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하는 순서에 따라 증여세도 달라진다

[節稅美男 이용준 세무사의 세무상담실] 고령이나 건강 악화 전에 세워야 할 증여계획은?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총액에 대해 누진 과세하는 반면, 증여세는 수증자별로 취득한 재산을 누진세율로 과세한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총액에 대해 누진 과세하는 반면, 증여세는 수증자별로 취득한 재산을 누진세율로 과세한다.

[이용준 한결 세무회계 대표세무사]

같은 듯 다른 상속세와 증여세!

“세무사님! 증여가 나을까요, 상속이 더 낫나요?” 종종 듣는 질문이지만 참 대답하기 어렵다. 정답은 “그때그때 달라요”이다.

우리나라 국세는 14개의 세목으로 되어있는데 다른 국세가 모두 세목별로 별도의 법률로 되어있는 반면 상속세와 증여세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이하 상증법이라 한다)이라는 하나의 법률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만 보아도 상속세와 증여세는 유사성이 많은 세목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세목을 나누어야 할 만큼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속이나 증여는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념으로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나 상속은 피상속인의 사후에, 증여는 증여자의 생전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상속세와 증여세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큰 차이는 우리나라 상속세는 취득과세형이 아닌 ‘유산과세형’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총액을 과세물건으로 누진구조의 세율을 적용하는 반면, 증여세는 ‘취득과세형’으로 수증자별로 취득한 재산을 과세물건으로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점일 것이다.

'뇌색 할배' 역할을 맡은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영화 '오마이 그랜파'에서 드니로(오른쪽)는 무사안일한 손자 제이슨(잭 에프론)의 인생수업을 진행하는 연기를 했다.
‘뇌색 할배’ 역할을 맡은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영화 ‘오마이 그랜파’에서 드니로(오른쪽)는 무사안일한 손자 제이슨(잭 에프론)의 인생수업을 진행하는 연기를 했다.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해 사전증여 많이 활용

여러 가지 이유로 증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고율의 누진과세로 상속세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여 이를 회피하려는 절세목적이 증여의 큰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런데 상속세는 배우자의 유무에 따라 최소 5억원 또는 10억원의 공제를 적용하여 과세표준을 설정하는 반면, 증여세는 직계존‧비속간에도 10년을 기준으로 5천만원(미성년자는 2천만원)만 공제하고 증여세를 산출하게 된다. 따라서 단순히 상속세를 절감할 목적으로 증여를 고려한다면 상속세 최소공제금액인 5억원이나 10억원을 남겨두고 증여를 해야만 증여를 통한 절세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10년 이내 사전증여분은 상속세 계산 시 합산과세

또한 사전증여를 통한 무분별한 상속세 회피를 방지하고자 상증법에서는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 이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 계산시 과세표준에 합산하여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다. 물론 증여 당시의 증여세 산출세액을 기납부세액으로 공제함으로써 이중과세를 방지하고 있다.

따라서 온전한 절세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상속개시 최소 10년 전에 증여가 이루어져야하므로 증여를 통한 상속세 절감을 기대한다면 가급적 이른 시기에 증여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그런데 세무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대부분 고령이거나 건강상태가 나빠진 상태에서 사후 상속세부담을 우려하여 증여계획을 상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안타까울 때가 많다.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녀에 대한 증여도 고려해볼만

사실 건강한 사람도 10년 이상 살 수 있다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지만 고령이거나 건강에 자신이 없는 분들에게는 세대를 건너뛴 증여 즉 손자녀에 대한 증여를 권하기도 한다.

배우자나 자녀가 아닌 손자녀나 사위 또는 며느리는 상속인이 아니므로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한 경우라면 상속개시일 기준으로 5년 이내 증여한 경우만 상속재산에 합산하기 때문이다. 물론 손자녀에게 증여하면 증여세를 30% 할증하여 내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합산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한다는 점에서 감수할 만한 선택일 수도 있다.

또한 상속세에 증여재산을 합산할 때 증여 당시의 재산가액으로 합산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가격상승이 예상되는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경우에는 10년이라는 기한 내에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라도 사전증여를 하는 것이 절세효과를 볼 수 있다.

증여공제는 수증자별로! 과세표준 및 세액 계산은 증여자별‧수증자별로!

일반인들이 증여세를 이해하는데 가장 많이 헷갈려하는 부분이 여러 사람으로부터 증여를 받았을 때 증여세를 수증자별로 계산하는지, 증여자별‧수증자별로 각각 계산하는지 여부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과세표준과 세액을 계산할 때는 증여자별‧수증자별로 따로따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 이 경우 증여자별이라고 할 때 부부는 하나의 단위로 보기 때문에 부모, 조부모, 외조부는 하나의 증여자로 보고 계산하여야 한다.

그런데 10년 단위로 직계존‧비속간 5천만원(미성년자의 경우 2천만원), 친족간 1천만원의 공제금액을 계산할 때는 증여자별‧수증자별이 아닌 수증자별로만 계산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 10년 내 5천만원을 증여받은 상태에서 조부에게 1억원을 추가로 증여받는 경우라면 이미 직계존속분 공제 5천만을 받았으므로 더 이상 증여공제는 안 되고 1억원 전체에 대한 증여세를 납부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과세표준과 세액 계산은 증여자별‧수증자별로 하므로 부모에게 받은 5천만원을 합산하지 않고 1억원에 대한 증여세만 납부하면 된다.

증여순서만 바꿨을 분인데...

이와 관련하여 최근 상담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할머니가 손자녀 2명에게 평가금액 5억원인 토지를 50%씩 증여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수증자인 손자녀는 성년이긴 하나 아직 대학생이라 증여받은 토지에 대한 취득세와 증여세를 납부할 경제적인 자력을 갖추지 못했기에 누군가로부터 증여를 받아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침 이 이야기를 들은 외할머니가 외손자녀에게 각 5천만을 현금으로 증여하겠다고 한단다.

그래서 증여등기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취득세를 내야하니 외할머니에게서 먼저 증여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깜짝 놀라 이를 말리고 우선 부모가 취득세를 대납해 등기를 진행하고 이후에 외할머니에게 증여받은 금액에서 상환토록 하였다.

이 경우 증여 순서에 따라 아래와 같이 증여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증여받는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1인당 약 650만원씩 1300만원의 절세효과를 본 피상담자는 사전 세무상담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글쓴이

이용준 한결 세무회계 대표세무사

이용준 한결 세무회계 대표세무사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삼성화재와 ING생명에서 근무했으며 중소기업 경영도 했다. 현재 논현동에서 세무법인을 운영중이다. 삼성화재 FP센터 전문위원으로 주로 재산세제 상담과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