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보수의 정체, 그들은 ‘강성보수’다

[서의곤의 여론조사 제대로 읽기] 지지 집중도, 조사 결과에 영향 미쳐 김문수, 출구조사보다 2%P많이 득표 단순지지 합계는 득표율 영향 못밝혀 강성보수 많을수록 보수후보 높은 득표

윤석열 전대통령에 대한 탄핵선고가 나오기 전인 지난 2월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는 탄핵 반대를 외치는 집회가 있었다.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전대통령에 대한 탄핵선고가 나오기 전인 지난 2월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는 탄핵 반대를 외치는 집회가 있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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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김문수 출구조사, 2%P 차이 났을까

대선 끝나고 두 달 가까이 지나가고 있다. 최종적인 선거결과는 대체로 예측하고 있었고, 그 선거결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 보니 사전 및 사후 선거여론조사들에 대한 관심은 선거가 끝난 순간 빠르게 사라졌다.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도 있는데, 선거 끝났으니 즉시 현실을 마주해야지, 조사 결과를 계속 분석하고 있는 건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결과를 분석해 보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나타난 현상 중의 하나는 소위 ‘샤이(shy) 보수’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사전조사들에서 대체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과반은 넘길 것이고 많게는 55~60%를 득표할 것이라고 예측한 조사들이 많았다. 이재명 후보가 과반 이상을 득표하고 김문수 후보는 40% 득표를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던 출구조사 결과는 크게 틀렸다고는 할 수 없으나 2% 내외의 오차가 약간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사진=KBS 뉴스 캡처
사진=KBS 뉴스 캡처

일단 이번 대선 개표 방송에서 예측한 득표율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아래 표는 방송3사가 공표한 출구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율을 보여주는 표이다.

이 차이를 소위 “샤이 보수”, 즉 실제로는 김문수 후보에게 투표했지만 하지 않았다고 말을 한 유권자들의 존재로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아래 기사가 그런 시도의 한 가지 예이다.

지상파 출구조사 큰 오차… ‘샤이 보수, 사전투표율’ 변수 놓쳤나

사진=MBC뉴스 캡처
사진=MBC뉴스 캡처

샤이보수는 진짜 있을까

‘샤이 진보’도 있지만 ‘샤이 보수’란 말을 더 자주 듣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샤이 진보건 샤이 보수건 그 존재가 확인된 적이 없다. 결과를 보고 추측해 낸 존재일 뿐이다. 마치 투명인간 같은 존재인데 존재를 확인하면 투명인간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샤이 보수’가 좀 더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 과연 ‘샤이 보수’가 존재하기 때문일까란 의문을 갖게 되었는데, 다른 방향에서 이 현상을 설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가능성이고,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

우선 사전여론조사에서 나오는 지지율은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를 질문해서 얻어진 결과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지지 정도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래 표와 같은 상황을 생각해 보자. 전체 유권자 중 A를 ‘강하게’ 지지하는 유권자 비율은 10%, ‘약하게’ 지지하는 비율은 30%이다. 반면 B후보는 ‘약하게’ 지지하는 비율이 20%, ‘강하게’ 지지하는 비율이 20%로 강성 지지자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

이 경우 전체 여론조사를 한다면 A, B 모두 40%로 동일한 지지율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도 그럴까? 실제 선거는 “투표율”이란 변수가 들어간다. 지지는 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쉬운 예로 강성 지지자는 100%가 투표하고 약성 지지자는 80%가 투표한다고 가정해 보자.

위 예에서 보듯, 강성 지지자가 많은 B 후보는 36%를 득표하고 상대적으로 약성 지지자가 많은 A 후보는 34%를 득표하게 된다. 그런데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 모두 40%로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B후보는 실제로 지지하지만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샤이”한 지지자가 더 많았다는 식으로 해석이 되지만 실제로는 강성 지지자가 더 많다.

물론 이는 하나의 가상적 상황으로, 실제로 이러한 현상이 영향을 주었는지는 실증적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출구조사도 실제 득표율과 왜 차이날까?

사전 여론조사는 지지 정도에 따른 투표율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투표장에 나타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출구조사의 결과는 왜 최종결과와 다를까? 왜 여기서도 ‘샤이 현상’으로 추정되는 현상들이 보일까? 샤이 보수가 없다면 출구조사 결과는 지지 정도의 차이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정상이 아닌가?

그런데, 이것도 비슷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보인다. 미리 말해 두어야 할 것은 이번 출구조사 결과는 사전투표 조사 결과가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제시하려는 원리로 설명이 되는지는 자료를 더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순수히 출구조사에서의 표본추출만으로 편향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출구조사는 대선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투표 지역이 비교적 넓은 규모의 선거 결과는 상대적으로 오차가 작었던 반면 총선 등 선거구가 작은 경우 매우 심한 오차를 보였다.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120~ 160명 당선 예측은 조사 데이터 없이도 한다).

일반 사전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의 표본추출 방식에 주목해야 하는데 출구조사는 일종의 군집표본추출 (clustered sampling)이다. 즉 선거구 내에서 출구조사를 할 투표소를 먼저 선정하고, 해당 투표소에서 일정 비율로 개별 투표자를 표본추출한다. 사전여론조사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단순 무작위 추출에 가깝다(주- 엄밀히 말하면 지역/성/연령집단을 구분한 층화추출(stratified sampling)에 더 가깝다.)

따라서, 출구조사는 개별 투표자 표본추출이라기보다 ‘투표소’ 표본추출이라는 관점에서 보자. 쉽게 이해하기 위해 투표인 수가 모두 같은 다섯 개의 투표소가 있다고 하자.

위 예에서 A, B 두 후보의 전체 득표율은 40%로 같다. 그런데 만약 이 중 어느 한 투표소를 골라서 전체 득표율을 예측한다고 해보자. A 대 B가 40 대 35가 나오는 경우가 다섯 번 중 네 번, 40 대 60으로 나오는 경우가 다섯 번 중 한 번이다. 우리가 한 번 뽑기를 해서 결과를 예상한다면 어떻게 할까? 당연히 40 대 35로 할 것이다. 이런 표본추출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그 결과들의 평균을 내면 40 대 40으로 수렴할 것이다(주- 즉 중심극한정리이다).

이 예는 다섯 개 중 하나만 조사를 하는 것으로 가정했지만 전국적으로 약 3만 개의 투표소 중 400개 투표소 정도를 조사하는 대선 출구조사에서 비슷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득표율이 소수의 투표소에 집중되어 있으면 그 투표소 자체가 표본으로 선택될 확률이 떨어진다. 이론적으로는 중심극한정리에 의해, 같은 방식의 표본추출을 무수히 반복하면 그 표본집단의 평균값들은 전체 평균과 동일한 정규분포에 수렴하지만, 문제는 선거 출구조사는 단 한 번의 값을 보는 것이다. 즉, 위 다섯 개 선거 구 예에서 어느 한 개의 선거구 결과만 보는 것이다. 여러 번 반복해서 뽑아보고 그들의 평균을 보는 것이 아니다.

이 현상은, 전체 투표소 수가 많지 않은 총선의 경우 오차가 크게 날 가능성이 더 높다. 선거구당 투표소가 많은 대선이나 지자체장 선거의 경우 투표소간 지지율의 차이가 전체 결과에 미칠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 따라서 총선에서 오류가 많이 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실제 이런 현상이 이번 출구조사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을까? 이는 개별 투표소별 득표율들의 분포를 살펴봐야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겠지만, 보수 후보들, 즉 김문수 후보나 이준석 후보 지지자들이 특정 투표소에 집중되어 있다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김문수 후보 같은 경우 타워팰리스 내 투표소에서는 거의 8~90%의 득표율을 보였다고 한다. 이준석 후보는 화성 삼성 반도체 직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나, 대학 근처 투표소 등에서 전체 득표율 8%보다 월등히 높은 3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실제 득표율보다 출구조사에서 더 적게 나왔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샤이보수’는 ‘강성보수’일 가능성이 높다.

글쓴이

서의곤 BRiO 대표

서의곤은 사람을 이해하는 기업 BRiO의 대표다. 서울대 심리학 석사, 영국 맨체스터 비지니스 석사(MBA)로 국내, 글로벌 조사회사에서 근무했다. 소비재 패널 조사방식을 국내에 첫 도입했고, 1996년 15대총선 당시 국내 최초로 선거 결과조사에 참여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공공기관 조사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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