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는 점성술인가 과학인가?

[정연섭의 과학과 철학] 이상을 향해 돌진하는 기사처럼 정확한 조작기술 찾을 수 있을까

양자컴퓨터 상상도. 출처=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컴퓨터 상상도. 출처=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우리나라 양자컴퓨터 투자

우리나라도 과학기술통신부에서 양자컴퓨터 개발에 5년 동안 약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주관기관인 표준과학연구원은 50 큐비트(QBit) 양자컴퓨터 개발을 맡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양자 인터넷 개발을 맡는 사업이다.

계산 속도가 천문학적으로 빠르고 암호를 풀 수 있다고 위협을 하니 양자컴퓨터 연구개발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은 100 큐비트 양자 컴퓨터를 개발했다고 자랑질이니 우리도 위기의식을 느낀다.

사실 양자 특성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양자역학은 1900년대에 발견되었으며 자연의 미시세계를 지배하는 원리다. 거시 세계에서도 노란색을 내는 가로등을 양자역학으로 설명하는 사례가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양자역학을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양자 역학은 세상 물질의 기본 요소인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작동하므로 먹고 마시고 자동차를 모는 일상생활에서는 저 아래에 숨겨져 있다.

과학자들은 양자 역학으로 현상을 설명하지만 일반적인 이성으로 이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양자컴퓨터 아이디어를 낸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했고,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 자체를 불완전한 학문으로 보았다. 미국과 중국의 양자컴퓨터 연구 결과를 의심의 눈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만 양자 현상은 흥미롭고 인류의 지식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 줄 가능성이 높다. 설령 미지의 분야가 있더라도 응용은 가능하고 응용을 통해 양자 역학의 실체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과학에 앞서 기술을 활용했다

사람들은 이론 과학이 정립된 후에 응용 공학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기술이 먼저 적용된 사례도 많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고 도끼를 사용했던 이유가 불의 성질과 돌의 성질을 이해했기 때문은 아니다. 번개 맞은 나무에 불이 났고 불에 익은 고기를 보고 불을 가까이 했다. 인간이 불을 내는 성질인 플로지스톤이라는 원소를 생각해낸 것은 18세기였고, 그것마저 틀리게 파악했다. 현대 과학은 불을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본다.

올해에는 장마가 길었다. 밭 주변에 웅덩이가 생겨 개구리 소리로 시끄럽다. 필자는 웅덩이의 물을 뽑으려 도랑을 내었지만 엄밀한 계산 끝에 도랑을 내지 않았다. 웅덩이에서 물이 빠져나올 때까지 흙을 파는 노동만 있으면 된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므로 물은 높고 낮은 부등호(<)를 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공학 사업을 하려면 엄밀히 설계하고 검증해야 한다. 설계와 검증은 어려운 작업이므로 컴퓨터를 돌린다. 제법 많은 시간들이 들어간다. 그런데 도랑을 내는 작업처럼 자연의 법칙을 이용하여 검증하는 방법이 있다. 계산이 필요 없다. 화가는 여러 물감을 팔레트에서 섞은 후에 캠퍼스에 살짝 찍어 본다. 조그만 모서리가 실증 설비다.

온오프와 로터리 스위치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양자 현상도 원리가 있다. 양자 원리는 해밀토니안 수식으로만 표현되지만, 우리는 가장 짧은 경로를 찾아가는 원리로 이해해도 상관없다. 물리학자들은 해밀토니안이라는 이상한 수식을 그런 식으로 논쟁하며 얻었기 때문이다.

물이 높고 낮음을 결정하는 기능을 하듯이 양자역학도 짧은 경로를 찾는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고 이렇게 양자 컴퓨터가 나왔다. 양자컴퓨터는 물질 속에 들어 있는 자석을 이용한다. 집에서 굴러다니는 막대자석은 아니며 원자 크기의 엄청 작은 자석이다. 양자 세계로 들어가면 거시 세계에 사는 우리 생각을 바꾸어야 하는데 원자의 구성 요소인 양성자가 막대자석 역할을 한다.

이 막대자석을 정교하게 돌리면 현대의 과학으로 풀기 어렵다는 문제들을 풀 수 있다. 별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점성술처럼 비과학적이라고 속단하기 쉽지만 양자를 이용한 계산은 과학이다. 보편성이 있고 재현성이 있다. 별은 신비이나, 물은 공학이고 양자는 과학이다.

기억장치인 메모리의 특성을 통해 양자 컴퓨터와 기존 컴퓨터를 조금 비교하여 보자. 기존 컴퓨터의 메모리는 0과 1의 중에 하나만 기억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0과 1 사이의 어떤 값도 가질 수 있다. 0과 1을 저장하는 메모리 형태를 비트(Bit)로 부르고 어떤 값도 가질 수 있는 양자 메모리를 큐비트(QBit)라고 한다. QBit로 비유한 막대자석은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도 놓일 수 있음을 상상하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컴퓨터와 양자컴퓨터의 계산 방식 비교.
기존 컴퓨터와 양자컴퓨터의 계산 방식 비교.

그림처럼 비트(Bit)는 ON/OFF 스위치처럼 행동하고 큐비트(QBit)는 로터리 스위치처럼 거동한다. 비트(Bit) 연산에서는 단계마다 둘 중의 1개를 선택하고 선택된 경로에 대해 결과값을 준다. 모든 경로를 따져야 하므로 분기가 많을수록 수많은 계산을 반복해야 한다. 이는 직렬 계산이다. 반면에 큐비트(Qbit)는 선택을 강요하지 않으니 0과 1 사이에 적당한 비율을 부여해 계산할 수 있다. 모든 경로에 대한 값이 동시에 계산되는 병렬 계산이다. 당연히 계산속도가 빨라진다.

희망 속에 함정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양자 컴퓨터의 개발은 더디기만 하다. 양자 역학이 일상적인 상식과 떨어져 있으니 과학자들의 아이디어가 효과가 없을 수도 있었다. 비정상적인 사람의 아이디어가 양자 역학에서는 맞을지 모른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정상적 과학지식을 가지고 있는 필자가 공상은 아니더라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 양자컴퓨터의 숙제와 해결 방법을 살펴보자.

과학자들은 양자 컴퓨터의 소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100 큐비트(QBit)를 만들었고 1000 큐비트(QBit)를 만들 계획이라고 큰 소리를 친다. 큐비트(QBit)를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이 전자기장에 이온을 가두는 방식이고 혹은 초전도 반도체에 양자를 잡아 두는 방식이다. 광자를 잡아 두는 방식도 있다.

이런 방식을 채택하게 된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가까운 시간 안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포집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 온도 0도에서는 모든 것이 정지한다고 믿고 있지만 양자역학 세계에서는 절대 정지란 없고 포집도 없다. 더 나은 방식은 흑연이나 고분자 물질의 원자를 양자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화학적 방법으로 고분자를 합성하면 1만개의 큐비트(QBit)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양자 컴퓨터 초창기에는 유기물질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후에 최신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양자 컴퓨팅 과정은 하나의 양자를 선택하고 조작하고 계산해 결과값을 얻는 행위이다. 양자를 막대자석으로 보면 양자를 회전시키는 작업이다. 막대자석은 손으로 돌려 회전할 수 있지만 양자의 막대자석은 물리적으로 회전시킬 수가 없다. 대신 비접촉 방법을 쓴다. 막대자석을 다른 막대자석으로 회전시키듯이 전자기장을 걸어 주면 양자가 회전한다. 수많은 전선들이 양자 컴퓨터에 달려 있는데 전자기장을 만들고 신호를 얻는 용도다. 숙제는 양자를 90도만 돌리는 것과 45도를 두 번 돌리는 것중 어떤 것이 계산에 효과적인가 인데, 이를 과학자들이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양자의 조작의 범위와 해석의 방법이 불명확하니 양자의 탁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사례가 거의 없다. 양자를 조작하는 단위 연산자를 다양하게 만들고 이들 단위 연산자를 순차적으로 조합한 스마트한 알고리즘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한번 돌려진 집안의 막대자석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러나 물 위에 놓인 막대자석이나 강력한 지자기를 지닌 행성에서는 막대 자석도 남북을 가리키는 나침판이 될 수 있다. 원자 수준의 양자는 외부 영향을 받아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다. 늘 흔들린다. 양자는 주변의 전자기장의 영향을 받고, 인접한 다른 양자의 간섭도 받는다. 이 모든 간섭들이 양자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계산에 오류를 발생시킨다. 3~4번 정도 양자를 조작하면 더 이상 거동을 예측할 수 없는 문제의 양자가 된다고 한다. 태생적으로 순응적인 양자와 이를 잘 구슬릴 수 있는 정교한 양자 조작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양자가 놓인 방향은 측정을 통해 알아낸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측정 외에는 방법이 없다. 문제는 양자의 개수가 적다 보니 신호의 세기도 약하다. 큐비트(QBit) 100개에서 나오는 신호는 잡음에 묻혀 보이지도 않는다. 보통의 과학 신호는 몰(Mol)이라는 천문학적 입자에서 나오는 누적 신호다. 뿐만 아니라 양자는 막대자석처럼 어느 방향으로도 놓일 수가 있다고 했지만 측정을 하면 양자는 남과 북 2개의 상태로만 측정된다. 만일 막대자석이 동쪽으로 놓여 있다면 남과 북 방향으로 반반의 확률로 측정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양자 컴퓨터는 한 번의 측정으로 정확한 양자상태를 얻을 수가 없고 여러 번 측정하여 확률을 얻어야 된다는 뜻이다. 이는 양자컴퓨터의 속도 장점을 상쇄시킨다.

양자 컴퓨터는 중세 말의 신 존재 증명과 근세 말의 힐버트 공리계를 구축하려던 노력과 유사한 점이 있다. 이상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다. 당대의 수많은 지식인들이 궁금해하며 목표를 이루고자 했지만 결국 실패한 사업이다. 이때 오컴이라는 뛰어난 철학자와 괴델이라는 뛰어난 수학자가 나타나 문제의 실체를 정확히 짚어주었다. 오컴은 신은 이성으로 증명할 수 없으니 믿음의 영역으로 두자고 정리했고, 괴델은 가장 근본적인 공리는 증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선포했다. 부정적인 결론 같지만 이를 통해 인간은 한계를 알았고 지식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신존재 증명과 공리계보다는 한층 구체적이지만 그래도 오컴과 괴델 같은 학자가 나와 양자 컴퓨터의 기능과 한계에 명확한 선을 그어 주기를 바란다. 우리 정부 과제 참여자가 그런 역할을 하여 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필자는 30년 전에 양자화학을 떠났고 이 칼럼을 쓰기 위해 잠시 기술동향을 살펴보았다. 대체로 이해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머리에 의문이 남는다. 질량수 13인 탄소원자(13C)가 큐비트(QBit)의 좋은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충분한 수의 큐비트(QBit)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양자 간의 간섭도 없으며 양자를 조작하는 전선도 필요 없을 텐데... 이에 대한 해답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한다.

글쓴이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인 정연섭은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최근 퇴직했다. 서울대 화학 석사 후에 LG화학연구소, 한국전력연구원을 거쳤다. 50여 편 발표 논문, 10여 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원전 설계 및 수출로 한국원자력학회 기술상, 산자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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