은 월즈가 연설에서 해리스에게 “Thank you for bringing back the joy”라는 표현이다. 해리스가 미국 정치에 공감능력과 고상함, 유머와 기쁨 (Compassion, Dignity, Humor, Joy)을 다시 가져왔다는 것으로, 반대로 말하면 트럼프는 약자를 공격하고, 미국 정치의 질을 저하시켰으며, 미움과 분노에 기반한 정치를 벌이고 있다는 뜻이겠다. 트럼피즘을 경험하며 공포와 불안을 느꼈던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이런 메시지는 큰 공감을 얻고 있다.

6. 호감-비호감의 중요성

미국 정치/사회에서는 ‘Beer question’이라는게 있다. 누군가를 선택할 때, ‘그 사람과 맥주 한 잔을 하고 싶은가’ 즉 인간적인 호감도(likability)가 어떤 지가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조지 부시와 앨 고어가 대결한 2000년 대선과 힐러리 클린턴과 트럼프가 대결한 2016년 대선에서 이런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고어나 힐러리가 똑똑한 건 분명하지만, 미국의 대중에 친숙하게 어필하는 인간적 매력이 부족했다는 것. 특히 미국의 중하위층이 민주당과 미국 기성 정치인들을 대중의 삶에 관심없는 엘리트 집단으로 비판하기 시작한 것. 이를 간파한 트럼프는 엘리트주의의 반대인 포퓰리즘을 내세워 인기를 모았다.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엘리트나 워싱턴 인사이더 느낌을 적게 주고,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여성이자 아프리카계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를 둔 이민자 출신인 해리스, 그리고 미드웨스트의 군인, 교사, 풋볼 코치 출신인 월즈가 후보가 된 것은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트럼프-밴스를 ‘괴상한 자들’로 자리매김하는 전략은 결국 이들을 ‘비호감’이라고 규정하는 것인데, 이것이 성공한다면 치명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선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①지난 정부의 성과와 실책 ②후보 간의 정책 대결, 이것이 기본이지만, 그뿐 아니라 ③특정 후보가 가진 매력과 상징성, 그리고 ④선거전략과 구호 등도 파급력이 크다. 모든 유권자가 합리적인 행위자라면, 지난 정부의 성과와 실책, 그리고 이번 선거의 후보/정당이 내세우는 정책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자신과 국가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정치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선거 전문가와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하고, 그럴수록 선거는 예측하기 어려운 게임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8년 선거는, 조지 부시가 이라크 전쟁과 2008년 금융 위기로 나라를 거덜내고 있었고, 오바마라는 개인의 매력, 신(神)급의 연설능력, “Yes we can!” 같은 쉽고도 선동적인 구호까지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졌었다. 이제 민주당에서는 해리스-월즈라는 괜찮은 후보들이 나섰고, 지지자들을 열광시키는 선거 구호들이 튀어나오는 걸 보면 민주당에 뛰어난 선거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지 않나 추측하게 된다. 마침 해리스-월즈 팀에 과거 오바마 캠프 인사들이 합류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선거 때마다 지배적인 이슈가 있는데, 아무래도 이민자 문제, 여성인권/낙태문제 등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가 이번 선거에서 크게 작용하고 있다. 백인, 남성, 보수 기독교 중심 사회로 돌아가려는 트럼프, 그리고 그에 반발하는 여성, 소수인종, LGBTQ(성소수자), 이민자 등의 대립이 워낙 격렬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해리스가 외치는 “We’re not going back!(우리는 과거로 후퇴하지 않겠다)”은 트럼피즘이 미국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고 규정한다.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 대법관들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사건 등 미국 사회가 만들어 온 합의들을 뒤집고 퇴행시킨다고 우려하는 이들에게, 해리스의 메시지가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의 상징인 “Make America Great Again(MAGA)”이라는 구호를 잘 살펴보면, 경제적인 면에서 미국의 쇠퇴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문화적으로도 미국 사회가 잘못 되어가고 있으며, 과거 위대했던 어떤 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다. 상당수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과연 언제가 위대했느냐”(그리고 돌아가야 할 시점이 언제인가)라고 물어보면 각기 다른 대답이 나오는데, 사실 공통점은 그동안 진행되어 온 미국의 변화, 특히 PC culture(정치적 올바름 운동)로 대표되는 인종 평등, 성 평등, 종교적,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 등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양측은 필사적으로 결집해서 싸울 것인데, 최근 해리스-월즈 캠프에 대한 지지가 강하게 결집하는 분위기가 눈에 띈다. 이제 19일에 있을 민주당의 시카고 전당대회에는 클린턴, 오바마, 바이든 등 전현직 대통령들이 연사로 나설 예정인데 여기서 얼마나 큰 결집과 에너지를 보여줄지 주목하게 된다.

동시에 2016년 대선 패배를 생각해 보면 민주당은 단지 트럼프를 막아내는 것 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성찰해야 한다. 왜 민주당이 엘리트주의 이미지로 중하위층에서 외면 받았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개선해야 할 진보적인 정책들을 내놓지 못했거나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

2016년에 힐러리 클린턴이 ‘정체성 정치’에 집중할 때, 트럼프는 세계화와 무역적자, 중산층의 몰락을 비판하고, 이라크 전쟁 등 지나친 개입주의 외교정책 비판해 승리한 바 있다. 정체성 정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민주당이 그것에만 몰두하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7. 한국 정치에는 어떤 영향 미칠지

한국 정치에 답답함이 계속되고 미국 대선도 트럼프 대세론이 굳어지던 차에, 바이든 사퇴와 해리스-월즈 후보 확정으로 대선판이 요동하니 앞으로 관심있게 지켜보려고 한다.

한국의 현 정부를 생각하면 나라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 더 중요한 것은 정부를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할 야당의 결기와 도덕성, 리더쉽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미국 민주당은 대선 후보 교체라는 과감한 선택을 내리고 지지자들을 열광시키고 있는데, 한국 정치에선 어떤 희망을 볼 수 있을지...

마지막으로, 한국인 입장에서 이번 대선의 결과가 한반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에는 이 주제로 글을 써볼까 한다.

글쓴이

이인엽 미 테네시텍대학 정치학 교수

이인엽은 서울대 국제대학원과 미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조지아 대학에서 클린턴 정부와 부시 정부 시기 미국의 대북 정책을 주제로 국제정치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테네시텍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연구 분야는, 북핵문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미국 외교정책이고, 저서로는 "Politics in North and South Korea",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등이 있다. 미국에서 거주하며 미국과 한국의 정치, 미국 외교 정책과 한반도 문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