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의 ‘거미줄 무기’에 얽힌 비화
[닥터 스코의 캡틴 사이언스] 초기 3부작, 왜 ‘생체 합성’ 거미줄이었을까 거미와 염소 콜라보로 ‘무기’ 만들었다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겨낸 ‘대박 영화’
“야야! 대~박! 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봤어?” 이 질문에 당신은 YES 또는 NO 중에서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2022년 1월 29일 기준, 12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당신이 관람을 위해 영화관을 두 번, 세번 혹은 그 이상 방문하지 않았다면 분명 14%의 확률로 YES를 선택할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오랜 팬인 필자 역시 14%의 부류에 속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수 700만명을 훌쩍 넘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팬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시리즈의 스토리 전개와 등장인물 설정은 정말이지 최고였다는 평을 감히 남기고 싶다.
참고로 필자는 전문가적인 시각에서 영화의 퀄리티를 논할 수 있는 영화평론가도 아니요, 스파이더맨 역을 열연한 톰 홀랜드와 친분이 있지도 않으며, 영화 내내 팔을 휘휘 돌리던 닥터 스트레인지와 단지 이름만 비슷할 뿐 그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 꺼낼 이야기는 마블의 팬, 특히 스파이더맨의 팬이라면 충분히 관심 가질 만한 내용일 터. 소니 픽쳐스 혹은 디즈니에서 등장했던 스파이더맨 3인방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 톰 홀랜드), 그 중에서도 특히 토비 맥과이어가 열연한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무기에 대한 과학적인 배경 이야기들이 주를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거미줄의 형태는 매시리즈마다 달라졌다?
사실 각 인물의 능력을 비교할 때, 개인별 신체 조건과 수트의 디자인 차이는 논외로 치더라도 그들이 내뿜는 거미줄만큼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명확히 두 부류로 구분되니까 말이다. 필자의 어쭙잖은 작명 센스를 따르자면 거미줄을 생체 내에서 합성하는 토비는 ‘자체 생산파’, 화학물질의 고분자화를 통해 거미줄을 만들어내는 앤드류와 톰은 ‘인공 합성파’로 분류될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스파이더맨의 만화 원작은 철저히 후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렇다면 토비 맥과이어가 열연한 스파이더맨은 왜, 어떠한 이유로 만화 원작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 것일까? 글쎄다. 당시 <스파이더맨 (2002년 개봉 작)> 제작을 맡았던 샘 레이미 감독에게 직접 전해 들은 바가 없어 정확한 이유는 알 길이 없으니 합리적인 의심과 추측만이 가능하다.
과학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의심의 시작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추측에 기대어 보건대, 영화를 제작하던 당시 매스컴에 보고됐던 몇 가지 과학 이슈들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촬영이 이루어진 기간(2001년 1월 8일 ~ 2001년 6월 30일) 이전의 과학 이슈들 중에서 눈에 띄는 것들을 몇 가지 간추려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 사례들에서 공통으로 언급되는 단어는 무엇인가? 그렇다. 거미 실크를 만들어내는 ‘유전자’이다.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첫번째 시리즈의 촬영 계획이 한창 진행 중이던 그때,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는 거미줄을 만들어내는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그들은 특히 거미줄 단백질의 유전자를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와 결합시키는 작업들, 일명 ‘형질이 변환된 유전자’를 체내에서 생산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대중의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은 자신들만의 가치관을 끝끝내 고집했다.
생명공학자들의 고집스러운 작업은 불과 수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결실을 맞이하기에 이르렀고, 세상 사람들의 입에는 유전자 조합이라는 대업을 성공시킨 인물 혹은 집단의 명칭이 하나 둘씩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기간동안 거론된 명단 내에는 거물 격의 조직으로서 미국 국방과학연구소도 포함되어 있었다. 세상의 모든 과학을 무기 개발과 연결 짓는다는 사명에 충실했던 그들은 놀랍게도 거미줄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유전자를 대장균에 주입시켜 각종 군수물자를 실제 제품으로서 생산해내기까지 했다.
거미줄을 뽑아내는 괴생명체들의 출현!
하지만 여러 사례들 중에서 단연코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뭐니뭐니 해도 1999년 넥시아 바이오테크놀로지사(Nexia Biotechnologies Inc.)가 감행했던 거미와 염소 간의 유전자 콜라보(collaboration) 사건일 것이다. 연구를 성공시킨 시기(영화가 제작되기 2년 전)가 영화의 크랭크인 시기와 가장 근접한 것도 이유일 수 있겠지만,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으니 그건 바로 콜라보의 대상이 포유동물이라는 점이었다.
더욱이 그들이 파트너로서 선택한 건 유전자 조작의 대표 희생양인 쥐가 아닌 염소라는 의외의 동물이었다. 단지 거미줄이 포함된 젖이 필요했다면 굳이 염소를 택할 필요가 있었을까? 지구 상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4000여종의 젖먹이 동물 중에 왜 하필 염소였을까?
염소가 파트너로 선정된 이유는 단 하나, 염소 젖의 뛰어난 생산성 때문이었다. 다른 포유동물들에 비해 염소는 젖을 보다 이른 시기에 생산해낸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생산해낸 젖 1리터(L)당 2g씩의 거미줄 단백질 추출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거미염소’는 현재 미국 유타주의 한 농장에 모여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순진한 괴생명체들은 어떠한 운명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채 매순간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염소 젖만으로는 결코 성이 차지 않은 인류는 거미와의 새로운 유전자 콜라보 파트너로서 포유동물이 아닌 다른 동물에게까지 마수를 뻗쳤다. 그 대상은 바로 누에. 실뽑기의 달인이라 알려진 누에는 현재 거미의 고유업무까지 병행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가능한 시나리오
만약 <스파이더맨(2002년 개봉 작)>의 여러 영화 관계자들 중 하나가 영화 제작의 계획 단계에서 이런 정보들을 입수했다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감독님! 감독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웹슈터(web shooter) 따위는 갖다 버리고 스파이더맨 손목에서 저절로 거미줄이 나오게끔 스토리를 짜보는 게 어때요? 요즘 미국의 과학 트렌드에도 딱 맞으니까 이슈몰이하기에 좋지 않겠어요? 왜 한국 속담에 그런 게 있다잖아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원작에서 벗어나는 건 신경 쓰지 말고 피터 손목에 거미줄 유전자나 한번 심어봅시다!”

물론 이 모두가 한낱 필자의 머리 속 상상에 지나지 않으며, 우연히 들어맞았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마음 속 한 켠에 자리잡은 의심벌레가 좀처럼 떠나질 않는다. 이러다 의심벌레에 물려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나 ‘슈퍼 의심러’가 되는 건 아닌지 심히 염려가 된다.
하지만 부디 잊지 말길 바란다. 세상의 놀라운 발견은 끊임없는 ‘의심’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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