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진이 직면하게 될 법률리스크
“경영권 방어가 회사 이익” 주장 위험 ‘현 경영진 이익 우선했다’고 볼 근거 돼 배임소지와 시장교란 소지도 시비거리 재원 있는지·임의적립금 전용도 논란 이사의무 위반·배임죄·시세조정 등 우려 상법 “회사 본질가치와 주주 이익을 보호”
지난달 13일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하 ‘MBK측’)이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가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의 주가가 66만원을 크게 상회하자 MBK측은 지난달 26일 공개매수 가격을 7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이에 대응해 고려아연은 지난 2일 주당 83만원에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MBK측은 즉각 동일 가격인 83만원으로 공개매수가를 맞추며 정면 승부에 돌입했다.
법정 공방 역시 치열하다. MBK측은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공시하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을 상대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최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에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취득 목적의 공개매수를 공시하자 MBK측은 다시 이 절차의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 안건 심의를 신청했는데, 만약 고려아연의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게 되면 회사의 해외 매각이 어려워져 MBK측의 투자금 회수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MBK측의 공개매수가 인상은 시장 상황에 따른 정상적인 가격 조정으로 보이나,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매입 결정은 법적 문제의 소지가 있다할 것이다. 대형 법무법인의 법률 검토를 거쳤을 것으로 추정되나, 고려아연 경영진이 직면할 수 있는 리스크와 잠재적 법률 쟁점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자사주 매입 금지를 위한 가처분의 반복 신청 가능성
MBK측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기 위해 두차례나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 적법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13일 첫 번째 가처분 신청은 MBK측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 중, 특별관계자인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신청에서 MBK측은 고려아연과 영풍이 ‘특별관계자’이므로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라 공개매수 기간 중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이 금지된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두 회사가 공개매수자와 특별관계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기각했다.
최근 제기된 두 번째 가처분 신청은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는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결의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관련 절차의 진행을 중지시켜 달라는 취지이다. 첫 번째 가처분 신청과는 다른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어, 법원에서 충분히 다툴 수 있는 사안으로 판단된다.
둘째,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자금 확보 여부와 배당가능이익 산정에 관한 쟁점
상법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만 자사주 취득을 허용하고 있어, 고려아연의 고가 자사주 매입이 이 한도를 초과한다면 위법한 행위가 될 수 있다. 또한, 충분한 자금 없이 고가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할 경우 ‘시장교란행위’로 간주될 위험도 있다.
고려아연은 2조6,635억원의 자사주 매집을 위해 1조5,000억원의 자기자금과 1조1,635억원의 차입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그러나 자기자금으로 제시된 1조5,000억원이 실제로는 어음이나 단기사채로 조달한 차입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나, 실질적인 재원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핵심 쟁점은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수 있는 ‘배당가능이익’의 규모인데, 고려아연은 배당가능이익이 6조원 이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MBK는 6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현저한 차이는 ‘임의적립금’ 항목의 해석에서 비롯된다. ‘임의적립금’은 회사 자금의 사외 유출을 방지하고 기업의 성장과 확장을 위해 적립하는 것으로, 배당가능이익을 특정 목적으로 유보한 것이다.
쟁점은 이 ‘임의적립금’을 자기주식 취득을 위한 ‘배당가능이익’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법원의 명확한 판례가 없어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고려아연이 그동안 기업의 성장과 확장을 목적으로 ‘임의적립금’을 축적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 된다. 특히 2024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주당 1만원 배당 요구에 대해 고려아연 경영진이 주당 5천원 배당만을 의결한 점을 감안하면, 사업 확장을 위해 배당을 줄이면서 동시에 대규모 자사주 매입해 소각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
셋째, 고가 자사주 매입이 주주 및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상법 제399조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이사회 결의에 의한 행위의 경우, 찬성한 이사뿐만 아니라 의사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이사도 책임을 질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가능이익을 감소시켜 단기적으로는 주주나 회사에 손해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저평가된 경우에 주가 하락 방지나 재무개선을 위해 실시되며, 주가 변동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고가의 자사주 매입은 회사에 상당한 손해를 끼칠 수 있고, 이는 자해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한편, 적정가격인지 고가인지에 대한 판단은 그 기준이 모호하여 결국 이사회의 경영판단 범위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배임죄 또한 유사한 부분이 있는데, 금전의 실제 이동이 있는 사기나 횡령과 달리 어떠한 행위가 회사에 궁극적으로 손해를 끼치는지를 판단해야 하므로 기준 설정이 어려울 수 있다.
고려아연의 고가 자사주 매입 후의 소각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이론상 주당가치는 소폭 증가하나 일반적으로 자사주 소각은 주주에게 특별히 손해도 큰 이익도 아니다. 반대로 회사의 입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으로 2조원 넘는 이익을 불태우는 것보다 아연 재료를 매입해 제련 후 이익을 내고 이를 현금배당으로 지급하는 것이 상식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주가도 상승할 것이고, 주주가치도 극대화될 수 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공개매수 종료 후 주가가 이전 수준으로 하락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손실이다. 고려아연 주가가 이전 시세인 55만원으로 하락한다면, 공개매수 가격 대비 약 40%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사회와 이사들의 결정은 선관주의 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 나아가 배임 혐의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83만원이라는 공개매수 가격이 고려아연의 역대 최고가라는 점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넷째,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목적 진정성
고려아연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밝혔으나, 실질적으로는 경영권 방어가 주된 목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취득이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지만, 이를 주목적으로 한 이사회 결의와 이사들의 행위는 의무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보다 현 경영진의 이익을 우선시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관계자가 “약탈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이 곧 회사의 이익”이라고 언급한 것은 자사주 매입의 실제 목적을 드러내는 위험한 발언이다. 이렇게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고가의 자사주 매입으로 인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면, 이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고려아연 이사회와 경영진은 자사주 매입 결정의 목적과 그 영향에 대해 신중한 고려를 한 후 판단했어야 했다.

다섯째, 시세조종 및 시장교란 가능성
고가의 자사주 매입 결정이 시세조종이나 시장교란에 해당하는지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는 현재 진행 중인 MBK측의 공개매수 기간 중에 진행하는 것으로 공시가 되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 즉 MBK측의 공개매수를 훼방하기 위해 고려아연의 주가를 MBK측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게 설정할 목적에서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이렇게 주가를 자의적으로 올리거나 내리거나 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76조에서 금지하는 시세조종행위에도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고려아연이 충분한 자금 확보 없이 고가 매입을 공시했다면 이는 시장교란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 고려아연은 2조6,635억원의 자사주 매집을 위해 1조5,000억원의 자기자금과 1조1,635억원의 차입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자기자금이 실제로 확보된 것인지, 아니면 단기 차입을 통해 마련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결정은 다양한 법률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배당가능이익의 해석, 이사의 의무 위반 여부, 배임죄 성립 가능성, 시세조종 및 시장교란 행위 해당 여부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사주 취득과 관련 법적 기준이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직접 적용을 받는 당사자는 죽을 맛일 수 있다. 특히 임의적립금의 사용 가능 범위, 고가 매입의 적법성 판단 기준, 경영권 방어 목적의 자사주 취득의 한계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해석이 법원에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법과 자본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리적 논쟁이나 해석의 정교함이 아니다. 핵심은 회사의 본질적 가치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등한시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의 해결 과정에서 기업 경영진과 법률 전문가들은 주주 가치 제고와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균형 잡힌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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