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본 ‘루나 사태’ ② 권도형 처벌 가능할까
[김정민의 친철한 IT이야기] 코인 투자자들이 얻어야할 교훈은 권대표 책임 묻기에 만만찮은 난관들 압수수색부터 철저히...수사능력 키워야
①에 이어 계속
①의 글에서 테라 코인의 구조와 외부 공격자의 공격 내용을 이해하려 노력했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이번 ‘루나 사태’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정리하는 것이다. 또 한국의 사법시스템이 권도형 대표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번 사태에서 얻어야할 교훈
우선 이번 사태에 대한 교훈이다. 필자는 블록체인 강의를 할 때마다 도입부에 항상 “블록체인으로 사기당하지 않는 법”을 강조하고 시작한다.
첫째, 고율의 이자 또는 수익을 보장하는 경우는 의심해봐야 한다. 연12%를 넘어가는 수익은 반드시 의심을 해봐야 하고 결국 사기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다. 테라(UST)에 투자하면 연 19.5%의 이자를 준다고 하는데, 투자자는 이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혹시 후속 투자금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검토해야 한다.
둘째, 기술적인 설명을 들어보고 이해가 안되면 투자해서는 안된다. 복잡한 금융, 경제학 설명도 그 원리는 단순화할 수 있고, 투자경력이 어느 정도 있으면 웬만한 기술적인 설명도 이해할 수는 있다. 만약 투자자가 이해하기 힘든 설명을 한다면, 정말 최첨단 기술이거나, 설명하는 사람이 사기 치고 있는 것이다. 후자가 대부분이다.
사기를 당했다면, 최종 책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 권도형 대표에게 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범죄의 ‘고의’를 증명해야 한다. 과연 권 대표가 이번 폭락사태가 벌어질 것을 알고도 용인했는지, 알고도 용인했다는 간접 증거들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반면, ‘과실’만 입증하면 되는 민사 손해배상 청구는 비교적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권도형이라는 사람이 어떠한 인식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그는 1991년생으로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애플 인턴, 마이크로소프트 인턴을 하였고 한국에서 2018년부터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업하여 대표를 맡고 있다. 다른 공동창업자는 ‘티켓몬스터’의 신현성이다.
권도형이 블록체인기술(컴퓨터과학)과 파이낸스(경제학)가 접목된 Defi(Decentralized Finance, 탈중앙화 금융) 사업을 시작한 것은 어찌 보면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나아가 자신의 경제학적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테라(UST)라는 스테이블 코인과 담보 토큰인 루나(LUNA) 코인을 이용한 이중 토큰 시스템을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루나 사태와 이에 대한 대처를 보며, 기본에 충실할 필요를 새삼 느끼게 된다. 최근 Defi와 NFT가 각광을 받으며 다단계나 사기성 프로젝트를 대충 만들어 돈을 모으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 비슷한 사고는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 테라는 이런 자잘한 프로젝트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과거 디페깅을 여러 번 방어한 경험도 있었으나 결국 이번 사태는 막지 못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이더리움(Ethereum)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은 테라와 루나 등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특히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명칭 자체가 과장된 용어”라며 비난하며, ‘폰지사기’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권도형 대표 자신도 이번 사태가 있기 직전,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가운데 95%는 죽을(몰락할) 것이고, 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일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알려졌는데, 그 95%에 테라가 들어갈지는 몰랐나보다.
모든 금융사기의 기본은 ‘폰지 사기’이다. 내가 보장받은 20%라는 고율의 이자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이 트리거가 되었지만 결국 앵커 프로토콜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테라 코인의 아킬레스건이고, 예대마진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비트코인 보조금으로 이자를 지급하며 버틸 수 있는 기간도 한정적이다.

권도형, 사전인지했을 가능성
권 대표는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까, 혹은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인가?
먼저 권 대표는 이번 사태의 발생 가능성을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디페깅을 여러 번 막았던 경험도 있고, 유동성 문제 해결과 준비금 확보를 위해 루나 재단을 만들어 대비를 했으며, 결정적으로 앵커 프로토콜의 예치 이자율을 낮추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투자자들로부터 거부당해 실행을 하지는 못했다.
경제학과 금융의 기본 원리를 잘 알고 있으면서, 테라 생태계의 구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권도형 대표다. 그리고 적어도 작년 어느 시점부터 테라 생태계에 대한 위험성 경고가 계속 있어왔고, 권 대표는 이에 반응을 해왔다. 4 Pool로의 이전 작업은 좋은 목적으로 진행했을 것이나 그 과정에서 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권 대표에게 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시장에서 하락하고 있는 좋지 않은 시기를 택한 것도 권 대표의 패착으로 보이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선 것도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
수사당국, 권대표 책임추궁 ‘실력 의문’
마지막으로 한국의 사법시스템이 권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지, 그럴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권 대표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시스템의 설계가 잘못되었거나, 외부 공격에 대한 대응을 잘못했다는 사실이 증거로 밝혀져야 한다. 테라 코인, 루나 코인에 관한 거래 내용은 코인거래소에 기록이 되기 때문에 이 부분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서버와 어플리케이션간 정보교환 방법)를 제공하기도 하고, 거래 내역에 대한 빅데이터를 공개한다. 다만, 코인을 예치하는 경우 거래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압수수색이 필요하다.
시스템 설계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증명이 더욱 어렵다. 실제 스테이블 코인 시스템에서 돌아가고 있는 알고리즘을 파악해야 하고 알고리즘이 제대로 동작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알고리즘은 프로그램을 개발사에서 임의로 제출하거나 프로그램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서만 파악이 가능하다. 특히 형사절차를 진행하면서, 프로그램 압수수색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과거처럼 서버 전체를 통으로 들고 오는 압수수색은 허용되지 않는다. 현재는 범죄사실과 관련성이 깊은 내용만을 복제해서 압수할 수 있다.
외부 세력의 공격 이후에 권 대표 측의 대응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증명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루나 사태의 경우, 공격을 받은 이후 테라 프로토콜, 앵커 프로토콜이 동작한 내용, LFG의 대응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는 압수수색을 한다고 해도 광범위하게 흩어진 내용을 모으는 것도 문제이고, 모은 정보를 분류하고 분석하는 것도 매우 힘든 작업이다. 이 부분은 검찰과 경찰의 능력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데, 믿을 만한 수준의 지식과 능력을 갖추었는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블록체인과 코인 관련 범죄나 사건이 더욱 많이 발생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는 검찰과 경찰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개발자와 소프트웨어 박사급 인력이 품귀 상태인 지금, 과연 검찰과 경찰이 유능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블록체인 관련 산업의 발전과 부흥도 중요하지만, 관련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건 사고의 뒤처리를 담당해야 할 법원, 검찰, 경찰의 능력을 키우는 것도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루나 사태 수사를 최근 부활한 금융증권범죄 합수단이 맡는다고 하니 일단은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권도형 대표에게 혐의점이 있는 특경가법 사기, 유사수신, 조세탈루 등 범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와 기관의 처벌 의지보다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정확한 압수수색의 진행과 압수물의 분석 역량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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