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나 경이로운 우주인가

[다독가와 인공지능AI가 함께 쓰는 서평] 빌 브라이슨『바디(The Body)』를 읽고 경 단위 수의 원자가 무심히 결합된 ‘나’ 사라지지 않고 순환돼 ‘오늘의 나’ 있어 내 몸은 나의 ‘도구’가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우주동반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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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바디』를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경이로움이었다. 브라이슨은 우리에겐『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잘 알려져 있는 대학총장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저자는 일상적으로 당연하게 쓰고 있는 내 몸을 마치 거대한 우주처럼 펼쳐 보인다. 평생을 함께하는 신체이면서도 정작 제대로 알지 못했던 구조와 작동 원리를 하나씩 짚어가다 보면, 내가 얼마나 기묘하고도 정교하게 조율된 존재인지 실감하게 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 자신을 새롭게 알아가는 기분이었고, 그 경험은 지적 호기심을 넘어 깊은 감동으로 이어졌다. 등장인물과 용어를 정리한 것만도 53페이지를 훌쩍 넘긴 엄청난 책이다.

빌 브라이슨, '바디'(출판사 까치)
빌 브라이슨, ‘바디’(출판사 까치)

원소로 이루어진 나, 원자로 연결된 역사

저자는 인간이란 결국 원소들의 집합이라고 말한다. 탄소, 산소, 수소, 질소, 칼슘, 인이 전체의 99%를 이루지만, 극소량의 몰리브덴, 바나듐, 코발트 같은 원소가 없으면 불완전한 존재가 된다. 단 몇 ppm 단위의 원소들이 우리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은 겸허함을 안겨준다. 나를 이루는 수십억 × 수십억 개의 원자가 무심하게 결합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 원자들이 사라지지 않고 순환한다는 사실은 일종의 영원성을 시사한다. 내가 내쉬는 호흡 속 분자가 언젠가 인류 역사 속 누군가의 폐로 들어갔을 것이라는 생각은 기묘한 연결감을 준다.

세포와 DNA, 끊임없는 사슬의 기적

37조 개가 넘는 세포가 쉬지 않고 작동하는 조화로움, 그리고 DNA의 놀라운 정확성은 생명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DNA는 자기 복제를 위한 구조일 뿐인데, 그 돌연변이와 누적된 오류가 진화를 가능하게 했다. 놀라운 것은 30억 년의 역사를 거치며 단 한 번도 끊기지 않은 혈통의 사슬 끝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의 존재가 기적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깨닫는다.

감각과 뇌- 세계를 창조하는 기관

브라이슨은 뇌를 “빛도 소리도 없는 감옥 속에서 세계를 창조하는 기관”이라고 묘사한다. 우리가 보는 세계는 실제 그 자체가 아니라, 뇌가 전기 신호를 해석해 재구성한 결과일 뿐이다. 초당 1,000억 개의 신호가 오가지만, 우리가 ‘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중 극히 일부다. 게다가 뇌는 0.2초의 지연을 보정하기 위해 끊임없이 ‘미래를 예측’하며, 우리는 결국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살고 있다는 대목은 전율을 안겨준다. 결국 나는 ‘현실’이 아니라 뇌가 그려낸 해석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몸의 다양한 역설들

책 곳곳에는 상식을 뒤집는 역설이 등장한다. 예컨대 감기는 주로 접촉으로 전파되지, 재채기나 입맞춤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후각은 시상하부를 거치지 않고 해마 가까이 직행하기 때문에 특정한 냄새가 강력하게 기억을 환기시킨다. 피부색이란 단지 햇빛에 대한 반응일 뿐인데, 인류는 그것으로 서로를 차별하고 억압해왔다. 대머리는 치명적인 질환이 아니며, 연골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단순히 ‘몸을 자주 움직이는 것’이라는 사실도 새삼스러웠다. 이런 사실들은 몸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를 보여준다.

병과 의학, 그리고 불완전한 진보

책은 의학의 성취와 한계도 냉정하게 짚는다. 항생제 개발이 멈춰버린 현실, 제약업계가 수익성 높은 만성질환 치료제에 더 몰두하는 구조, 여전히 연구조차 되지 않은 희귀병의 방치 등은 씁쓸하다. 더구나 표준 치료법 중 상당수가 효과 없거나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환자에게 공감하는 태도 하나만으로도 합병증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는 연구는 희망을 던져준다. 결국 의학은 기술만이 아니라 인간적 관계와 태도 속에서 완성된다는 메시지가 깊게 다가왔다.

삶과 죽음, 그리고 남겨진 질문들

책의 후반부는 인간의 유한성을 다룬다. 암, 알츠하이머, 만성 통증, 비만 등 현대 질병은 생활습관과 깊은 연관이 있다. 즉 우리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지를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죽음 이후 겨우 2킬로그램의 재로 남는다는 냉혹한 서술은 오히려 삶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삶이란 살아볼 만하지 않았던가?”라는 저자의 마지막 문장은 독자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다시 돌아보는 ‘나’

『바디』를 읽으면서 나는 내 몸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주적 동반자’로 바라보게 되었다. 하루하루 숨 쉬고 움직이는 사소한 행위조차 수십조 개의 세포, 무수한 화학 반응, 원자와 분자의 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다. 그 안에는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수십억 년의 진화가 응축되어 있다. 동시에 나는 내 몸을 소홀히 대하거나,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스스로를 파괴해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브라이슨은 지식을 전달하면서도 특유의 위트와 풍부한 사례로 독자를 웃게 만들고, 때로는 분노와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책장을 덮을 때 남는 것은 결국 경외감이다. 내가 가진 몸은 그 어떤 기계보다 정교하고, 그 어떤 신화보다 경이롭다. 이 몸을 어떻게 사용할지, 어떻게 돌볼지가 내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글쓴이

정재헌 칼럼니스트

다독가 정재헌은 대학교에서 철학과를 다녔는데, 컴맹인데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IT 기업이었던 STM(현, LG CNS)에 입사할 수 있었다. 광주에서 서울로 온 여인을 회사내에서 만나 아이들을 일곱 명이나 낳고 길렀다. 7년 전에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책을 벗 삼는 것보다 나은 걸 찾을 수 없었다. 아이들도 책과 친해지게 하자는 생각에 지금도 매일 책을 본다. 읽다 보니 정리하는 맛이 참 좋았다. 지금은 코스닥 상장사인 토마토시스템에서 AI/헬스케어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멋진 독후감을 쓰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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