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후 급변한 정당지지율, 믿을만한가

[서의곤의 여론조사 제대로 읽기] 응답률 변화만 유도해도 가능한 수치 국민의힘 ‘응답 캠페인’ 했다면 가능해 과정에 문제없어 ‘조작’이라곤 할 수 없어 아마 실질 정당지지율에는 변화 없었을 듯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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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랐을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1월 13~16일 사이에 진행된 여론조사들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급격하게 오른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되려 떨어졌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출처가 예전부터 친보수 성향을 보이던 조사회사, 아니면 명태균의 미공표 여론조사처럼 조사를 실제로 진행했는지조차 의문스러운 곳들 뿐아니라, 갤럽, NBS 등 비교적 중립적인 것으로 간주되던 업체들의 결과에서도 국민의힘 지지도가 조금 더 높게(3~5%) 나온다는 것이다. 김어준씨 등 진보 진영 인사들은 이 결과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윤 대통령의 탄핵 및 구속까지 최근 사태가 국힘 지지자들의 결집을 이끌어 내었다고 해석한다.

특정 지지층의 “결집”이라고 표현하지만, 유세 현장이나 선거당일처럼 사람이 직접 모일 일이 없는 여론조사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결집의 발현’ 현상은, 평소 같으면 무시하던 여론 조사 전화에 응답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여론조사에 답해 달라는 전화가 왔을 때,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더 많이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실체 모(母)집단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도 현재와 같은 방식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지지율에 변화가 생긴다. 그런데 실상은 지지율의 변화가 아니고 응답률의 변화일 뿐이다.

지금 여론조사 방식은 기본적으로 무작위 전화번호(그것이 통신사에서 받은 안심번호인지, 무작위로 생성한 번호인지는 차이가 없다)로 전화를 해서(여기서도 ARS 방식이건, 사람이 묻는 방식이건 차이가 없다), “우리가 이러이러한 조사를 하고 있으니 바쁘시더라도 의견을 주십시오”라고 부탁을 하면서 응답자의 호의에 기대를 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보통 1,000명(이보다 약간 많게 한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 규정이 그러기 때문이다)을 조사를 해서, 정당 지지율 등의 통계를 낸다.

그래픽제공= 한국갤럽/연합뉴스
그래픽제공= 한국갤럽/연합뉴스

캠패인만 하면 쉽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우리가 관심갖는 사안, 예를 들면 정당지지도를 국민의힘 지지자들이나 민주당 지지자들이 동일한 비율로 호의를 갖고 전화조사에 참여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매우 간단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즉,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자가 모두 50%라고 가정하자. 여론조사에서 응답율이 보통 5%이니(1월 13~15일에 진행된 NBS 조사는 응답률이 19%를 넘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이 숫자는 면접원의 효율성 판단에나 의미가 있고, 우리가 받아보는 데이터의 해석에는 무의미하다. 결과를 볼 때 의미있는 응답률은 6%이다), 1000명을 조사해야 한다면 2만명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야 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반반이라 했으니, 무작위로 2만개의 번호를 뽑아서 걸었다면 이 중 1만개 정도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전화가 갈 것이다. 또 1만개 정도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전화가 갈 것이다. 양쪽 모두 5% 정도의 사람들이 응답을 하면 최종 결과에서 양당 모두 50%의 지지율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런데 국힘 지지자들이 결집하여 “우리 여론조사에 적극 참여해 우리 의사를 표현합시다”란 캠페인을 하는 바람에 국힘 지지자들의 응답률이 10%가 되었다고 하자. 이 경우 처음 40명에게 건 전화는 민주당 지지자 20명, 국힘 지지자 20명에게 갔으나, 그중 민주당 지지자는 응답률이 5%이니 1명이 조사에 응하고 나머지 19명은 전화를 끊어버릴 것이다. 반면 국힘은 두 명이 전화를 받아서 국힘 지지한다고 응답할 것이고, 나머지 18명은 답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힘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보다 두 배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이다. 최종 조사 목표가 1,000명이므로 최종 지지율이 2대 1, 즉 666명대 333명이나 그 근처에서 조사가 끝난다. 실제로는 5대 5의 분포가 조사 결과에서는 7대 3으로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는 매우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국힘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서 결집한다고 해서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응답률이 두 배까지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3~5%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3%의 차이를 내려면 전체 표본 중 국힘 지지자들에서 응답률 3%를 올리면 되는데, 단순 비율로 계산해보면 유권자가 되는 전체 국민중 평소 같으면 여론조사에 답하지 않았을 국힘 지지자 중 3만명을 반드시 응답하게끔 유도하면 된다. 총 유권자 2000만명 중 2만명 정도에게 전화가 가니 1000명 중 한 명이 여론조사 전화를 받게 되며, 3만명 중에서는 30명 정도가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받는 사람들 중에서 응답률이 5%이니 원래는 이들 중 1.5명이 국힘 지지한다고 응답하고 나머지 28.5명은 조사를 거부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100%가 되어 30명이 지지한다고 응답하는 결과가 된다.

국힘의 당원이 400만명이 넘는다고 하니 그 중 1%가 응답 태도를 바꾸면 된다. 물론 여기서도 여론조사에 응답할 사람들은 어차피 응답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더 많은 숫자의 태도를 바꿀 필요는 있다.

이렇게 계산해보면, 일시적으로 특정 정당의 지지율이 실제보다 높게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도록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특히 보수 경향이 있는 종교단체들 등 일부 우익 지지자들의 최근 행동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여론조사 조작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가정은 가설일 뿐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본인이 진행하는 ‘여론조사꽃’ 조사과정을 설명하면서, 평소에 답을 얻기 어려운 70대 여성들의 응답률이 초기에 매우 높았다는 얘기를 하면서 앞에서 설명한 것과 유사한 가설을 제기했다. 다만 지금처럼 전반적으로 여론조사에 대한 응답률이 5% 내외로 낮은 상황에서는 이렇게 대중을 아주 약간이라도 움직일 방법만 있으면 여론 조사 결과를 다르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해석할 필요는 있다.

이 효과는 조작이 아니다. 분명히 실체와는 다르지만 조사 과정에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고, 누가 해도 결과는 동일하게 나올 것이다. 또한 본인 지지자들의 여론조사 응답률을 올리는 걸 잘못된 정치행위라 할 수도 없다. 정치란 게 원래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을 바꾸고자 하는 것 아닌가.

실질적 정당지지율은 안 변했을 것이다

정당지지율 여론조사와 관련하여 두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는데, 하나는 본질적으로 각 개인의 정당지지가 얼마나 쉽게 변하는가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현재의 소위 “표준” 여론조사 방법에 관한 것이다.

두 번째 주제를 좀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첫 번째 주제를 간략하게 생각해 보면, 각 개인이 선호 정당을 얼마나 쉽게 바꿀까? 하는 의문이 있다. 특히 한국처럼 지역이나 집단 소속감이 높을 경우, 내 자식이 나쁜 짓 하는 건 안되지만 그래도 남한테 맞고 다니는 건 못본다는 식의 정서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여론조사 결과가 아닌, 실질적인 정당지지율은 사실상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을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주제인 표준여론조사 방법으로 돌아가서, 앞서 든 경우처럼 특정 집단의 응답률을 움직일 수 있으면, 현재의 전화번호를 이용한 무작위 샘플링 자체가 틀린, 즉 잘못된 접근법이 된다. 초반에 언급했듯이 무작위 샘플링은 우리가 관심갖는 주제에 관해서는 응답률 등에서 차이가 없다는 가정에서 성립되는데, 이 가정이 무너지면 방법이 틀린 것이 된다. 즉 “여론조사는 이러한 방법으로 표본추출을 해야 한다”는 규제가 틀린 방법을 강요하는 결과가 된다.

해결책은 심의 ‘강화’가 아니라 ‘완화’다

그래서 일부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여론조사 심의 기능을 더 강화하고, 조작에 대한 처벌을 하자는 등의 주장이 나오는데, 실상은 정치권 혹은 누가 응답률의 차이를 만들어 낼 기술이 있으면 조작이나 심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근본적으로 무작위 샘플링은 정상적으로 되었고 절차상 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실제와 다르게 나온다.

이것은 절차가 아니라 조사 방법, 특히 표본추출방법의 설계가 잘못된 것이다. 조사 과정과 결과로 얻어진 숫자 자체는 틀린 것이 아니지만, 조사 방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뿐이다. 3층 집을 지으면서 1층 기둥이 2층의 무게만 지탱할 수 있게 설계된 것과 비슷하다.

여론조사 심의를 강화하자는 얘기는 결국 절차상의 규제를 강화한다는 의미인데, 조사 설계 방식은 매번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3층 집을 설계하더라도 지반의 강도, 홍수 가능성 등의 주변 환경, 일조 시간 등 다양한 외부 변수를 고려하여 조금씩 다르게 디자인해야 하는 것과 같다.

조사의 신뢰는 여론조사 회사의 몫

필자는 오히려 심의 기준을 더 완화해서 조사 방법은 조사회사의 자율에 맡기고, 결과에 대해 회사 이름을 걸고 책임지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응답률의 변동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같은 응답자들을 선정해 두고 매번 조사를 해서 태도에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는 방법이 있다. 혹은 같은 사람에게 반복해서 질문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만~수십만 명의 응답자 풀을 구축해 두고, 이 사람들의 이전 응답 성향을 참조해서 이 풀 내에서 표본추출을 하는 방법도 있다.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회사들이 꽤 있어 보이는데, 기회가 되면 소개해 볼 것이다. 이 경우 응답률의 변동으로 인한 오차는 사실상 없다.

그러나 이 방법은 반대로 같은 사람에게 반복해서 질문을 하는 데서 생기는 오류가 발생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선정되는 사람의 구성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은 여러 변수들을 매우 복잡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 추후에 기회가 되면 다시 검토해 보고자 한다.

또다른 방법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신분확인을 ‘블록체인 기법’ 등을 이용하여 여론조사에 적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모든 거래 정보가 공개되는 블록체인의 본질적인 특징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개인 신상 정보까지 공개된다는 것은 아니고, 거래, 여기서는 여론조사에 참여했는지 아닌지 등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방법을 사용한 실험적인 시스템들이 이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방법들은 현재 여심위 기준을 따른다면 공표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니 결과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심위 기준을 없애고 결과를 얼마나 믿고 어떻게 이용할지는 여론조사 결과 사용자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조사 회사는 각자 독자적으로 회사의 이름을 걸고 본인들의 방법을 개발하고 제시해야 하고, 평가는 소비자들이 할 것이다.

글쓴이

서의곤 BRiO 대표

서의곤은 사람을 이해하는 기업 BRiO의 대표다. 서울대 심리학 석사, 영국 맨체스터 비지니스 석사(MBA)로 국내, 글로벌 조사회사에서 근무했다. 소비재 패널 조사방식을 국내에 첫 도입했고, 1996년 15대총선 당시 국내 최초로 선거 결과조사에 참여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공공기관 조사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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