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상-안보’연계 전략의 의미와 모순
[이해영의 이성과 우상] ①트럼프 ‘통상-안보’전략과 한국의 대응 관세→환율 →안보의 3단계 MAGA 관세, 협상유도용 레버리지에 불과 다음은 환율...약달러 위해 마러라고 합의? 나토 휴면화 정책, 안보 연계 전략의 상징 예상되는 모순과 문제점 7가지
트럼프의 새로운 ‘지정치경제적’ 접근
’관세폭탄‘이라 일컬어지는 미 트럼프 정부의 관세위협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던 통상적인 관세정책의 일환이 아니다. 그렇게 협소한 시각으론 문제의 전체를 볼 수가 없다. 트럼프의 관세 공격은 그 자체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아주 새로운 접근방법이다. 여기에 우리 재계가 대미(對美)사절단을 꾸려 방미해서 ’70년 동맹인데 이럴 수가 있냐’식으로 접근했다고 하는데, 이는 한마디로 거대한 착각 즉 ’지피(知彼)‘에 실패한 졸책이었다. 상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는 없다.
트럼피즘의 새로움은 ’지정치경제적(Geopolitical Economy) 접근‘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이는 ’다극화 세계질서‘ 등장으로 인한 패권 위기에 대한 미국의 응답이자, 응전이라고 할 만하다. 이 개념은 한마디로 ‘통상-안보’연계 전략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관세는 이 전략의 다양한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들 마가(MAGA) 진영에서는 2018-19년 대중협상을 통해 협상 레버리지로서 관세의 효력이 검증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관세는 ’협상유도용 레버리지‘ 혹은 ‘제일의 수단(primary tool)’인 것이지 결코 그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그러면 목표는 뭘까. 바로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다. 이 슬로건 자체가 미국이 지금 ‘그레이트’하지 않음을 전제한다. 그 이론적 전제가 되는 것이 바로 어떤 경제학자의 이름을 딴 ‘트리핀(Triffin) 딜레마’다.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통화공급국, 즉 기축통화국의 무역적자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마가 진영론자들은 기축통화 지위에서 파생되는 ’강달러‘가 그 원인이고, 강달러로 인한 경쟁력 약화로 인해 미국이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것으로 본다.
이들은 적정관세율을 20%로 보지만, 50%를 넘어서는 안 된다. 20% 실효관세에서 미국 소비자의 후생이 최대화되는데 20~50%구간까지 다시 완만히 감소하다, 50%가 넘어가면 후생이 마이너스로 전환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세 정책 다음은 통화정책...그 다음은
관세는 환율, 금리와 연동되어 있다. 즉, 관세 다음에는 환율이 타겟이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전략은 ’선(先)관세-후(後)환율(통화)‘로 그 시퀀스가 설계되어 있다는 얘기다. 고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키고 통화가치를 하락시킨다. 무역구조를 개선하지만 동시에 인플레 유발의 리스크가 발생한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또 별도의 환율정책도 요구된다. ‘강달러’를 ‘약달러’로 전환시키기 위해 관세와 환율정책의 혼합(mix) 구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관세(통상)정책과 환율(통화)정책은 이들 MAGA진영론자에게 불가분적인 것이다. 나아가 ’감세‘와도 불가분이다. 관세는 외국인에 대한 과세로 보기 때문에 이는 내국인에 대한 감세를 추진할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내)국세청이 폐지되고 대신 (외)국세청이 만들어진다.
한편 한국은 일본, 중국, 독일 등과 더불어 현재 미국의 ‘환율관찰국’이다. 관세가 협상유도용 레버리지라고 했을 때, 이는 미국이 다자 혹은 양자 협상을 통해 미국에 유리하게, 즉 약달러를 위해 한국의 통화 절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부과된 관세의 감축과 통화(환율)합의 currency accord를 맞교환한다는 말이다.
관세는 이같은 전략의 1단계를 의미한다. 2단계는 국부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자금조달의 단계다. 미국은 자산 현금화를 위해 연방 정부가 소유한 부동산, 지재권, 심지어 공원들도 매각할 수 있다. 여기에는 금값과 비트코인도 포함되는데, 미국은 세계1위의 금보유국이다. 최근의 금값 폭등은 가만히 앉아서 미국 국부가 막대한 규모로 증가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3단계 전략 안보정책, ‘센추리 본드’를 사라
이 다음 단계에서 안보와 통상정책 융합의 중요성이 등장한다. 트리핀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기축통화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다. 왜냐하면 미 국채를 팔아서 막대한 자금을 저금리로 조달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금융규제의 ‘역외적용’ 즉 미국 법을 해외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기축통화국은 그에 따른 의무 내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무역적자와 안보우산이 바로 그것인데, 그래서 미국은 막대한 국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역적자뿐만 아니라 안보비용도 줄여야 한다.
안보-통상정책 융합을 통해 미 국채를 줄이겠다고 구상이다. 이것이 바로 3단계 전략이다. 여기에는 양방향으로의 부담공유(burden-sharing)가 요구된다. 한마디로 ‘보호세’를 납부하라는 것이 미국의 요구다. 21세기형 ‘조공’이다. 이를 위해 ’무이자 100년물 미재무성 채권‘, 즉 ‘센추리 본드’를 사야한다. 각 나라는 이 센추리본드 매입를 통해 ‘안전지대(security zone)’에 가입하게 된다. 이 안전지대는 ①공공재이자 ②자본재이며 ③철조망이다. 이는 가입국이 내야할 세금(bills)을 미 채권과 ’스왑‘하는 일이다.
이 뿐이 아니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약달러‘가 필수다. 그래서 과거 1980년대 플라자합의, 루브르합의를 소환해 약달러를 위한 다자합의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를 ’마라라고 합의(Mar-a-Lago Accord)‘라고 잠정적으로 부르고 있다. 마라라고는 트럼프 소유의 리조트이름이다.
아마 한국에 대해서도 이번에는 포함될지 모를 이 다자간 혹은 양자간 환율협상을 위해, 미국은 당근과 채찍 그리고 다양한 금융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이 예상된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안전지대‘ 가입을 위한 준조세로서 ‘센추리 본드’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하는 경우엔 온갖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나토 휴면화’의 의미
미국의 안보 비용을 줄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 한편으로 안보우산의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맹국이 자체적으로 방위비를 대규모로 증액하는 것이다. 후자를 위한 트럼프 진영의 전략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바로 ‘나토 휴면화(dormant NATO)’전략이다.
트럼프2.0 의 동맹개념은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이 지점에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외치는 이유가 설명된다. 첫째는 이미 진 전쟁을 끝내고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손절해 그나마 더 이상 비용지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광물협정은 그나마 투자분에 대한 일부 회수 시도이기도 하다. 둘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을 거부함으로써 유럽의 나토회원국으로 하여금 이 대규모 방위비 인상을 강제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자‘라는 식의 ’역할분담‘을 통해 미국이 가진 자원을 ‘중국억제’에 집중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른바 ’중국주적론‘이다.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목표는 미국의 재산업화, 무역적자 해소, 국채감소, 약달러 등을 통해 가능하다고 마가론자들은 말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믹스를 구상한다. 통상정책과 안보정책의 연계 혹은 융합이 그것인데, 과거에도 이런 접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정학과 지경학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가장 목적의식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트럼피즘이 처음 아닌가 싶다.
이상은 미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 스테판 미란(Miran)의 구상을 주로 분석한 것이다. 결국 한마디로 지금의 국제경제질서, 통화질서라는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지위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다. 그런데 이것이 잘 될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상호모순적인 트럼프의 신전략
이같은 트럼프 신(新)전략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①트럼프는 보편관세를 통해 미국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해 미국의 ‘재산업화’를 끌어 낼 것이라 한다. 하지만 채무국인, 예컨대 글로벌사우스가 달러빚을 값기 위해선 무역을 통한 달러유입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보편관세로 달러수입이 감소하면 빚을 갚기 위한 달러가 부족하게 돼 이는 다시 달러강세(강달러)를 유발하게 된다. 즉 정책목표와 수단간에 모순이 생기게 된다.
②트럼프는 달러기축성에 도전하는 브릭스 등의 국가가 행하는 탈(脫)달러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즉 달러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기축통화 지위에서 파생되는 강달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이다. 이 또한 모순이다.
③ 미국은 이미 산업자본주의라기보다 탈산업화된 금융자본주의 국가다. 미국의 재산업화에는 못해도 10~15년이 소용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임기 4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금융자본주의 국가에서 재산업화의 전제로 설정된 약달러는 빅테크의 자산가치 감소를 의미하는데, 이는 곧 금융자본과 트럼프가 살리려는 산업자본간의 모순을 초래한다.
④중국의 대미수출의 60%는 중국내 미국 공장과 미 본국 모기업간의 ‘기업내무역(intra-firm trade)’이다. 그리고 무역다변화로 인해 중국의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에서 15%로 감소했다. 이 수출의 60%가 기업내 무역이란 말이다. 따라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실상은 미국기업에 대한 관세부과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내국인 감세, 외국인 관세‘라는 정책수단은 그렇게 본다면 외국인이 아니라 내국인에 대한 관세가 절반이상이라는 말이 된다.
미국의 쇠퇴를 가속화시킬 수도
⑤ 중국은 미국산 천연가스, 원유, 농산품 등에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그런데 특히 에너지는 대러 무역을 통해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무역전환(trade diversion)이 가능한 부문이다. 특히 중-러 간에는 ’시베리아의 힘 1, 2’ 등 에너지 산업의 전략적 협력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미-중간 관세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중-러간 전략적 협력강화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⑥ 지난 10년간 세계 GDP 증가율이 세계 무역증가율을 앞서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세계화 전성기에 비해 무역의 비중이 감소하고 내수의 비중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트럼프의 신 전략은 세계무역의 증가 및 지속을 전제하는 개념이고, 이미 새로운 트렌드는 이 전제를 위협한다는 말이다.
⑦ 다극화 질서는 뮌헨안보회의 주최국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이제 ‘하나의 팩트’다. 트럼피즘은 이 변화된 환경에서 미국의 ‘패권’이 아니라 ‘이익’을 지키자는 것이다. 즉, 패권 유지 ‘비용’을 축소 내지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신개념은 과거 네오콘류 ‘규칙기반 국제질서’를 ‘트럼프기반 변형 일극체제’로 교체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조 바이든 전대통령이 전세계를 향해 ‘3개의 핵전쟁’으로 위협했다면, 이제 전세계를 향해 경제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제경제체제는 기본적으로 상호주의와 이익의 균형에 기반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 예외주의는 ‘윈-윈’이 아니라 ‘윈-루즈’ 모델에 입각해 있다. 그리고 상대국으로부터의 역풍(blowback)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약탈적’ 신자유주의가 다극질서 탄생을 초래했듯이, 트럼프의 경제적 권위주의는 미국의 쇠퇴를 더욱 가속화시킬 지도 모른다. ②편에 계속
* 이글은 지난 3월 13일 이해영 교수가 강연했던 <트럼프 관세폭탄과 대응전략>의 요지를 정리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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