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라면과 당당전력을 찾아서

[임방진의 껍질 벗겨내는 기업회계] 영업적자 농심, 라면 비중 너무 커 가격인상 대응, ‘하수 경영’ 아닐까 한전은 유가따라 오락가락 실적 대체에너지 개발노력은 충분했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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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열심히 라면 먹었는데 적자라고?

김밥을 좋아하는 필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부쩍 더 많이 먹었다. 보통 김밥은 라면이나 어묵탕과 함께 먹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집에서도 라면에 김밥, 밖에서도 라면에 김밥을 연속으로 먹는 경우가 있었다. 아무리 좋아도 이렇게 자주 먹으면 질리기 마련. 드라마도 끝났고, 이제 슬슬 다른 것을 먹고 싶었는데, 이미 준비해 놓은 김밥재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김밥에 라면을 내놓는 집사람. 이런!

그런데, 집사람이 ‘신라면’가격이 오른다는 뉴스를 봤단다. ‘어, 이미 올랐는데? 작년에 이미 가격이 올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시 올린다고?’하는 생각과 함께 ‘라면 지겨운데, 그냥 안먹고 살지 뭐’ 싶었다.

그래서, 불쑥 “비싸면, 라면먹지 말지”라고 했더니 “진짜 그럴 수 있어?”하며 집사람이 웃는다. 사실상 코웃음.
“신라면 비싸면, 다른 라면도 있잖아.”
“삼양라면, 진라면은 안올리나? 무슨 바보 같은 소릴.” 완연한 비웃음이다. 이어지는 집사람의 코멘트.

“농심은 수입하는 원재료비가 너무 올라서, 수 십년만에 처음 분기영업손실까지 났대요. 그 핑계로 업계 1등이 가격 올리면, 당연히 2등, 3등도 따라서 올리는 거지. 게다가 모든 게 다 오르고 있어, 이미 오르기도 했고. 곧 전기요금도 오른다고 하던데?”
“전기요금은 왜?”
“유가가 급등해서, 한전 적자가 엄청나대. 정부에서 물가상승 억제한다고 전기요금은 올리지 못하게 하는데, 원가는 오르고, 그러니 손실이 나지. 한전회사채를 발행해서 메꾼다는데, 그 한도도 곧 소진된대요. 전기요금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야.”

주식투자 이후 집사람은 경제동향에 정말 해박해졌다. 필자도 물론 물가가 오른다는 건 느끼고 있었다. 4캔에 만원하던 편의점 맥주가 어느틈엔가 만천원이 되어있었다. ‘이런 나쁜 놈들’하고 그냥 사긴 했지만.

어쨌거나, 라면과 전기. 없이는 못사는 이 두가지를 만드는 회사들이 모두 엄청난 적자란다. 왜지?

농심이야? 주식회사 신라면이야?

우선, 농심의 ‘분기영업손실’이라는 말에 관심이 갔다. 필자를 비롯한 모든 국민들이 그렇게 먹어대는데, 손실이 났다고?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말 아냐?하는 생각으로 기사와 농심의 사업보고서를 좀 찾아봤다.

기사를 정리하면,

“농심의 올해 2분기 자회사실적까지 포함하는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한 756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75.4% 감소한 43억원으로 집계되었고, 별도 기준으로 보면 적자로 전환하여 3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소맥, 팜유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가장 컸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심은 지난해 8월 라면, 올해 3월 스낵 가격을 평균 6% 정도 올렸지만, 추석 이후 다시 신라면 10.9%, 새우깡 6.7% 등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을 올린다고 발표했다. 농심과 비교해 국내 매출 비중이 낮은 삼양식품이나 라면 매출 비중이 낮은 오뚜기는 가격 인상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 1위 농심이 가격을 인상하면 관련 업계의 가격 인상도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다.

농심의 사업보고서상 요약손익계산서(별도)는 다음과 같다.

2020년보다 2021년이 좋지 않았고, 2022년 2분기엔 영업손실까지 났다. 딱 봐도 매출원가율이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주요원재료인 소맥과 팜유의 가격변동추이가 나오는데, 2020년 대비 정말 많이 올랐다. 전부 수입을 하는 것이니, 여기에 환율까지 감안한다면, 원가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회사의 주장이 그럴 듯하다.

하지만 필자가 만약 농심의 주주(단타주자 말고, 가치투자를 하는 장기투자자)라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우선 사업보고서에 농심의 매출구성을 보니, 라면이 79%를 차지한다. 농심보다는 ‘주식회사 신라면’이 더 어울린다고나 할까.

물론 신라면이 정말 많이 팔리고 앞으로도 많이 팔리겠지만, 이렇게나 의존도가 높은 줄은 몰랐다. 경쟁은 치열하기만 하다. 영원한 1등은 없다.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 이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판관비율은 그대로...가격 올리면 끝?

다른 한편으로 판관비도 조금 실망스럽다. 매출은 크게 늘지 않는데, 원가율은 높아지니 손익은 당연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면 엄청나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데, 매출액 대비 판관비율은 거의 그대로다. 물류대란으로 인한 운송료나 수출비용 등 어쩔 수 없는 외부요인으로 판관비가 늘었다고 핑계를 댈까나? 흥미로운 것은 경쟁업체인 오뚜기나 삼양식품은 최근 실적이 좋았다. 삼양식품은 2분기 영업이익이 27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2%가 증가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어쨌거나 이런 실적악화에 대응해서 농심이 선택한 전략은 작년에 이은 판매가격의 인상이다. 원가가 올랐으니, 판매가를 올린다. 아주 직관적이고도 간단하다. 더군다나 1등의 눈치를 보는 2등, 3등과의 사실상 과점시장에서 이보다 더 효과적인 전략도 없을 것 같다. 판매가격 인상을 발표하자마자 농심의 주가도 상승했다.

하지만, 소비자입장에선 좀 괘씸하다. 원가부담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이런 하수(下手)에 그냥 당하고 있어야만 하나? 만약 2등이나 3등이 가격을 따라 올리지 않거나, 최근 화제가 된 당당치킨 같은 당당라면이라도 나온다면, 얼른 신라면에서 갈아타서 한방 먹이고 싶다. 라면은 라면이다. 반드시 신라면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잘될지는 모르겠다만..)

그런데, 소비자입장에서 라면은 대체품이 있고, 그래서 한방 먹일 꿈을 꿀 수 있다치지만, 전기는? 게다가 전기야말로 단 한시도 없이는 못사는 필수품 아닌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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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막대한 적자’는 정말 구조적일까

내친 김에 한국전력공사의 사업보고서도 찾아봤다. 한전의 요약손익계산서는 이렇다.

정말 어마무시한 수준의 적자(영업손실)다. 게다가 매출총손실이라는 건 원가가 판매가격을 상회한다는 것이니, 이건 누가봐도 구조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기록적인 적자에 한전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보유 지분, 부동산, 해외 석탄발전소 등의 자산 매각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조만간 원가변동을 반영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만, 물가상승을 억제해야 하는 정부 입장이 있어 시기와 인상폭 정도나 조정될 전망이다.

그런데, 한전의 과거 요약 손익계산서를 정리하다보니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적자가 ‘구조적인 문제’라고 했는데, 구조적으로 계속 적자가 났던 건 아니었다. 이익이 많이 났던 때도 있다. 왜 이렇지? 궁금증은 유가자료를 찾아보니 간단히 풀렸다.

거의 정확히 유가가 낮은 시기엔 이익, 높아지면 손실이다. 작년부터 국제유가가 오르니 손실, 올해들어 유가가 최고점을 갱신하니 엄청난 손실이다. 이건 그냥 천수답?

태양열, 풍력, 재생에너지 등등 대체 에너지원을 발굴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못해도 10년은 된 것 같은데, 여전히 유가에 따라 손익이 좌우되는 천수답 경영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 그동안 뭐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연료비의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원가주의 요금체제’ 도입이니 하는 복잡한 이야기는 접어 두더라도, 이런 천수답경영으로 유가가 낮을 땐 이익이 났다고 성과급을 받고, 유가가 높아져 손실이 나면 정부가 전기요금을 현실화 못하게 해서 어쩔 수 없이 적자가 난다는 대사를 반복한다면, 누가 경영을 해도 마찬가지리라.

원가 따라 춤추는 실적...천수답 경영의 문제

방만경영이라는 표현이 ‘성과급 잔치’나 ‘판관비 과다사용’에 대한 지적을 할 때만 사용되어선 안된다. 중장기 비전이나 전략없이 그저 원가가 높아졌으니, 판매가격을 높여야 한다는 단순 명료한(?) 대응책으로 일관하며, 어차피 공기업이니 적자가 나고 파산할 지경에 이르게 되면 국민의 세금으로 막아줄 것이라는 ‘무사안일주의(complacency)’ 경영이야말로 방만경영이요, 업무태만 아닐까?

백신을 네 차례나 맞았지만, 코로나는 아직 완전히 극복되지 않았다. 코로나처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도 아직 진행중이다. 인플레이션은 전세계에 완연하고 미국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국가에선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환율까지 오른다. 부동산은 하락세가 완연하고, 경기도 침체국면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늘어간다. 항상 그렇듯이, 보통사람들의 생활은 이미 어려워지고 있고,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당당라면’이야 상상이라도 하고, 또 실제 시도라도 할 수 있다치자. ‘당당전력’은 어쩌랴?

글쓴이

임방진 대주회계법인 회계사

임방진 대주회계법인 회계사 겸 세무사는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 세무조정 업무뿐 아니라 실사, 경영진단, 가치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미국 교환 근무후 귀국해 SOX 404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및 내부통제 관련 컨설팅 업무를 했다. 2008년부터는 IFRS (국제회계기준) 도입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했으며, 2010년이후 KDB생명보험, ING생명에서 기획관리실장과 재무부문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축적해 온 회계와 세무, 기업구조조정, 경영기획 및 관리, 금융·보험상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실무지침서를 출간하고 강의로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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