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에 반대” 유엔사, 무슨 자격인가

[이해영의 이성과 우상] 사실상 주한미군인 유엔사 유령의 ‘유엔사 정전위’ 내세워 대한민국 입법활동에 시비걸어 반대할 자격도, 권한도 없는 조직 동아시아 패권질서 변화와 연관있어

지난 8월 12일 유엔사령부 회원국의 군인과 민간인들이 을지자유방위훈련 이해를 위해 비무장지대의 공동경비구역과 한국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사진=유엔사령부 엑스
지난 8월 12일 유엔사령부 회원국의 군인과 민간인들이 을지자유방위훈련 이해를 위해 비무장지대의 공동경비구역과 한국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사진=유엔사령부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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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6일 대한민국 국회의 「DMZ법」 발의에 분노(?)한 유엔사령부, 즉 사실상(de facto) 주한미군이 성명을 발표했다. 제목이 <유엔사군정위UNCMAC의 권한과 절차에 대한 유엔사 성명서>다. 두루 아다시피 ‘유엔사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사령관’ 즉 삼위일체다. 내용은 유엔사(= 즉 주한미군) 홈페이지에 가면 누구나 볼 수 있다. (관련 기사: 유엔사, ‘DMZ법 반대’ 이례적 성명…통일부 “국회 입법 지원”)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례적인 이유은 무엇보다 주한미군이 대한민국 국회의 입법활동에 이렇게 적극적인 입장을 개진하는 일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전세계 700개가 넘는 군사기지와 시설을 운용하는 미군이 그때 그때마다 주둔국 의회의 입법활동, 곧 내정에 이렇게 간섭하는 일이 분명 흔치는 않을 것이다.

분노한 유엔사? 분노할 권한이 있나

내용을 검토하면서 나는 ‘많이 이상한’ 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첫째, 성명서는 모두에 이렇게 쓰고 있다. “UN사는 유엔사군사정전위(UNCMAC, Unites Nations Command Military Armistice Commission)을 통해 이 정전협정의 조항을 이행·관리·집행한다.” 분명 ‘유엔사군사정전위원회’(이하 군정위)이라 되어 있다. 그런데 <정전협정문> 그 어디에도 ‘유엔사군정위’라는 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떻게 존재하지 않는 기구가 정전협정을 “이행·관리·집행”할 수 있을까? 아다시피 유엔에는 ‘유엔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즉 유엔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유엔사에다, 또 정전협정에는 없는 유엔사군정위가 한국에만 존재하는 셈이다.

1953년의 정전협정문상의 최고의결기구는 군정위(MAC)다. 유엔군사령관, 조선인민군사령관, 중국인민지원군 3자가 조인한 정전협정상 가장 상위의 기구다. 물론 그 상위에는 교전국 정부가 위치한다. 이 군정위는 교전 양측이 파견한 각 5인으로 구성된 합의기구다. 그런데 남북한기본합의서와 남북한 동시유엔가입이후 1991년 북한은 이 군정위 불참을 선언했고, 중국인민지원군 대표단은 1994년 공식적으로 철수했다. 이후 군정위는 ‘사실상 기능정지(de facto defunct)’상태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엔사 즉 주한미군은 “상대측이 탈퇴했다고 해서 정전협정상 유엔사의 의무와 권한이 소멸한 것은 아니다”란 논리로 버티기를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합의기구란 복수의 참여자를 전제하는 것인데 복수중 일방만 남은 군정위가 유효하다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기이하고, 법리적으로 취약한 논리라 하겠다.

유엔사는 바로 이 군정위의 한 쪽 당사자다. 즉 한 쪽 당사자가 ‘유엔사군정위’라는 명칭을 자의적으로 만들어 내 군정위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말이다. 왜 이것이 문제인지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나는 이를 ‘사또없는 고을에 이방이 사또노릇’하는 것에 비유한 적이 있다. 즉 유엔사는 ‘이방’이지 ‘사또’가 아님에도 ‘이방사또’라는 관직을 마음대로 만들어 사또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상위 지휘감독기구의 유고를 이유로 하위의 피감독기구가 합의기구의 권한을 참칭하는 것은 법적 정당성이 결여된 일이다. 그래서 이방이 ‘이방사또’라는 이름으로 행사한 권한은 명백한 월권이므로 모두 무효다. 곧 정전협정에 전혀 근거하지 않은 상상 속의 임의기구에 불과한 ‘유엔사군정위’는 정전협정을 “이행·관리·집행”할 권한이 없다.

감히 한국을 대표할 권한이라니!

둘째, 성명서의 심각한 하자는 다음에서도 발견된다. 성명서의 모두를 다시 읽어 보자.

“…유엔군사령부(UNC)는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UNCMAC)를 통해, 현재의 18개 유엔군사령부 회원국과 대한민국을 대표하여(on behalf of) 정전협정의 조항을 이행·관리·집행하고 있다.

이 임무는 1953년 정전협정에 명시된 권한에 근거하여 수행되며, 협정의 서명 당사자들, 즉 당시 22개 파견국(현재는 18개 유엔군사령부 회원국)과 대한민국 군대를 대표한(representing) 유엔군사령부, 조선인민군, 그리고 중국인민지원군에 의해 합의되었다. 중국인민지원군은 1994년 해체될 때까지 정전협정 체제에 관여하였다.”

두루 알다시피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군대는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the third party)’일 뿐이다. 국제법적으로 유엔사는 대한민국을 ‘대신할(on behalf of)’ 또는 ‘대표할’ 권한이 없다. 유엔사는 이승만과 이승만정부에 의해 ‘잠정적으로’ 한국군에 대한 작통권을 위임받은 사실이 있지만, 이 말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군대를 ‘대신’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어떤 조약도 ‘제3자’에게 권리와 의무를 부과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유엔사의 위 주장은 국제법의 대원칙을 위반한 불법적인 주장이다. 유엔사는 잘해야 ‘파병국’중 18개 회원국을 ‘대신하여’ 정전협정상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한국은 저 성명에서 말한 18개 회원국이 아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파병국‘이 아니라 전쟁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러한 사정은 아래 구절 즉 유엔사가 “대한민국군대를” “대표represent”한다는 주장에 가선 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설사 작통권 위임의 결과 대한민국군대를 유엔사가 전시에 ‘지휘’한다고 하더라도, 이 말이 오직 국가원수에만 귀속된 대한민국군대를 ‘대표’할 권한을 유엔사사령관이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엔사사령관이 한국 작통권의 법적 ‘수탁자(Trustee)’임은 법형식적으로는 맞다. 유엔사는 어떤 경우에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그에 속한 군대를 ‘대표’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그 어떤 경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유엔사사령관 즉 주한미군사령관을 자신의 ’대표‘로 선출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주권국의 국내관할권(jurisdiction 즉 주권) 개입금지를 규정한 유엔헌장 제2조 제7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일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비무장지대(DMZ)을 방문하려 한데 대해 불허입장을 냈던 유엔군사령부가 이를 영토주권 문제라며 유엔사를 비판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요구에 따라 김 차장의 DMZ 출입을 허가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비무장지대(DMZ)을 방문하려 한데 대해 불허입장을 냈던 유엔군사령부가 이를 영토주권 문제라며 유엔사를 비판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요구에 따라 김 차장의 DMZ 출입을 허가했다. 사진= 연합뉴스

‘군사적 권한’만 갖고 있을 뿐인 정전위

셋째, 그렇다면 DMZ 출입에 관한 유엔사의 권한을 보자. 위 성명서는 아래 정전협상 조항을 인용하고 있다.

“민간인·군인을 불문하고,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에 종사하거나 군사정전위원회가 명시적으로 허가한 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비무장지대에 출입할 수 없다.”(제1조 9항)

“군사분계선(MDL) 남쪽 비무장지대(DMZ)에서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은 United Nations Command의 최고사령관의 책임이다.”(제1조 제10항)

그래서 이번 성명은 위 2개 조항에 근거, “유엔사군정위(UNCMAC)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비무장지대(DMZ) 출입 승인·거부. 곧 DMZ 내 인원 이동은 유엔사군정위(UNCMAC)가 정한 절차에 따라 심사되고, 도발적이거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움직임인지 고려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엔사군정위’는 정전협상상 기구가 아니다. 이 명칭 자체가 정전협정위반인 것이다. 위법한 기구로부터는 어떤 권한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를 원래의 ‘유엔사’라는 명칭 즉 제 위치로 돌려 놓고 논의해야 한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상 군정위의 하위기구로서 군사분계선 이남 DMZ에 대한 ‘관리권’을 갖는다. 주권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관할권’(Jurisdiction)이 아님에 각별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유엔사는 말할 것도 없고 군정위의 모든 권한행사는 정전협정 <서언>에 명시되어 있듯이 반드시 “순전히 군사적purely military 성질”의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 종사자는 이로부터 예외임이 이 성명서가 인용하고 있는 제1조 제9항에 명시되어 있다. 더불어 별도로 군정위는 DMZ출입을 “허가”할 권한이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허가권자인 군정위는 기능정지상태다. 이 말이 ‘유엔사군정위’라는 유령기구가 허가권을 갖는 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그리고 정전협정 제1조 제10항의 유엔사 사령관의 “책임”이라는 말의 의미는 이미 제1조 제9항에서 “예외”로 규정되어 있는 군사분계선 이남 DMZ에서의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에 대한 배타적 허가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 활동이 군사적 문제로 비화한다거나 또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온당하다. 그렇게 해야 제1조 제10항 상의 유엔사나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이 DMZ 이남, 이북 각각에 있어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의 ‘책임’이라는 의미가 상위기구인 군정위의 권한과 선행조항 즉 제1조 9항과의 연관에서 제대로 설명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엔사가 무엇보다 군정위를 참칭하는 것은 분명한 정전협정 위반이며 나아가 유엔사가 스스로 배타적 허가권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 또한 권한의 남용에 해당된다고 봐야 한다. 유엔사 사령관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DMZ내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상의 안전과 보호가 주된 목적이라는 의미다.

동아시아 패권질서의 변화, 유엔사에도 영향 미쳐

유엔사의 12월 16일자 성명은 지금까지 언급했듯이 상당한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성명은 대외적으로 공식표명한 유엔사의 자기이해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로운 문서다. 특히 그것은 1990년대 들어 군정위의 상대방이 철수 또는 탈퇴함으로써 초래된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제법리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무리한 설정의 연장에서 파악된다. 그것은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질서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군사적 도구로서의 유엔사와 변화하는 현실과의 괴리와 긴장에서 초래된 당연한 결과다. 최근의 유엔사 재활성화로 인해 이 괴리는 더 극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글쓴이

이해영 한신대 교수

이해영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마부룩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이후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신대 부총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1세기한국정치학회 이사, 국제지역학회 부회장을 지냈고, 현재 (사)한국안보통상학회 회장, 시민단체인 <국가國歌만들기시민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서양 정치사상과 국제 정치경제 전공자로서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의 사상을 강의하며, 국제통상, 한미 관계도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지정학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람시와 하버마스: 시민사회, 생활세계 그리고 정치』(독문)를 썼다. 지은 책으로 『임정, 거절당한 정부』 『안익태 케이스』, 『낯선 식민지, 한미 FTA』,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독일통합 10년의 정치경제학』,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등이 있으며 『한미 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 『1980년대 혁명의 시대』 등에 공저자 및 편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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