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님, 영국의 운명은 어찌 될까요?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엘리자베스 2세 서거와 흔들리는 영국 ‘브렉시트’ 이후 경쟁력 갈수록 하락 인플레·에너지 대란에 저소득층 ‘최악’
영국의 상징이 사라졌다
지난 9월 7일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 소식이 BBC를 통해서 전세계에 타전됐다. 영국의 상징과 같은 그녀의 서거는 70년이라는 재위기간 동안의 파란만장한 국제적 이슈와 함께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 넘어가는 것 같았다. 그녀의 통치는 영국을 제 2차대전의 수렁에서 구한 처칠 총리와 함께 시작했으며 동서냉전의 칼바람 속에서도 굳건히 이어졌다. 동서 데탕트의 시대와 밀레니엄의 혼돈을 넘어 코로나 시기까지 최장 통치 군주로서 영국의 상징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1952년 즉위할 때만 하더라도 영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를 경영하는 핵심국가였다. 1952년 당시 한국은 전쟁 중이었는데, 영국은 1만4천 명이 넘는 군인과 17척의 해군함을 파병함으로써 미국 다음으로 많은 인원을 한국에 지원했다. 영국은 1997년 7월 1일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기 전에는 아시아에 영토를 보유한 서방 주요국가였다. 따라서 영국에는 인도와 주변국 출신 이민자등 많은 아시아인들이 진출했다. 다른 유럽국가들과 비교될 만큼 아시아와 특별한 연결고리를 가진 나라가 영국이었다.
과거 영국이 식민지로 지배한 영토는 세계의 4분의 1에 달했다. 아프리카의 경우 이집트, 수단, 나이지리아, 남아공 등 대륙의 3분의 1이 영국의 식민지였고 아시아도 홍콩, 인도, 네팔, 버마,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호주 등 나열하기가 벅찰 정도도 식민지를 거느렸다. 물론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미국과 캐나다가 영국의 식민지 국가였다.
여왕은 ‘브렉시트’를 어떻게 판단했을까
그러나 오늘날 영국은 과거 제국주의 시절과 달리, 국력이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무엇보다 2021년 완료된 ‘브렉시트’, 즉 유럽연합(EU)로부터의 탈퇴가 결정적이다. 영국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강화시켜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보다 “준비되지 않은 탈퇴”로 인한 혼란에 빠지는 등 아직까지 만만찮은 상황이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3명의 총리가 교체됐고, 이번 리즈 트러스 총리는 마지막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을 알현한 총리가 되었다. 엘리자베스 여왕 제위 당시 여왕이 브렉시트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지난 2016년에는 여왕이 ‘브렉시트 찬성’ 입장이라는 소식이 한번 언론에 보도되는 해프닝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이후 아무런 공식입장 표명없이 중립을 지켰다.
그러나 영국 다수당인 보수당의 당론과 51%의 국민투표 지지율로 인해 브렉시트는 현실화되었고, 그 여파로 영국 국가경제의 하강국면이 보다 강화하고 있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지난 2021년 영국 재무부 산하 예산책임청의 보고서에서,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 무역의 피해가 향후 15년 동안 예상되는 이득보다 178배나 크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있었다.
브렉시트는 지난 2021년 1월 1일 현실화됐다. 당시 EU와 무관세, 무쿼터 상황이었음에도 통관절차 하나만 가지고도 영국의 공급망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수산물통관 지체로 상품폐기가 계속됐고 트럭 운전수의 부족으로 석유대란, 식료품대란이 심심찮게 반복됐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인들의 실질 국민소득도 감소하고 있다.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에 따르면 영국의 평균실질가처분소득은 2022년 2.5% 감소하고 향후 2026년까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7% 감소하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렉시트와 함께 찾아온 코로나 판데믹은 영국 경제를 매우 어려운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이다.
버팀목 사라진 영국, 암울한 미래
영국의 경제상황이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면서, 국가의 버팀목 같았던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는 많은 영국인들에게 현실 자각의 계기가 될 것같다. 영국 젊은층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마지막으로 왕정을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리고 찰스 3세의 인기가 엘리자베스 여왕보다 높지 않은 한계도 있다. 지난해 11월에 바베이도스가 공화국으로 전환하면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군주로 있는 영연방국가는 15개로 줄었다. 국민세금으로 지원해야 할 저소득계층은 어느때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왕실 유지를 위해 국민세금을 내야 하는데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영국은 런던의 금융업 뿐 아니라 법률, 회계, 컨설팅, 교육, 문화, 대학, 연구소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지식기반 글로벌시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 경쟁력이 계속 하락, 이탈리아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그러한 와중에 ‘브렉시트’가 가져온 가장 직접적인 파장은 금융업의 이탈이었다. 이어 유럽시장과 연계된 제조업들중 특히 나름대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던 영국의 자동차 제조업은 유럽이라는 시장을 잃어버렸다. 다음으로 영국 대학들의 재정 상당부분을 채워주고 있던 EU보조금도 정지되면서 교육개혁 프로그램도 흔들리고 있다.
올해 발표된 2022년 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당초 6%에서 3.8%에 그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경기회복 리스크가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배경 설명인데, 설상가상으로 지난 8월 소비자물가는 1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에는 13%, 그리고 내년인 2023년 1월에는 18%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서유럽국가들과 비교할 때 가장 높은 두자리수의 물가상승이다.

반면 금리인상 속도는 EU보다 훨씬 가파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 기준금리를 0.5%에서 1.25%로 무려 0.75%포인트 올리기로 하는 결정을 단행했다. 빅스텝을 밟은 것이다. 그러나 영국은 이미 8월 1.75%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러한 금리인상은 1995년 2월 이후 27년 만의 ‘빅스텝’으로 인플레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때문에 경제침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저소득계층의 생활고는 역대 최악이 될 것이다.
전세계가 코로나 판데믹 이후의 공급부족과 함께 인플레이션, 경기위축의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이런 영국이 맞이한 위기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영국의 상징인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와 함께 총리교체까지 겹쳐지면서 2022년 하반기동안 전세계에 덮친 경제위기를 영국은 어떻게 해쳐나갈지, 그 대응을 지켜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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