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계층,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김 쌤의 어른을 위한 디지털세상] 디지털능력 취약에 ‘노인세’까지 정부는 선진국 수준 ‘디지털 재교육과 인프라’ 추진해야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들
면허를 따고, 처음으로 차를 갖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말한다. “비로소 자유라는 날개를 얻은 것 같아요. 마음 내키면 아무 때나 바다를 보러 갈 수도 있고 멀리 사는 친구도 만나러 가고, 어디든 갈 수 있잖아요.” 또는 “나만의 절대 공간을 갖게 되었어요. 차 안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속상할 땐 울기도 하고, 피곤할 땐 잠시 숨어들어와 잘 수도 있어요.”
운전을 못 하면 운전기사를 부리거나 택시를 타야한다.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당연히 훌쩍 떠나거나, 노래를 크게 켜놓고 따라 부르며 드라이브를 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 차를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 한 사람이 단편적으로 대비가 되는 장면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과 그것을 갖지 못한 사람, 디지털 문명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는 사람과 그것을 사용하지 못 하는 사람은 운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의 질에서 큰 차이가 있다.
디지털 취약계층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 그것을 가지고 있더라도 제대로 활용을 할 수 없는 사람을 이 사회에서는 ‘디지털 취약계층’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장애인, 이민자, 질병을 가진 사람, 실업, 실직자와 같이 사회경제적인 약자를 취약계층이라고 했으나 디지털사회에서는 과거의 취약계층 분류에다 정보통신기술의 접근성이나 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을 포함하여 취약계층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93.1%로 세계 1위고, 65세 이상의 노인도 두 사람 중 한 명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활용정도는 젊은이들과 비교하여 매우 낮으므로 장노년층 대부분은 디지털 취약계층에 속한다.
디지털을 통한 삶의 질 격차
다음은 65세 이상 노인과 20대 젊은이들의 스마트폰 사용관련 조사 통계다. 눈에 띄는 것은 앱의 개수와 무인 기기에서 처리 속도다.

앱 개수의 차이는 ‘삶의 격차’와 관련이 있다. 65세 이상은 49개인데 반해 20대는 128개의 앱을 활용한다. 20대는 인터넷 뱅킹으로 송금하고, 음식이나 물건을 주문하고, 병원예약을 하고, 날씨를 확인하고 지도를 활용하여 장소를 찾아가는데 비해 65세 노인들은 이러한 시스템이 낯설고 두렵기만 하다.
무인기기 주문 시간에서도 확연한 속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무인점포가 늘어나면서 영화표 예매나 팝콘을 구매하는 경우, 식당이나 카페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해야하는 경우 3분이 넘게 걸린다. 그나마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한 경우가 더 많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들은 인터넷 뱅킹 대신 은행 창구를 이용하면서 20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하며, 각종 할인이나 적립금을 받지 못해 이른바 매번 ‘노인세’라는 것을 내는 등 불편함과 불이익을 겪고 있다.
‘노인의 나라’는 있는가?
이제 디지털 역량은 특정인에게만 요구되는 능력이 아니다. 디지털 기반의 사회에서 살아야 할 모든 세대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정보를 찾고 그 정보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조합하여 올바로 사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장노년층과 젊은이들의 디지털 역량 차이는 단순히 편리함과 혜택, 불편함과 불이익의 문제만이 아니다. 나아가서는 인식과 생각, 문화, 경제적 격차를 확대하여 사회적 빈곤의 원인이 되고 있어서 세대 간의 갈등까지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사회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사회의 구심점인 장노년층은 디지털 문맹인으로 계속 방치되고 있다. 장노년층과 신규 진입 세력인 젊은이들과의 소통이 불능인 사회가 되면 이 사회는 예상치 못한 혼란과 위기가 초래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두 가지 측면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연령, 학력, 주 활용 분야 등에 따라 세분화된 디지털 활용 교육 내용을 개발하여 평생학습 차원의 재교육을 시켜야 한다. 세대와 계층마다 디지털 활용 분야가 다른 것을 감안하여 그에 맞는 맞춤식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 교육 시켜야 한다.
둘째, 이용자 입장에서 서비스 이용절차를 단순화하는 디지털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2022년 디지털 소외 노인을 위해서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표준’이 발표되었다.
‘관공서 공문의 글자 크기는 14 포인트 이상, 영상에서 말하는 속도는 초당 4음절 가량으로 천천히 발음하도록 하며, 영상 자막은 5초 이내에 앞 글자가 사라지지 않게 한다.’
그러나 이 표준은 선진국 수준에 비하면 이제 겨우 발을 뗀 수준이다. 장노년층이 아무리 기술적인 측면에서 역량강화를 한다 해도 사회적인 디지털환경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새로운 기술 앞에서 영원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관계 기관에서는 보다 다양하고 포괄적인 디지털 접근성 표준 장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마련하여 장노년층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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