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이근윤 사우디 사업가 겸 칼럼니스트
  • 글로벌
  • 입력 2022.11.18 15:23
  • 수정 2022.11.24 16:22

교민이 가본 네옴 시티, 그들의 꿈은 놀라웠다

[이근윤의 사우디, 중동이야기]
세계 7대 불가사의 '공중정원' 프로젝트
500m위에 인구밀도 1㎢당 26만명 도시
"자연 이용을 최소화 한다"는 목표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바이 왕세자가 방한, 윤석열 대통령과 재계 총수를 만나 네옴시티 건설에서 한국기업의 참여를 적극 요청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년 거주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에 장비도 공급하고 있는 교민 이근윤 켄랜탈CEO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지난 9월 사우디가 건설중인 네옴시티의 라인 프로젝트 전시회에 다녀왔다. '라인 프로젝트'는 네옴 신도시의 핵심 건축물로, 산악 지대 관광지 개발 프로젝트인 '트로제나'와 신규 산업단지인 '옥사곤 프로젝트'와 함께 네옴의 3대 프로젝트로 꼽히지만, 다른 프로젝트들에 비해 압도적인 규모이고, 각종 신기술이 종합되고 있기에 단연 네옴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지난번 공개된 조감도만으로도 충분히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이번에 공개된 세부적인 조감도와 미니어쳐들은 네옴이 지향하는 방향을 좀 더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어 관심 있는 분들께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솔직히 아직은 상상을 펼치는 단계라 마치 공상과학(SF) 영화를 찍듯이 하고 싶은 건 다 그냥 그려보는 분위기이고, 실제 구현할 때는 매우 골치 아프고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심각한 기후위기 앞에 처한 인류에게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보여 준다는 면에서 충분히 네옴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네옴시티 위치와 조감도. 그래픽= 연합뉴스
네옴시티 위치와 조감도. 그래픽= 연합뉴스

사우디의 자존심 네옴(Neom) 프로젝트

필자는 이미 이 프로젝트에 건설장비를 5대 공급하고 있고, 향후 이주까지 고민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을 하면 다음과 같다. 

중동 최고의 입지

네옴이 추구하는 방향은 완전한 탄소 중립, 100% 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산업 유치 등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름 한낮 기온이 영상 50도를 넘나드는 사우디에서 화석연료의 도움 없이 쾌적한 생활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나마 네옴이 위치한 사우디 북서부는 사우디의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 낮아 화석연료 없이 쾌적한 도시를 유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역이다. 

그리고 서쪽으로 홍해를 건너면(육로 연결을 위한 해상교 건설 예정) 바로 맞은 편에 다이버들의 세계적인 성지라고 하는 이집트 홍해의 다합과 샤름엘세이크가 있고, 북쪽으로 국경을 넘으면 요르단 최고의 휴양지 아카바와 나바티안 유적 페트라가 가까우며, 이스라엘의 예루살렘과 베들레헴도 차로 하루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라 관광객 유치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70%의 지역에 6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아래 건설될 네옴 신공항. 여기로 입국해서 네옴에 숙소를 잡고 차량(또는 고속열차)을 이용해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 올 수 있다는 컨셉이다.

또 굳이 국경을 넘지않더라도 차로 1~2시간 거리에 해발 2580m 높이의 사우디 최고봉 로즈산(일부 사람들이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시내산이라 주장하는), 홍해 바다(마찬가지로 일부 사람들이 모세가 바다를 가르고 이스라엘이 출애굽했다고 하는), 와디 디사 등 다양한 생태 환경에 접근이 가능해 사우디에서는 제법 관광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그리고 고속철도나 비행기를 이용하면 메카, 메디나, 제다, 현재 개발 중인 홍해의 50개 섬에 지어진 몰디브식 리조트, 그리고 최근 모습을 드러낸 사우디의 나바티안 유적지 헤그라까지 1~2시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관광으로 별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사우디라도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만한 입지라 생각한다.

네옴시티의 주상복합 건축물 '라인'이 들어설 곳.
네옴시티의 주상복합 건축물 '라인'이 들어설 곳.

650조에서 1300조원 예산...'묻고 더블로 가!'

네옴 시티는 공사를 시작한지 3년째다. 오는 2026년에 첫 입주를 시작해서 2029년에는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고, 2030년에 100만명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그리고 2050년에 900만명 입주시킨다는 구상이다. 

원래 처음 네옴 프로젝트가 소개될 때는 건설비 5000억 달러에 2030년까지 인구 100만 규모의 도시를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는데 다시 발표한 라인 프로젝트만으로도 1조 달러, 인구 900만명 규모라고 한다. 유가가 오르고 재정 상황이 좋아지면서 좀 더 규모를 크게 잡은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네옴에 지어질 길이 170㎞, 높이 500m, 폭 200m에 지하에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품은 최첨단 미래형 주상복합 건축물 '라인'의 예산만 1조 달러라고 하니, 전체 인프라를 포함하면 건축비가 더 늘어날 갸능성도 있다.

5000억 달러는 기업공개(IPO)로 투자를 유치한다고 하니, 사우디 부담이 나머지 5000억 달러인 셈이다. 8년으로 나누면 매년 600억 달러 정도 수준인데, 지금의 유가가 유지된다는 전제에서는 한번 도박을 걸어볼만도 하다. 

물론 외부 투자 유치가 적절히 잘 될지가 1차 고비이고, 프로젝트 기간 중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유가 급락이나 세계적인 금융위기 등 걸림돌을 이겨내는 것이 2차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엄청난 규모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임에도 토지수용에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없다는 점은 매우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아마 기존 대도시인 제다나 리야드 근방에 지을 때는 상당한 토지 보상금이 필요하다는 점이, 상대적으로 외딴 지역에서 추진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2029년 동계올립픽이 개최될 장소인 네옴 시티의 '트로제나'.
2029년 동계올립픽이 개최될 장소인 네옴 시티의 '트로제나'.

구겨진 사우디의 자존심 회복

지금까지 필자가 만나본 사우디인들은 네옴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편이다. 지난 30년간 두바이, 카타르, 쿠웨이트, 아부다비 등 자신들보다 아우벌로 여겼던 에미르(토호)들이 유명세를 타고 큰 돈을 버는 모습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던 사우디인으로서는 '미래 버전 두바이'라 할만한 네옴이 추진되는데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중동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사우디가 지금까지 동생들에게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이를 갈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왕실이 추진하는 일에 대해 비판을 극도로 꺼리는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하면 속내를 모두 알기는 힘들지만, 최소한 필자가 만나 본 사람들은 네옴 프로젝트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했고, 기대를 많이 걸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네옴(Neom)이라는 이름은 Neo, 즉 새롭다는 라틴어 단어와 M(Mustaqbal의 줄임말), 곧 미래라는 아랍어 단어의 합성어로, 새로운 미래(new future)라는 뜻이다. 그 이름부터 벌써 서방세계와 아랍세계의 융합을 담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은둔의 아랍 세계가 좀 더 바깥 세상과 조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면 중동의 미래를 밝힐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이 되는데 기여하리라 믿는다. 

해양산업단지로 들어설 네옴 시티의 '옥사나'
해양산업단지로 들어설 네옴 시티의 '옥사나'

네옴시티의 핵심 라인 프로젝트에 대해

라인 프로젝트의 핵심 컨셉은 한마디로 현대 도시를 압축해서 인류가 소비하는 자연을 확 줄이겠다는 것이다.

공유한 영상에서 보듯, 라인에 수용할 900만 인구와 비슷한 규모인 리야드가 약 2000㎢의 자연을 소비하는 것에 비해 라인은 1.7%에 불과한 34㎢의 면적에 도시의 모든 기능을 구겨 넣겠다는 것이다. 비슷한 인구를 가진 뉴욕(800㎢), 런던(1600㎢), LA(1300㎢)와 비교해도 라인은 획기적으로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에 작고하신 하바드 대학의 생태학자 E.O.윌슨 교수가 저서 'Half Earth'에서 주장했던 "지구의 절반을 손도 대지 말고 그대로 두자"는 말씀을 실현 가능하게 하는 컨셉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인류가 차지하는 지구의 면적을 현재의 50분의 1로 줄일 것인가?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무중력(Zero-gravity)의 도시라는 개념이다. 라인은 폭 200m, 높이 500m, 길이 170㎞의 구조물이다. 도시 전체를 500m 높이로 올려서 엄청난 밀도의 도시로 만들면 기존 도시의 2% 면적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는 컨셉이다.

사실 지난 세기 인류가 엄청난 인구증가와 폭발적인 에너지 소비를 하면서도 그나마 지금 수준의 환경 재앙에 그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0년간 늘어난 인구들이 대부분 에너지 효율이 높은 도시에 수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구가 수백년에 걸쳐 서서히 달성한 도시화율을 불과 몇 십년만에 추월한 개발도상국들의 도시 대부흥이 없었다면, 기후 위기는 이미 오래전에 닥쳤을 가능성이 높다. 온세계가 개도국들의 도시화에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일각의 사람들이 흉물스럽다고 하는 서울의 고층 아파트 단지가 실제로는 인류를 구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과 네옴시티의 라인 건축물과 비교.
서울과 네옴시티의 라인 건축물과 비교.

만약 라인 프로젝트가 성공하여 목표인 900만의 인구를 34㎢에 수용하게 된다면, 인구밀도는 26만4706명으로 다카의 2배, 서울의 15배, 싱가포르의 32배, 뉴욕의 129배, 두바이의 648배의 밀도를 달성하게 된다.

결국 인류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관건은 중력을 극복하는 것이다. 중력 때문에 수평으로 넓힐 수밖에 없던 도시를 위로 쌓아 올리려면 최소한의 에너지로 수직 이동을 자유롭게 할 다양한 기술들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라인에서는 축구 경기장, 수영장, 대형 쇼핑몰 등 현재 지상을 차지하던 많은 구조물들이 300m 상공에 위치하게 한다. 그리고 수많은 녹지들도 수직으로 위치하는 공간에 배치되어 도시 정원을 형성할 예정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던 '바벨론의 공중정원'이 라인 버전으로 중동에서 재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사우디는 네옴을 'New 7 wonders of the world'라고 부르고 있다.

이근윤 대표(맨 왼쪽)와 가족들이 라인 전시회를 방문해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이근윤 대표
홈스쿨링 생활하는 이근윤 대표의 5남매가 라인 전시회를 방문해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이근윤 대표

네옴시티 전시회를 둘러봤더니

전시회를 둘러보고 나서 가족들은 빨리 네옴으로 이사가자고 조를 정도다. 지금처럼 넓은 집에서 공간을 많이 쓰며 살고 있는 삶이 포기하기 힘들 법도 하지만, 특히 아이들은 네옴이 지향하는 인류와 자연이 공존가능한 세상에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듯했다. 

안내하는 가이드가 수시로 질문을 받았는데, 우리 아이들이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라인을 둘러싼 그 큰 거울은 누가 청소하나요?"같은 약간 쌩뚱맞은 질문도 있었지만, "170km를 20분 안에 이동하려면 시속 500km의 교통수단이 필요한데 무엇을 사용할 예정인가요?"와 같은 날카로운 질문도 있었다. 우리 아이들의 네옴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질문에 담겨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미 절반 가까이 생을 보낸 우리 세대보다 앞으로 살 날이 훨씬 긴 우리 아이들에게는 네옴이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가 훨씬 더 절박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우디의 척박한 자연환경이 네옴과 같은 인류 삶의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살기 좋은 유럽 같은 곳은 이미 대부분의 땅을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어 이같은 대규모 신도시 개발 자체가 매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이미 누리고 있는 반환경적인 안락한 삶을 포기할 정도로 친환경 고밀도의 도시가 매력적으로 가아갈지도 확신할 순 없다.

아무튼 세부 그림을 더 보고 나니 네옴을 더욱 응원하게 된다. 부디 꼭 성공해 온 세상에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의 모델을 선사하면 좋겠다. 

※ 필자인 이근윤은 서울대에서 환경과학을 전공했다. 한국렌탈 중동총괄 이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켄렌탈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이메일 주소는 musc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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