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탈레반식 꼰대문화’ 없애려면

한국은 유교, 일본은 천황제 의식이 바탕 여성차별, 비정규 차별 문화 뿌리내려 ‘동일노동 동일임금’ 도입으로 청산해야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제76주년 8·15 광복절을 전후로 기쁜 일과 슬픈 일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기쁜 일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25년 만에 일본을 앞섰다는 것이고, 슬픈 일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했던 아프가니스탄이 20년 만에 이슬람 근본주의로 무장한 탈레반에 장악된 일이다.

8월 12일 전경련은 스위스 소재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거시경제와 정부·기업 효율성, 보건환경·교육 인프라 등을 분석해 국가경쟁력을 종합 평가하는 IMD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64개국 중 23위를 차지해 31위에 오른 일본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1995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26위로 4위인 일본과 격차가 컸으나 약 25년 만에 이를 역전했다. 물론 기초과학·원천기술 경쟁력에서 아직까지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통치하다가 미군에 축출당한 탈레반이 20년 만에 귀환한 사건은 결코 환영할 수 없는 시대역행적인 일이다. 이 사건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추구하는 민주공화국은 자발적 시민들의 힘이 아닌 외부의 하향식 힘에 의해 수립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성찰적이다.

20년 전의 권위주의 정부로 돌아간 아프간의 사례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해 지난 6월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의 만장일치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지위로 격상한 민주공화국을 추구하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이 두 사건은 제76주년 8·15 광복절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선진국 지위에 올라선 21세기 대한민국이 ‘이분법적 선악관’에 따른 진영논리와 소중화(小中華) 의식에 기초한 혐오정치를 벗어나 새롭게 개척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 무엇인지를 찾는 데 영감을 주고 있다.

유교와 천황, 한일 꼰대문화 ‘정신적 배경’

우선 무엇보다 국가발전전략으로서, 보편제국인 ‘팍스 코리아나’의 꿈을 꾸면서 혐한(嫌恨)감정과 반일(反日)감정으로 악화일로에 있는 ‘적대적 한일관계’를 ‘협력적 한일관계’로 전환시키는 데 필요한 한일협력의 방법론을 찾는 일이다. 한일 모두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을 추구하지만 여전히 ‘유교적 습속’과 ‘천황제의 습속’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부장적 꼰대문화’를 청산하는데 한국과 일본이 함께 나서 협력할 것을 제기한다.

여성들의 자유와 인권 및 시민권을 부정하며 부르카를 강요하는 이슬람 근본주의로 무장한 탈레반. 근본주의 교리로 정치를 지배하는 탈레반의 사유구조는 조선 사대부식 유교습속과 유사하다. 교리지배와 정교일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탈레반과 사대부는 공통점이 있다.

탈레반은 학생, 지식을 추구하는 자를 뜻한다. 탈레반은 여성의 교육을 금지하고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교일체의 교리로 무장하고 있는 등 악명이 높다. 사대부들 역시 여성들이 정조를 지키고 장옷과 쓰개지마로 얼굴을 가리는 내외법을 강조하며 정교분리의 세속국가가 아니라 정교일체의 내성외왕(內聖外王)의 도덕국가를 추구했다. 다시 말해 교리로 존재하는 교육과 도덕문화가 정치가인 군주를 지배하는 일종의 ‘철인정치’를 쫒았다.

조선은 겉으로는 군신관계를 내세우는 왕권이 중심이 되는 왕조국가처럼 보이지만, 속살은 왕의 주자학적 스승인 사대부들이 군주의 교육과 도덕을 지배했다. 성리학으로 무장한 사대부들은 ‘경연’을 통해 왕의 뇌를 주자학적 교리로 세뇌시키면서 그 교리에 지배받는 나약한 제자 군주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런 조선 사대부식 철인정치의 DNA는 일제 강점기 유학자들의 의병운동, 식민지 민족의식, 해방 후 반독재 민주화운동, 학생운동, 시민운동, 관료진출을 위한 스카이 대학 보내기운동, 공시생 참여운동, 공무원 확대운동, 민주시민교육으로 면면히 계승됐다. 이런 사대부식 유교습속의 잔재는 여전히 오늘날 진영논리에 기초한 적대적 혐오정치형태, 관존민비 및 남존여비 의식 등 각종의 갑질문화로 남아있다.

한국정치는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대한민국이 성립한 지 100년이 넘었고 민주화가 된지 34년의 한 세대가 지났어도, 유교적 습속의 잔재는 여전히 강력하다. 최근 민주당 경선은 ‘적통(嫡統)논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대통령에 대한 충성’과 ‘세자 책봉에 대한 간택경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권후보들과 당원들이 비판적 시민이 아닌 신하와 신민이 되어 현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후보자를 왕조국가의 군주와 우상으로 숭배하는 ‘팬덤집단주의’와 ‘빠시즘’에 빠졌다. 이런 경향들은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인 민주공화국의 규범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성찰이 필요하다.

탈레반식 사유구조는 이른바, ‘선악의 이분법’으로 우월성과 열등성을 따지며 사농공상의 직업을 위계서열로 차별하는 “가부장적 꼰대문화”와 통한다. 탈레반식 사유구조와 유사한 유교적습속의 잔재가 민주공화국 한국을 더 이상 장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일본이어 한국도 도입해야

한일 양국의 정치권은 ‘반일 민족주의’나 ‘극일 국수주의’를 넘어서 협력적 한일관계를 위해 “가부장적 꼰대문화”를 청산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 양국 정치권이 여성의 임금차별과 비정규직의 임금을 차별하는 가부장적 성향이 강한 ‘호봉제 임금체계’를 ‘동일노동 동일임금 연대임금제’로 전환시키는데 함께 나서야 한다.

일본 정치는 제국주의 잔재의 미청산 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우리보다 앞선 부분도 있다. 단적인 예가 아베총리가 추진했던 일본판 ‘동일노동 동일임금제’이다. 아베 총리는 2015년에 ‘1억 총활약 사회’라는 목표아래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란 어젠다를 제시한 바 있다. 1억 총활약 사회는 50년 후에도 일본의 인구를 1억 명으로 유지하고, 한 명 한 명의 일본인이 가정, 직장, 지역에서 더욱 활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부터 여성들의 임금차별과 비정규직의 임금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일환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의무화 시행에 들어갔다. 이 제도는 올해 4월부터 대기업이 우선 시행하고, 내년 4월부터 중소기업에도 적용된다.

우리 정치권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연대임금제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일본판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를 배우고 존중하는 동시에 호봉제를 직무급제로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직무급제의 효과는 다면적으로 크다. 호봉제는 산업화시대 남성 숙련공 중심체계에 친화적인 임금체계이다 보니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강하기에 기후위기에 대응한 노동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즉 호봉제는 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그린경제로의 산업 재편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정치권이 직무급제 개편을 통해 조직노동자들의 저항과 갈등을 줄이면서 점진적인 노동시장 재편에 성공한다면, 일본 정치권에 주는 파장이 클 것이다. 일본 정치권 역시 한국의 변화와 여권신장을 보면서 ‘가부장적 꼰대문화’ 청산에 적극 나설 것이다.

글쓴이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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