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아는가?
[김쌤의 어른들을 위한 디지털세상] “의식화시키나” 항의전화에 좌절된 사회수업 30년전 잣대로 ‘민주교육’ 바라보는 부모들 “학부모도 교육과정 연수 받게 하자”
학교로 걸려온 민원전화 한통
학부모로부터 수업에 대한 민원 전화가 왔다. 필자는 6학년 사회과를 가르치는데, 학급 담임교사를 통해 내게 전달된 것이었다. 수석교사인 필자로서는 수업 관련으로 민원 전화를 받는다는 것은 자존심이 크게 훼손되는 문제여서 종일토록 우울하기도 하고, 화도 났다.
수석교사는 교감‧교장인 학교 관리자와는 달리, 연구직으로서 수업에 관한 한 최고전문가로 인정을 받은 직책이다. 필자 또한 각종 수업연구대회에서 1등을 한 경력이 있고, 신규교사나 1정 자격 연수에서 ‘교수학습과정안 작성과 수업의 실제’라든가, ‘다양한 수업 방법과 기술’에 대한 강의를 수도 없이 해왔으며, 실제 수업에서도 학생중심의 다양한 수업 방법을 구현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런 필자의 수업이 학부모 민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필자의 교육관과 수업관을 뒤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6학년 사회 교육과정에는 ‘선거에 대한 방법이나 형식, 그리고 투표 절차와 어떤 인물을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침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있던 즈음이라 보다 생동감 있는 수업을 하고자, 필자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선거단원 수업을 앞으로 당겨 진행했다. 민주주의는 올바르게 민주교육을 받은 민주시민에 의해 유지·발전된다는 믿음이 있었고, 필자는 보다 현실적인 사회 현상을 체험시키면서 선거교육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에서 시도하려던 민주시민 교육
현재 2015 개정교육과정은 총론과 각론에서 선거교육의 의미와 교수학습평가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죽어있는 지식이 아니라 삶과 연계된 살아있는 교육을 강조한다. 교육기본법 제2조에서는 학생들이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게 해 인류공영과 민주국가 발전에 이바지 하도록 하는 것을 교육의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나아가 선거교육이 민주시민 교육의 핵심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투표 연령이 만18세로 하향 조정되면서 학생 유권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나 투표권 행사를 위한 선거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기도 하는 시점이라 학교에서의 선거교육은 다른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생각해 공들여 수업을 준비했던 것이다.
아이들은 어떤 후보를 지지할까. 아이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보면 부모님이 지지하는 사람을 알 수 있다. 선거철내내 가정에서 부모님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일방적으로 듣다 보면 아이들 역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님이 지지하는 후보자를 지지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후보자에 대한 객관성을 검증하지 못한 채 부모들의 이분법적인 투표방식을 그대로 답습할 우려가 있다.
교육은 잘못된 것들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잡는 것이다. 더욱이 민주시민교육을 해야 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기존의 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었다. 민주시민교육은 과정과 절차에서 민주시민의 자질을 길러주는 것이어야 했다.
그래서 필자는 수업 시간에 모든 학생들에게 태블릿을 나누어주고 수업을 시작했다. 먼저, 어떤 사람들이 대통령 후보자인지를 조사하게 했다. 그리고 오해를 살까 싶어서 다음과 같은 단서도 달았다.
“선생님은 이 수업을 통해 여러분의 부모님이 누구를 지지하는가를 알려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앞으로 투표할 나이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절차를 공부하게 하려는 것이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침 선거철이라 교과서의 선거 단원 내용을 대입해 공부함으로써 보다 현실적이고 살아있는 교육으로 체감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태블릿으로 후보를 조사하게 했고, 이어 마음에 드는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라고 했다. 공약 외에도 후보자에 대한 다양한 기사를 살펴보며 마음에 드는 후보를 정하되 절대로 부모님의 의견이 아니라 여러분이 살펴본 자료를 근거로 정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아이들은 신나했다.
미래 유권자인 아이들은 조사를 통해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후보자를 왜 지지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다음 수업 시간에 국어과와 융합해 토론 형태로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또한 다음 수업을 위해 같은 후보를 지지하는 아이들끼리 한 팀이 되게 묶어 주기도 했고, 토론할 자료가 미흡하다 싶으면 좀 더 조사를 해와도 좋다고 하며 수업을 마쳤다.
“아이를 의식화시키려느냐”는 부모의 반발
그날 밤 사달이 난 것이다. 한 아이의 엄마가 담임교사한테 전화를 한 것이다.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면서 “부모님의 정치성향을 조사하려는 것 아니냐”, “아이들을 의식화 시키는 것은 아니냐” 등등의 전화 내용이었다. 담임교사는 다시 필자에게 전화를 했고 필자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 의해 교육기본법과 민주시민교육에 의한 수업이었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다 담임 선생님이 필자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보다 직접 해명하는 것이 좋을 듯 싶어 직접 전화를 하겠다고 했으나 학부모는 부담스럽다며 필자와의 통화를 거절했다.
필자는 그렇다면 학부모님들이 현재 2015교육과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이런 오해가 생긴 것 같으니, 학부모님을 대상으로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2015 교육과정에 대해 연수를 해드리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
결국 나는 내 수업에 대해 한 마디 해명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아이들을 의식화시킨다는 누명을 쓰고 말았다.

학부모는 왜 학교 교육과정에는 관심이 없나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제4차 산업혁명을 맞으며 어마어마하게 변하고 있다. 과학정보통신에 관한 내용만이 아니라 글로벌한 사회에서 세계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기 위한 자치교육이나 선거교육 등 민주시민 교육들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당신들이 배우던 시절의 교육관에 머물러있다. 자신들이 받은 교육보다 30년이나 차이가 나는 자녀들의 교육을 과거의 잣대로 재단하며, 혹여 그 잣대에 어긋나면 득달같이 학교로 전화를 한다.
예전 민원 전화는 주로 아이들과의 교우 관계나 부적응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나 몇 해전부터는 교사의 수업에 대한 민원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온다. ‘숙제를 내주지 말아라’, ‘발표 수업보다는 문제풀이 수업으로 해달라’, ‘받아쓰기를 더 자주 봐달라’(받아쓰기는 3학년 이상에서 하도록 교육과정이 편성되어있음에도), ‘프로젝트 학습을 같이 하는 모둠 아이들이 맘에 들지 않으니 바꿔달라’, ‘수행평가 방법을 바꿔달라’ 등의 민원이다.
수업권은 교사 고유의 영역이지만, 어디까지나 국가 교육과정과 시도, 학교 교육과정에 근거를 두고 구성된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과정이라는 대명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녀에게 불리하면 민원을 제기한다.
대성학원이나 종로학원 차원의 사설학원에서는 새 학년이 시작되거나 모의고사가 끝날 때마다, 또 수능을 치른 후나 필요에 따라 수시로 입시 정보 연수를 개설한다. 5000석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학부모들의 참여가 대단하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방법으로 배우며, 현재 교육의 방향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연수는 그 어디에도 없다.
수업에 대한 학부모의 민원 전화가 빗발치는 것은, 어쩌면 ‘몰라서 용감한’ 까닭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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