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99의 도발, 검증에 목숨 거는 과학계
[정연섭의 과학과 철학] 환호에서 실망으로 바뀌는 LK-99 발표는 발표, 검증은 검증...학계의 분투 인류에 관심 키운 공로...더 연구하자
논란을 일으킨 LK-99 논문
실무에 손을 놓아 과학 논문을 찾지 않았던 필자도 이틀 동안 두 편의 논문을 읽었다. 어떤 분야든지 1주일 안에 전문가처럼 글을 쓸 수 있다는 만용이었지만 이번 논문은 필자의 대학 전공과도 어느 정도 닿아 있었다. 올 7월과 8월에 발표된 논문에는 퀀텀에너지연구소, 고려대, 한양대, 미국 윌리엄&메리대에 소속된 한국 과학자들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LK-99 물질에 관한 글이 들어 있었다. 초전도체가 처음 발견된 이후 100여 년 동안 상온 상압의 초전도체를 찾아왔으니 과학자들이 ‘세기의 기적’ 혹은 ‘사기’를 보려고 몰려들었고 검증 작업이 한창이다. 2주가 지나는 동안 검증결과는 긍정에서 부정으로 차츰 바뀐 것같다.
자전거와 도로의 관계, 전자와 도체의 관계
초전도체는 저항이 없어 전류가 ‘영원히’ 흐르는 도체다. 우리가 전류라고 표현하지만 도체 안에서는 전자가 흐른다. 대부분 독자는 전류, 전압, 저항의 개념을 잘 알고 있겠지만 초전도체를 이해하려면 조금 머리를 써야한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과학자들도 초전도 현상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LK-99 논문을 검증하는 측면 외에 초전도체를 제작하는 과학자의 머릿속을 보여 주고자 한다.
도체에서 전자의 흐름은 도로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행위와 비슷하다. 평지에서는 일정한 속력으로 이동하다가 오르막에서는 페달을 밟는다. 혹은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얻어 오르막길을 치고 올라간다. 자전거의 마찰력과 공기저항 탓에 페달을 밟지 않고는 멀리 갈 수 없다.
자전거의 마찰력과 공기저항은 전류에서는 ‘저항’에 대응된다. 전자의 저항은 원자핵의 충돌로 발생한다. 전자와 원자핵은 상호작용하므로 전자의 속도는 줄어들고 원자핵이 흔들린다. 자전거의 마찰력은 지면의 온도를 상승시키지만 도체의 저항은 전선의 온도를 상승시킨다. 온도가 올라간 만큼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하고 전선에서 전압을 걸어 주어야 한다.
만일 땅의 마찰과 공기의 저항이 없다면 자전거가 계속 나아가듯이 도체 위의 전자도 저항만 없으면 계속 운동한다. 관성의 법칙은 운동하는 물체는 계속 운동하고 정지된 물체는 영원히 정지한다고 알려주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현실 세계에서는 마찰력과 저항 탓에 늘 달려가는 자전거와 멈추지 않는 전류를 볼 수가 없었다.
초전도체의 도로는 ‘출렁다리’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영원한’ 전자 운동이 온도를 엄청나게 내리면 비로소 나타난다. 이것이 초전도 현상이다. 전자와 원자핵의 충돌로는 초전도 현상을 설명할 수 없고 상호 협조를 통해서만 설명된다. 3명의 물리학자가 1957년 자신들의 이름을 딴 BCS 이론을 발표해 노벨상을 받았다. BCS이론에 따르면 자전거가 단단한 도로보다는 출렁다리 위로 달린다고 생각해야 한다. 자전거가 지나간 출렁다리는 흔들리면서 뒤따라오는 자전거를 잡아당긴다. 동일하게도 전자가 도체를 지나가면 원자핵이 리듬을 타고 흔들리면서 뒤에 따라오는 전자를 끌어당긴다.
원자핵이 흔들린다고 표현하니 이상하지만 사실이다. 거시세계에서는 물체들이 정지하지만 미시세계에서는 정지된 입자가 없다. 빛은 늘 달아나고 전자도 늘 움직이고 있다. 원자핵도 침대의 스프링처럼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원자핵도 늘 떨리고 있다. 이 떨림 현상은 절대온도 0에서도 일어나고 온도가 상승하면 더 증폭된다. 본능적으로 떨리는 원자핵이 본능적으로 떨리는 전자와 공명하여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다고도 볼 수 있다.
BCS 외에도 초전도체를 설명하는 이론들이 있다. LK-99의 논문에도 다양한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내용들이 무엇이든지 간에 결국 도체에는 전자와 원자핵 밖에 없으므로 초전도체도 전자와 원자핵의 상호 작용일 수 밖에 없다. 전자를 조작하는 화학자들은 이런 상호작용을 염두에 두고 원자들을 선택하여 초전도체를 만든다.
LK-99 물질의 합성
LK-99 물질은 화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잘 선택된 물질이다. LK-99는 납-인회석으로 불리는 Pb10(PO4)6O와 유사한 물질이다. 납-인화석은 반듯한 출렁다리이지만 초전도성이 없으니 화학자들은 이를 조금 변형시켜 흔들림을 크게 하고픈 생각을 했다. 너무 뜯어고치면 출렁다리마저 무너지므로 조금만 개조해야 했다. LK-99 국내 연구진들은 10개의 Pb(납) 중에 한 개 정도를 Cu(구리)로 대체하는 설계도를 머리에 그렸다. 도자기를 굽는 뜨거운 가마에 원료를 넣고 기다리니 Pb9Cu(PO4)6O인 LK-99가 만들어졌다. 물질의 결정 상태를 알려주는 XRD로 분석하여 LK-99를 확인했고 불순물로 Cu2S(황화구리)도 잡혔다. Cu 원자는 Pb 원자보다 크기가 작아 출렁다리가 비틀어지고 흔들림이 더 심할 수 밖에 없다.
금속과 LK-99에서 전자의 이동 특성 차이
원소 Pb나 Cu는 금속으로 홀로 존재할 때는 전류가 잘 통하는 도체다. Pb는 납땜 소재로 사용되고 Cu는 전선으로 사용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Pb나 Cu 등 금속에 속하는 원자는 원자핵도 무겁지만 전자를 많이 거느리고 있다. 자식 많은 가정의 막내는 관심을 받지 못해 남의 자식처럼 행동할 때가 많듯이 금속도 비슷한 성질을 지닌다. Pb나 Cu의 최외각(막내) 전자는 집에 붙어 있는 대신, 나돌아 다닌다. 이들 때문에 Pb나 Cu 금속은 전도성이 좋다.
그런데 납-인회석처럼 금속 옆에 산소(O)가 있거나 인(P)이 있으면 막내 전자의 행동이 달라진다. 집을 나가는 대신에 산소나 인의 양자(養子)로 들어가기를 원한다. 돌아다니는 전자가 없으니 납-인회석은 도체가 아니라 절연체가 된다. 한국의 개발자들은 Pb 대신 Cu로 치환시키면서 막내 전자가 양자가 되기보다는 자유전자로 남기를 원했던 것이다. 사실 이 의도는 성공을 거두었다. LK-99 검증에 참여한 양자화학 이론가들은 Cu 탓에 전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확인했다.
LK-99의 초전도성 현상
그러나 구조적 변화와 통로 확보가 초전도체 임을 보장하지는 못했다. LK-99 개발자들은 논문을 통해 초전도체를 얻었다고 주장하지만, 논문 발표 후에 여러 기관에서 수행한 검증 자료들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 초전도저온학회의 LK-99 검증위원회는 논문의 측정 자료만으로는 LK-99가 초전도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필자도 논문 만을 읽고 현상을 이해했는데, 영구자석의 표면에 닿아 기울진 시편의 모습은 ‘마이스너 현상(초전도체가 자석에 접근할 때 강한 반발력이 생기는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저항의 급격한 변화에 희망을 걸었지만 이마저도 불순물인 Cu2S 탓이라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설명을 듣고 기대를 낮추었다.
LK-99 제작자는 LK-99는 1차원 방향으로만 전자 이동 통로가 확보되므로 타 초전도체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1차원 전도체라는 사실은 LK-99 물질의 구조를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다른 물질들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3차원 통로가 있는 것은 아니다. 1차원 초전도체는 3차원 초전도체와 다른 마이스너 현상을 보이겠지만, 논문처럼 비스듬히 놓인 모습은 초전도체가 아니라 반자성체 혹은 강자성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LK-99 제작자도 마이스너 효과보다는 전기 저항을 중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LK-99 검증위원회는 논문 검토를 끝내고 시료를 직접 제작해 초전도성을 측정하겠다고 한다. 서울대 등 국내 여러 기관이 교차 검증을 하니 보다 객관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외국 연구소에서 고순도의 LK-99까지 만들었다고 하니 순도는 다르겠지만 제조 자체는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큰 기대는 품지 않는 편이 나을 듯하다. 외국 연구소는 LK-99의 순도가 높아질수록 초전도체의 성질에서 멀어진다고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LK-99에게 남은 기대
마이스너 효과는 없더라도 LK-99가 1차원 초전도 물질이라면 이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라 할 수 있다. LK-99 제작자들은 10-11Ω·cm 정도의 낮은 저항을 증거자료로 제시하고 국제 초전도 기준을 만족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증자들은 측정의 정확성을 문제 삼으며 일반 금속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필자도 논문의 그래프만으로는 저항이 10-11Ω·cm 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LK-99을 합성하고 논문의 측정 데이터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초전도체라는 명확한 측정결과가 나타났다면 논문을 어렵게 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냥 자석 위에서 마이스너 효과만 보여주어도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기 때문이다. 논문 저자들은 사실인지 아닌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검증자들이 진단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집단 지성’을 활용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한편, 검증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잘하면 투자를 받을 수도 있다.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판 과학자들에게 존경을 표하면서도 LK-99는 완결된 연구가 아니라 완결될 연구로 보인다.
검증의 책임
필자는 30년 전에 한 대기업에서 8년간 물질을 분석한 경험이 있다. 분석과 검증도 책임이 있다. 간혹 분석 결과가 미덥지 못하면 의뢰자들은 필자에게 직접 만들어 증명하라고 요구하곤 했다. 분석 자료를 근거로 자신들이 만들어야 하니 그 책임을 분석자에게 떠넘긴다. 호기심 많은 필자는 요청을 핑계로 합성을 하곤 했고, 100% 성능은 나오지 않지만 그럴듯하게 만들어냈다. 필자는 분석 장비만 있으면 LK-99를 직접 분석하고 싶지만 분석 장비가 없으니 검증 책임에서 일단 자유롭다.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