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CES, 기술 너머 제시한 것에 대해
[정연섭의 과학과 철학] 기술은 개발에서 ‘활용’이라는 최종 단계로 향해 앞으로 개인용 기기에서 ‘뚜렷한 진보’ 있을 것

CES 2022 기술들
세계 최대 규모의 IT 가전전시회 CES 2022가 지난 7일 폐막되었다. 크로나 19 변이 오미크론이 퍼지자 구글, 메타, 트위터 등의 미국 기업들이 참가를 취소했지만 한국은 500여 개 기업이 참가하여 신기술을 선도하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한국 IT기업들의 발전
삼성전자는 기조 연설자로 나서 ‘함께하는 미래’를 외치며 휴대용 프로젝터, 가정용 로봇, Micro LED 등의 상품을 선보였다. 필자가 발전소 대형 감시 전광판을 장수명 Mini LED로 교체하면서 해상도 고민을 했는데 Micro LED는 이를 해소시킨다.
현대자동차는 ‘모든 사물에 바퀴’라는 아이디어를 밀고 나갔다. 어느 방향으로나 움직이는 화분용 받침대를 떠올리면 현대차로선 서운할 것이다. 화분 받침대는 외부 힘으로 움직여 구조가 간단하지만 현대의 4개 바퀴는 자체의 힘으로 360도 방향을 움직이므로 고급 기술이 녹아있다.
LG전자는 홈 자동화 소프트웨어인 ThinQ에 통합된 ‘편안하고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가전제품을 소개했다. AI를 정착한 제품들은 주인의 행동을 눈여겨본 후에 그대로 따라 한다. 97인치 대형 OLED TV를 내놓았고 계단마저 오르내리는 로봇과 가상인간 ‘래아’가 데뷔한 메타버스를 소개했다. LG는 섬세함으로 세계 가정을 파고든다.
SK는 ‘지속 가능한 지구’ 개념으로 부스를 숲으로 꾸몄는데 AI 반도체 ‘사피온’과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소개했다. 사피온은 비메모리 반도체로 기존의 20% 전력으로 작동하지만 연산속도는 1.5배 빠르다. 메모리 반도체의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반도체까지 확장하면서 GPU 기반의 AI 반도체를 추수했다.
두산은 ‘유쾌한 일상’ 컨셉을 통해 지능형 산업기계를 선보였다. 드론이 날고 로봇이 사과를 따는데 농부라면 탐이 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기계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승부하고 있다.
기술에서 ‘활용’으로
CES를 기획한 조직은 신제품을 5G 통신, 인공지능, 자율운전, 디지털 헬스, 스마트 홈, 우주, 드론, 로봇, 가상현실 등으로 분류했다. 기존 기술분류를 그대로 따랐다. 이 기술들은 여전히 미완성이나 기업들은 선두를 다투고 있다. 이번 CES에 참여한 4만 명 이상의 기술자들은 CES를 통해 경쟁사의 개발 동향을 파악했을 것이다.
기술은 해마다 나아진다. 1년 전 보다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가 길어지고 음성 인식능력이 향상되고 홈 자동화 시스템에 연계되는 기기들이 다양해졌다. 1년 더 개발했으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CES를 개별 기술별로 요약하면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손에 꽉 잡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하면 이 허전함은 기술개발의 ‘최종 단계’를 모르는 탓에 일어난다. 산 정상까지 거리를 모르고 등산하는 자의 허전함과 같은 것이다.
최종단계는 기술보다는 ‘용도’라고 보면 잘 정의된다. 인간은 신기술 태동 시에는 기술 자체에 관심을 쏟지만, 기술이 무르익으면서 용도로 관심이 바뀐다. 이번 CES의 제품 분류는 용도라기보다는 기술 자체에 가깝다. 여러 기술들을 융합해서 한 용도가 성취되므로, 용도로 분류하면 최종단계의 수를 줄일 수도 있다.
‘용도’라는 관점에서 본 기술
기술의 용도는 인류의 도구 사용 사례를 분석하여 얻어진다. 인류는 약 70만 년 전에 불을 사용하여 사냥을 했고, 약 10만 년 전에 동물 가죽을 벗겨 맨몸을 가렸으며, 5만 년 전에 동굴벽화를 그려 가족 유대감을 얻었다. 현대 인류의 삶도 고대 인류와 별로 다르지 않으니 도구의 용도를 불, 옷, 벽화로 은유하여 보자. 은유를 풀이하면 불은 ‘산업용 도구’, 옷은 ‘개인용 도구’, 동굴벽화는 ‘가정용 도구’이다. 기술은 이제 3개의 봉우리로 나눠졌고 각각 등정해야 할 거리가 다를 뿐이다.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하는 ‘산업용 도구’는 거의 정상에 와 있다. 이들은 과학의 진보를 바로바로 따라잡았다. 그런데 휴식을 주는 ‘가정용 도구’는 개발이 느렸다. 예를 들면 90년대 분양받은 아파트의 홈오토메이션은 지금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엄밀히 말해서 전등을 음성으로 점멸시키는 연계 기술은 진보했지만 만족도에서 별 차이가 없다. 한 단계 진보한 로봇이 나오더라도 만족도는 여전할 듯하다.
필자는 집에서 그 로봇을 부리기보다는 운동 삼아서 꼼지락거리겠다. 이는 가사가 복잡 다양하고, 인간의 능력이 현재 로봇에 비해 너무 탁월한 탓이다. 사람들은 연계보다는 TV, 세탁기 같은 단위기기에 만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상’ 보이는 개인용 기기
생존을 위한 ‘개인용 기기’의 정상이 이제 보이기 시작한다. 이들도 과거에 가정용 기기처럼 개발 속도가 느렸다. 100년 전에야 안경이나 보청기로 감지능력이 높아졌고, 10년 전에 스마트 폰으로 인지능력이 세어진 정도이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는 개인용 기기의 진보가 빨라질 전망이다. 인간의 생체신호를 연계할 기술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생체신호와 기술의 연계
인간은 오감을 통해 외부의 정보를 얻고 뇌를 통해 판단하여 근육을 통해 반응을 한다. 인간의 사고는 뛰어나지만 개보다 냄새를 잘 맡지 못하고, 말보다 빨리 달리지 못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 인간용 도구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그런데 인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어느 동물보다도 강력한 인지능력, 판단능력, 운동능력을 지닐 수 있게 될 전망이다.
CES 2022에서 발표된 다양한 기술이 인지능력, 판단능력, 운동능력을 증진시킬 것이다. 오감 외에 인공 센서를 부착하여 뇌의 감각신경에 연결할 수 있다. 인공 센서를 통해 더 멀리 보고, 더 약한 소리를 듣고, 더 엷은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뇌에서 내려온 운동신경에도 근육 외에 동력장치를 붙일 수 있다. 동력장치를 통해 인간은 더 무겁게 들고도 더 빠르게 걷을 수 있다. 인공센서와 동력장치는 초기에는 수술을 통해 신경과 연결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무선통신으로 연결되어 옷처럼 작동하게 될 것이다.
감지능력 향상으로 위험한 건물은 사전에 철거되며, 인식능력이 향상되므로 덕지덕지 붙은 간판들도 정리된다. 개인의 이동능력이 향상되므로 촘촘하게 얽힌 버스 노선도 정리된다. 지금 꿈꾸는 자율운행 자가용은 오히려 줄어들지 모른다. 섬과 육지에 다리가 놓이면 여객선이 사라지듯이, 사회 환경과 제도도 바뀔 수밖에 없다.
도구를 통한 사회 진보가 온다
CES 전시장에는 이처럼 사회변혁이 꿈틀거린다. 기업들은 수익을 위해 신기술을 홍보하지만, 이는 동시에 사회를 진보시킨다. 사회의 진보 인자는 많다. 통치방식이나 문화, 예술도 사회를 변화시킨다.
그런데 통치방식이 과학기술처럼 사회를 진보시키는지 의문이 종종 든다. 예를 들어 우리는 다수결의 민주제가 1인의 군주제보다 나은 제도이고 투쟁으로 얻은 제도라고 보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훌륭한 군주가 중상층 시민보다 낫다고 보았다. 그는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 어느 제도든지 장단점이 있어 제도의 우열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과학기술과 도구에 따른 사회진보는 뚜렷하다. 첨단 도구를 통해 업무처리는 투명해지고 부조리가 사라진다. 사회는 제도로 뒷받침되는데 제도는 새 도구에 의해 변혁된다.
우리는 ‘사회적 합의’ 할까
향후 개인용 기기의 진보는 사회를 혁신시키겠지만, 이는 사회 주인인 시민이 기술을 수용할 때만 가능할 것이다. 모든 시민이 개인용 기기에 힘입어 아이언맨이 될 수 있지만 사회 안녕을 위해 개인의 욕망을 제한하는 제도에 합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CES 2022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 다음으로 많이 참여했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일본보다 신기술을 선호하므로 진통은 있겠지만 사회합의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기술이 촉발한 사회변혁을 시민이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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