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은 이별....김정주 창업주를 기리며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추모사] 장애어린이의 꿈을 위해 거액 쾌척 재활병원 건립에 앞장선 넥슨 창업주

'김정주 홀' 제막식에서 동판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 사진=백경학 페이스북
'김정주 홀' 제막식에서 동판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 사진=백경학 페이스북

기적의 병원을 함께 세우다

“이곳이 기적의 병원인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해 더 많은 기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습니다.”

2021년 4월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5주년 기념식에서 김정주 넥슨 NXC 사장님의 인사말입니다.

이날 행사에는 병원 건립에 마중물이 되어준 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김정주홀’ 제막식이 열렸습니다. 그가 쾌척한 나눔의 참뜻을 기억하기 위한 행사였습니다.

김정주 사장은 동판을 바라보며 “병원 안에 제 이름을 딴 홀이 생긴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잠시 부끄럽기도 했지만 어린이를 위한 뜻깊고 소중한 공간에 제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다는 게 영광스럽다고 느껴졌습니다”라고 기쁨을 전했습니다.

만남은 예고되어 있지만 헤어짐은 늘 준비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 김정주 사장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망연자실했습니다.

삶이 참 허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은데 그의 이른 죽음이 너무 안타깝고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그와의 만남이 주마등처럼 생각납니다. 김정주 사장을 만날 때마다 그의 태도에는 늘 겸손함이 배어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대화 중 어린이에 대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매일 3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을 치료하고 있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존재가 그 분이 남긴 사랑의 증표가 아닐까 합니다.

2011년 걸려온 전화 “저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김정주 사장과 푸르메의 인연은 2011년 어느 가을날 재단사무실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일했던 이철재 대표가 푸르메재단에 큰 기부를 했다는 기사를 접한 김정주 사장은 자신도 장애어린이를 위해 무언가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청바지와 하얀 운동화 차림으로 찾아온 김정주 사장은 넥슨이 큰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 어린이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재단이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의원을 위해 큰 기금을 기부해줬습니다.

기부에 그치지 않고 그 다음 주부터 부인 유정현 감사 등 넥슨NXC 임직원들이 매주 찾아와 푸르메재활의원안에 어린이들이 쾌적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공간을 꾸미기 위해 디자인과 장난감 소품을 설치하는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를 당신의 제주도 자택으로 초대했습니다. 그날 밤 김정주 사장 부부에게 재활병원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병원건립비 400억원의 절반을 기부해달라고 어렵게 요청했습니다.

김정주 사장은 흔쾌히 200억원을 기부했고 어린이재활병원은 시민 1만명과 기업 500개의 참여로 2년 뒤 기적처럼 세워지게 됐습니다. 대기업도 하기 힘든 김정주 사장님의 통큰 결단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 우리나라에는 어린이재활병원이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넥슨 어린이재활병원 건립기금 기부 약정식에서 김정주 사장(왼쪽)과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사진=백경학 페이스북
넥슨 어린이재활병원 건립기금 기부 약정식에서 김정주 사장(왼쪽)과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사진=백경학 페이스북

“우리는 김정주 기부자님을 기억합니다”

적자에 허덕이는 병원을 보고 매년 큰 금액의 운영기금을 자비로 보태준 것도, 코로나 사태로 병원이 걷잡을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하자 30억원의 발전기금을 약속하고 이행해준 것도 작은 거인 ‘김정주’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를 국내 IT산업, 특히 게임산업을 이끈 선두주자라고 말합니다. 저는 그가 우리 사회에 소외된 장애어린이와 부모님의 눈물을 닦아준 기업가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회혁신가로 말입니다.

장애어린이에게 희망의 천사가 되어준 김정주 사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푸르메재단 임직원일동이 넥슨어린이재활병원내에 설치한 김정주 기부자 추모단. 임직원들은 "평소 아이들에게 우리의 미래가 있다며 장애어린이의 꿈을 펼쳐주고자 했던 김정주 기부자님을 우리는 기억합니다"라고 적었다. 사진=백경학 페이스북
푸르메재단 임직원일동이 넥슨어린이재활병원내에 설치한 김정주 기부자 추모단. 임직원들은 “평소 아이들에게 우리의 미래가 있다며 장애어린이의 꿈을 펼쳐주고자 했던 김정주 기부자님을 우리는 기억합니다”라고 적었다. 사진=백경학 페이스북
글쓴이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는 CBS, 한겨레신문,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다. 독일 뮌헨대 정치연구소(GSI)에서 2년간 방문연구원으로 독일통일문제를 연구했다. 귀국을 앞두고 영국으로 자동차 여행 중 부인이 스코틀랜드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한 것을 계기로 재활치료의 필요성을 절감해 재활병원 건립을 꿈꾸게 됐다. 국내 최초로 하우스맥주를 생산하는 ‘옥토버훼스트’를 창업했다. 아내의 교통사고 피해보상금과 옥토버훼스트 지분으로 2005년 강지원 변호사 등 각계인사와 함께 푸르메재단을 설립했다. 시민 1만 명과 넥슨 등 200개 기업의 기금을 모아 2016년 서울 상암동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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