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먼저, 정당 먼저...질문 순서가 지지도 영향줄까?

[서의곤의 여론조사 제대로 읽기] 대통령 만족도 물은 후 당 지지율 묻는 방식 당 지지율 물은 후 대통령 민족도 묻는 방식 질문순서 따라 민주당 지지율 3% 차이 왜 당 지지율 차이, 일관되게 나타날까

지난 5월 6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5월 1주 차 정기여론조사 결과. 출처= 리얼미터
지난 5월 6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5월 1주 차 정기여론조사 결과. 출처= 리얼미터

대통령-민주당, 어디를 먼저 물어볼까

4.10총선이 끝났지만, 지지 정당에 관한 여론조사들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조사마다 결과가 많이 차이나는 건 여전한데, 결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 가지 재미있는 추이가 눈에 띈다. 정당 지지율 질문보다 먼저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를 질문할 때에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는 비율이 살짝 낮아져 있는 것이다.

대통령 국정수행평가는 누구나 예상하듯 긍정 30%, 부정 60% 초반대이다. 비교한 여론조사의 숫자가 많지 않아서 국정수행평가를 먼저 질문하는 것이, 후속으로 이어지는 정당지지율 질문에 대한 응답에 일관된 영향을 미쳤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긴 하다. 그러나 질문하는 내용의 순서가 응답 결과에 어떤 식이건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은가.

아래 표는 5월 첫 주를 전후하여 공표된 여론조사기관들의 여론조사 결과들이다. 이 결과를 보면 정당 지지도가 다소 차이가 난다. 조사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29%에서 38%까지 9%포인트(P) 가까이 차이가 난다.

여태까지는 조사 방법, 즉 ARS냐 면접원의 전화조사이냐에 따른 영향이나, 표본추출방법, 즉 무작위 휴대폰 번호를 사용하였는지, 아니면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안심번호를 이용하였는지 등에 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런 것이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요인 즉 질문 내용의 순서가 영향을 미칠까 하는 관점에서 비교를 해 보았다.

아래 예들에서 질문 순서 부분을 보면, 국정운영평가를 지지 정당보다 먼저 물어보는 조사들이 있고, 그 반대의 조사들도 있다. 즉 지지정당을 국정운영평가 이전에 물어보는 질문들이다. 여기서 국정운영평가의 질문은 대부분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의 내용이다. 정확한 문구는 조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면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기 바란다. 아래 표는 그 결과들을 요약한 것이다.

표= 필자 재구성
표= 필자 재구성

민주당 지지율 3~5% 차이는 뭘까

이 표에서 앞의 세 조사는 대통령의 국정운영평가 질문을 먼저 하고 그 다음 지지정당을 물어본 반면, 뒤쪽의 세 조사는 질문 순서가 반대로 되어 있다. 즉 정당지지도를 먼저 물어보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관한 평가 질문을 이어서 했다. 가운데 있는 리서치뷰의 조사는 국정운영평가 질문을 먼저 했으나, 지지 정당에 관한 질문을 하기 전에 다른 질문들을 끼워넣었다. 즉, 두 질문 간에 간격이 좀 있다.

대통령 국정운영평가 질문을 먼저 한 앞의 세 조사에서는 국민의 힘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이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반면 지지정당을 먼저 물어본 뒤쪽의 세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 힘 지지율보다 3~4%이상 앞선다. 즉 국정운영평가를 먼저 질문한 경우,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을 살짝 억제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중앙에 있는 리서치뷰의 조사인데, 대통령 국정운영 질문 이후 총선평가와 정치 현안에 관한 질문을 한 다음, 지지 정당을 질문하였다. 이 때는 민주당 지지율이 3% 앞선다. 즉 이 조사에서는 대통령 국정운영평가를 지지정당보다 먼저 질문했음에도 민주당 지지율이 앞서는 것이 다소 예외적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 순서가 응답에 영향을 주었을까? 아마 주었을 것이다. 정확한 답은 알 수 없다. 다만 몇 가지 추정을 해 볼 수 있다.

대통령에 부정적 답한 후 자기합리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에 대한 답은 대부분 부정적인 응답이 많다. 그렇다면 그런 부정적인 응답을 한 다음 정당지지율을 질문했는데, 어째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을까?

한 가지 가능성은, 본인은 현재의 국정 운영을 중립적으로 평가하려 했다는 것을 스스로 납득하고 싶었을 수 있다. 누군지 모르는 면접원이나 ARS 목소리에 답을 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평가했다고 합리화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을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에 약간의 호감 정도만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지지정당 질문에서는 “없다”, 또는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분산되었을 수 있다.

이 사람들은 다른 질문 없이 처음부터 바로 지지정당을 물어봤으면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했을 수 있다. 이 비율이 5% 정도 된다고 가정한다면, 위 표의 결과와 거의 일치한다. 혹은, 비슷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다른 측면에서 조금이라도 보상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 당 편을 드는 것으로 보상했을 수 있다.

7개의 조사 중 유일하게 면접원이 조사한 NBS 조사의 경우, 지지 정당이 “없다”는 비율이 다른 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사람에게 직접 답을 하다보니, ARS에 버튼으로 응답하는 것에 비해 위와 같은 합리화나 보상심리가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리서치뷰의 경우 국정운영 이후에 지지정당을 질문했는데 어째서 민주당 지지도가 조금이라도 높게 나왔을까? 여기에는 이번 4.10총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현재 국회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정치 현안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이 그 사이에 들어있다. 따라서 대통령 국정운영에 관한 질문이 민주당 지지 표현 의사를 억제하는 것을 해소했을 수 있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이니 국회에서 무엇을 처리해야 할지에 관해 물어봤다면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을 더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 맨 처음의 NBS는 국정운영과 지지정당 사이에 국정방향이란 항목이 있는데, 이 항목의 정확한 질문 내용은 “선생님께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다. 즉 국정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대통령의 국정운영평가와 동일한 영향을 이후 질문에 대한 응답에 미쳤을 수 있다.

‘프라이밍 효과’로 설명할 수 있어

이런 해석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소위 ‘프라이밍 효과’라는 것은 심리학에서는 아주 잘 알려져 있고 완전히 확립된 (몇 안 되는) 인지현상 중 하나이다. 프라이밍은, 쉽게 말해 짜장면이란 글을 보면 짜장면 맛이 떠오르고 먹고 싶어지는 현상과 비슷하다. 이는 ‘활성화 확산’이란 기억기제에 기반하는데 어떤 자극을 보면 그와 연결되어 있는 기억들이 뇌에서 일시적으로 활성화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상태는 이후의 인지 과정을 촉진지키거나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조사 내용을 어떤 순서대로 질문하느냐가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심은 관련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하고 있었을 것이다. 앞에서 본 실제 데이터는 그럴 가능성이 실제로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고작 몇 개의 결과를 갖고 대통령 국정운영평가 질문이 이후의 지지정당 질문에 특정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는 식의 결론은 현재로서는 위험하고, 단지 가설 수준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체계적인 가설 검증 연구에서 실제로 가설이 채택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즉 앞에서 표에서 제시된 조사들이 우연히 한 방향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어서, 더 많은 조사 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떤 일관된 방향성이 없이 결론 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 방법이나 표본 추출 방법 외에, 조사 내용의 구성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으로 생각되고 따라서 이 영역에 관한 연구도 더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를 반반으로 나누어, 질문 순서를 바꾸어서 조사를 해 보면 된다. 그러면 대통령 국정운영평가 질문이 정당 지지도에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서의곤 BRiO 대표

서의곤은 사람을 이해하는 기업 BRiO의 대표다. 서울대 심리학 석사, 영국 맨체스터 비지니스 석사(MBA)로 국내, 글로벌 조사회사에서 근무했다. 소비재 패널 조사방식을 국내에 첫 도입했고, 1996년 15대총선 당시 국내 최초로 선거 결과조사에 참여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공공기관 조사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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