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부실 처방, 아파트 선분양 비율 줄이자

[김남수가 본 불로소득 자본주의] 브릿지론 LTV 초과대출 없애는 한편 본PF는 시공사 아닌 담보가치 기준으로 주거용 부동산에는 선분양 비율 낮춰DI PF위기가 가계 부담으로 전이되지 않게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8일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공사장 앞에서 태영건설의 임금체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8일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공사장 앞에서 태영건설의 임금체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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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시공능력 평가 16위 대형건설사인 태영건설이 도시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불어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를 감당 못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작년 내내 유동성 위기 기업으로 우려를 낳았던 태영건설의 자금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건설업계는 건설사의 줄도산 리스크로 홍역을 앓고 있다. 새해 역시 건설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로 대형건설사 부도 사태로 이어질 경우 금융권과 하도급 건설사의 ‘부실 도미노’ 현상과 함께 입주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은 그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됐다고 통보받았다”라며 “이에 따라 워크아웃, 즉 기촉법 따른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워크아웃은 부도 위기를 맞은 기업이 도산은 면할 수 있도록 채무조정과 자금 수혈 등 지원을 하는 제도다. 워크아웃에는 채권단 75% 이상 동의가 필요한데, 금융권은 보통 해당 기업의 구조조정 등 자구 노력을 중요하게 들여다본다. 태영 그룹은 우선 기업가치 3조원으로 평가되는 알짜 자회사 ‘에코비트’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책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했다. 또 태영그룹은 이와 별도로 경기 부천시 ‘오정동 군부대 현대화 및 도시개발사업’ 지분(69%)과 사업장 시공권 매각을 추진키로 했다. 매각이 성사되면 약 3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올 전망이다. 다만 방송사 SBS의 매각은 없다고 못박았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개시됐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

올해 여러 차례 유동성 문제가 지적됐지만 쉬쉬해 왔던 태영건설이 결국 백기를 든 것은 만기가 도래한 부동산 PF 대출의 상환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한 480억원 규모의 PF 채무의 만기가 직접적인 배경이다.

그러나 회사가 예기치 못하게 떠안게 된 우발채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금융권 추산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올해 관리해야 하는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는 3조 6027억원이며, 지난 12월 만기인 PF 보증채무도 3956억원에 달한다.

PF 우발채무는, 건설사가 시행사에 대해 지급보증한 PF대출을 시행사 부도 등으로 인해 떠안게 되는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시행사는 실제 현금이 들어오는 분양 전까지는 토지 매입비나 사업비 등 자금을 건설사 보증으로 대출 받아 융통하는데, 이를 상환 못하면 건설사에 예기치 않게 빚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의 순차입금은 2023년 3분기 말 기준 1조 93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478.7%에 달했다. 이는 시공 능력 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부채 비율이다.

출처= 하나증권
출처= 하나증권

부동산 PF란?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는 호황과 불황이라는 경기순환과정에서 그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는 대표적 영역이다. PF라는 단어가 생소한 이가 많을 것이다. 부동산 PF란 아파트나 물류 창고 등을 건설해 분향하는 부동산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부동산 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고, 소요되는 자금의 규모도 크기 때문에 다른 일반적인 대출과는 구별된다.

우리나라 부동산의 대표적 예인 아파트 분양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최초에 사업을 기획한 시행사가 건설에 필요한 토지를 매입한 후 관청에 인허가를 받는다. 이후 시공사를 선정해 건축을 하고 완공후 입주자가 입주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아파트 프로젝트의 최종수입은 아파트 구매자에게 매입 대금을 받는 분양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분양은 시공사를 선정한 직후, 즉 아파트 건설이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전에 입주민을 모집하는 선분양이 있고, 건물이 완공되거나 건설이 상당 수준 진행된 이후 신청을 받는 후분양이 있다. 시행사는 아파트 구매자들에게 받은 분양 대금으로 토지 구입비와 건축비를 지불하고 자신들은 수익을 얻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는 데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에 부동산 PF가 등장한다.

시행사에서 매입한 토지를 근거로 관공서에서 인허가를 받았을 떄 비로소 부동산 PF 즉, 본PF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토지의 사용 목적이 물류 창고용, 아파트 건설용 등으로 명기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PF는 이때부터 시작되고 은행과 보험, 증권사 등이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판단해 자금을 지원한다.

어떤일이 있었기에 촉발되었나?

경제가 부동산 불패의 신화속에 있을 때는 부동산 사업은 장밋빛 미래로 보였고, 사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믿어왔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자율이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부동산 PF의 부실 우려가 대두되어 왔다.

(1) 제도 설계상의 문제

우리나라 부동산 개발 시행사는 자금력이 부족해 ‘브릿지 론’으로 토지를 구입한 후 본PF의 자금으로 이를 상환하며, 수(受)분양자의 자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본PF의 대출기관은 온전한 담보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공사의 신용보강을 요구한다. 본 PF가 진행되기 전에 브릿지 론은 개발 대상 토지를 매입하는 토지 매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매입자금 특성상 담보대출과 유사하나, 추후 개발사업의 사업성을 감안하여 초과 LTV대출(담보가치 대비 대출)이 가능하다.

이는 신용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LTV규제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이루어지는 제도라는 점에서도 지나치게 부동산 프로젝트를 과대 평가할 수 있다는 측면이 존재한다. 결국 부동산 프로젝트의 성공은 수요자가 부동산 구입을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프로젝트 시행초기에는 수요자의 담보대출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프로젝트의 평가가 높게 책정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2)레고랜드 채무불이행의 영향

2022년 하반기 금리인상 및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 경색이 본격화되면서 PF 대출 시장이 위축되었다. 2022년부터 국내 기준금리가 3.25%p 오르면서 부동산 PF대출 금리가 상승했는데, 이는 경기 영향이라고 하더라도, 강원도에서 촉발된 레고랜드 등 채무불이행 사례가 증가하고, 건설사 도산 등으로 PF대출 채권부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기관이 PF대출에 보수적 태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이로인해 브릿지론의 본 PF전환이 어려워지면서 채무불이행 우려가 확대됐다.

어떻게 이어질까?

이러한 상황속에서 대형 건설사의 재무 여건은 비교적 안정적이나, 중소형 건설사는 재무 리스크가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건설사의 한계기업/부실위험기업 비중은 대기업이 9.4%/5.5%에 불과하다고 한다. 중소형사는 15%/11.9%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위험이 건설사의 규모에 따라 비대칭적으로 나타나고, 이는 재무상태가 더 안좋은 중소형 건설사의 PF대출 이자부담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나타나게 된다. 이를 통해 하도급업자들의 어려움은 커지게 되고, 또한 그러한 일자리에서 일하는 대다수 건설노동자의 삶은 피폐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PF제도의 전면 검토가 필요하다. LTV비율 차이에 근거한 부동산 사업자와 수요자간의 규제 비대칭이 존재해 건설비 인상등 수익구조가 악화될 경우 부동산 PF 부실화는 예견된 상황일 수 밖에 없다. 이는 부동산 PF위기가 뱅크런 등 금융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예의 주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 신용도에 의존하는 기존 부동산 PF는 경기불황시 필연적으로 경제전반의 위험을 가져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PF가 브릿지론을 본 PF 대금으로 상환하거나 수분양자 자금을 이용하고 시공사의 신용도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발전한 것은 대규모 개발에 따른 위험을 분산할 다양한 투자자 부족 때문인 것으로 보이나,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행사의 자본요건을 강화하고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통한 재무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PF·분양제도 확실히 손봐야

또한 선분양 비율을 축소하고, 중도금 비중을 줄여나감으로써 토지 및 부동산의 담보가치와 개발이익 평가에 기반한 부동산 금융이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경기변동에 따른 위험을 헷지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사업의 전망에 기반한 자금조달이라면, 주택을 수분양자에게 선분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업 위험을 분양자에게 전가하겠다는 것이고, 결국 분양자를 사업자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행위이다. 부동산이 포트폴리오의 하나라고 하더라도 선분양은 경제의 격언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것을 위배하는 것으로, 특히 주거용 부동산인 경우에는 분양자의 삶을 어렵게하는 것이다. 결국 기업의 부담을 가계의 부담으로 전가해 거시경제 전반에 문제를 야기하게 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상 부동산에 대해서는 선분양 비율을 일정 정도 조정하도록 의무화해내야 한다. 그래야 전체 경제부문의 경기에 따라 큰 폭으로 변동하는 것을 막아낼 뿐만아니라 국민의 안정된 삶을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글쓴이

김남수 고려대학교 비전임교수

김남수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하고 있으나, 대학 강의와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의 용역을 수행하는 조그만 중소연구소에 다니면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22년 고향인 경북 봉화에서 지자체 단체장을 꿈꿨으나, 민주당으로 경북에서 당선을 꿈꾸는 것이 어렵다는 현실의 벽을 경험했다. 아직 고향인 봉화에 내려가는 귀촌을 꿈을 꾸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언제가 될지는 막연하다. 지방의 문제, 농촌의 문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경제학자이자 정치의 꿈을 꾸고 있으나 이 꿈을 실현할 수 있을 지 의지는 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대학원에서 전공은 경제학사, 경제사, 경제철학과 법경제학을 전공했다. 마지막으로 “내 의지가 꿈을 이룰지니”라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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