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나는 망원경이 먼 시간을 본다

[정연섭의 과학과 철학] ‘제임스 웹’ 망원경의 독특한 작동원리 과연 외계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교정 영상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교정 영상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란?

작년 크리스마스 때에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기하학적인 별 사진을 보내왔다. 별 주변으로 뻗어나간 6개의 광선은 육각형의 거울 조각에 의한 영향이므로 제대로 조정되고 있다는 증거다. 안경점에서 눈에 맞는 렌즈를 맞추듯 대칭 사진을 보면 눈과 뇌가 맑아진다. 미세 조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안경점에서 0.5에서 1.2로 시력을 높이려면 다른 렌즈로 교체해야 하듯이 더 먼 거리에 있는 별을 기준으로 다시 기하학적 별 사진을 얻어야 한다. 태양광을 차단하여 절대온도 60도까지 온도를 낮추었고 헬륨 냉매가 든 극저온 냉각기까지 작동시켜 절대온도 7도까지 온도를 더 낮추면서 1~2개월 더 미세 조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제임스 웹 천체망원경은 미국의 우주항공국(NASA)의 2대 국장인 제임스 웹(James Webb)의 이름을 따서 붙인 우주 망원경(Space Telescope)이다. 웹(Web)이라는 용어가 인터넷 그물망에 너무 고착되어 있어 웹(Webb) 망원경이라고 부르면 혼란이 발생하기 쉽다. 서양에서 JWST로 부르는 모양이니 이 칼럼에서도 JWST로 부르겠다.

JWST 모습
JWST 모습

JWST은 렌즈 대신 육각형 거울 조각을 18개 붙여 만든 반사 망원경이다. 발사 로켓의 좁은 공간에 JWST를 접어넣으려 조각을 냈다. 거울 조각을 수십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도로 곡면을 맞춰야 안경의 시력에 해당하는 분해능이 향상된다. 우주의 끝에 있는 별들은 조그맣게 보이니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의 분해능을 높이려 기를 쓴다. 가시광선을 측정하는 허블 망원경과 거울 크기만으로 단순 비교할 때 JWST의 집광 능력은 100배 좋지만 측정하는 적외선 파장까지 고려하면 JWST의 분해능은 조금 떨어진다.

JWST는 1990년 가동하여 우주 팽창의 증거 등 탁월한 실적을 남긴 허블 우주 망원경 후속으로 설계되었다. 예산 1조 원에서 시작되었지만 높은 수준의 사양을 추가하자 발사는 수차례 연기되었고 예산은 11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저항이 만만치 않았지만 마침내 작년 크리스마스에 유럽 우주국의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 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되었다. 목표점인 제2 라그랑주 점을 향해가면서 차광망을 비롯해 접혔던 부품들이 펼쳐졌고 이제 최종 미세 조정만 남겨두고 있다. 섬세한 일련의 단계들을 착착 성공시킨 것을 보면 엔지니어들이 설계를 얼마나 강인하게 했고 얼마나 많이 시험하고 검증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라그랑주 점을 설명하는 그림.
라그랑주 점을 설명하는 그림.

중력을 거스르는 ‘라그랑주 점’

JWST는 라그랑주 점 L2에 위치한다. 지구에서 볼때 태양이 지면 떠오르고 태양이 뜨면 지는 JWST를 지구에서도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다. 우주 망원경의 위치 선정은 망원경의 기능에 달려 있다. 공기의 간섭을 피하려면 지구 대기권 밖에 위치해야 하고, 태양빛을 덜 받으려면 지구의 공전궤도 밖에 위치해야 한다. 문제는 지구의 공전궤도에서 벗어나면 망원경의 공전 주기는 지구의 공전 주기와 달라지므로 지구에서 망원경까지의 거리와 방향이 수시로 바뀌고 통신 지연도 발생한다.

18세기 이탈리아 수학자 라그랑주는 지구의 공전 궤도에서 벗어나 있지만 지구와 동일한 공전 주기를 가지는 라그랑주 점 L1과 L2를 발견했다. L1는 지구 안쪽에 있으며 L2는 150만㎞ 바깥쪽에 있다. L2 지점은 지구보다 공전 반경은 크지만 태양의 인력과 지구의 인력을 동시에 받으므로 JWST 공전이 지구 공전과 동기화될 수 있다.

라그랑주 점은 바위산 밑에 부서져 내린 돌무더기와 유사하다. 풍화된 돌멩이는 산 아래로 무작정 굴려 내려가지 않고 경사가 완만한 계곡에 차곡차곡 쌓인다. 태양과 지구가 중력을 미치는 빈 공간에서도 중력 경사가 완만한 지점이 바로 라그랑주 점이다. 라그랑주 점에는 우주를 떠도는 쓰레기들도 모여든다.

JWST가 라그랑주 점 근처에서 중력과 원심력의 균형을 맞추지만 완전한 평형점에 있는 건 아니다. 태양풍의 영향과 JWST의 바람개비 회전운동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불완전한 평형점으로, JWST는 조금씩 궤도에서 벗어난다. JWST는 제자리로 복귀하기 위해 내부 에너지를 주기적으로 사용한다. JWST의 수명은 이 내부 에너지의 잔량에 의해 결정되는데 설계 시에는 약 5년이었지만 지금은 약 20년까지 수명이 늘어났다. 왜냐하면 아리안 5호 로켓이 JWST를 잘 올려줘 자체 연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주망원경이 고장 나면

대기권 밖의 JWST는 거의 진공 속에 놓이므로 공기에 의한 부식은 최소화된다. 차광막에 설치된 광전지 패널이 2㎾ 전력을 만들어내고 태양광에 의한 광분해를 막으면 기기 부품의 수명은 더 길어진다. 그래서 NASA도 JWST의 기기의 수명을 노화로부터 결정하지 않고 가용한 에너지 자원에서 판단한다.

기기의 수명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소프트웨어 버그다. 최신 소프트웨어 개발기술은 소프트웨어를 계층적으로 구축하여 갱신이 상당히 유연하다. 사람이 돐 까지 기고 걷고 일어나는 기본적인 행동만 익히면 이후는 배우면서 살아가듯이 기본적인 단위 행위를 가진 JWST도 배우면서 살아갈 수 있다. 이는 마치 휴대폰 기종을 바꾸지 않고서 휴대폰의 소프트웨어를 수시로 갱신하는 것과 비슷하다. 멀리 대기권밖에 있지만 응용 소프트웨어를 수시로 갱신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기기는 볼트 등의 연결에 의해 응력을 받고 작동으로 마모가 일어나므로 결국 부품들은 고장이 나면 교체해야 한다. 허블 망원경은 우주왕복선을 보내 수리하여 사용했다. 그러나 저 멀리 라그랑주 점에 있는 JWST의 경우에는 왕복해서 고쳐야 하는 부담이 허블 망원경에 비할 바가 아니다. 현재는 JWST가 고장나면 우주의 미아가 될 운명이지만, 20년내에 왕복선이 개발될 가능성이 있긴하다.

적외선 측정

필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적외선 분광기를 8년 동안 다뤘다. 적외선은 우리 눈이 감각하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다. 긴 파장은 투과력이 좋다. 그래서 가시광선은 우주의 먼지에 막히지만 적외선은 이를 뚫고 들어온다. 투시경으로 인체를 투시했다는 기사가 간혹 나오곤 하는데 이는 적외선을 활용한 기술에 관한 것이다.

투시성이 좋은 적외선도 대기에는 잘 흡수된다. 지상에서 적외선 스펙트럼을 얻기 위해서는 빛의 경로에 있는 물이나 이산화탄소를 대신해 질소를 불어넣어 대체한다. 대칭적 분자 구조를 가지는 질소(N2), 산소(O2)는 적외선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 대기층의 물과 이산화탄소를 완전히 질소로 대체하기 어려우므로 JWST를 우주 공간에 갖다 놓은 것이다.

사람의 신분을 확인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지문이 탁월하듯이 물질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적외선 방법이 탁월하다 할 수 있다. 물론 질량분석기나 핵공명분석기도 물질의 지문을 보여주지만 먼 행성의 대기 성분을 채집한 후에야 분석이 가능하다. 결국 먼 행성의 대기 분석에는 적외선 분광기밖에 없다. JWST에는 총 4개의 적외선 분광기와 카메라가 긴밀하게 연동되어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우주에 생명이 존재할까

약 2년 전에 화성에서 인(P)이 발견한 후, 오래전에 화성에도 생명 흔적이 있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필자는 분광학과 물질의 분석 경험에 근거하여 인(P)이 생명의 증거가 될 수 없다며 기사를 공유한 적이 있다. 그리고 2년 후에 인(P)이 생명의 흔적이 아니라는 후속 보도가 나왔다. 이처럼 생명의 존재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물질은 없고 종합적인 증거를 모아야 한다.

처음 확보할 증거는 지구의 대기와 비교할 자료다. 특히 메탄(CH4)과 산소(O2)는 생명체 존재 전후의 물질이므로 이를 분석하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 비슷한 논리로 문명의 존재를 알려줄 결정적인 증거는 없지만 냉장고 냉매로 사용되는 프레온을 문명의 초기 증거로 확보할 수 있다.

스티브 호킹은 방대한 우주에 수억 개의 별들이 있으니 생명체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어느 누구도 정답을 모른다. 우리 은하에 외계 문명이 있었다면 전파를 통해 이미 확인했겠지만 그런 전파는 아직 없다. 우주의 나이 138억 년에 비하면 지구의 인간은 불과 300만 년 전에 나타났으므로, 외계 문명까지는 없더라도 생명체가 탄생한 행성은 있을지 모른다. JWST는 행성의 대기에 의해 흡수된 적외선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행성의 대기 성분을 알 수가 있다. 바오밥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어린왕자를 찾는 행운을 기대하시라.

우주 탄생의 비밀도 알수 있다

JWST가 적외선을 사용하는 두 번째 이유는 팽창하는 우주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멀어지는 기차의 기적소리는 다가오는 기차의 기적소리에 비해 더 저음이듯이, 팽창하는 우주 속에서 별들의 빛은 적외선 영역으로 쏠린다. 별들이 가시광선을 발광했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적외선으로 관측된다. 우주의 끝에 놓인 별들은 더 적외선 영역으로 치우쳐 JWST에서 관측된다.

우주 끝에서 나온 별빛이 중요한 이유는 우주 초기에 정보를 간직하기 때문이다. 우주가 생성되고 2억 년 후에 만들어진 빛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우주는 138억 년이 늙었지만 갓 태어난 빛이 이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 과거의 빛이 이제 올 수가 있을까? 이는 빠르게 떠나가면서 매년 나에게 편지를 보내는 사람과 비교하면 이해할 수 있다. 오래전에 보냈지만 너무 멀어져 이제야 도착하게 되는 편지 말이다. 그 편지는 과거의 정보를 담고 있다.

현재 과학자들은 우주의 5% 수준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95%는 암흑에너지나 암흑물질이라고 불리는 미지의 물질이다. 미지의 물질은 은하의 운동 등 우주 팽창 속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5%의 적은 분량으로도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자연현상을 거의 설명할 수가 있다. 혹시 미지의 물질이 과거로의 시간 여행 등의 가능성을 던져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과학자들은 미지의 물질만 보면 답답하다.

과학자들은 모든 현상을 일관성 있게 해석하기를 원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95%는 정말로 인간의 무지를 파고드는 아킬레스건이다. JWST의 직접적 효과는 행성의 대기성분, 초기 우주의 특성 파악에 한정되겠지만 모든 자연 현상을 하나의 틀로 해석할 수 있는 간접적 자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상의 운동과 천상의 운동이 서로 다르다고 생각했다. 17세기에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사용하고 뉴턴이 고전역학을 제안하여 두 개의 운동은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상의 운동은 너무 많은 인자들이 영향을 미쳐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천상의 운동에는 간섭이 적다. 과학자들은 천상을 통해 지상의 운동까지 유추한다. 갈릴레오의 망원경처럼 JWST가 던져 줄 천상의 자료가 기대된다.

글쓴이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인 정연섭 연구원은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에 재직중이다. 서울대 화학 석사 후에 LG화학연구소, 한국전력연구원을 거쳤다. 50여 편 발표 논문, 10여 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원전 설계 및 수출로 한국원자력학회 기술상, 산자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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