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 횡령사건, 희생양만 찾을 것인가
[임방진 회계사의 껍질 벗겨내는 기업회계] ‘내부통제·외부감사’ 시스템은 왜 작동안했나 재무팀장외 공모가능성 의심하는 이유
- (Note)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지배기구와 경영진, 그 밖의 다른 직원에 의해 시행되며, 회계기준에 따라 신뢰성 있는 재무제표의 작성에 합리적인 확신을 제공하기 위하여 고안된 프로세스로서 (1) 회사 자산의 거래와 처분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반영하는 기록을 유지하고 (2)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가 작성되도록 거래가 기록되고, 회사의 경영진과 이사회의 승인에 의해서만 수입과 지출이 이루어진다는 합리적인 확신을 제공하며 (3) 재무제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회사 자산의 부적절한 취득, 사용 및 처분을 적시에 예방하고 발견하는 데 합리적인 확신을 제공하는 정책과 절차를 포함한다.
“헉, 이거 뭐지?”
새해 첫 거래일 여느 때처럼, 실은 늦어진 개장시간에 맞춰 켠 경제TV의 자막을 봤을 때 새어나온 말이다.
‘오스템임플란트 1880억 횡령사건 발생. 거래정지’

나도 전에 투자했던 회사. 사실 투자의 계기는 단순했다. 어머니를 비롯해서 장인어른, 장모님 등 주변 거의 모든 어르신들이 임플란트를 하셨고 조만간 나 또한 예외가 아닐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광고의 효과였는지 몰라도 ‘임플란트하면 오스템’이었으니, 자기 아내가 호평하던 팬티스타킹을 보고 그 회사에 투자해서 큰 돈을 벌었다는 피터 린치 흉내는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최근 몇 년간 매출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영업이익도 상승세였다. 2019년 세무조사때 수백억을 추징당하는 바람에 당기순손실이었지만, 조세불복을 통해 상당부분 환급을 받아 다시 큰 폭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21년 예상되는 실적도 좋았다. 현재의 주가 수준이 높냐 낮냐를 논하는 것은 차치하고, 복잡하고 깊은 분석을 하지 않아도 재무제표가 보여주는 실적의 추세는 흠잡을 데가 거의 없었다.
이렇게 만나게 된 오스템임플란트는 나에겐 고마운, 하지만 아쉬운 주식이었다. 2021년 초에 4만원 대에 사서 8만원대에 팔았으니, 그 수익률만 해도 나의 주식투자역사에 남을 기록이었지만, 그 이후로도 계속 상승해서 역시나 개미의 한계를 느끼게 한 그런 종목이기도 했다.
초유의 횡령사건, 개인 한사람의 일탈일까
횡령사건으로 돌아와, 횡령 추정 액수는 1880억원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 2047억원의 91.81%에 달하는 규모로, 상장사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 중 역대 최고액이라고 한다. 관련 직원이 재무관리팀장으로 일하며 잔액 증명서 등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렸고 현재 잠적 중이라는 것인데, 워낙 거액이다보니 공모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투자자 입장에선 황당하다는 말 이외에 어떤 표현이 더 적절할 지 모르겠다. 시쳇말로 구멍가게도 아니고, 시총 2조원이 넘는 코스닥 상장사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는 생각이 드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이에 대해 오스템임플란트는 업무상 횡령으로 관련 직원을 고소하고, ‘상기 건은 자금관리 직원 단독으로 진행한 횡령 사건이며, 당사는 2021년 12월 31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였습니다’라고 공시를 했다. 열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을 막지 못한다(十人之守 難敵一寇)는 느낌을 주는 발표다.
그러나, 수천억을 하루 이틀이 아닌 수개월(비록 회사는 단기간이라 강조하지만)에 걸쳐 빼내고 유용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점에서 내부통제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엄태관 대표는 오늘(5일) “이번 사고를 뼈저리게 반성해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해 완벽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하면서도 “이번 사건은 개인 일탈에 의한 단독범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시행중인데도 왜?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볼 때, 2018년 외감법개정 이후 감사인 등록제, 표준감사 시간제,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많은 제도들이 단계적으로 시행 중에 있다. 이러한 제도개혁으로 상장회사의 경우 회계, 내부회계관리제도(내부통제)구축 그리고 외부감사와 관련한 비용부담도 상당히 증가한 게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상장법인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그 인증수준을 ‘검토’에서 ‘감사’로 강화했고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돼 확대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도 2020년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감사를 받았다.
우선, 오스템임플란트의 사업보고서상 감사용역 체결현황을 보자. 2020년의 경우 전년과 비교해서 감사시간이 1600시간이 늘었다. 2019년의 거의 두배가 늘었다는 말이다. 감사보수는 심지어 4.8배가 되었다. 비록 2021년엔 감소되었지만, 그래도 2019년에 비하면 감사보수는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늘어난 감사시간이 모두 내부회계관리제도(내부통제) 감사에 기인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1000시간이면 회계사 5~6명이 거의 한달을 투입하는 업무량이다.
담당자들 업무 분리를 제대로 했을까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 기본 구조는 이렇다.
우선 경영진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설계, 실행 및 유지할 책임이 있다. 그 결과에 대해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보고서’를 작성해서 주주총회, 이사회 그리고 감사(또는 감사위원회)에게 보고를 한다. 한편, 감사는 경영진의 운영실태에 대해 평가를 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 평가보고서’를 작성해서 주주 및 이사회에 보고한다.
여기까지는 회사 내부적인 절차이고, 이에 더하여 외부감사인이 다시 감사를 실시한 후 ‘독립된 감사인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보고서’를 발행하게 된다. 그런데, 내부회계관리제도 (또는 내부통제)를 설계하고 구축할 때 반드시 고려하는 항목이 있다. 바로 다양한 부정위험에 대한 평가와 이의 방지를 위한 업무분장이다.
특히, 통제활동을 선택하고 구축할 때 경영진은 오류 또는 부정과 관련된 행위가 발생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담당자별로 업무가 배분되거나 분리되어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업무분장은 일반적으로 거래의 기록, 거래 승인 및 관련 자산의 보관에 대한 책임을 분리하는 것을 수반한다.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처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방지할 수는 없지만, 이를 상당 부분 줄여주고 관련 담당자들이 공모하지 않으면 부정을 저지르기 어렵기 때문에 부정위험을 감소시키는데 필수적인 방안이다.
경우에 따라 업무분장이 실용적이지 않거나 비용 대비 효율이 낮고 실행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금의 관리와 관련된 업무분장이나 통제활동을 비효율성을 이유로 소홀히 운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를 테면 일반적인 경우 회사공동인증서와 비밀번호생성기(OTP)는 각각 다른 사람이 관리하고, 자금의 이체를 위해선 두 사람이 함께 작업을 해야 한다. 또한 매일 자금일보를 작성하고, 이는 통장내역과 함께 상위자에게 보고 및 승인을 받는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수개월에 걸쳐 횡령이 이뤄졌으니 이러한 기본적인 업무분장과 내부통제가 부재했거나, 있었어도 상당기간 작동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해당 직원은 주식시장에서 큰 돈을 벌 수 있는 유혹을 느꼈을 테고, 회사의 부실한 내부통제는 횡령의 기회를 제공했다. 잠깐 회사 자금을 빼서 투자한 후 이익을 낸 후 원금을 가져다 놓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합리화까지, 부정행위 발생의 완벽한 조건이 된 셈이다.
내부통제 “적정의견” 낸 외부감사는 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모든 보고서(회계사 5~6명이 거의 한달을 투입해서 감사를 실시한 후 결론에 도달한 보고서를 포함해서)에서 적정의견, 즉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중요성의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설계되어 운영되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는 업무분장을 포함한 내부통제의 설계뿐만 아니라 그 실제 운영에 있어서도 별다른 취약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물론 내부회계관리제도(또는 내부통제)의 본질적인 한계로 인하여 부정행위나 재무제표에 대한 중요한 왜곡표시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예방하지 못할 수 있다. 아무리 잘 설계된 내부통제라고 할지라도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주의, 피로, 판단 착오 등 집행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모든 위험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
그리고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본적으로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와 재무제표의 작성 및 공시를 위해 왜곡표시를 초래할 수 있는 오류나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적발하는 데 목적이 있지, 횡령 같은 부정행위 방지나 적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할 수도 있겠다.
거래정지 이어 주가하락 사태 맞을 투자자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투자자들을 맞이한 것은 자금관리 직원이 수개월에 걸쳐 회사돈 수천억을 횡령했고, 이는 전적으로 그 직원이 단독으로 진행한 사건이라는 공시와 언제 재개될 지 모를 ‘거래정지’다. 상장이 폐지될 가능성도 없지 않고, 설사 거래가 재개된다 해도 주가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통제의 본질적 한계나 ‘열 사람이 도둑 하나를 막지 못한다’는 말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을까?
2018년 외감법 개정 후 많은 상장사들, 특히 중소상장사들이 회계 및 감사비용 상승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부담완화를 위한 법 개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횡령 사건이 아니더라도 회계부정 사건들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고가 터진 후의 형사처벌 같은 사후조치만으로는 시장의 신뢰와 투자자보호엔 결코 충분하지 않다. 물론 사전적인 조치가 부정행위를 막을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없음도 분명하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나 투자자(특히 소액주주들) 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장치임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스템임플란트, 이후의 상황 전개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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