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훼손시킨 기업가치는
[임방진의 껍질 벗겨내는 회계] 2019년이후 사업보고서로 본 고려아연 수익성·재무건전성 악화, 뚜렷이 확인돼 순현금 2조5천억→24년6월 6681억원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지켜볼 필요 있어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는 ‘상당한 의문’ 최 회장, 이기더라도 경영권 내놔야할 처지 PEF, 기업지배구조와 밸류업 위한 역할해야
고려아연의 경영권분쟁이 정말 뜨겁다.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쩐의 전쟁’에 미디어는 연일 흥분하며 소식을 전하고 있고, 시시각각 양측의 주장과 반박, 공격과 대응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의 제련 기업이다. 한마디로 좋은 회사다. 필자는 수년 전에 1세대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의 동업과 2세대 최씨 일가의 세 아들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상당한 호감(?)으로 바라봤던 기업인지라, 지난 몇 년 간 흘러나오다 결국 폭발하게 된 경영권 분쟁이야기가 조금은 아쉽게 다가왔다.
영풍측 장씨 일가는 최씨 일가와 경영권 분쟁에서 밀리는 상황이 되자, MBK 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공개매수를 통해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면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계약까지 맺었다. 거래 규모 뿐 아니라 이러한 구조마저 한국에선 처음 있는 일 아닌가. 공개매수라는 전쟁을 선포하고, 상대방에 대한 비방에 가까운 폭로로 서로 공격하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양측을 보며, 이들의 주장을 좀 더 확인하고 싶어졌다.
MBK의 주장에 대한 팩트체크부터
우선 MBK는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수익성 악화를 주장했다. 이는 공시된 고려아연의 사업보고서 상 영업이익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영업이익율은 2019년 12%에서 2023년 6.8%로 감소했고, 이는 실제로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표로, 장기적인 위험을 의미할 수 있다.

MBK는 고려아연의 부채가 2019년 410억 원(리스부채 29억 원 포함)에서 2023년 1조 4,110억 원(리스부채 819억 원 포함)으로 급증했으며, 이로 인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었다고 주장한다. 이것도 사업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실제로 기업의 부채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은 재무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 부채 비율도 2019년 14.7%에서 2024년 반기말로 36.5%로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MBK는 2019년 고려아연의 ‘순현금’ 규모는 2조5,000억 원이었으나, 올해 말에는 기 예정된 현금지출이 모두 발생된다는 가정 아래 마이너스 440억 원의 순부채로 전환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2024년 반기말 현재 남은 ‘순현금’이 6,680억원인데, 하반기에 예정된 지출을 하고 나면 순부채로 바뀐다는 것이었다.
사업보고서를 추적해보면 2024년 반기말 연결 재무제표 상의 현금및현금성자산, 단기금융기관예치금과 단기투자자산을 합하여 현금성자산이라고 보고, 단기차입금, 유동성장기차입금, 유동성사채와 장기차입금을 차입금이라고 보면, 7,990억원이 된다. 여기에 주석을 찾아보니, MBK의 지적처럼 사용이 제한된 예금이 490억 원 정도 있으니 현금성자산에선 차감하고, 기타부채에 포함된 리스부채 819억 원은 차입금에 더한다면, MBK가 주장하는 고려아연의 2024년 반기말 현재 순현금 보유규모 7,990억 원- 490억 원- 819억 원 = 6,681억원은 확인된다. 2019년 2조 5천억원이 넘었던 순현금이 상당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채 증가의 원인이 신사업 투자라면 장기적인 수익성을 목표로 한 투자일 수 있으며, 초기 투자 단계에서는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MBK는 신사업이 수익성 확보에 실패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고려아연의 입장에서는 신사업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과정이라는 반론이 가능할 것이다.
어쨌거나, 고려아연의 본업인 제련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CAPEX(Capital expenditures: 미래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는 영업현금흐름을 통해 커버한다해도, Troika Drive라 부르는 신사업 투자에 필요한 자금은 대부분 차입을 통해 조달하므로 신사업에 12조 원 규모로 투자한 이후에는 부채비율이 현재보다 더 높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MBK는 이그니오홀딩스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도 문제삼고 있다. 2022년 중 당기순손실과 자본잠식상태인 회사를 6,000억 원에 가까운 엄청난 돈을 주고 샀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이그니오홀딩스뿐만 아니라 MCC NFT로부터 원료조달, 제품생산, 제품 판매에 필요한 전체 벨류체인을 인수해서, 고려아연의 기술력과 융합하여 저품위 원료를 조달해 소성품으로 만든 뒤 고품위 제품을 최종 판매하는 전체 싸이클을 지속적해서 발전시키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 비싸게 주고 산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2022년 7월 취득 당시 이그니오홀딩스의 순자산 공정가치는 아래와 같다.

이그니오홀딩스의 장부상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데, 지분을 매입할 때는 자산과 부채를 공정가치로 평가하게 되는 바, 2022년 7월 73.62%의 지분을 취득하는 시점에서 평가한 바로는 자산의 공정가치가 부채보다는 2,420억원 많았다. 이후 2022년 11월에 추가로 23.85%를 취득했고, 총 지급한 금액은 5,610억원에 달했다. 고려아연은 영업권으로 3,230억원 인식한 것으로 공시되어 있다.

MBK는 현재까지의 손실을 근거로 투자 실패를 주장하지만, 고려아연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사업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이러한 신사업 투자에 대한 평가는 투자 회수 기간과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전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니, 양측의 주장은 제각각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고 판단된다.
MBK의 최윤범 회장 체제하의 경영실패와 관련한 주장 중 필자의 관심을 가장 끄는 것은 ‘원아시아 파트너스 관련 투자’ 부분이다. MBK는 고려아연이 2019년 이후 투자한 38개의 투자건 중 대부분의 회사에서 누적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관련하여 에스엠엔터테인먼트나 타이드스퀘어 등의 사례를 들며 비효율적이고 나쁜 투자가 고려아연의 재무 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업보고서 상 타법인 출자현황 요약을 보니, 최근 들어 타법인에 대한 출자가 늘어났고, 관련한 평가손실도 상당한 듯 보인다.

2019년 이후 투자된 38개의 회사(사모펀드 포함)의 최근 사업연도 재무현황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회사도 26곳이었는데, MBK가 주장하는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한 에스엠엔터테인먼트나 타이드스퀘어에 대한 투자원금과 투자손익을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관련 사모펀드의 투자금이나 투자대상의 업종을 감안하면, 고려아연의 주업종과 핵심역량의 강화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고, 이러한 투자실행 단계에서 이사회의 충분한 검토와 견제가 있었는지는 의문을 가질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려아연 측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블라인드 펀드였고, 유한책임사원(LP)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구체적 투자내역에 대해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하바나 1호 펀드의 경우 1천억 원이 넘게 사실상 단독출자(지분율 99.82%)하면서, 그 투자내역은 알 수 없었다는 해명은 궁색하다.
지금까지 MBK가 공개매수를 선언하며 지적했던 현 경영진의 문제점을 검토해보았다. 그저 약탈적 기업사냥꾼의 억지 주장이라고 치부하기엔 반대논리가 쉽지 않다.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 최윤범 회장의 계산미스
최윤범 회장은 실수를 저질렀다. 장씨 일가와 갈라서기로 했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예상했어야 했다. 경영권분쟁의 시작과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런 저런 일들을 거치며 ‘이제 동업은 그만하자!’라고 양측은 선언했고, 그 전제하에 각자는 최선의 선택을 모색했다.
(주)영풍, 장씨 일가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되, 그 경영권을 최씨가 아닌 MBK에게 넘기기로 했고, 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한 후 몇 년간의 기업가치제고를 거쳐 매각을 도모할 것이다. 당연히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매각일 것이므로 공개매수와 이후 장씨 일가의 지분 추가 취득에 소요될 수조 원의 자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회수하여 큰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최윤범 회장의 선택은 어떨까? 정치적인 이슈화는 차치하고, 사실 그리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 보인다. 한화, LG, 현대차 그룹이 우호지분으로 이미 고려아연의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고는 있지만, 추가 지분 취득을 해서 최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세 그룹이 최윤범 회장쪽의 우호지분은 맞을까?
이들이 자기주식 맞교환 등으로 취득했던 고려아연의 지분이 최회장과의 친분을 위한 선택이었을까? 그렇기 보다는 신재생 에너지와 수소, 2차 전지소재, 자원순환이라는 고려아연의 신사업 Troika Drive와 이해 관계가 맞았기 때문은 아닐까?
다른 한편, 최회장이 MBK의 공개매수가 보다 높은 가격으로 대항공개매수를 하는 방안은 어떤가? 4천억 원 기업어음 발행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보유한 자금이 부족하다. 괜히 ‘쩐의 전쟁’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외국계 펀드에도 접촉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지만, 그럼 MBK를 ‘약탈적 기업사냥꾼’이라 부르며 비난하던 자신을 부인하는 셈이 된다.
가장 큰 딜레마는 백기사를 동원해서 경영권을 지키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경영권을 내놓아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경영권 분쟁 이후엔 주가가 공개매수이전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면 공개매수시의 가격과 이후 주가간 차이는 어떻게 만회할 수 있겠는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매각시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장씨 일가는 최씨 쪽에 경영권을 빼앗겼기에 과감하게 MBK에게 이런 기회를 줄 수 있었고, MBK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수성하고 있는 최 회장은 이런 전략을 구사할 수가 없다.
최윤범 회장의 두번째 실수는 한국 재벌그룹식 경영관행의 답습이 아닐까 싶다. 원아시아파트너스 관련 투자가 대표적이다. 고려아연이 표방하고 있는 Troika Drive 투자와는 별 관련도 없는 투자를 수천억 원씩 했다. 이러한 투자가 고려아연 핵심 기업가치 제고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더군다나, 투자는 실패했고, 고려아연은 손실을 계상했다.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훼손의 책임은 누가 지나?
적합한 절차를 거쳐 투자가 집행되었다는 고려아연 측의 설명도 미흡하다. 최고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이사회의 기능이 의문시되어 마땅하다. 이사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ESG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해서 기업지배구조를 고도화했다는 고려아연의 주장이 무색하다. 그런 점에서 MBK측이 주장하는 지배구조의 개선과 경영투명성 확보가 더욱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기업사냥꾼인 동시에 행동주의펀드로서의 사모펀드?
2004년 우리나라에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되고, 벌써 20년이 지났다. 도약기와 성장기를 거쳐 2020년 이후엔 팬데믹 유동성이 사모펀드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말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는 총 1,126개로 전년말(1,098개) 대비 28개 증가했고, 약정액은 136.4조원, 이행액은 98.9조원(약정액 대비 72.5%)으로 전년말 대비 각각 11.1조원(8.9%↑), 1.8조원(1.9%↑) 증가했다고 한다. 조(兆) 단위 빅딜에 당연스레 PEF 운용사가 주요 플레이어로 등장하는 등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당당히 자본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

어느 기관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사모펀드들이 인수한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이 전체 기업 평균을 웃돌고, 영업이익증가율 등 수익성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사모펀드들이 보통 5년 안팎의 기간 중에 이익실현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특성에 기인한다. Buyout PEF(Private Equity Fund)의 존재 이유 자체가 기업을 인수하여 경영권을 장악하고, 자산 구조조정 또는 경영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상승시킨 후 되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수한 기업의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하고, 경영 방식을 최적화하여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면, 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혁신적인 기술이나 경영 기법을 도입해,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의 전반적인 혁신을 유도할 수도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보통 5~7년 정도의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경영 관점보다는 비용 절감과 자산 매각에 집중할 수 있고, 이는 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지나치게 빠른 구조조정은 조직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 인수자금을 위해 레버리지(차입금)를 과도하게 사용하여 해당 기업에 큰 부채 부담을 안길 수 있다. MBK의 고려아연 인수를 반대하는 논리가 바로 이것들이다.
하지만, 이미 M&A 시장을 비롯한 자본시장에서 PEF는 조연이 아닌 주연 역할을 꿰찼다. 지난 날 재벌 기업들의 비핵심자산의 전략적 매각이나 구조조정 또는 유동성확보 필요성 차원에서 많은 거래에 조연으로 참여해왔다면, 이제는 경영권 분쟁의 주체로서 핵심역량 확보와 수익창출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 사례는 한국 기업(재벌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제3자(PEF)를 통해 개선 당하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으리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던 게 후진적이고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영관행이었다. 충분한 지분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회장’ 등으로 불리는 ‘오너’와 ‘오너일가’가 소수주주들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으로 회사를 운영해왔던 관행을 넘어서도록 하는 것이다.
MBK가 스스로를 ‘행동주의 펀드’라고 지칭하는 것만큼이나 ‘약탈적 기업사냥꾼’이라는 말이 어색한 이유다. 이 싸움의 승패뿐 아니라 이후의 전개가 기다려진다.
사족 한가지..
정치권인지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민기업인 고려아연을 지키자며, ‘고려아연 한주 갖기 운동’을 한다는 기사를 봤다. 과거 사례를 보면, 경영권 분쟁이 끝나면 이전 주가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 생각해보자. 고려아연을 지키자며 주식을 현재 시가인 70만원에 샀다치자. 누구의 승리로 끝나든 경영권분쟁은 끝날 것이고, 주가는 다시 분쟁 이전 수준인 50만원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그럼, 평가손익 20만원은 누가 보전해줄까?
물론, 필자는 세계 1위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의 주가가 언젠가는 100만원도 넘어서리라 믿는다. 하지만, 국채보상운동이나 전국민 금 모으기 운동 같은 발상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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