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일본, 한국은 이제 ‘프리미엄’이야!

[양소희의 일본을 보는 젊은 시각] 일본속 한류와 케이팝 인기 어느 정도? 일본 2030세대에게 직접 물어보니 “일본내 주류문화 된 것 인정한다” “한국 혼혈” 밝히면 인기 올라가기도

일본 도쿄의 한류거리 신오쿠보에서 일본 젊은이들이 한국 길거리 치즈 핫도그를 먹으며 즐거워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한류거리 신오쿠보에서 일본 젊은이들이 한국 길거리 치즈 핫도그를 먹으며 즐거워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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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K-팝)’이라는 장르가 한류를 이끄는 대표주자로 자리 잡은 것도 20여 년이 되어간다. 이 분야 관계자들은 아이돌을 데뷔시킬 때 자연스럽게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며, 영어나 일본어 곡을 동시에 발매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 됐다.

‘겨울연가’로 시작됐던 한류는 드라마에 멈추지 않고 음악으로 퍼져 나갔다. 동방신기와 보아, 소녀시대, 카라, 트와이스, 방탄소년단을 거치며, 일본인들에게 하나의 ‘패키지 상품’처럼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그 가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수가 소속된 회사에서 새로운 후배가 나올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팬이 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일본 야후 파이낸스에서 빠르게 보도되는 케이팝 관련 뉴스들
일본 야후 파이낸스에서 빠르게 보도되는 케이팝 관련 뉴스들

반대로 한국에서도 최근 일본 가수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내한 공연 빈도수가 올라가고 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일본을 강타했던 ‘시티팝’이 각종 드라마에서 리메이크되면서 한국 2030세대의 정서를 자극했고, 여기에 애니메이션 인기로 인한 ost 인기 상승 등으로 ‘요아소비’나 ‘오피셜히게단디즘’ 등 곡 기획부터 작사, 작곡을 한 번에 하는 밴드 그룹들도 주목받고 있다.

4차 한류가 널리 퍼지는 지금, 일본 2030세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3세 여성 카나오(가명), 26세 여성 코토미(가명), 26세 남성 하야시(가명), 29세 남성 쇼타에게 물어봤다.

미국 루미네이트 스포트라이트가 발표한 2023년 자료. 전 세계에서 케이팝 아티스트 YTD(Year to date)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일본이다.
미국 루미네이트 스포트라이트가 발표한 2023년 자료. 전 세계에서 케이팝 아티스트 YTD(Year to date)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일본이다.

’한국’ 단어가 주는 프리미엄 효과

한류나 케이팝에 대한 인지도를 물었을 때 인터뷰에 응한 여성들은 모두 “당연히 알고 있고, 관심도 많다”며 최근 데뷔한 아이돌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카나오 씨와 코토미 씨는 “한국에서 인기가 많으면 대부분 일본에서도 자연스레 인기를 얻는다”며 “예전에는 블랙핑크와 트와이스를 좋아했고 현재는 아이브와 르세라핌, 뉴진스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카나오 씨는 “카카오톡도 사용중이고, 블랙핑크의 후배 베이비몬스터가 나오는 데뷔 전 다큐멘터리까지 모두 챙겨봤다”며 “한국에 대한 소식들은 잘 챙겨보는 편”이라 했다. 코토미 씨는 “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까지 케이팝을 가장 많이 들었고 취업을 한 지금은 가볍게 듣는 정도”라며 “요즘 노래는 그냥 가볍게 듣고,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를 더 자주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 아이돌 스트레이키즈 멤버 필릭스를 배경화면으로 해놓은 카나오씨
한국 아이돌 스트레이키즈 멤버 필릭스를 배경화면으로 해놓은 카나오씨

최근 일본내 한국 관련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기 시작한 시점에 대해서는 공통으로 ‘코로나때’를 꼽았다. 코로나19로 자유로운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콘텐츠로만 한국을 접했고, 그래서 ‘직접 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나 ‘따라하고 싶다’는 마음을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것. 여기에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가 뛰어들어 언어, 시간적 장벽이 사라지며 콘텐츠 노출 기회는 더 늘었다.

이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쿄 신오쿠보 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거나, 중국인만 많구나! 하는 인식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고 느껴진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신오쿠보에서는 단순 아이돌 굿즈를 파는 가게뿐 아니라 한식당이 전반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치킨 한 마리에 4만 원 가까이 하지만 줄 서서 기다리는 광경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두 사람은 “드라마에 나왔던 그 음식을 먹어보고, 그 패션을 따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쌓여 최근에는 ‘한국’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이미지가 하나의 브랜드가 된 거 같다”고 설명했다. 카나오 씨는 “일본 인플루언서들 중에서는 한국 전용 콘텐츠를 전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늘었고, ‘한국 혼혈’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오히려 인기가 올라가는 경우도 꽤 있다”며 “그렇게 밝히면 ‘그래서 그렇게 피부가 좋고 예뻤구나’ 등의 댓글이 늘어난다”라고도 전했다.

“한국에서 인정받는다니 대단!”

케이팝 아이돌그룹에서 일본 출신이 활약하며 인기를 얻는 점도 이들의 모방 심리를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토미 씨는 “일본인 멤버가 있는 그룹은 일단 응원하게 된다”며 “이들이 케이팝을 선도하는 구성원으로서 유명해지는 것을 보면 같은 일본인으로서 인정받는 기분이 든다”고 설명했다. 일본 가수가 한국에서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뿌듯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례로 최근 여러 인기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요아소비’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며 챌린지가 활성화되고 콘서트, 음악 방송 출연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친구들끼리 요아소비가 한국 음악 방송에 출연한 것을 두고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다니!’라며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는 일본에서 유학 생활 중인 한국인들도 느끼고 있다. 와세다 대학에서 유학 중인 예은 씨(23)는 “학교에서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 친해지고 싶어 하는 대만, 일본인 여자 친구들이 꽤 있다”며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는 이 시기에 일본에 와서 한류의 힘을 많이 실감한다”고 전했다.

日 남성들은 ‘아직’…일본 가수 충성도 높아

한류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여성들에 비해 일본 남성들은 아직 미지근한 모습이다.

20대 중후반에 직장을 다니고 있는 하야시와 쇼타 씨에게 알고 있는 한류 콘텐츠를 물어보자 겨울연가와 쉬리, 카라와 소녀시대라는 단어가 나왔다. 이마저도 직접 찾아본 것들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것들이다. 물론 대학 재학 중인, 연령대가 약간 낮은 남성들의 경우 최근 아이돌들 중 일명 ‘최애’ 정도는 있었지만 반응하는 온도가 같은 나이대 여성들과는 사뭇 달랐다.

두 사람 모두 “케이팝이 인기가 많은 것은 알지만, 노래나 가수를 찾아서 들어본 적은 없다”라고 답했다. 다만 “일본 유튜브 인기 음악을 자동 재생시키면, 일본 차트인데도 한국 노래가 꽤 있는 것을 종종 느낀다”며 “좋다고 생각했던 노래들이 꽤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한류나 케이팝에 대한 이미지를 묻자 ‘어려 보인다’고 답했다. 쇼타 씨는 “주변 여자 친구들이 워낙 좋아하다 보니 종종 이야기를 듣는데, 사진을 보여줄 때마다 젊고 어리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라며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인기 밴드그룹 '오피셜히게단디즘' 멤버의 공식 트위터
일본 인기 밴드그룹 ‘오피셜히게단디즘’ 멤버의 공식 트위터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묻자 이들은 모두 오피셜히게단디즘과 백 넘버 등 일본의 연차가 있는 밴드 그룹을 꼽았다. 혹은 ‘귀멸의 칼날’과 같은 유명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른 가수들을 언급했다.

하야시 씨는 “내가 좋아하는 일본 가수들은 모두 밴드그룹이고 작사와 작곡을 모두 담당한다”라며 “사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굳이 가수 한 명 한 명을 찾아볼 여유는 없다 보니 노래만으로 그 가수를 알게 되는데, 작사 작곡을 그룹이 담당하며 그 세계관이 이어지거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일본 가수들의 특징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코로나때 케이팝 인기 급등...지금은 주류문화化

트위터 이용 비율이 전세계 2위 국가인 만큼, 이들의 트위터 소통이나 마케팅이 활발한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쇼타 씨는 “한국 아이돌의 무대를 보면 멋지다고 느끼는데, 역으로 소속사가 만들어준 느낌이랄까 그런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정제된 느낌을 받는다”라며 “개인적으로는 좀 더 날 것의 느낌을 좋아하기에 일본 밴드그룹을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젊거나 외모가 뛰어나지 않아도 노래를 잘 부르면 인기가 많아지는 거 같다”며 “예를 들어 오피셜히게단디즘이라는 남성 밴드 그룹은 보컬이 은행원 출신인데, 이런 서사도 마음에 든다”라고 부연했다.

케이팝이 인기가 많고, 현지에서도 유명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여성들처럼 응원하거나 따라 하고 싶은 마음에 그들을 찾아보는 모습은 덜한 셈이다.

다만 이들은 입을 모아 “일본 어디를 가도 케이팝이 흘러나온다”라며 이전보다 주류 문화가 됐다는 점은 인정했다. 또 노출 빈도가 높아지는 것을 두고 “아마 지금의 10대들에게 케이팝이나 한류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도 훨씬 더 주류문화로 여겨지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쓴이

양소희 프리랜서 기자

양소희는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 후 기자 생활을 하던 중 고등학생 때부터 꿈꿔왔던 일본 생활을 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일본인 남편을 만난 후 도쿄에 완전히 정착해 프리랜서 기자 생활과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이슈에 대한 현지인들의 '진짜' 생각을 한국에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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