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캐즘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박근태의 ‘자동차와 사회’] 전기차 가격 낮추기와 사회적 대책 필요 신기술 적용에 따른 고용 문제 발생 현대차 노사, ‘정의로운 전환’ 앞장서야

그림5. 지난 2023년 5월16일 테슬라의 주주총회에서 개선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테슬라 사이버트럭 시제품 앞에서 걷는 장면이 공개됐다.
그림5. 지난 2023년 5월16일 테슬라의 주주총회에서 개선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테슬라 사이버트럭 시제품 앞에서 걷는 장면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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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내 언론에서도 현재 겪고 있는 전기자동차 판매 성장 둔화를 ‘캐즘(chasm)’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 되었다. 캐즘에 대해 이야기한 지난 칼럼(전기자동차, 이번에도 거품일까?)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난해 국내 언론이 보여준 전기자동차 대세론에 대한 의심은 과도한 것이었다.

국내 언론이 상황을 과하게 판단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판매가 계속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역성장한 국내 상황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전동화와 자동차산업 전환을 바라보는 국내 언론들의 인식이 깊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국내 언론의 보도는 주요 완성차 기업들의 전동화 계획 후퇴에 머물고 캐즘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기자동차 캐즘을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상황이라 이번 칼럼에서는 이 주제를 다룬다.

왜 전기자동차 캐즘을 돌파하기 위해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가?

전기자동차 판매 확산에서 캐즘이 발생하는 이유는 조기 수용자(early adopters)와 전기 다수 수용자(early majority) 사이에 신제품 수용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그림 1).

조기 수용자는 혁신제품을 통해 남보다 앞서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선구자로, 기술 자체보다는 혁신기술이나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가격에 덜 민감하다. 전기자동차를 예로 들면, 혁신 수용자와 조기 수용자는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전기자동차를 운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전기 다수 수용자는 실용주의자로 구매할 때 복수의 대안을 고려하며, 저렴한 가격에 검증된 품질의 제품을 사기 위해 이전 확산단계에서 입증된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전기자동차의 성능이 입증되고 도로에 충전소가 충분히 보급된다면 사겠다”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이들 다수의 선택은 하이브리드차이다.

이번 전기자동차 확산은 소비자나 자동차산업의 필요가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것이며, 기후위기 대응과 자국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주요 국가 정부의 정책에 의해 강제되어 왔다. 전기자동차가 시장 논리에 의해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확산되길 기다릴 수 없는 이유이다. 전기자동차 확산을 위해 이 계곡을 신속하게 건너야 한다. 그것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으로.

<그림1: 무어의 기술수용주기 모형>

출처: Moore, G. A. 2014. Crossing the Chasm. 3rd ed.
출처: Moore, G. A. 2014. Crossing the Chasm. 3rd ed.

고전압 배터리 가격 낮추기

일부 정부 사용 차량을 제외하면, 결국 차를 사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소비자이다. 따라서 전기자동차가 다수 소비자들에게 실용적인,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재 전기자동차 확산에 가장 큰 장애 요인은 충전 인프라 미비와 높은 차량 가격이다.

그래서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자동차 가격을 낮추기 위한 자동차 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어 왔다. 먼저 전기자동차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30~40%)을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들을 살펴보자.

우선 셀 차원 원가 절감을 살펴보면, 셀 소재 개선, 셀 용량 증대, 제조 기술 개선을 통한 원가 절감 노력이 진행되어 왔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2020년 말 배터리 데이에서 셀 디자인 개선으로 14%, 제조공정 개선으로 18%, 음극재 개선 5%, 양극재 개선 12% 등 셀 원가를 50% 가량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중국 배터리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LFP 배터리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다음으로 기본적으로 셀–모듈–팩으로 단계적으로 구성되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시스템에서 모듈을 생략하고 셀에서 바로 팩을 구성하는 셀 투 팩(Cell to Pack)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BYD의 블레이드(blade) 배터리이다.

셀 투 팩에서 더 나아가 셀을 차량에 직접 장착하는 셀 투 바디(Cell to Body)가 등장하기도 했다. 테슬라는 2020년 배터리 데이에서 배터리 팩을 센터 플로어와 통합해 센터 플로어를 배터리 팩의 윗면으로 활용하는, 배터리 팩을 차체에 통합하는 셀 투 바디 개념 또한 제시했고(그림 2), 이 개념을 기가 텍사스에서 만들어지는 모델 Y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치열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고전압 배터리 가격은 기대만큼 빨리 낮아지지 않고 있다. 기술적 어려움도 크지만, 수요가 증가할수록 원자재 가격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림2. 테슬라 셀 투 바디(Cell to Body) 개념 출처: Tesla
그림2. 테슬라 셀 투 바디(Cell to Body) 개념 출처: Tesla

기가캐스팅- 차체 생산 비용 낮추기

고전압 배터리 비용을 낮추는 것과 병행해 차량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전개되고 있다. 이 역시 테슬라가 선도하고 있다.

테슬라는 차체 생산공정에 기가캐스팅을 도입해 기존 프론트/리어 언더바디에 필요한 부품 수를 171개에서 단 2개로 줄이고, 부품 연결을 위해 필요한 용접점도 1600개 이상 줄였다(그림 3). 생산 공정도 기존 프론트/리어 언더바디 생산 공정에는 각각 14개의 스테이션과 약 300대의 로봇이 필요했으나, 이를 각각 하나의 대형 캐스팅 공정으로 단순화시켰다.

기가캐스팅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소재의 가격은 철강 등 기존 소재에 비해 비싸지만, 생산 공정이 단순화되면서 부품 기준 생산단가는 약 40% 더 저렴할 것으로 추정된다. 볼보와 토요타 같은 다른 완성사에서도 기가캐스팅을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도 2026년 양산 적용을 목표로 올 7월에 하이퍼캐스팅 공장을 착공한다.

그림3. 테슬라 모델 3 차체 생산에 기가캐스팅 적용
그림3. 테슬라 모델 3 차체 생산에 기가캐스팅 적용

테슬라 Unboxed Process - 차량 조립 비용 낮추기

완성차 공장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은 최종조립라인-의장공장이다. 차량 조립은 무겁고, 크고, 특수한 부품이 많고, 조립 방식이 변칙적이고, 부드러운 부품도 많기 때문에 자동화가 어렵다. 무리한 자동화는 복잡한 로봇이나 기구가 필요해 비용이 더 들고, 고장에 의한 라인 정지 시간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작업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자동화에 적합한 구조로 제품 설계를 변경해야 해서 디자인 등 상품성 저하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미 1980년대 유럽과 1990년대 일본에서 차량 조립 공정의 고도 자동화가 시도되었으나 실패하였고, 테슬라도 ‘생산지옥’을 경험한 바 있다. 거의 완전 자동화되어 있는 차체공장과 달리 현재 의장공장의 자동화율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테슬라는 이 의장공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Unboxed Process’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완성된 차체에 부품을 장착하는 전통적인 직렬 조립 방식과 달리, 이 방식은 개방된 공간에서 대(大)모듈 단위로 조립하기 때문에 자동화가 용이하며, 병렬 생산이라 차량을 제작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리드타임)을 극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테슬라에 의하면, 생산 라인의 설치 면적을 40% 이상 줄일 수 있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전기자동차 양산 공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 방식이 성공하면 제조 원가를 3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의장부품까지 장착된 대모듈들을 어떻게 품질 저하 없이 결합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림4. 테슬라의 Unboxed Process 영상.
그림4. 테슬라의 Unboxed Process 영상.

휴먼노이드로 노동자 대체

기존 자동차 생산 공정의 기본 구조를 바뀌는 것과 별개로 자동차 회사들은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를 생산라인에 투입해 인건비를 줄이고 생산 속도와 가동률을 높여 생산성을 혁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그림 5). 테슬라의 목표대로 휴머노이드 한 대 가격이 2만달러이면 휴머노이드가 노동자 한 사람을 대체하는 비용은 연간 1만3천달러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의 구상처럼 최종조립라인이 Unboxed Process로 변경되고 휴머노이드가 투입된다면 의장공장의 자동화 수준도 대폭 높아질 것이다.

전기자동차 캐즘 극복 관련 사회적인 고민

가트너는 완성사가 제품 설계와 함께 생산방식을 파괴적으로 혁신함에 따라 향후 몇 년 동안 전기자동차 생산 비용은 배터리 비용보다 훨씬 빠르게 하락해, 2027년까지 차세대 전기자동차 생산 비용이 평균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저렴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전기자동차 가격을 낮춰 내연기관차와 가격 동등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들은 적지 않은 사회적 고민들을 제기한다.

고전압 배터리 용량

현재 진행 중인 교통수단 전동화의 근본 목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전기자동차에 장착되는 고전압 배터리의 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고전압 배터리의 용량을 줄이면 차량 가격만이 아니라 중량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원료 채취부터 고전압 배터리 제작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 가스와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주행 중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도로 마모도 줄어든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반대로 고전압 배터리의 용량 증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더 긴 항속거리를 원하고 자동차 회사들이 이를 상품성으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매되는 전기자동차의 고전압 배터리 용량을 줄이는 것은 자동차 회사의 노력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공공 교통을 발달시켜 자가용 이동, 특히 장거리 이동의 필요성을 줄여야 하고, 무엇보다 충전 편의를 제고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동방식, 자가용 이용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기가캐스팅

테슬라에서 시작해 다른 완성사로 확산되고 있는 기가캐스팅으로 만들어지는 프론트/리어 언더바디는 일체형이라 일부만 손상돼도 전체를 교환해야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수리비와 자원 낭비가 증가하고, 대형 정비공장에서만 수리가 가능해진다.

2021년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은 수리비 증가를 우려하며 기가캐스팅 공법을 도입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가트너는 2027년까지 전기자동차 차체 및 배터리 중대사고 수리비용이 평균 3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더욱 직접적인 문제는 프론트/리어 언더바디 제작에 필요한 부품을 만드는 기존 부품 업체들의 물량이 소멸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전동화로 인한 생산 축소와 고용 불안은 주로 내연기관 부품사 위주로 제기되어 왔고, 차체 부품사들은 자동차의 동력기관 유형과 무관한, 무풍지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기가캐스팅은 자동차의 동력기관 유형과 무관하게 내연기관차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내연기관 부품사들보다 일부 차체 부품사들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조립라인 자동화

기가캐스팅 확산은 일부 차체 부품사들에서 고용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지만, 이미 높은 수준으로 자동화가 되어 있는 완성차 차체공장에서 고용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Unboxed Process나 휴먼노이드 투입처럼 의장공장의 자동화 수준을 높이는 시도들은 부품사가 아니라 완성사에서 고용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 대응과 자동차산업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교통수단의 전동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자동차 관련해서 살펴보면, 주요 국가의 자동차산업 정책에 따라 현지 생산이 증가하고, 수출이 감소할 것이다. 또한 국내 인구가 감소하면 소비자가 줄고, 교통시스템이 대중교통 위주로 재편되면 자가용의 효용이 줄어 구매 동기도 감소할 것이다. 여기에 소득 양극화와 자동차 가격 인상이 더해지면 국내 자동차 판매도 줄어들 것이다. 결국 수출과 내수가 동반 감소해서 국내 자동차생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산업은 이에 대비하고 적응해야 한다.

가장 먼저 제기될 문제는 역시 고용이다. 국내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2017년 375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이미 감소 추세가 시작되었지만, 자동차산업의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이기 때문에 자동차산업의 고용 감소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지금까지 기본이었던 ‘물량 확보를 통한 고용 안정’은 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이에 따른 소득 감소를 보완할 사회복지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자동차산업을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고 적응하는 자동차산업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사회적 과제이고, 노사정 모두의 책임이다. 기후위기 대응보다 녹색 성장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에 더 관심 있는 정부와 구두선으로라도 ‘정의로운 전환’에 동의한 바 없는 기업들도 문제이지만, 정의로운 전환을 주장하는 노동조합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더 많은 성과급과 정년연장이 전부가 아니다. 역량 있고 경영 상황이 좋은 현대차그룹과 노동조합들이 앞장서야 한다.

글쓴이

박근태 자동차 칼럼니스트

박근태는 ‘전기자동차가 다시 왔다?!’의 저자다. 20년 넘게 자동차회사 연구소에서 자동차 개발 업무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로봇 태권 V’보다 노동조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남양본부장,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노사관계학(석사)과 경영학(박사)을 공부했고, 독립연구자로 자동차산업과 노동, 노사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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