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엑스포 3파전...부산, 역전승 가능할까
[이근윤의 사우디, 중동이야기] 리야드-부산-로마 3곳, 강점과 약점은 리야드 앞서고 부산-로마 추격중 객관적 점수에다 주관적 평가 주효할 듯 윤 대통령, 빈살만보다 개최의지 클까
2030 EXPO 개최를 위해 나의 고향 울산 바로 옆의 도시 부산과, 내게 제2의 고향이 된 사우디의 리야드,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최애’ 도시 로마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나로선 어디를 응원해야 할지 좀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나의 태생을 생각하고, 또 내 고향의 번영을 생각하면 당연 부산을 응원할 일이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사우디에서의 사업이 리야드 EXPO로 더 큰 번창의 기회를 맞이한다고 생각하니 리야드에 괜스레 마음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로마 여행을 다녀온 후 로마에 반하여 라틴어까지 공부하는 열정을 보일 정도로 우리 아이들의 ‘홈스쿨’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매력적인 고대 도시 로마가 EXPO를 개최하면 어떤 모습일지 몹시 궁금하기도 하다.
필자가 파악하기로, 현재까지는 각 도시가 자신들이 가장 유리하다며 모두 저마다 개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세 도시가 내세우는 장점
먼저 세 도시가 내세우는 자신들의 강점을 살펴보자.
일단 최근 30대의 절대군주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등장과 함께, 1조 달러짜리 네옴 시티를 비롯, 각종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국가 전체가 은둔자에서 선도자로 자신의 입지를 만들어 가기 위해 몸이 달아 있는 사우디의 개최 의지를 살펴보자.
1. 막대한 재정 투입: 사우디 아라비아는 엑스포 개최를 위해 리야드에 8000억 달러를 투자하여 각종 관광 인프라를 개선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역대 세계 EXPO 중 가장 비싼 금액이 될 것이다.
2. 전략적 위치: 리야드는 중동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전 세계 어디에서든 방문객들이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3. 풍부한 문화유산: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구하고 풍부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EXPO에서 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4.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엑스포를 역대 최고로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 대회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면 리야드에 맞서 부산이 내세우고 있는 개최의 당위성은 무엇일까?
1. 한류 열풍: BTS의 K-pop, 오징어게임의 K-drama 등 한류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과, 삼성, 현대차, SK 등 세계적 기업들의 위상 및 그들이 가진 첨단 기술을 활용한 프로모션을 통해 가장 문화적으로 핫하고, 기술적으로 힙한 EXPO를 만들 것이다.
2. 세계적인 항만 도시: 아름다운 자연과 쾌적한 해양성 기후, 편리한 교통, 손꼽히는 안전성, 우수한 관광마이스 시설, 연중 이어지는 축제까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로, 교통과 물류의 요충지로 2002년 FIFA 월드컵과 2014년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다.
3. 전쟁을 아픔을 이긴 도시: 부산은 6·25전쟁 당시 전 세계 각국이 유엔 연합군 참전을 위해 한반도에 첫발을 디딘 곳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전쟁의 아픔을 딛고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한 그 역사적 배경 자체가 세계박람회의 핵심가치를 잘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고 각국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또 다른 저력이다.
4. 부산 이니셔티브: 부산세계박람회를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솔루션의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각 나라가 갖고 있는 현안들을 한국과 함께 풀어보는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 사업이나 개발 협력 모델을 맞춤형으로 개별 국가에 제안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로마의 출사표를 보자.
1. 역사와 문화: 로마는 25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풍부한 역사와 문화가 있는 도시이다.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판테온, 바티칸 등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2. 위치: 로마는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전 세계 여행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항공, 철도, 도로의 연결성이 뛰어난 주요 교통의 중심지이다.
3. 인프라: 로마에는 현대식 공항, 최첨단 지하철 시스템, 고속도로 및 철도 네트워크 등 인프라가 잘 발달되어 있다. 이를 통해 로마는 엑스포에 참석할 수많은 방문객을 쉽게 수용할 수 있다.
4. 경험: 로마는 1960년 하계 올림픽과 1994년 FIFA 월드컵과 같은 주요 국제 행사를 개최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엑스포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굳이 강점을 따지자면, 리야드의 오일머니 vs 부산의 한류 vs 로마의 명성,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돈 vs 현대문화 vs 고대문화의 대결이라고 압축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의 중간 성적을 따져 보자면, 먼저 치고 나가던 리야드를 부산이 따라잡고 있는 양상이고, 로마도 근소한 차이로 부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 도시가 숨기고픈 약점들
그렇다면 각 도시의 약점도 한번 살펴보자. 우선 리야드다.
1. 열악한 기후: 영상 50도까지 치솟는 리야드의 불볕 더위로 여름철 개최는 불가능 하다. 선선한 겨울에 개최한다고 해도 사막의 모래 바람이라는 복병을 잘 제압해야 한다.
2. 종교적 보수성: 사우디아라비아는 복장과 음주, 유흥 등에 엄격한 종교적 제한이 있는 보수적인 국가다. 이로 인해 일부 사람들은 엑스포에 참석하기를 꺼려할 수 있다.
3. 취약한 인권: 사우디아라비아의 열악한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한 높은 비판 여론이 있다. 이는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으며, 일부 사람들이 엑스포를 비토할 빌미가 될 수 있다.
4. 안보 위협: 예멘과의 전쟁 등으로 폭격, 테러 등의 안보 위험이 높다. 이는 EXPO 참가를 고려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우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부산의 약점은 무엇일까.
1. 위치: 부산은 한국의 남동쪽에 위치해 있어 다른 경쟁 도시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특히 공항 인프라가 부족하여, 싱가폴보다 먼 도시로의 직항편이 취항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
2. 숙소: 지난 여수와 대전 EXPO에서 경험한 것처럼 한국은 많은 수의 해외 관광객을 수용하기에는 호텔과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3. 명성: 부산은 아무래도 로마나 리야드에 비해 국제적인 지명도가 떨어진다. 도시의 규모 역시 조금 아쉬운 편이다.
4. 안보: 북한의 핵위협이나, 중국의 대만 침공과 같은 치명적인 안보 문제를 안고 있다.
로마 역시 적지 않은 약점을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1. 비용: 역시 돈이 가장 문제다. EXPO 개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탈리아 정부와 로마시가 이를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사우디와 한국에 비해 확실히 쇠락해 가는 이탈리아 경제가 최대의 약점이다.
2. 보안: 로마는 주요 관광지이며 테러 공격의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로마는 EXPO 방문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광범위한 보안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3. 교통: 로마는 교통이 혼잡한 도시로, 엑스포가 교통 문제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로마시는 교통을 관리하고 방문객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4. 환경 악영향: EXPO는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도시가 이러한 영향을 완화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시는 엑스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개발해야 한다.
여기도 좁혀 보면, 리야드는 기후와 인권, 부산은 위치와 명성, 로마는 돈에서 밀린다고 할 수 있다. 경쟁자의 강점이 자신의 약점인 상황이기도 하다.
객관적 장단점보다는 주관적 요인이 ‘결정적’
결국 이렇게 서로 물고 물리면서 강점과 약점이 교차하는 상황에서는 객관적인 요인에의해 승부가 갈리긴 쉽지 않다. 오히려 어느 도시가 더 개최의 열망이 큰가 하는 주관적인 요인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여 세밀한 격차를 더욱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면에서 필자 개인적으로는 사우디가 가장 유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먼저, 아우 뻘이라 생각했던 이웃의 카타르와 UAE가 월드컵과 EXPO를 먼저 화려하게 개최하는 것을 본 사우디는 ‘아라비아 반도의 맏형’이라 자부심 탓에 몸이 많이 달아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도 빈살만 왕세자로의 권력 이동도 거의 마무리되었겠다, 이제 국민들과 세계 무대에 뭔가 ‘한방’을 보여 주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한 상황에 EXPO가 딱 걸린 셈이다.
이미 EXPO 시설 건설에만 100억 달러(부산의 두배가 넘고, 로마의 세네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를 쓰겠다고 선언했고, 도시 인프라와 관광 인프라 개선에 8000억 달러를 쏘겠다 약속했다. 국제박람회기구(BIE)가 외면하기 어려울만큼 금액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지난달에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총회 4차 PT에서 발표자로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지각하는 등 뭔가 국민적 열기를 잘 모아 가지 못하는 미숙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작년 부산에서 열린 EXPO 개최를 기원하는 BTS 콘서트에서도 개최 장소를 놓고 박형준 부산시장이 땅 투기와 관련한 논란에 휘말리며 리더의 윤리성에 의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의외의 복병이 개최지 결정의 불확실성을 더 크게 키우고 있다. 친서방의 표가 부산과 로마로 갈리는 데 반해 반서방의 표가 리야드로 집결하면서 가뜩이나 수세에서 출발한 부산의 위기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세 도시 중 1차 투표에서 ⅔의 득표를 못하게 될 경우, 1, 2위가 붙는 결선 투표에서는 양 진영의 대결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도 하다.

2020 두바이 엑스포처럼 멋진 행사되기를
작년초, 미증유의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원래 계획했던 2020년에 진행하지 못하고, 2021~2022년 사이로 개최가 미뤄졌던 두바이 엑스포에 가족들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필자가 사업을 시작하고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소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를 만난데다, 가족들의 비자 갱신 문제가 겹쳐 급히 사우디에서 쫓겨나오는 바람에 계획에도 없던 EXPO를 하루도 아니고 5일이나 다녀오는 호사(?)를 누렸다.
지금까지 다섯 자녀들을 데리고 여행한 나라가 35개국 정도 되는데, 두바이 EXPO 5일간 여행 갔던 나라들보다 더 많은 43개국을 전시관을 돌아보며 방문했다. 저마다 각 나라의 고유 문화와 기술을 결합하여, 전통과 미래를 조화롭게 보여준 정말 멋진 전시들이었다.
현재의 G2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의 전시가 기대에 비해 매우 초라한데 비해, 그 뒤를 잇는 독일, 일본 등의 전시가 ‘명불허전’이었고, 한국, 싱가폴,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의 전시들도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피흘리며 싸우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시관이 당시에 서로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는데, 막상막하의 전시를 보여주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제 그만 싸우고 다시 평화의 재건에 나서면 좋겠다.
무엇보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UAE, 오만,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개최지인 두바이 인근의 무슬림 국가들이 많은 비용과 인력을 들여 수준 높은 전시를 보여 주었다. 제1의 고향 대한민국의 현대적이고 힙한 공연과 전시에 감동했던 우리 아이들이, 그에 못지 않게 세련된 모습을 보여준 제2의 고향 중동 국가들의 전시를 보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약간은 폐쇄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로 각인된 무슬림 국가들이 저마다의 아름답고 포용적인 문화 유산을 들고 나와 세계인들과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는 우리가 살아온 시대보다 좀 더 평화롭고 조화로운 미래를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아무쪼록 세 도시가 마지막까지 선전하여 2030년에는 2020 두바이 EXPO 못지 않게, 인류에게 평화와 진보를 향한 아름다운 전시를 선물로 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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