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AI”는 어디로 갔는가
내년 AI예산, “행정에 AI도입” 비용뿐 AI 정부투자 성과 환류시킬 구조없어 모두를 위한 AI라면 이익도 모두에게 AI기본사회 위해 분배구조 재설계해야
AI기본사회, 얼마나 빨리? vs 어떻게 나눌까?
인공지능(AI)이 인간 수준의 일반인공지능(AGI)을 거쳐 초인공지능(ASI)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낯설지 않다. 언론과 산업 담론은 이 거대한 기술 도약이 가져올 생산성 혁명, 성장 가속, 국가 경쟁력 강화를 반복해서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AI 기본사회’는 이러한 기술 정향적 서사와는 결이 다소 다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만남은 이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손 회장이 ASI 도래 이후의 산업·기술 변화를 강조했다면, 이 대통령은 AI 기본사회라는 사회적 비전을 언급했다. 한쪽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멀리 갈 것인가”를 묻고, 다른 한쪽은 “그 결과를 누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묻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AI 기본사회는 무엇인가? AI 기본사회는 ‘기본사회’ 개념에 AI를 접목한 것이라 할 것이다. 기본사회는 최소한의 생존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권리로 보장하는 사회를 지향한다. 소득, 주거, 의료·돌봄, 교육, 금융과 같은 삶의 핵심 영역을 시장 성과에만 맡기지 않고 사회가 공동 책임을 진다는 발상이다.
AI성과 사회 자원으로 활용되어야야
AI 기본사회는 여기에 하나의 전제를 더한다. AI가 만들어내는 막대한 생산성과 효율성이 특정 기업이나 자본에 집중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삶의 기반을 떠받치는 자원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 부합하는 개념이 AI를 ‘공유부(commons)’로 보는 시각이다. AI는 데이터, 모델, 연산능력(컴퓨트), 플랫폼이라는 네 가지 기술 층위 모두에서 사회 전체의 기여와 공공 인프라 위에서 작동한다. 그렇다면 그 성과 역시 사회가 공유할 정당성과 필요성이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AI 기본사회는 단순히 “AI를 누구나 쓰게 해주는 사회”가 아니다. 그것은 AI 전환의 이익을 제도적으로 환수하고 배분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현 정부의 예산은 이 비전을 얼마나 말해주고 있을까. 정부의 AI 관련 예산 구조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낙관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현재 편성·집행되고 있는 AI 예산은 기본사회로의 전환이라기보다, 행정 효율화와 산업 지원을 위한 AI 도입 비용에 더 가깝다.
내년 AI관련 예산 따져보면
중앙정부 차원의 AI 관련 예산은 대략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돌봄·의료·복지 영역에서의 AI 활용 사업이다. 고령자 돌봄 모니터링, 의료 영상 판독 보조, 건강위험 예측, 복지 사각지대 발굴 알고리즘 고도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업들은 부처별로 흩어져 있으며, 개별 사업 규모는 수십 억~수백 억 원 수준이 대부분이다. 관련 예산을 모두 합쳐도 연간 1조 원 안팎을 크게 넘기지 않는 규모다.
둘째, 행정 효율화와 데이터 기반 정책 고도화 예산이다. 전 부처 공통 AI 행정시스템, 공공데이터 정비·개방, AI 기반 민원 처리와 정책 분석 등이 포함된다. 이 영역은 AI 예산 가운데 가장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목적은 명확히 행정 생산성 제고에 있다.
셋째, 재난 예측, 취약계층 위험 감지, 환경·기후 대응 등 사회적 안전망 보완을 위한 시범사업들이다. 그러나 대부분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중장기적 제도화나 대규모 확산을 전제로 한 예산 구조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정리하면, 현재의 AI 기본사회 관련 예산은 여러 부처에 분산된 연간 수조 원 미만 규모의 ‘활용 예산’이지, 사회계약을 재설계하기 위한 재정 투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예산의 성격을 냉정하게 보면 방향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재원은 기존 정책에 AI를 도입하거나 보조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는 행정 효율과 서비스 품질 개선에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AI 전환으로 인해 발생할 구조적 변화—노동 대체, 소득 편중, 플랫폼 지대 확대—에 대응하는 예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AI전환 위험에 대응해야
AI 전환의 핵심적인 위험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노동시장 양극화, 플랫폼 노동의 불안정성, 소득·자산 불평등의 심화다. 특히 AI를 설계·보유·활용할 수 있는 자본과 데이터, 컴퓨트(연산능력) 자원을 가진 소수 기업과 집단에 초과이익이 집중될 가능성은 구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예산 구조 어디에서도 AI 전환으로 발생하는 초과이익의 규모를 추정하고, 이를 조세·기금·배당 형태로 환수해 기본소득이나 보편적 안전망으로 전환하려는 항목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시 말해, 지금의 AI 기본사회 예산에는 분배의 언어가 없다. “AI를 누구나 쓰게 하자”는 불균질 문제에는 응답하지만, “AI가 만들어낸 부(富)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불평등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AI 기본사회’라는 명칭은 오히려 과도해 보인다. 기본사회라면 핵심은 기본소득, 기본서비스,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성, 즉 기본경제의 유지다. 그러나 현재의 예산 구조에서 AI 기본사회는 사실상 ‘AI를 활용한 복지’ 혹은 ‘AI 친화적 행정’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정부 스스로도 AI 기본사회 구현을 위해 막대한 컴퓨트 자원과 전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100조 원 내외의 민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전망도 공공연히 언급된다. 그러나 그 투자의 성과가 다시 국민의 삶으로 환류되는 재정 경로는 아직 설계되지 않았다.

‘이익공유 원칙’ 분명해 해야
AI 기본사회 논의에서 가장 크게 빠져 있는 것은 이익공유라는 명시적 원칙이다. AI 기본사회라면 그 중심에는 AI 배당 또는 AI 기본소득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수사에 불과하다. AI가 모두의 것이라면, 그 이익 역시 모두의 몫이어야 한다.
이를 위한 수단은 이미 상당히 구체적이다. AI 초과이익 과세, 공공 컴퓨트·데이터·플랫폼 사용료, 공공이 참여한 AI 사업의 지분 배당을 하나의 AI 전환기금 또는 공유기금으로 집적하고, 일정 시점 이후 그 수익을 국민에게 기본소득 형태로 배당하는 구상이다. 이는 단기 복지가 아니라, AI 전환 이후의 사회계약을 재설계하는 문제다.
AI 기본사회는 기술 정책의 수식어가 아니라, 분배 구조를 재설계하는 정치적 선택이다. AI 산업 경쟁력 강화와 AI 이익공유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AI 전환이 가져올 불평등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기술 발전 그 자체가 사회적 저항과 불신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첫째, AI 기본사회의 정의를 ‘접근성’이 아니라 ‘이익 배분’의 문제로 분명히 할 것, 둘째, AI 초과이익 환수와 이를 기반으로 한 기본소득·기본배당 논의를 국정 의제로 끌어올릴 것, 셋째, 이를 담보할 독립적이고 투명한 제도 설계를 시작하는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