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제대로 봐야한다②
[박근태의 자동차와 사회] 전기차 화재 피해 줄일 방안 강구를 배터리 용량 적정수준 제한해야 인증제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전기차 예방진단을 발전시켜야
①편에 이어
근거 없는 과장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전기자동차 화재의 위험을 축소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확한 근거에 기반해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전기자동차 화재와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그와 관련해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자.
충전율을 제한해야 하나?
충격적인 청라 벤츠 전기자동차 화재 이후 전기자동차 충전율 강제 제한, 지하 주차장 진입 금지, 충전 시설 지상 이전 등 즉흥적인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현재는 전기자동차 충전율 강제 제한 주장은 약해졌지만, 배터리 충전 상태가 낮으면 화재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전기자동차 배터리 충전 상태(SoC)가 50% 미만이면 열 폭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어진다. 그래서 국제 해양 규칙(international maritime rules)은 전기자동차는 충전율(SOC) 30% 이하 상태로 수송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립소방연구원 실험에서도 충전율 차이에 따라 열 폭주가 전이되는 시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충전율이 낮을수록 전이되는 시간은 지연되며, 충전율이 상당히 낮은 수준일 경우 자체 소화될 수 있다. (국립소방연구원, 2023)
그렇다면 전기자동차 충전율을 강제로 제한해야할까?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충전 범위는 배터리 셀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가 각각 설정한 마진을 제외한 상태로 제한된다는 점과 충전율을 강제로 제한했을 때 사용자가 겪게 될 불편을 고려하면 강제 제한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장거리 주행을 앞두고서는 완충하더라도 장거리 주행을 하지 않는 일상에서는 사용자 스스로 충전율을 낮춰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전기자동차를 수송할 때는 안전을 위해 충전율을 대폭 제한해야 한다.
충전기에 과충전 방지 장치를 달아야 하나?
전기자동차 충전율 강제 제한과 달리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충전기에 과충전 방지 장치를 달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기차 구동용 배터리 시스템에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있다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진 상식이 되었다. BMS는 셀 단위까지 실시간으로 진단하면서 충전을 제어하고, 과충전을 방지한다. 자동차 외부인 충전기에 장착되어 전기차 내부인 배터리 시스템에 설치된 BMS보다 더 정확하게 배터리를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는 장치를 누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게다가 충전기는 특정 차종 전용이 아니라 범용이어야 한다.
물론 BMS의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 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충전기에 설치하겠다는 과충전 방지 장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나 더 붙인다고 더 안전해지지 않는다.
전고체 전지를 기다려야 할까?
전해질도 액체가 아니라 고체를 사용하는 전고체 전지는 화재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에 유리하다. 그러나 대량 생산이 어렵고, 상용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상용화되어도 고가일 것이다. 급속 충전도 어렵다. 심각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고체 전지가 전기자동차에 장착될 수 있을 때까지 전동화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
<리튬이온전지와 전고체전지 비교>

그렇다면 전기자동차 화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당연히 배터리 제조사와 자동차 회사에서 더 안전한 배터리와 더 안전한 전기자동차를 만들어야 하지만, 이들만이 아니라 사회의 노력도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터리 용량을 적정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전기자동차에 장착되는 구동용 고전압 배터리 용량을 적정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자동차는 본성상,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차량이 아니(었)다. 그래서 자동차산업 초기는 물론 현대에 와서도 전기자동차의 전형은 항속거리가 제한된 도심형 차였다. 그런데 테슬라가 항속거리가 긴 전기자동차를 양산해 이를 뒤집었고, 항속거리 경쟁이 시작되었다. 항속거리 경쟁은 당연히 구동용 고전압 배터리 용량 증대로 이어졌다.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배터리 셀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극 소재의 니켈 함량을 높이는, 이른바 high-nickel이 추구되었다. 니켈 함량이 높아지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지만, 열적 안정성은 낮아진다.
둘째, 더 많은 배터리 셀을 장착하는 것이다. 장착 공간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더 많은 배터리 셀을 장착하려면 더 밀집시켜야 한다. 더 많은 배터리 셀이 더 밀집하는 것은 당연히 셀의 발화 가능성과 셀 간 전이 가능성을 높이고, 진화도 어렵게 한다.
이제 항속거리 경쟁을 멈추고, 자동차에 장착되는 구동용 고전압 배터리 용량을 적정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 그래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과 중량, 원가의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배터리 용량 제한은 전기자동차 원가 측면에서도 유리하고,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전동화, 본래 목적에도 부합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칼럼으로 다룬 바 있다.)
전기자동차의 항속거리 열위는 더 많은 배터리 용량이 아니라 충전 인프라로 보완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 전용 도로에 태양광 발전과 충전시설을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 항속거리가 아주 중요한 사용자들을 위해서는 항속거리 연장형 전기자동차(EREV)를 보급할 수도 있다.
배터리 인증제,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구동용 고전압 배터리는 성능과 안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전기자동차의 심장이다. 당연히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인증해야 하고, 내년 2월 시행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차량총중량 4.5톤 이하 자동차에 대해서는 다음 표와 같이 시험하고 합격 여부를 판정하게 되어 있다.

전기자동차에 장착되는 것은 배터리 팩이기 때문에 이런 시험들은 배터리 팩을 대상으로 수행된다. 그러나 배터리 팩만 한정해 안전성 시험을 거치는 것은 ‘반쪽짜리 인증제’이고, 배터리 셀 단위, 모듈 단위에서의 정밀검사와 관련 인증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더 효과적으로 안전 확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증제를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일부의 오해와 달리 인증제 때문에 소비자 권리가 제약되지는 않는다. 이미 칼럼에서 썼듯이 인증과 최종 책임은 완성사의 ‘천형’이다. 배터리를 포함해 차에 결함이 있으면 판매한 완성사에 책임을 물으면 된다. 배터리 회사가 아니라.
예방진단을 발전시켜야 한다
발생한 화재에 잘 대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화재를 예방하는 것이다. BMS 진단 데이터를 차량 외부에 축적해 빅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화재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예방진단을 발전시켜야 한다. 예방진단 결과, 필요하면 배터리 정밀 진단, 부분 수리, 교체로 이어지는 프로세스와 정비 망을 정립해야한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도 부분 수리와 교체가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셀 투 바디(Cell to Body)와 같은 방식은 곤란하다.
소방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리튬 이온 전지는 화재 시 산소, 고온, 가연성 물질이 자체 공급되므로 진화하기 어렵다. 살수로 온도를 낮추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구동용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장착되므로 기존 스프링클러처럼 위에서 아래로 살수하는 것보다 차 아래에서 위로 살수하는 것이 유리하다. 전기자동차용 소화 장비를 갖춰야 한다.
화재 진압의 어려움을 이유로 전기자동차의 지하 주차를 제한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전기자동차 이용을 대단히 어렵게 하는 것으로 무리한 방안이다. 그리고 야외 주차보다 실내 주차가 화재 조짐 및 발생 탐지와 조기 대응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기에 유리하다. 주차 중 화재 발생 건수는 내연기관차가 더 많다. 전기자동차의 지하 주차를 막을 게 아니라 지하 주차장에 적합한 소화 시설과 장비를 갖춰야 한다.
이번 여름에도 절감했듯이 기후위기 대응과 이를 위한 교통수단의 전동화를 늦춰서는 안 된다. 전기자동차 화재, 과장도 축소도 바람직하지 않다. 올바른 근거에 기반한 사회적 공론화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한 관련 전문가들의 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주요 참고 자료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 2023. [전기자동차 화재대응 가이드].
최아영‧이수호‧박태희‧김형식. 2021. 전기자동차와 가솔린자동차의 실물화재 비교 분석. [한국방재학회 논문집], 21(6), 119-124.
Kang, S., Kwon, M., Choi, J. Y., & Choi, S. 2023. Full-scale fire testing of battery electric vehicles. Applied Energy, 332, 12049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