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박근태의 자동차와 사회] 기후위기 대응과 자동차산업 전환② 탈탄소·친환경 노력과 정책 강화해야 부품사 대형화해야...연구개발 우대도 녹색 일자리 위한 노조·사회 노력도

벤츠의 최첨단 자동차 공장.
벤츠의 최첨단 자동차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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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생산, 대량 소비’라는 현대사회의 기본 운영 원리를 만들어 냈던 자동차산업의 전환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전환이 되길 바라면서 지난 1년 동안 여러 주제를 다뤄 왔다. 근본적인 시각에서 지금 중요한 것들을 짚어 보고자 지난 달 칼럼에서는 “진단과 전망”을 다루었고, 이번 달 칼럼에서는 “대응 방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재생에너지가 가장 중요하다

디트로이트가 대표적인 자동차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산업에 유리한 조건을 잘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시간 주의 광대한 삼림지역은 초기 자동차 차체의 주재료였던 목재를 공급하기 유리했고, 인근 미네소타는 풍부한 철광석 산지이다. 디트로이트에는 기계와 중공업도 발달했고, 철도망과 호수, 이리운하로 제품 운송에도 유리했다.

수력을 이용하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공장입지 조건은 풍부한 수력이었고,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되면서 비로소 공장은 이런 장소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시대 가장 중요한 산업입지 조건은 무엇일까? 바로 풍부한 재생에너지이다. 제조업을 계속 발전시키고 싶다면 중앙 및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재생에너지를 풍부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활동에는 에너지가 소모된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과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에너지시스템의 전환이다.

전 영역에서 탈탄소 노력해야

자동차의 전생애주기(차량 수명 주기+연료 수명 주기)에서 탄소 중립이 필요하다. 우선 생애 주기 동안 탄소 배출과 환경 부담이 적은 ‘친환경’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전기자동차는 배기가스를 내뿜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환경에 해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 제품 생산에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는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더 많다. 온실가스를 비롯해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고전압 배터리가 대용량으로 장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을 위해서는 고전압 배터리 용량을 적정 수준으로 제한해야 하는데, 오히려 차량에 장착되는 고전압 배터리 용량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항속거리 증대 경쟁과 차량 대형화 경향 때문이다. 충분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서 차량에 장착되는 고전압 배터리 용량을 줄이고, 이에 따른 전기자동차 가격 인하로 전기자동차 확산을 촉진해야 한다.

다음으로 제품의 생산도 ‘친환경적’으로 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BMW는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친환경차인 i3(배터리 전기자동차)와 i8(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 카)를 생산하면서 공정 혁신으로 공업용수 사용을 70퍼센트 줄였고, 에너지 사용 또한 50퍼센트 절감했다. 그리고 자체 풍력발전에서 얻은 에너지만으로 생산했다. BMW는 제품만이 아니라 생산에서도 탄소 배출과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여 ‘친환경성 극대화’에 진정성을 보여주었던 것이다.(박근태, 2023: 7장)

한국에서는 기아가 올 해부터, 현대자동차는 26년부터 전기자동차 전용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다. 전기자동차 전용공장답게 생산도 ‘친환경적’으로 하는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제품의 사용도 ‘친환경적’이 되도록- 탄소 배출과 환경 부담이 줄어들도록 해야 한다. 전기자동차의 친환경성은 잠재적 가능성일 뿐이고, 전기자동차라는 제품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전력 발전 구성과 충전 인프라, 자동차 사용 패턴 등 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시스템과 교통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재구축해야하고, 대중교통시스템을 편리하게 발전시켜 개인 교통량을 줄여야한다. 전기자동차도 환경에 덜 해로운 방식으로 사용해야 한다. 자동차 세제도 기후위기 대응에 적합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박근태, 2023.10.11.). 내연기관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것만으로 자동차에 의한 환경오염이 해결되지 않는다.

부품사 대형화하고 역량 강화해야

전기자동차 확산과 내연기관차 감소로 내연기관 부품사 위주로 고용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해 우려가 있어왔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국내 생산이 축소되고, 생산기술이 발전하면 내연기관 부품사가 아니더라도 고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2, 3차 부품사들을 통합해 대형화하고 생존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강한 구조적 위계성과 원하청 불공정 거래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문제이다.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고, 앞서 살펴 본 것처럼 자동차산업 전환 과정을 거치면서 부품사의 완성사에 대한 의존성이 심화되고 위계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본질적 해법은 결과적 현상인 원하청 ‘불공정 거래’ 자체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부품사, 특히 2, 3차 부품사의 역량을 강화해 원하청 사이 격차를 축소하고 ‘불공정 거래’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중소 규모인 2, 3차 부품사들을 통합해 대형화하고 공급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

완성사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품사도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고, 따라서 앞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이 기본 납품 조건이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생산 축소와 같은 외부 충격에 버틸 수 있는 생존 역량을 갖춰야 하고, 연구개발 능력을 비롯해 산업 전환 대응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부품사의 대형화는 필수 조건이다. 현재 중소 부품사의 조건으로는 원하청 ‘불공정 거래’ 개선이나 정부 지원으로 추가 이익이나 재원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연구개발 능력을 비롯한 생존/전환 역량을 갖추기는 어렵다.

비교적 여건이 좋은 자동차산업에서도 기업 규모에 따라 보상과 노동조건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권을 보장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부품사의 대형화가 필요하다. 구직자들에게 눈높이를 낮출 것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중소 부품사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우대 방안과 공적 연구기관 필요

자동차산업은 다시 제품 혁신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산업 유동기로 접어들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은 미래자동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자체 역량도 상당하고 정책적 지원도 집중되고 있는 완성사의 연구개발 인력 확보보다 중소 부품사의 연구개발 인력 확보에 사회적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급여 및 복지 등 보상, 근무 여건, 고용안정성 및 장기 경력 전망, 사업장 소재지 등 모든 면에서 구직자들이 부품사 연구소보다 완성사 연구소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만회할 우대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아울러 자동차 회사들의 상품성 확보 노력과 별개로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차 기술을 개발하고, 개발된 기술을 공유하는 공적 연구기관이 필요하다. 거점 국립대학이 이를 위한 유력한 자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연구개발 일자리는 자동차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해외 생산 증가나 국내 생산 감소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일자리이다.

정비업체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부품사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정비이다. 전기자동차는 물론 내연기관차도 전장화 비중이 커지면서 고가 장비 없이 작업자의 숙련으로 진단하고 정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 내구 품질의 향상으로 정비 필요성도 줄어들고 있고, 모듈화로 인해 소규모업체에서 정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살펴 본 것처럼 기가캐스팅 적용이 확대되면 해당 부위는 정비업체에서 수리하기 어렵다.

소규모 업체를 중심으로 이미 어려운 상황에 접어들었고,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정비 수요가 대폭 줄어들어 정비업계의 존속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약 70%의 정비 업체가 관련 기술 및 시장 정보 부족, 예산과 장비, 시설 부족으로 미래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정비업체 재직자에게 교육훈련을 제공하여 미래자동차 정비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하고, 소규모 업체 통‧폐합 등을 통한 대형화와 미래자동차 전용 정비 시설 확충 등 역량 확보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자금 지원 등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 2023).

자동차산업 관련 녹색 일자리 만들어야

전기자동차의 확산에 따라 주유 관련 일자리는 줄어들겠지만, 대신 충전 관련 일자리 즉, 충전설비 제조, 설치, 운영 및 보수 관련 일자리는 늘어날 것이다. 또한 고전압 배터리 재순환 관련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의 재순환은 크게 재제조,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나누어진다. 재제조는 고전압 배터리를 수리해 다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로 사용하는 것이며, 재사용은 전기자동차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떨어진 고전압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 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재사용도 할 수 없게 된 고전압 배터리는 재활용해 원소재를 추출한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재활용은 배터리 생산에 따른 환경 영향을 줄일 뿐 아니라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박근태, 2023: 9장)

그림.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순환 출처= 박근태, 2023: 그림 9-11
그림.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순환 출처= 박근태, 2023: 그림 9-11

이런 충전 및 재순환 관련 일자리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전 지역에 고르게 분포되는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배터리 재순환 및 충전설비 제조는 광역별로, 충전설비 설치, 운영 및 보수 관련 일자리는 지역별로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산업 전환에 따라 늘어나게 될 일자리를 좋은 녹색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노동조합과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업장에서도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기후위기는 지구적인 현상이고 따라서 대응도 당연히 개별 기업을 넘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초기업적 대응에 대한 강조가 기업 수준 대응의 중요성을 가려서는 안 된다. 국가적 대응, 산업적 대응이 중요하지만, 산업 내 경제활동의 기본 주체는 기업이므로 사업장에서도 탄소중립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기업 활동 전반(scope 1, 2, 3)에 대한 전주기 평가에서 탄소 중립/저감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기업의 전주기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를 지원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

그림. 스코프(scope) 1, 2, 3
그림. 스코프(scope) 1, 2, 3

탄소배출 감축, 에너지 절약,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자원 순환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 구성원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임직원을 상대로 기후위기 대응 및 산업전환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기후위기에 취약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기술적 수단도 필요하지만, 근본 해결책은 인류 삶의 양식이 변하는 것이다. 교육만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실천 활동을 통해 자각하고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동차산업 전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참여한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국민연금 개혁안을 도출했다. 그런데 왜 기후위기 대응과 자동차산업 전환에 대해서는 이런 사회적 논의가 없는가? 기후위기 대응과 자동차산업 전환은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노사정 모두의 과제이므로 이를 논의하고 주도할 사회적 기구가 필요하다.

아울러 지역 차원에서도 협의기구가 필요하다. “①국내 중대형상용차 생산거점으로 상용차 생산량 감소에 따른 위기대응, ②미래형 상용차로 산업전환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 및 사회적 합의안 도출, ③전북도내 중대형상용차 산업 30주년(2024년)을 맞이하여 공유된 비전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추진계획 수립”을 목적으로 “①편향되지 않은 협의체 구성을 위해 노사정 균일 참여, ②상용차산업 노사정 대표성 확보, ③상용차산업 관련 지자체‧기업‧노동조합으로 구성, ④실질적인 대안발굴 및 사업화 지원을 위해 전문기관 참여”라는 방향으로 구성되어 활동을 시작한 전북 상용차산업 혁신전략 추진단은 아주 중요한 사례이다.

중앙 정부와 다른 지역정부도 이런 노사정 협의를 구축해 지혜를 모으고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자동차산업은 놀라운 발전으로 세계적으로 주목 받아 왔다. 최근 들어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가 더 커지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한국자동차산업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전환의 모범이 되길 소망한다.

<주요 참고 자료>

박근태. 2023. 『전기자동차가 다시 왔다?! -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지성사.

박근태. 2024. “한국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한국노총 중앙연구원 공동 주최 “자동차산업과 에너지산업 전환에 있어 정의로운 전환의 모색” 포럼 발표문.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 2023. 『2022년 자동차산업 인력현황 조사분석(2023.4 발행)』.

글쓴이

박근태 자동차 칼럼니스트

박근태는 ‘전기자동차가 다시 왔다?!’의 저자다. 20년 넘게 자동차회사 연구소에서 자동차 개발 업무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로봇 태권 V’보다 노동조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남양본부장,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노사관계학(석사)과 경영학(박사)을 공부했고, 독립연구자로 자동차산업과 노동, 노사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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