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핵전쟁 위기: 러시아 아닌 美네오콘

[이해영의 이성과 우상] 러 전략핵시설 공격과 ’반사적 통제‘ 우크라는 왜 러 핵시설 공격했을까 러시아의 핵공격을 유도하는 걸까 미 네오콘, 위험한 장난 펼치고 있어

지난 2022년 러시아 아르한겔스크주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시험 발사되는 사르맛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지난 2022년 러시아 아르한겔스크주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시험 발사되는 사르맛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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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핵공격을 유도하려는 의도?

최근 여러 언론에서 쿠바위기가 재소환되는 이유는 지난 5월 하순 우크라이나 군사총국(GUR)이 러시아의 핵심 ICBM 조기경보시스템인 보로네즈(Voronezh-DM)형 레이더 기지를 공격한 때문이었다. (1960년대 쿠바 미사일위기의 전말은 서방의 프로파간다와 매우 다르다. 당시 미국이 튀르키예에 배치한 쥬피터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적 대응이 쿠바핵배치였다)

사건 직후 세계의 군사전문가들이 잠시나마 일제히 얼어붙는 일이 발생했다. 러시아의 핵사용 관련 법규상 러시아 정부 및 군의 핵심 핵관련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보복조치 즉 핵사용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일간신문 <키이우 인디펜던트(Kyiv Independent)>지(紙) 역시 러시아 흑해연안 크라스노다르 변경주 아르마비르(Armavir)와 전장으로부터 자그만치 1800㎞ 떨어진 카자흐스탄국경 인근 오르스크(Orsk)의 레이더 시설을 공격했다고 확인하고 있다(아래 지도상 왼쪽 하단 두 곳)

그림1. 러시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탐지 레이더시설
그림1. 러시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탐지 레이더시설
그림2. '키이우 인디펜던트'지의 5월 27일자 보도
그림2. ‘키이우 인디펜던트’지의 5월 27일자 보도

<그림 3>에서 보듯 아르마비르 ICBM 조기경보 레이더시설은 일정한 피해가 확인된다. 이런 시설이 러시아 전역 10군데가 있는데 그 중 두 곳이 공격받은 것이다. ICBM 레이더는 전략적 핵시설에 해당된다. 그런데 레이더의 탐지 방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레이더의 조사방향은 모두 현 전장과는 무관한 남쪽 방향이다. 그렇다면 우크라 군비밀정보국은 왜 여기를 공격했을까?

그림 3. 아르마비르 레이더 기지의 피해상황
그림 3. 아르마비르 레이더 기지의 피해상황

각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이 사건과 관련 여러 해석을 제시한 바 있는데, 정황상 6월 15~16일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이른바 스위스 평화정상회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다. 이미 헌법상 임기가 만료된, 하지만 계엄을 핑계로 자의적으로 임기를 연장한 젤렌스키 측은 전세계 160개국에 이 회의 초청장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 대상에서 러시아는 제외되었다.

현재 중국은 불참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리고 브라질도, 남아공도, 인도도, 사우디도 불참하고, 서방의 호주는 장애인보험부 장관이 참석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바이든이 헐리우드의 모금행사에 참석하고 대신 부통령을 보내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 회의에서 논의될 소위 젤렌스키 평화안의 핵심내용은 러시아의 ‘즉각, 무조건 항복’이다. 젤렌스키의 원래 직업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지 싶다.

사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되질 않는다. 즉 작전을 수행한 것은 사실상 미국과 나토(NATO)라는 말이다. 때문에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볼 때 최근 레이더 기지 공격은 러시아의 실제 핵사용 의지를 테스트한 ‘간보기 공격’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스위스정상회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러시아의 핵공격을 “유도”해, 러시아의 침략성을 국제적으로 부각하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러시아가 쿠바 하바나에 핵잠수함을 보낸 것에서 보듯이 러시아의 대응은 서방이 기대하는 선제적 전술 핵사용보다는 우선 이란, 시리아, 북한, 베네수엘라 등 ‘우방국‘에 첨단무기를 제공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네오콘의 경거망동한 핵장난

<그림 4>는 미(美) 네오콘 <전쟁연구소(ISW)>의 5월 6일자 정세평가 보고서의 일부다. 미국 군산복합체가 대규모로 지원하는 이 전쟁연구소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신적’ 사령부라 할 만하다. 그 이사장이 미국의 ‘네오콘 성가정(Holy Family)’의 둘째 며느리 킴벌리 케이건이다. 이 연구소가 제공하는 내러티브는 전쟁의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서방의 핵심 엘리트는 거의 모두 이 보고서에 의해 “정신교육(?)”을 받고있다 해도 과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연구소는 점증하는 핵위기를 러시아의 ‘반사적 통제(reflexive control)’로 해석한다. 1960년대 냉전시기 러시아 심리학자 르페브르의 개념을 가져와, 러시아의 핵무력 과시는 언제나 하던 협박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즉 핵위협은 서방지도자의 정책결정을 자신들에 유리하게 변경하기 위한 공갈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서방의 뿌리깊은 ‘루소포비아’의 표현이다. 반사적 통제론은 20세기 초 러시아제국 시기 러시아 군의 ‘마스키로프카(maskirovka; 가면, 가장)’의 현대적 형태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나쁜‘ 러시아는 언제나 거짓말로 ’착한‘ 서방을 위협, 협박해 왔으니, 푸틴의 핵사용 주장 역시 현재의 ‘하이브리드 전쟁’의 일환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전쟁론』을 쓴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3/4은 안개속”이라고 쓴 바 있다. 인간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불확실성은 전쟁의 본질적 구성요소이다. 이 불확실성은 한편으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져 전쟁의 억제요인이 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 똑같은 불확실성이 전쟁 모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불확실성이라는 “전쟁의 안개”를 네오콘은 냉전기 심리학 이론 즉 ‘반사적 통제’ 개념을 통해 자의적 확실성으로 대체하고 있다. 아마추어 매파들의 이런 논리에 빙의된 서방 지도자 중 일부는 러시아 핵사용은 공갈에 불과한 것이니 러시아 본토에 대한 서방 미사일 공격을 허용한 바 있다.

‘병자궤도야(兵者詭道也; 전쟁은 곧 속이는 일이다)라고 말한 이는 손자다. 그렇다면 손자도 ‘반사적 통제‘를 그것도 2500년 전에 주장했다는 말일까. 미 네오콘의 대단히 무책임하고, 극도로 위험하며 또 냉전적인 사고방식은 상대방의 의지를 과소평가함으로써 전쟁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미 네오콘의 내러티브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영속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 전 영국총리 보리스 존슨은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게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곧 “서방패권(Western Hegemony)”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패권을 연장하기 위한 전쟁이다. 이를 위해 핵사용도 불사한다는 말이다.

그림 4. 전쟁연구소(ISW)의 5월 6일자 전황보고서
그림 4. 전쟁연구소(ISW)의 5월 6일자 전황보고서
글쓴이

이해영 한신대 교수

이해영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마부룩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이후 한신대학교 계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신대 부총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1세기한국정치학회 이사, 국제지역학회 부회장을 지냈고, 현재 (사)한국안보통상학회 회장, 시민단체인 <국가國歌만들기시민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서양 정치사상과 국제 정치경제 전공자로서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의 사상을 강의하며, 국제통상, 한미 관계도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지정학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람시와 하버마스: 시민사회, 생활세계 그리고 정치』(독문)를 썼다. 지은 책으로 『임정, 거절당한 정부』 『안익태 케이스』, 『낯선 식민지, 한미 FTA』,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독일통합 10년의 정치경제학』,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등이 있으며 『한미 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 『1980년대 혁명의 시대』 등에 공저자 및 편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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