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 중인가
[박근태의 자동차와 사회] 기후위기 대응과 자동차산업 전환① 육상교통, 온실가스 배출 줄이고 있나 자율주행차는 온실가스 배출 ‘부채질’ 인구감소, 수출감소로 ‘생산 감소’ 예상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지난 해 6월 15일 <더 칼럼니스트>에 첫 칼럼을 게재한 후 어느덧 1년이 지나 이제 열 번째 칼럼을 쓰게 되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라는 현대사회의 기본 운영 원리를 만들어 냈던 자동차산업의 전환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전환이 되길 바라면서 그 동안 여러 주제를 다뤄 왔다. 이제 근본적인 시각에서 지금 중요한 것들을 두 번에 나누어 짚어 보고자 한다. 먼저 진단과 전망이다.
①자동차산업의 진단과 전망
과연 ‘쌍둥이 전환’일까?
현재 진행 중인 산업 전환을 가장 간결하게, 그리고 편리하게 나타내는 표현이 바로 ‘쌍둥이 전환’이다. 녹색(green) 전환과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정확한 표현일까? 녹색 전환과 디지털 전환이 동급일까? 녹색 전환은 ‘인류 생존’의 문제이고, 디지털 전환은 ‘성장과 편의’의 문제인데? 당연히 녹색 전환이 디지털 전환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하다. 녹색 전환은 절박하지만, 디지털 전환은 절박하지 않고, 필연도 아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실에서는 우선순위가 뒤집혀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실패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기대와 달리 인류의 기후위기 대응은 실패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관측치 기준 지난해 전 지구 지표면 평균기온은 산업화(1850~1900년) 이전보다 1.45℃가량 높아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올해는 상승폭이 1.5℃를 넘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그림 1 참조).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은 현대 사회의 기본 운영원리로 자리 잡은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이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대량 생산이 본격화된 세계 2차 대전 종전을 기점으로 급속하게 증가해 왔다(그림 2 참조). 그리고 2020년 놀라운 탄소 배출 저감을 보라. 2020년 4월 코로나-19 절정일 때 각국의 봉쇄조치로 화석연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17%나 줄었다. 주요 기관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은 4.2~7.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ERA, 2020: 3). 아무런 시스템 변화나 신기술 추가 적용 없이 인간 활동의 축소만으로 이루어진 결과이다.

교통부문은 어떨까? 첫 칼럼에서 쓴 것처럼 전체 온실가스 연평균 증가율은 2000~2009년 2.1%에서 2010~2019년 1.3%로 감소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차지하는 교통 부문에서는 2010년과 2019년 사이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이 약 2%로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특히 교통 부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육상 교통 부문은 온실가스 비중이 급속하게 증가해 2019년 기준 69%에 이른다(그림 3 참조).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교통 부문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코로나-19 본격 유행 전인 2019년 약 8.5Gt에서 2020년 7Gt으로 감소했지만(IEA, 2021: 131), 2021년(7.6Gt)과 2022년(7.9Gt)에는 다시 증가했다(IEA, 2023b: 198).

AI의 또 다른 이름, 기후 악당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고 경외하지만, 그것이 동반하는 문제는 잘 부각되지 않는다. AI는 많은 전력을 소모하고, 탄소배출량도 많으며, 냉각수도 많이 소비한다. 한마디로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한다. 2026년까지 AI가 글로벌 전력 수요의 3~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3년 약 3테라와트시(TWh)였던 미국의 생성형 AI 전력 수요가 2030년에는 652TWh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는 미국 총 전력 수요의 약 25%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이미지 하나를 만들려면 스마트폰을 완전히 충전하는 정도의 전기가 소요된다. Chat GPT 3와 같은 거대언어모델을 훈련하는 데는 약 5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이는 뉴욕에서 런던으로 600번 비행할 때 나오는 양이다.
또 다른 연구 논문에 의하면, Chat GPT를 한 번 사용할 때 25~50개의 문답이 오간다고 가정하면 냉각수 500㎖가 소비되며, GPT 3를 훈련시키는 데만 미국 데이터센터 기준으로 물 70만ℓ가 소비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율주행 차량은 어떨까?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 그에 따라 AI 컴퓨터의 연산 횟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작동시키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다. 고도 자동화 단계인 ‘레벨 4’와 ‘레벨 5’의 자율주행 차량은 특히 그러하다. 이제 우리는 자율주행의 기술적 가능성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물어야 한다. 인류에게 자율주행차가 꼭 필요한가?
생산과 소비의 축소, 그리고 기술 발전
기후위기는 지구의 위기가 아니라 인류 생존의 위기일 뿐이며,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류의 ‘과잉 생산, 과잉 소비’가 만들어 ‘인공현상’이다. 따라서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인류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풍요’를 누리는 집단을 줄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한 사람이 누리는 ‘풍요’를 줄이는 것이다. 불평등에 기반해 일부만 풍요를 누리는 방식은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지만, 전체 인구 규모의 자연스러운 감소는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다. 이와 함께 1인당 ‘풍요’도 줄여가야 한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로 삶의 수준을 높여온 현대인들이 이를 줄이는 것은 대단히 고통스럽고, 쉽지 않다. 따라서 기술적 해결책이 필요하지만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어느 하나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기후위기 대응과 자동차 생산의 축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교통수단의 전동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통수단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과 관련해서 살펴보면, 주요 국가의 자동차산업 정책에 따라 현지 생산이 증가하고,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IRA, EU의 핵심원자재법, 프랑스의 전기자동차 보조금 제도 개편 등 선진 시장에서 현지 생산 전기자동차를 우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을 뿐 아니라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도 자국 자동차산업 육성정책을 펴고 있다. 주요 국가에서 ‘녹색 성장’의 일환으로 자국의 친환경차 생산을 확대하려는 것이고, 이런 ‘근접 생산, 근접 소비’는 환경 부담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명분이 있어, 보호무역이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해외 생산이 증가하고, 수출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2023)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자동차생산은 414만대, 이중 내수는 144만대, 수출은 270만대로 추정된다. 국내 생산 자동차의 2/3 정도가 수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정의 변화가 없다면 수출 감소로 국내 자동차 생산이 상당히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국내 자동차 판매도 줄어들 것이다. 우선 국내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는 2017년 375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이미 감소 추세가 시작된 상황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40년까지 생산가능인구는 정점 대비 약 1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길은선, 2023).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노동력 공급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소득, 따라서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계획대로 교통시스템이 대중교통 위주로 재편되면 자가용의 효용이 줄어 구매 동기도 감소한다. 여기에 소득 양극화와 자동차 가격 인상이 더해지면 국내 자동차 판매도 더 줄어들 것이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감소는 국내 자동차 생산을 줄일 것이고, 이제 한국자동차산업은 생산의 확대가 아니라 축소를 대비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 보면 이는 바람직한 일이다.
자동차산업의 일자리 변화
자동차산업의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이기 때문에 자동차산업의 일자리 변화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자동차산업 전환과 관련해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이다: 생산량 변화, 제품 변화, 생산 기술 발전이다.
첫째, 생산량이 줄어들면, 다른 사정의 변화가 없다면 전체적으로 생산 관련 일자리는 줄어든다.
둘째, 미래자동차(전기자동차/SDV)로의 제품 변화는 차별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연기관 관련 일자리는 줄어들겠지만, 모터와 배터리, 소프트웨어 관련 일자리는 늘어날 것이다.
셋째, 생산 기술의 발전에 따른 영향도 차별적이다. 지난 칼럼에서 살펴본 대로 기가캐스팅은 관련 차체 부품사의 물량을 소멸시키며, 테슬라의 unboxed process 같은 최종조립 방식 변경은 완성차 최종조립에 필요한 노동력을 줄인다. 인간을 닮은 로봇인 휴머노이드의 목적은 당연히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다.
다수의 우려와 달리 자동차 제조업에서 심각한 고용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자동차 제조업 인력 구조를 볼 때, 10년내 은퇴자들이 많아서 고용의 자연 감소는 2025년 8만 명, 2030년 13만 3천 명, 2035년 16만 명에 이를 것인데, 이는 전기자동차 확대 및 내연기관차 축소로 인한 노동수요의 감소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길은선, 2023).
그러나 이런 주장은 해당 기업이 계속 생존하거나 기업 간 노동력 이동이 자유로울 때만 타당하다. 해당 기업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발생하고 기업 간 노동력 이동이 자유롭지 않으면 전체적인 노동수요와 노동공급을 분석하는 것으로는 실제 현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필요 노동력 감소보다 자연 감소 인원이 많고 빠른데도 고용 대란이 우려되는 것은 기업 생존과 일자리, 즉 노동의 생존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분리하면 해결할 수 있다.
기본적인 분리 방안은 두 가지이다. 첫째, 기업 간 노동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 둘째, 부품사를 통합, 대형화해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 정부의 노동전환은 전자에 초점을 둔 것이지만, 내부 노동시장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과 바람직한 산업 생태계 재구성을 고려하면 후자가 더 타당한 방안이다.
생존 기업이라도 지금까지 기본이었던 ‘물량 확보를 통한 고용 안정’은 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다. 이제 한국자동차산업은 생산의 확대가 아니라 축소를 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지금 해야 할 중요과제를 살펴보겠다.
<주요 참고 자료>
길은선. 2023. “산업구조전환으로 인한 고용 전망 시 고려할 요인들”. 『지역 산업과 고용』 봄호-산업·일자리 전환. 한국고용정보원.
박근태. 2023. “이동의 필요는 줄이고, 이동 경험의 만족은 높여야 한다”. [대담한 대화] “기후 위기, 교통 시스템의 대안은?”(2023.8.15.). 사전 원고.
박근태. 2024. “한국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한국노총 중앙연구원 공동 주최 “자동차산업과 에너지산업 전환에 있어 정의로운 전환의 모색” 포럼 발표문.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 2023. 『2022년 자동차산업 인력현황 조사분석(2023.4 발행)』.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2023. “2023년 자동차산업 평가 및 2024년 전망”.
ERA. 2020. Fostering the railway sector through the European Green Deal.
IEA. 2021. Net Zero by 2050 – A Roadmap for the Global Energy Sector.
IEA. 2023a. CO2 Emissionsin 2022.
IEA. 2023b. Net Zero Roadmap_A Global Pathway to Keep the 1.5C Goal in Reach-2023 Update.
IPCC, 2022: Climate Change 2022: Mitigation of Climate Change. Contribution of Working Group III to the Sixth Assessment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P.R. Shukla, J. Skea, R. Slade, A. Al Khourdajie, R. van Diemen, D. McCollum, M. Pathak, S. Some, P. Vyas, R. Fradera, M. Belkacemi, A. Hasija, G. Lisboa, S. Luz, J. Malley, (eds.)].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UK and New York, NY, USA. doi: 10.1017/9781009157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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