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불법’은 오래 못간다

1월 임시주총서 ‘상호주 제한’ 활용 상법과 공정거래법 교묘히 회피한 꼼수 외국계 유한회사를 자회사로 활용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은 경영권 방어 구시대적 행동, 법의 심판 받을 수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기자회견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기자회견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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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열린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분쟁 이후 처음으로 표 대결이 이뤄져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표 대결을 통해 분쟁이 일단락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주주총회의 핵심 의안은 ① 이사 선임 방식(집중투표제 도입)과 ② 이사 수 제한이었다. 이를 둘러싸고 주총 전 법원 가처분 결정이 먼저 나왔는데, MBK 측이 제기한 집중투표제 의안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 고려아연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어, 정관 개정 없이 이를 도입하는 것은 상법 위반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주총 전날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최윤범 회장 측은 해외 손자회사를 통해 (주)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의 의결권을 막기 위한 ‘상호주 관계’를 인위적으로 조성했다. 상호주가 10%를 초과하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이용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최 회장 측이 상정한 모든 안건을 가결시킨 것이다. 이에 반발한 영풍-MBK 측은 곧바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묘수인가 꼼수인가

상호주란 A회사와 B회사가 서로 보유한 상대 회사 주식을 말하는데, 상호주 취득 자체는 허용하지만 10% 넘는 상호주는 의결권이 제한된다(상법 제369조 제3항). 자본의 투여 없이 가공의 지분을 만들어 우호지분으로 이용하면서 소수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규정이다.

A와 B가 직접 서로 주식을 보유하는 형태뿐 아니라, A→B→C→A 같은 순환출자 형태도 상호주에 포함된다.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한 상호주 의결권 제한 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다.

고려아연의 해외 자회자 상호주 관계도
고려아연의 해외 자회자 상호주 관계도

최 회장 측은 임시주주총회 하루 전,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 주식 10.33%를 취득하게 했다. 이로써 고려아연 → SMH → SMC → 영풍 → 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완성되었고, 상법 제369조 제3항이 적용될 수 있는 외관을 만든 것이다.

위 구조를 상법 제369조 제3항에 그대로 대입을 해보면, “회사(고려아연),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SMH)가 다른 회사(영풍)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영풍)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고려아연)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는 내용이 되는데, 여기에 손자회사를 자회사로 간주하는 제342조의2 제3항이 같이 적용되면 SMC도 SMH와 마찬가지로 제369조 제3항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렇게 보면 최 회장 측이 경영권을 지켜낸 묘수처럼 보이지만, M&A 전문가들은 인위적으로 상호주를 만드는 행위의 위험성과 구조적 취약성을 잘 알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임시주주총회 전날 자신들의 지분을 넘겨 SMC가 영풍 주식 10.3%를 보유하도록 만들었는데, 이와 비슷하게 영풍 역시 자신이 가진 고려아연 주식 25.4%를 얼마든지 다른 회사에 넘길 수 있다. 그 순간 상호주 고리는 쉽게 깨진다. 더 큰 문제는 상호주 관계를 만드는 행위의 위험성이다.

인위적 ‘상호주 구조’ 행위의 위험성

영풍그룹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되어 있어, 소속 회사 간 상호출자(상호주)에 제약이 따른다. 특히 2014년 이후 신규 상호출자(공정거래법 제21조)와 순환출자(제22조)는 엄격히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제124조 제1항 제7호)에 처해질 수 있다. 최 회장 측이 급박한 상황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상호주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으나, 법률 위반의 범죄 행위를 쉽게 볼 것은 아니다.

또한 상호주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외국회사, 그것도 자회사(SMH)가 아닌 손자회사(SMC)를 활용한 점도 의아하다.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 및 이사진 책임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이는데, 역설적이게도 외국 손자회사를 이용함으로써 상법 제369조 제3항(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의 적용이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상법은 합명·합자·유한책임·주식·유한·외국회사 등 각각에 대해 별도 규정을 두고,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주식회사에 대해 우선 규정하며, 주식회사가 아닌 경우 필요한 조항만 준용하고 있다. 그런데 상호주 규정은 유한회사나 외국회사에는 준용하지 않고 있어, 외국법인이자 유한회사인 SMC에는 상호주 규정 적용이 쉽지 않다.

꼼수 또는 무리수의 결과

늦지 않게 지난 7일, 영풍이 신청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결과가 나왔다. 판결은 일부 인용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은 유효하나 상법 제369조 제3항에 근거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SMC가 주식회사에 해당하지 않아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했는데, SMC는 유한회사의 성격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써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상태에서 결의한 ‘집중투표제 도입(1-1호)’을 제외한 ‘이사 수 상한’, ‘액면분할’,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안건의 효력이 정지되었으며, 최 회장 측이 선임한 7명 이사의 직무도 정지되었다.

더 큰 변수는 3월 말 정기주주총회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어 새 이사진이 선임될 예정이고, 영풍-MBK 측은 이미 17명의 이사 후보를 주주 제안한 상태라 치열한 경영권 다툼이 예상된다.

연달아 이어진 꼼수와 그 결과

지난 7일 임시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 이후 양측은 빠르게 움직였다. 최 회장 측은 SMC가 보유하던 영풍 지분을 SMH로 옮겼다. 현물배당 형식을 빌렸지만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가처분 결과에도 불구하고, 영풍 주식 10.3%를 고려아연 계열사들이 돌아가면서 보유하게 되면 영풍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계속해서 제한할 수 있다는 전략이고, 충분히 예상되는 시나리오였다.

영풍-MBK 측도 미리 움직였다. 앞서 예상했던 전략대로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주식 25.4%를 신설법인인 YPC로 넘겼다. 그리고 YPC의 설립 등기 시점(3월 7일)으로 봤을 때 YPC의 주식 취득 시기는 SMH의 주식 취득 시기(3월 12일)보다 앞선다.

정기주주총회 기준일(2024년 12월 31일) 이후에 지분을 이전해도, 주주총회 의결권은 기준일 당시 보유 주주 영풍에게 그대로 인정된다. 반면 상호주 규정은 ‘주총 시점’에 실제 상호주 관계가 있는지 본다. 기준일에 영풍이 보유하던 고려아연 주식은 YPC로, 최 회장 측이 보유하던 영풍 주식은 SMH로 옮겨져 있어, 정기주총회에서는 상호주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므로 영풍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꼼수 같은 지분 이동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지분이 적은 측이 지분의 불리함을 뒤집으려는 시도에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편법은 성공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향후 법적 책임이 뒤따를 수도 있다.

(주)영풍과 고려아연의 CI.
(주)영풍과 고려아연의 CI.

경영권 분쟁은 결국 지분율 싸움

경영권 분쟁의 결과는 지분율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필자가 경험한 여러 분쟁 사례를 보면, 결국 지분율이 최대 관건이었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며, 과반 주주가 있으면 그 주주가, 없으면 최대주주가 사실상 회사의 주인이 된다. 이는 주식회사 제도와 자본시장의 핵심 원리다.

상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도 최대주주의 뜻에 따라 회사 의사가 결정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최대주주가 아닌 측은 경영권 다툼에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고, 지분율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무리한 방법까지 쓰게 된다. 이번 사건에서 양측이 공개매수나 유상증자로 지분 확보에 사활을 건 것도 같은 이유다.

다만 소유(주주)와 경영(이사)의 분리 또한 주식회사 제도를 지배하는 중요한 원칙이다. 주주 수가 많으면, 모든 주주의 의사를 경영에 직접 반영하기 어렵기에 이사를 선임해 대의하도록 한다. 이는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의제가 등장한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주주의 의지와 경영진의 판단이 충돌하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고, 결국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편이 경영권을 가진다.

이사회를 장악한다는 것은 이사 과반수가 내 편이라는 의미다. 이사 선임은 주주총회에서 이뤄지므로, ‘내 편’ 이사를 선임하려면 지분율이 필수 요건이 된다. 분쟁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 역시 기본으로 돌아가 ‘지분율을 높이는 것’이다.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이사)을 선임하면, 이들의 관계는 위임관계가 되는데, 위임인인 주주가 수임인인 경영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위임계약의 해지가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주주의 뜻대로 결정이 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기준 지분은 영풍-MBK 측 46.7%, 최 회장 측 우호 지분 39.16%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 격차라면 보통의 경영권 분쟁은 이미 종결됐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최 회장 측의 일련의 조치는 경영권 정상화를 지연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평가가 많다.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경영권 다툼, 구시대적 사고방식

과거에는 경영권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불법과 범죄가 난무하던 시절이 있었다. 달콤한 권력 욕심이 죄의식과 미래 리스크를 가려버린 것이다.

최 회장 측 역시 이미 자사주 공개매수 관련 업무상 배임, 유상증자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상호출자 구조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 위반과 배임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구시대적 방식으로 얻은 경영권은 오래가지 못한다. 법적 분쟁을 일으켜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결국 분쟁이 끝나면 법의 심판만 남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법을 지켜야 하고, 모든 제도 또한 법의 지배 아래에 있어야 한다. 기업의 주주와 경영진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불법으로 얻은 경영권은 형사처벌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글쓴이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겸 (주)위츠 대표이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 후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경세 파트너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부위원장, 단국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자문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라이선스 간편거래 플랫폼 위츠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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