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당한 독일, 왜 중국 의존도를 키울까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러-우 전쟁중에도 중국 무역관계 심화 대만사태 터지면 독일기업 어찌될까
IW, “독일 경제의 중국의존도 심화” 경고
지난 8월 19일 로이터통신이 2022년 상반기 독일경제의 중국의존도 심화에 관한 독일경제연구소(IW)의 보고서를 보도,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 연구소의 위르겐 마테스 소장은 보고서에서 “2022년 상반기에 독일이 중국 경제의존 심화현상이라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독일은 중국으로부터의 원자재 수입을 예년치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마그네슘의 경우 5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정책을 타파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강구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독일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현재 세계정세 흐름상 매우 의아한 상황으로 비쳐지고 있다.
지금 흐름은 미국을 중심으로 서유럽국가들과 한국, 일본 등이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를 비롯한 전면적인 교역단절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같은 공산권 진영으로서 러시아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루블화·위안화 결제를 허용했고, 러시아의 원유 구입에도 적극적이다. 유엔안보리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 결의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도 사실상 중국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의 에너지 갑질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독일이 러시아의 친구인 중국에게 더욱더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수입을 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내 에너지분야에서 친러시아적 의존도 심화가 가져온 결과는 심각하다. 올해 가을과 겨울, 에너지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후 국내 최대 에너지 기업인 유니퍼의 파산 가능성이 대두되자 독일정부는 90억 유로(약 12조원)을 들여 구제금융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연쇄도산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곧 국가 금융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노르트스트림2의 개통 사업 포기와 함께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마저 잠길 위기에 처하는 등 독일은 그야말로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에너지공급 다양화 정책 실패에 있다할 것이다.
중국 의존도 심화, 또다른 경제위기 원인될 수도
그런 가운데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독일내에서는 또다른 중국발 위기가 초래될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친러시아적 행보를 보이고 대만문제에 어느 때보다 강경하게 대응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에너지 기업들의 위기와 유사한 독일 제조업의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독일의 중국 의존도는 산업 전체 부가가치의 2.7%와 고용의 2.4%로 조사됐다. 매우 높은 비율은 아닌 듯하지만, 중국이 독일에 대해 각각 부가가치에서 0.5%, 고용에서 0.6%의 의존도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그만큼 독일의 중국 경제에 대한 종속성이 높다는 얘기다. 지난 2021년 양측의 무역의존도를 살펴보면 수입측면에서 독일은 중국에 8.2%, 중국은 독일에 4.5%를 보였다. 이는 전체 EU와 중국간에 상대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1년전보다 감소한 것과도 대조적이었다. 독일만이 전해인 2020년에 비해 수입의존도가 더 높아진 것이다. 또 수출측면에서 독일의 대중국 수출은 2020년에 비해 7.6%로 감소한 반면, 중국의 대독일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서 독일의 무역적자도 올해 상반기 410억 유로로,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의존성 심화가 평화를 보장한다’는 믿음 깨져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유럽의 대외정책을 이해하는 고전적인 방식은 “잃을 것이 큰 관계가 오래간다”는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이 반영된 정책 결정이 바로 ‘친러정책’이었다. 러시아가 독일과 그리고 유럽에 의존적인 경제관계를 가질수록 정책적 수단으로서 전쟁을 고려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산산조각났다. 믿음의 붕괴 정도가 아니라 양측간에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독일이 중국에 대해서 또다시 경제의존도를 높임으로써 혹시 발발할 수 있는 대만 사태에서 독일 제조업의 엄청난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IW 보고서는 경고하고 있다.
독일이 대중국 의존관계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게 전적으로 원자재 수입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희토류는 중국이 세계공급패권을 쥐고 있는 분야인데, 독일은 자동차 생산과 풍력터빈 제조부문에서 많은 희토류 수요를 가진 나라다. 특히 중국이 세계 생산규모의 88%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영구자석 제조 부분은 독일의 중국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는 중국에 대한 독일의 약점이 될 것이다.
보다 발빠른 정책전환으로 중국의존 탈피해야
독일경제연구소(IW)의 위르겐 마테스 소장은 독일과 EU가 중국 의존도 심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경제정책을 빠르게 전환해야 정치리스크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이고, 이들 기업들을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EU에 대해서는 동남아시아국가들, 그리고 인도 등과의 관세장벽철폐를 위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체결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테스 소장은 “무역다변화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하면서 “보다 유연한 시장접근을 통해 중국에 대한 무역종속에서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독일이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에 휘청이고 있는 와중에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은 다른 서방국가들의 무역다변화 정책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중국이 러시아처럼 대만을 침공하게 된다면 중국내 독일기업들은 사실상의 파산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경고는 독일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독일도 경계하는 공산주의 국가들과의 경제정책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 오늘날, 다른 국가들도 독일의 위기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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