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형 같아”...미국을 보는 일본 젊은이들 시선
[양소희의 일본을 보는 젊은 시각] 옛 플라자합의후 위축된 일본의 위상 “인정” “일본은 확실한 미국 편”이라며 만족감도 ‘큰 형’에 불만 있어도 다시는 도전하지 않아 기시다 총리에 실망...급격한 개혁 원치않아
“미국과 긴밀한 관계 계속 유지해야”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제일 좋을 것 같다.” 일본 2030들에게 미일관계 속 일본의 행보를 묻자 이같은 답이 나왔다. 다소 무기력해보이는 듯한 답변에 이유를 묻자 “지금은 국내 정세가 더 중요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더라도 일본은 이미 미국에게 중요한 나라”라는 답이 돌아왔다.
러시아와 중국, 북한과 한국이 자리잡고 있는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이 전통적 미국의 우방국인 점은 이미 기정화된 사실이다. 일본은 미국 주도 아래 호주, 인도와 함께 중국 및 북한 견제를 위한 연합체 쿼드(QUAD)에 가입돼 있으며 정례 연합공중훈련 콥 노스 등을 진행중이다. 이 중 쿼드는 수년 전부터 한국 가입이 언급됐으나 일본이 연합체 내 기존 입지를 염려해 거절의사를 밝혔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1980년대 미국과 경제 분야 충돌이 심해지며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플라자 합의로 일본이 침체된 이후부터는 미국에 다소 순종적인 이미지로 변했다. 인터뷰를 했던 일본인들 모두 1990년대생이기에 해당 시기를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당시 일본의 위세를 동경하며 궁금해하는 반응도 종종 나왔다.
2024년 일본 젊은이들은 미국에 대한 일본의 태도에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일본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있는 현지인들을 인터뷰하며 이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미국은 덤비면 안되는 ‘큰 형’ 같아”
인터뷰에 응했던 일본인 쇼마(가명)씨는 “이길 수 없다면 순종해야 한다”며 “동북아시아 내 미국과의 최우방국 관계가 국제적으로 일본의 입김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한 쇼마 씨는 특히 쿼드 연합체를 강조했다. 쿼드는 2004년 남아시아 대지진 구호 및 지원 논의 당시 결성된 연합체로 사실상 미중 분쟁에서 미국이 ‘편모으기’를 위해 결성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을 거치며 외교장관 회의가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쿼드 플러스(+)라며 한국과 뉴질랜드, 베트남 등도 언급됐지만 공식 참여국은 아닌 상황이다.
그는 “유럽이나 캐나다야 미국과 워낙 긴밀한 관계니 차지하고서라도 호주, 인도, 일본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있는 것 자체가 동북아 지역 일본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셈”이라며 “이런 입지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뷰 참가자 켄타(가명) 씨는 “솔직히 말하면, 일본은 대중 노선이나 대북 노선이 비슷한 위치에 있는 한국보다 명확한 편”이라며 “이런 이유로 미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도 적어도 한국보다는 더 대등한 위치에서 확실히 미국과 같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덜 눈치본다’는 이야기다.
인터뷰에 응했던 또 다른 일본인 료(가명)씨 역시 “미국 입장에서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우방국을 만든다면 좀 더 명확한 입장을 표하는 국가가 좋지 않겠느냐”며 “일본이 이런 부분에서는 잘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략적 모호성을 취했던 한국에 비해 일본은 명확한 외교전략을 편 것이 더 나았다는 생각인 듯했다.
다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미국 때문에 일본 경제 침체가 시작됐다’는 생각과 ‘일본이 미군의 잠재적 기지 같다’는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켄타 씨는 “플라자합의를 기점으로 일본은 황금기가 꺾였다”며 “더 이상 일본은 미국과 대등한 관계가 되지 못할 것”이라며 실망감을 표했다. 미국의 압력으로 2015년 국내법이 바뀌고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 것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지만 그리 맘에 들진 않는다”는 내색을 보였다.
켄타 씨는 “마치 큰 형 같다”며 “어릴 때 크게 싸우다가 형과 몸싸움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완전히 지고 나서는 두 번 다시 형한테 덤비지 않는다”고 비유했다. 그가 “지금도 형과 사소하게 의견충돌을 할 때는 있지만, 뭔가 본능적으로 그 때 기억이 나면서 숙이는 게 일미 관계와 비슷하지 않느냐”고 언급하자 함께 있던 쇼마 씨 역시 동의했다.
“대미 관계보다 일본 내부 수습이 우선”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세계 여러 국가들이 트럼프, 바이든 캠프에 각각 접촉하며 줄타기를 하는 가운데 일본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묻자 “아무것도 안 해도 반은 간다”는 답이 공통적으로 돌아왔다.
쇼마 씨는 “트럼프, 바이든 중 누가 당선될지 예측이 어려운 가운데, 일본 내부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조차 연임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라며 “어차피 미국은 일본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는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료 씨는 “양쪽으로 다 접촉하는 투트랙이 최선이긴 하다”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입지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기시다 총리 연임에 대해서는 일본 젊은이들은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신년에 이시카와 지진 대처 당시에는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도 오르고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는데, 기시다파 해산 명령 이후로는 여론이 완전히 뒤집어졌다”고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 쇼마 씨는 “자유민주당(자민당)에서 네 번째로 컸던 기시다파가 해산되면서 내부지지세력에 타격이 크게 갔고, 아베파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기시다 총리의 입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개혁 움직임을 좋게만 보진 않아
또래 사이에서 기시다 정부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를 묻자 “정책의 안정적 추진 의지와 강한 실천 의지, 적어도 국민에게 나쁜 정책을 고의적으로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서도 “증세 안경(増税 メガネ)인 건 싫었다”라고 답했다. 증세 안경은 기시다 정부가 과세 비율을 높여온 정책행보를 의미한다. 켄타 씨는 “갑자기 폭탄발언을 하는 것도 싫다”며 “이번 기시다파 해산도 같은 맥락에서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비자금 스캔들’을 계기로 일본 집권 자민당이 내부 파벌을 해산하는 정치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급격한 변화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묵인하지 않고 즉각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긍정적인 면모가 아니냐고 묻자 “국민을 대상으로 봤을 때는 옳지만, 결과적으로는 선거권을 가진 지지자들을 없애는 결과를 낳았고, 당내나 여론에 혼란을 가져오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이같은 맥락에서는 개혁 의지를 강조해도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인 특유의 안정희구 심리는 2030 젊은 시대들도 여전하구나 하는 인상이 들었던 인터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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