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안보 통합 ‘콘트롤 기구’ 만들자

세계 정세, 경제+안보 통합적 대응해야 미국은 NSC가 각 부처 통제해 일본도 ‘경제안전보장추진회의’ 만들어 우린 정책실 - 안보실 따로 움직여 통합해 실행력 갖춘 기구로 운영해야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우리측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옆으로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안보실장은 물론 조현 외교부장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 등 총출동한 반면, 미국에는 트럼프 대통령 옆으로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배석했다. 사진=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우리측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옆으로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안보실장은 물론 조현 외교부장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 등 총출동한 반면, 미국에는 트럼프 대통령 옆으로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배석했다. 사진= 연합뉴스

경제와 안보가 함께 움직이는 세계

세계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는 경제와 안보를 분리할 수 없는 시대를 맞이했다. 미중 간 첨단기술을 둘러싼 갈등이나 코로나19 팬데믹을 위시로 한 보건 공급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 등은 경제적 요소를 국가안보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경제와 안보를 통합한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개념이다. 최근 개최됐던 한미정상회담은 이를 명확히 보여줬다. 관세이슈를 중심으로 한 미국 무역협상과 북핵, 북중러 밀착에 대한 한중일 밀착이라는 안보이슈가 동시에 논의되어야 했다.

군사는 물론 경제와 기술, 환경, 보건, 산업 등이 모두 안보화(securitization)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글로벌 원자재· 부품 공급망의 안정적 유지를 넘어, 첨단기술의 개발과 유출 방지, 중요 인프라 보호, 금융, 사이버안보, 식량과 에너지, 핵심광물이나 자원, 필수 산업 장비의 안정적 확보 등 산업과 농업, 과학기술과 외교, 우주와 해양 등 거의 모든 영역이 다 안보의 범주에 들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에 맞는 대응을 하고 있을까. 현재 우리 정부는 이런 포괄적인 이슈를 다루기에 비효율적인 상태라 할 수 있다. 관련 부처가 제각기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어떻게 대응하나

흔히 하는 표현인 ‘콘트롤 타워’의 부재가 그 주된 이유다.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장면을 생각해보자.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따라갔다. 회담자에는 강 비서실장은 없었지만, 경제 현안을 총괄하는 김 정책실장과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위 안보실장, 그리고 통상과 마스가(MASGA)전략을 맡은 김정관 산업부장관, 조현 외교부장관이 배석했다. 왜 네 사람이 다 필요했을까. 백악관 측에선 트럼프 대통령 옆에는 밴스 부통령, 루비오 국무장관, 러트닉 상무장관만 자리했다.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외교와 국방, 경제 부문의 정책 수립과 조정을 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즉 국가경제위원회, 국무부,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재무부, 국방부 등을 NSC가 통제한다는 의미다. 일본의 경우 「경제안보추진법」에 따라 총리가 의장을 맡고 경제안전보장담당대신이 실무를 맡는 ‘경제안전보장추진회의’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 국토교통성과 농림수산성, 후생노동성과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의 경제안보 이슈를 총괄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 현재 경제안보 관련 사안은 각 부처가 제각기 대응하는 구조로, 부처 간 조율과 전략적 일관성이 부족하다. 흔히 말하는 ‘콘트롤 타워’가 부재한 것이다.

대통령실에서도 분리...부처는 각자 대응

현재 우리나라에서 경제안보에 대한 논의와 조정은 대통령실 내 국가안보실의 제3차장이 맡고 있다. 전문 인력이 포진해 있지만 제한적이고, 제3차장실은 비단 경제안보만 맡는 곳이 아니다. 안보실에 속해있다 보니, 위에서 제기한 여러 다른 이슈를 맡고 있는 정책실과 분리가 되어있다는 한계도 있다. 즉, 여러 관련 부처에서 제기하고 논의하는 이슈들이 소통되지 않거나, 외교안보의 관점에서만 처리될 가능성이 야기된다. 실제 지난 7월30일 개최됐던 대통령 주재 제3차 비상경제점검TF에서는 관련 경제부처 장차관들이 전원 참석했는데, 경제안보비서관(3차장실 산하)는 자리하지 못했다.

이처럼 경제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중심의 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보니,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련 부처들이 부처 내 조직을 신설하는 기관 차원의 대응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경제안보에 대한 접근을 각 부처가 공급망 안전과 위험평가 및 대응이라는 좁은 의미로만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무엇이 핵심 목표이고 무엇이 핵심 위협인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포괄하는 총체적인 전략이 정부에 부재하다.

그러므로 여러 부처의 업무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안보 콘트롤타워를 대통령실내 국가안보실이 아닌 정책실 산하에 두거나, 아예 다른 조직을 만들어서 관련 부처들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위원회를 설치하더라도

여기서 참고할 수 있는 조직은 현재 확대개편을 추진중인 ‘국가AI전략위원회’다. 기존의 ‘국가AI위원회’와 가장 큰 차이는 기존 위원회가 AI 관련 사항의 심의 조정만 하고 있었다면, 확대개편될 예정인 ‘국가AI전략위원회’는 AI 관련 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할 권한을 갖는다. 또한 각 부처의 AI 관련 정책을 실질적으로 조율하고 실행력도 행사하기 때문에 기존의 위원회들과는 차별성을 보일 예정이다.

위원회 설치로 대응하자는 발상에 신중해야 할 이유다. 가령 대통령실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기존 위원회 대부분은 의장(대통령)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실적 달성을 위해 연 1회 이벤트성 의장주재 회의를 하고, 매월 전문가들을 불러 분과별 회의를 개최하기일쑤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한편, 부처간 조정 권한도 없다. 따라서 기존 형태의 위원회 식으로 경제안보를 다루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경제안보와 관련된 모든 부처의 정책과 대응을 통합적으로 조율하려면 기존 위원회 설치 식이 아닌 강력한 법적 권한을 갖는 컨트롤 타워의 형태가 되어야 하며, 부처간 협의와 정책집행이 가능해야 한다. 이 조직은 ▲ 국가 차원의 경제안보 목표와 위협을 정의하는 ‘전략수립’ ▲ 부처 간 중복·충돌 해소, 자원 배분 최적화하는 ‘정책 조율’ ▲ 법적 권한을 통한 강제 조율 및 집행하는 ‘실행력 확보’ ▲ 공급망 붕괴, 기술 유출, 자원 차단 등 긴급 상황 즉각 대응하는 위기대응 등의 기능을 가져야 한다.

사진 출처=동아시아연구원
사진 출처=동아시아연구원

언론과 외교, 경제 당국자 관심가져야

현재까지 언론에 소개된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주된 초점은 기후에너지부 신설이나 금융감독기구 재편 등에 모아져 있다. 경제안보에 대한 논의가 많지 않다. 최근 외교부가 경제안보교섭본부 설치를 구상했다가 다른 부처의 반대로 결렬된 것처럼 부처간 관할권 다툼이 있었다. 법제도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 상당한 행정적 비효율성 문제를 나타내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외교라는 전통적 개념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경제와 안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강력한 콘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국은 글로벌 경쟁과 위기 속에서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와 기술, 외교와 안보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 ‘경제안보의 컨트롤 타워’ 설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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