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KAI 매각’ 추진할 적기 아닐까?

[임방진의 껍질 벗겨내는 기업회계] 기업 미래 알 수 없는데, 낙관만으론 부족 매각 추진할 여건 충분히 갖춰져 한화그룹 외에도 참여기회 제공하고 투명하게 하되 매몰비용 아까워 말아야

KF-21 보라매의 첫번째 비행 장면.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홈페이지
KF-21 보라매의 첫번째 비행 장면.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홈페이지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이어 KAI도?

며칠 전 전직 국책금융기관 출신 동료 회계사가 뉴스를 보며, “이거 드디어 팔리나?”하며 혼잣말을 했다.

“어디?”
“대우조선해양이요.”
“잘 알아?”
“뭐 잘 안다기 보다 관심이 있죠.”

뉴스 내용은 한화그룹이 2조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49.3%를 경영권과 함께 확보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이로써 20여년간 ‘세금먹는 하마’, ‘혈세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이 드디어 주인을 찾게 되었다.(‘세금먹는 하마’나 ‘혈세로 연명하는 좀비’란 말은 주인없는 회사와 이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진 그 동료회계사가 좋아하는 표현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까지 들어간 세금이 얼마인데 겨우 이 가격에 매각하냐는 헐값매각의 시비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들어간 돈이 12조원이란 게 무슨 상관인가? 20년간 가지고 있었고, 정상화하고 가치제고를 한 결과로서 시장가격이 4조원이면 4조원인 것이다. 만약 더 가지고 있다가 다른 주인을 찾는다면, 단시간 내에 기업가치가 수조원 더 늘어나게 될까?

현재의 시장상황이나 미래전망을 운운하는 것도 우습다. 지난 20년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결단을 미루고 미룬 결과가 지금이다. 물론 그동안의 관리책임을 묻고 따지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그런데,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대우조선해양이 아니다. 함께 기사화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매각가능성이었다. 그 역시 한화그룹이 강력한 매수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주식투자에 관심이 없어도, 최근 폴란드 등 잇달은 해외무기 수출계약을 통해 ‘K-방산’의 첨병처럼 뉴스가 나왔기에 익숙한 회사다.

양호한 실적의 한국항공우주산업

찾아보니, 지난 몇 년간의 재무성과도 양호하다. 2017년은 좋지 않았지만, 그 이후는 괜찮다. 지난 2019년 3조 1천억원에서부터 2021년 2조 5천억원 수준까지 매출의 하락도 있고, 영업이익도 2017년 2756억원에서 2021년 583억원까지 하락하는 모습이긴 하지만, 2022년 들어서 다시 매출은 2020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영업이익도 1500억 이상으로 2020년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FCF)도 3천억~ 4천억원을 확보하고 있고, 2022년 예상 부채비율은 350% 수준에 PER는 34배 정도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재무현황
한국항공우주산업 재무현황

이 때문에 최근 시장상황 하에서 주가흐름도 양호하다. 주식수가 1억주 가까이 되니, 시가총액은 거의 5조원이 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 현황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 현황

굳이 지금 매각할 이유가 있나?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매각과 관련한 논란이 두가지 정도 있다. 우선은 우리나라 유일의 전투기 개발사이자 제조사로 수출물량도 계속 증가할 것이 예상되고 흑자경영을 하고 있는데, 굳이 지금 서둘러 매각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두번째는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꿈꾸는 한화그룹에 대한 특혜시비다. 찬반 양측의 논리 모두 일리가 있고, 논의도 팽팽하다.

재밌는 것은 그 어떤 경우라도 대우조선해양 매각처럼 과거 부실화되어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공기업화 된 이후 천신만고 끝에 주인을 찾게 되면 언제나 헐값매각이나 특혜시비 논란은 이어진다는 점이다. 들어간 세금이 얼마인데, 이 돈을 주고 팔았냐, 매각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했냐, 특정그룹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식의 시비다.

정답이야 없다. 만약 매각했는데, 나중에 기업이 대박을 치면 헐값매각이 되는 것이고, 승자의 저주로 끝난다면 그나마 그동안 투입된 공적자금(세금)을 일부라도 잘 회수한 셈 아닌가!

필자는 매각이 잘 되었느냐를 판단하기 위해 시간이 지난 후 결과를 확인하고, 과거(즉 현재로 돌아와서)의 매각이 옳았느냐 따지기 보다는 지금 이 시점에서 최선의 대안이 무엇인지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과거 부실로 산업은행이니 수출입은행 같은 공공기관이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게 된 회사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매각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한가

무엇보다 매각의 과정은 투명하고 경쟁적이어야 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업종 특성상 외국업체나 사모펀드까지 기회를 줄 수 없겠지만, 당연히 국내 매수희망자들에게는 참여가 허용되어야 한다. 한화그룹 말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산업전망과 성장가능성이 있다면 어느 그룹이든 기업이든 도전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매각의 시기를 결정할 때, 지금 이 시점에서 매도자 입장에서 앞으로 더 가지고 있으면서 벌어들일 수 있는 돈과 지금 매각할 때 받을 수 있는 돈을 비교해야 한다. 이 과정은 객관적이고 냉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sunk cost)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어선 안된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바람에 최대주주가 된 공공기관과 번번이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는 전문성 떨어지는 경영진이 아주 운 좋게 대박을 칠 가능성도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분쟁을 비롯한 불안한 국제정세의 격변으로 해외군수시장의 전망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최근 몇 년간의 양호한 실적은 긍정적 팩트지만, 그 지속가능성을 마냥 낙관적으로 평가하긴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대우조선해양을 보라. 턴어라운드와 가치제고 후 매각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비행기 동체를 조립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우주항공산업 홈페이지
비행기 동체를 조립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우주항공산업 홈페이지

매각 여건은 충분히 성숙됐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기술 수준에 대해 의외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수리온 헬기 결함이 방산비리 의혹으로 이어져 난리를 쳤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약간 어색하긴해도 경제학의 ‘신호이론(signaling)’을 현재의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대입하면, 최근의 해외 무기수출 성과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 품질을 방증해주는 신호 아닐까? (하기사, 무기를 사가는 쪽이 부패해서 엉터리 무기라도 사갈 가능성은 있겠지만)

지금의 좋은 시장여건이 내일은 급속하게 악화될 가능성이야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지금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라면 최근의 추세와 시장상황을 최대한 감안하여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세계 군수시장의 성장성, 양호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실적, 한국판 록히드마틴이나 보잉, 또는 노스롭그루먼 같은 기업의 필요성과 워너비(매수후보자들)의 존재, 여기에 공기업 민영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 정부의 기조까지. 이 정도면 수출입은행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정부지분을 정리할 여건은 충분해 보인다.

물론, 미래는 알 수 없다. 미래의 결과를 보고 지금의 의사결정을 흠 잡는다면야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말이다. 어차피 상장된 회사이고, 매각이 추진되면 시장참여자들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미래가치를 예상하며 반응할 것이다. 요즘 같이 좋지 않은 주식시장에서 그들의 판단은 어떠할까? 앞으로 시장의 반응이 많이 궁금하다.

글쓴이

임방진 대주회계법인 회계사

임방진 대주회계법인 회계사 겸 세무사는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 세무조정 업무뿐 아니라 실사, 경영진단, 가치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미국 교환 근무후 귀국해 SOX 404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및 내부통제 관련 컨설팅 업무를 했다. 2008년부터는 IFRS (국제회계기준) 도입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했으며, 2010년이후 KDB생명보험, ING생명에서 기획관리실장과 재무부문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축적해 온 회계와 세무, 기업구조조정, 경영기획 및 관리, 금융·보험상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실무지침서를 출간하고 강의로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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