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독서운동’ 붐을 일으키자
[김 쌤의 어른을 위한 디지털세상] ‘시니어 그림책’도 활발히 나오는데 함께 모여 읽고 토론하는 모임은 어떨까
그림책이 각광 받는 시대
‘삶의 모든 순간, 당신이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노르웨이의 작가 리사 아이사토가 쓴 <삶의 모든 색>이라는 그림책에 나오는 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방황하는 청소년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고 부모의 시간을 보내며 노년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인생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이라 하면 대부분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읽는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이 책은 어린이부터 노인층까지 모두 읽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최근 들어 그림책의 독자층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그림책 읽기가 꾸준히 확산되고 있으며 점차 중장년층을 넘어 시니어 세대로까지 이어져, 그림책 판매량도 20%나 증가되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성인들이 그림책에 빠진 이유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이 있어서입니다. 삶에 지친 성인들은 짧은 글과 선명한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책을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으며, 하나의 미술 작품을 보는 것처럼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입니다. 또한 내용면에서는 압축적으로 그려낸 인간의 모습을 자기 치유와 연계하여 ‘힐링’의 요소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5090 ‘시니어 그림책’이 세상에 나온 이유
‘글을 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안이 오기 시작하면 반드시 읽어야 할 업무관련 글 외에는 밀쳐둡니다. 아무리 읽어도 내용이 들어오지 않는 책보다는 드라마나 트로트 경연프로그램, 유튜브에 빠져드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저 시력과 집중력이 떨어진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으로 받아들일 뿐 그에 대한 니즈를 요구할, 해결할 생각을 하지 못 했던 것입니다.
‘글자가 큰 책’, ‘짧은 시간만 집중해도 좋은 책’
독서운동가 백화현씨는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하여 시니어 그림책 전문 출판사인 ‘백화만발’(百花晩發: 온갖 꽃들이 ‘늦게’ 피어나다)을 만들었습니다. 어른들의 고민과 이슈를 담으면서 읽기에 쉽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책, 짧으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이면 좋겠다는 취지로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어른 그림책’을 시리즈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40~80쪽 분량으로 큰 글자(12포인트 이상), 글이 많지 않게’라는 편집 원칙을 세워 <할머니의 정원>, <쑥부쟁이>, <엄마와 도자기>, <선물> 등 2020년 이후 금년까지 시리즈로 8권을 출간했고, 시장에서 상당한 반응이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정원>은 남편을 먼저 보내고 오랫동안 혼자 살면서 괴팍해진 한 노인의 성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이며, <쑥부쟁이>는 갑작스레 찾아와 이혼 소식을 알리는 딸과 그런 딸의 결정을 말없이 지켜봐야만 하는 엄마의 이야기로 시니어들의 삶과 밀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 삶의 질을 위한 독서
오늘날 한국도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로 진입함에 따라 노인문제가 심각해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고령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고령자 중 “삶에 만족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4명 중 1명으로, 삶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떨어집니다.
사람은 다양한 자극을 받으면 다채롭게 사고하고 성장하는데, 나이가 들면 자신이 무르익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성장하기를 멈춥니다. 그러나 노년기에도 ‘내일의 삶’은 처음 경험해보는 여정이므로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참고할 수 있는 활동을 함으로써 삶의 만족도를 높여가야 하는데, 이는 독서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합니다.
미국 예일대 연구팀이 12년에 걸쳐 50세 이상 남녀 3,635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하루 30분 이상 책을 읽는 사람들은 독서를 전혀 하지 않은 이들보다 평균 수명이 약 23개월 길었다고 합니다. 성규탁 전 연세대교수(한국사회복지사협회 원로회 대표)는 독서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수면 촉진과 두뇌 활동·인지 능력을 증대해 주며 치매를 예방해 주는 만큼, 독서가 생명을 연장해주는 중요한 방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유성호 서울의대(법의학교실) 교수는 ‘품격있는 삶을 위한 책의 의미’로 죽음 이후의 나를 위한 준비,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죽음 이후에 남을 사람들)을 위한 준비, 더 나은 죽음의 과정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위해 책의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한지원 분당서울대병원(정신건강) 교수는 75세 이상의 치매가 없는 어르신 469명을 5.1년간 추적한 결과 독서를 매주 여러 번 자주 하는 사람들은 평균 1회 미만도 읽지 않는 사람에 비해서 치매 발병 위험도가 35% 정도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처럼 독서는, 자신을 성찰하면서 미래를 알차고 보람있게 계획·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이 위축되는 노년기에 책을 매개로 하는 독서 동아리 모임을 통해 다양한 대상들과 관계 맺고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등 독서가 갖는 긍정적인 힘과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고 합니다.
시니어 독서 운동을 꿈꾸며
한 사회에서 삶의 질을 고취시키는 독서문화가 활성화 되려면 단순히 독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출판 시장, 저자, 출판사, 독자층 등 참여자 간 선순환 생태계가 영위되어야 합니다.
문체부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 독서 인구 중 고령자는 10%에 불과합니다. 시니어 출판 시장도 교보문고 기준 ‘60세 이상’의 시장점유율(매출 비중)은 5%에 불과합니다.
시니어의 독서시장을 확장한다는 것은 단순히 출판시장의 상품판매만이 목적이 아니라 고령화 된 사회에서 시니어들의 건강한 삶의 질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보다 다양한 시니어 타겟형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독서운동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개별 독자층의 독서만이 아니라 독자들이 사회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주민센터, 복지관, 교회, 사찰 등에 시니어 독서실을 설치하고, 도서관, 서점, 노인복지관협회 등을 통해 고령자를 위한 책을 추천하고 노인 독서클럽 등을 조직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나아가 고령자 독서를 돕기 위해 전자 책, 큰 활자, 독서 전등, 확대경, 대신 읽어주기의 도입 역시 중요합니다.
이제 막 움을 트는 시니어 독서 출판시장은 시니어 독자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기존의 시니어 독자들은 주로 사회의 엘리트이거나 상위층에 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동네 마을회관이나 주민 자치 문화센터에서도 자기 수준에 맞는 독서를 할 수 있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며 남은 삶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해결점을 찾아가는 공동체로서의 삶을 구축하기 위한 독서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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