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인생...이종우를 추모하며
그는 늘 새로워지기 위해서 어제의 자신과 홀로 싸워 왔다. 그의 장인정신과 몰입은 후배들이 표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종우의 부음을 듣고 며칠째 마음이 심란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무기력해졌다. 가까운 동료들조차 잘 모르지만 종우와 나는 깊은 인연이 있다. 학교는 달랐지만 우리는 우이동에서 함께 자랐다. 친구의 친구였다가 친구가 되었다. 젊은 시절 우리는 주말에 산에서 더 많이 만났다.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거의 매주 우연히 북한산 백운산장에서 만나서 세상과 자연에 대해 얘기했다.
종우는 대우경제연구소 주식 전략 담당이었고, 나는 계열사인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직원으로 출근 길에 자주 만났다. 때로는 카풀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도 비슷해졌다. 나 또한 주가 전망이 주업이었지만 사회과학 영역으로 관심을 확대했고, 종우는 변화하는 세계 경제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상호 보완적으로 우리는 함께 성장했다.
외골수 열정
2002년 대우사태의 여파로 종우가 근무한 대우경제연구소 증권분석실과 대우증권의 투자분석부가 합병되었다. 당시 나는 통합 투자분석부장이 되었고, 종우는 투자분석부 내 투자전략팀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그러나 종우는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면서 바로 이직을 선택했다. 이후 많은 자산운용사 등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지만 종우는 주가 분석을 담당하는 증권사 만을 고집했다. 그렇게 종우는 30여년을 주가 분석만을 이어왔다.
1990년대 초반의 주가분석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무엇보다 데이터가 부족했다. 펀더멘탈에 기초한 과학적인 주가 분석보다는 기술적 분석, 때로는 불공정 거래가 판을 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종우는 오직 경제에 기반한 주가분석에만 매달렸다.
당시에는 주가 전망에도 정책 당국의 입김이 있곤 했다. 회사 경영진을 통해 ‘주가는 오직 올라야만 한다’는 논리를 개발하기를 강요받기도 했다. 위기가 왔을 때에는 침묵하거나 조만간 개선될 것이라는 레포트를 내야만 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거의 ‘금기’였다.
그러나 종우는 주가 전망이 비관적인 때에 과감하게 주가 하락을 주장하기도 했다. 대단한 용기였다. 이후 종우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닥터 둠(Dr. Doom)’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는데, 이미 1990년대부터 소신있는 글을 썼었다. 또한 자본시장 출신답지 않게(?) 진보적 매체에 진보적 시각의 글을 써서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는 늘 새로워지기 위해서 어제의 자신과 홀로 싸워 왔다.
미래에 대한 치열한 스트레스
가장 중요한 일은 종합주가지수(kospi)를 전망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 상황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사회 변화, 신기술 동향, 기업 이익 동향, 정치적 변화 등 다양한 변수를 녹여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의 미래를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해서 종합주가지수 전망치를 숫자로 발표한다. 따라서 뇌는 슈퍼컴퓨터의 CPU와 같이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투자전략가(Strategist)는 늘 미래에 살고 있어야 한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미래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몸은 현재에 있지만, 생각은 미래에 있어야 한다. 마치 타임머신을 마련해서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것과 비슷한 업무로 보면 된다. 문제는 현재 시점에서 미래를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예측이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누가 더 많은 변수를 더 치열하게 고민하느냐의 경쟁이 펼쳐진다. 이러려면 늘 깨어있어야 한다. 오직 미래에 집중해서 작은 변화라도 놓치면 안 된다. 개인적 차원의 여행, 취미 생활은 아예 없다. 종우는 술, 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모임에도 잘 나가지 않았다. 특별히 즐기는 운동도 없었다. 마치 구도자와 같은 삶이었다.
이런 종우를 보고 ‘건조’해 보인다는 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의 삶은 투자전략가로서 스스로 정해놓은 삶이었음을 이해해야 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소라고 하지만, 초집중 상태로 30여년을 지속하면 누구도 견디기 어렵다. 나는 종우의 요절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섹터 애널리스트, sector analyst)는 비교적 단순하다. 산업의 트렌드는 쉽게 바뀌지 않고, 기업들은 분기마다 영업실적을 발표하고, 가이던스라고 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회사가 생각하는 미래를 알려주기도 한다. 해외의 유사기업 사례를 참조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AI) 조차도 이런 예측은 어려울 것이다. 오직 한길 인생으로 이런 힘든 작업을 살아 온 사람이 종우다. 다른 전략가들은 법인 영업 등 다른 업무를 거치기도 하지만 종우는 낮은 데서 오직 주가만 바라봤다.
한국 주식시장을 반추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현재 한국의 매크로 분석 실력은 아시아권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엄청난 숫자의 애널리스트들은 지금도 ‘최고 전략가’를 꿈꾸고 있다. 이들이 표상으로 삼아야 할 것은 실질적인 1세대 투자전략가로서 이종우의 장인 정신과 목숨을 걸었던 일에 대한 몰입이다. 또한 투자가들도 그의 삶을 통해 주가 전망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필자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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