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태계, 기업은 어떻게 다양해지나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자연생태계, 환경· 먹이 바뀌면 ‘종 분화’ 산업과 시장도 환경, 조건, 혁신에 따라 분화 세분화하는 시장 못 맞추는 기업은 성공못해
생물의 ‘종’은 어떻게 다양해질까
진화론의 관점으로 보면 최초의 생물 종은 몇 개 되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에 생물학자들이 분류한 생물 종의 숫자는 등록 기준 또는 예측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등록 기록 기준으로 보면 180만종 정도, 예측 기준으로 보면 대략 1500만종 정도가 지구상에 존재하다고 한다. 왜 정확히 모를까. 인간이 아직 지구상에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 발견하지 못한 종들도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특히 심해 생물에 대해서는 아직도 무지하다.
대학 재학시절 곤충 분류학 교수께서는 남미 아마존에 곤충 채집망을 들고 다니다 보면 갑자기 등록되지 않은 종을 발견할 때가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니 아직도 지구상에 생물종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최초의 종으로부터 끊임없이 분화가 됐고 그 결과로 지구상의 모든 종이 탄생했다.

생물 종을 정의하는 방법은 2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교배를 해 생식가능한 자손이 탄생하면 종으로 보는데, 이때는 유성생식일 경우에만 해당한다. 둘째는 DNA 분석을 통해 동일 DNA를 기반으로 진화해 그 기준 DNA가 변화하지 않은 경우다. 무성생식의 종을 구분할 때 사용한다. 최근에는 화석으로 남은 생물체에 대해서도 종 분류를 하기 시작하면서, 생명체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기준으로 종분류를 하고 있다. 이처럼 종을 분류하는 방법이 유성생식 기준에서 DNA 관련 기술의 개발로 보다 더 다양해 진 것이다.
생물 종은 인간이 가진 생물에 대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분류학을 공부할 때 논란이 많이 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인간의 편의로 종을 나눌 것인지, 아니면 생명 자체에서 종을 나눌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논란이 있었지만 결론은 종을 나눌 필요성을 느끼는 인간의 관점으로 종 분류가 진행된다고 한 것이다. 종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 즉 종의 분화는 바로 진화를 통해 이뤄진 결과물이다. 즉 진화할수록 종의 분화는 심화된다.
삶의 조건이 바뀌면 종은 세분화한다
종 분화가 어떻게 이뤄지는가는 진화생물학자들의 중요한 연구 주제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환경 적응’이다. 즉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는데, 최적으로 적응한 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종은 사라졌다. 환경적응 과정은 다음과 같은 요인에 따라 이뤄졌다.
먼저, 가장 중요한 요인은 환경의 조건이다. 이는 기후 조건으로 온도, 수분, 산소 농도, 고도, 일사량, 토양이나 물의 무기질 농도 등으로 구분된다. 이 구분에 따라 가로 세로의 매트릭스상 각각의 칸마다 전혀 다른 형태의 종이 존재할 수 있다. 심지어 나무의 높이에 따라서도 다른 종이 나타난다. 지구상 어디든 세분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새로운 종이 진화해서 나타나거나 아니면 이동해서 자신의 영역을 찾는다. 이런 환경조건의 매트릭스로 보면 수많은 종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 만일 그 조건에 맞는 종이 아직 없다면 미래에 반드시 진화된 생물종이 나타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요인은 먹이의 변화다. 이 때도 종이 분화한다. 동일한 종이라고 해도 선호하는 먹이에 따라 종이 갈리기 시작한다. 과거부터 계속 섭취해오던 먹이가 어느 순간 환경의 변화로 사라지면, 그 종은 살아남기 위해 섭취하지 않았던 먹이를 먹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 적응을 못하고 죽는 개체도 있지만, 살아남은 개체는 자신이 터득한 먹이 획득 방법을 전수하고 점진적으로 종의 진화로 나아간다. 결국 종의 분화가 실현되는 것이다. 때로는 먹이 경쟁에 의해서도 종의 분화가 생긴다. 종내에서 경쟁을 하다 보면 먹이 경쟁을 피할 수 없는데 먹이 경쟁에서 밀린 개체는 먹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다른 개체들이 먹지 못하는 것을 먹기 시작한다. 이 때도 종의 분화가 이뤄진다.
셋째, 지리적 격리도 중요한 종의 분화 원인이다. 실제 다윈 진화론은 바로 지리적 격리를 조사하면서 비롯됐다. 즉 지리적 격리가 이루어진 갈라파고스의 생물 종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화론의 근거를 찾아냈다. 지리적인 격리가 일어나면 환경의 미세한 차이가 나타나고 DNA 편중이 일어난다. 미세한 환경 차이에 적응하는 과정속에 진화를 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호주 대륙에는 다른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 종이 많다. 오래 전에 호주 대륙이 분리되어 나오면서 그 지역의 종은 진화를 멈추거나 그 지역에 맞게 진화했고, 원래의 대륙에 있는 종들은 그 나름대로 진화해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됐다.
돌연변이는 어떻게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나
‘종간 잡종화’도 종 분화의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종간 잡종화는 특수한 환경에서 같은 종을 발견할 수 없을 때 유사종과 교잡하거나 생식을 통해 잡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주로 식물에서 많이 일어나기에 육종학에서 많이 사용한다. 가끔 동물세계에서 나타나는데 당나귀와 말의 교잡으로 노새가 탄생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노새는 유전적으로 자손을 가지지 못하지만 하나의 종으로 잡종군으로 분류할 수 밖에 없다. 만일 이 잡종이 다시 자손을 번식할 수 있게 되면 새로운 종이 연속적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꼽을 수 있는 종 분화 사례는 돌연변이다. 생명체의 크기나 DNA 구조가 작으면 작을수록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바로 새로운 종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즉 변이종이 되기 쉽다. 돌연변이는 세포단위에서 출발한다. 고등동물일수록 돌연변이가 종의 분화까지로 이어지지 않는다. 세포 단위나 작은 생명체에게는 돌연변이가 종 분화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 몸에서 흔히 발생하는 암도 사실은 세포의 돌연변이 현상 중에 하나다. 돌연변이가 끊임없이 생물한테서 일어나지만 그 중 극소수만이 종의 분화로 드러난다. 이 극소수의 돌연변이 생명체가 살아남아 종의 분화를 촉진시킨 것이 바로 생명체 진화의 역사다.
환경과 먹이, 그리고 유전적인 변이 등으로 탄생한 종이 최적 생존 적응과정에서 새로운 종으로 분화돼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산업생태계에서 일어나는 기업의 다양화
우리가 기르는 가축들은 자연 상태의 종과는 완전히 다르다. 인간에 의해 선택되고 육종됨으로써 자연의 종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이처럼 분화된 각 종들은 생태계 내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게 된다. 마케팅 용어로 표현되는 ‘니치 마켓’ 개념은 바로 종의 분화로 탄생한 종이 자신만의 영역을 생태계내에 구축한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진화를 하면 할수록 종은 다양해진다. 이 현상은 산업 생태계에서도 비슷하다. 산업이 발달하면 기업과 브랜드가 다양해진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정책적 통제나 기술적 한계 등으로 기업과 브랜드가 몇 개 없는 산업생태계도 있다. 그러나 생태계는 끊임없이 다양성을 추구하기에 어느 한순간 브랜드와 기업이 세분화된 시장에 맞게 모습을 드러낸다. 자유도가 높은 자연 생태계에서 생명체가 끊임없이 종의 세분화를 통해 다양하게 나타나듯이 산업생태계도 산업의 진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기업과 브랜드의 다양성은 증대된다. 세분화된 시장에 세분화된 기업과 브랜드가 각각 자리를 구축하게 된다.
세분화된 시장에 어떻게 세분화된 기업과 브랜드가 존재할까? 첫번째 이유는 생태계 환경 조건의 매트릭스처럼 세분화된 시장과 산업에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 매트릭스가 있기 때문이다.
한두 종만이 우세한 생태계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기업과 브랜드는 산업 환경 매트릭스에 따라 다양한 종으로 진화한다. 다양성은 산업생태계가 유지되고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한두 기업만 살아있는 산업 생태계는 해당 기업이 문제가 될 때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문제가 확산된다.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려면 산업 생태계내 기업과 브랜드가 다양하게 등장하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가 다양해질수록 기업도 다양해진다
산업 생태계내 기업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요소 중 다양한 소비자들의 등장도 원인이 된다. 어찌보면 먹이의 변화가 종의 분화를 촉진하듯이 다양한 소비자의 등장 역시 기업과 브랜드의 다양성을 증가시킨다. 과거 산업내 다양성이 부족할 때는 한두개 독점적 지위를 가진 기업이나 브랜드가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소비자의 욕구와 취향이 바뀌면서 다양한 브랜드와 기업이 선택받게 됐다. 즉 소비자의 다양한 소비 욕구에 맞는 다양한 기업과 브랜드가 등장할 수 밖에 없다.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자 했던 기업들은 몰락하고 소비자의 욕망을 채워주는 새로운 기업과 브랜드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사회가 진화하면 할수록 소비자의 다양성도 증대되고, 그 결과 기업과 브랜드도 증가하고 세분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산업의 진화에서 필연적 현상이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의 욕망을 이해하고 맞춰갈 수 있는 기업만 살아남는다.
또 종 분화를 일으키는 지리적 격리처럼, 지역으로 구분된 시장들이 존재하는 경우도 기업과 브랜드의 다양성을 증대시킨다. 글로벌 세계라 하지만 여전히 국가별로 시장이 구분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는 시장이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그 시장은 나름의 특징을 가지게 된다. 나름의 시장에 맞춰 지역적으로 우세한 기업이나 브랜드가 탄생한다. 산업 내에서도 한 지역에 특화된 기업이나 브랜드가 존재한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브랜드가 대세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지역 단위로 집중해보면 작지만 지역에 특화된 브랜드나 기업이 존재한다. 지리적으로 세분화된 시장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산업계에서 재밌는 장면 중 하나가 하이브리드 시장이다. 마치 생태계내 교잡종처럼 하이브리드 시장이 존재한다. 이런 시장이 영원히 가지는 않는다. 하이브리드의 목표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종에서 장점만 가져오는 것이지만, 실제는 두 가지에서 단점도 가지고 온다. 노새가 유전적인 열성인자가 발휘돼 자손을 생성하지 못하는 것처럼 산업계의 하이브리드도 그런 현상을 보인다. 시장 분화가 이루어질 때 세분화된 하이브리드 시장이 탄생하지만, 이는 단순한 하이브리드가 아닌 나름의 독창적인 형태로 바뀌고 난 후에야 제대로 된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고, 그에 맞춘 기업이나 브랜드도 탄생한다.
혁신기업은 자연생태계의 돌연변이와 닮아
마지막으로 돌연변이 시장의 탄생이다.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혁신 기업이나 제품이 탄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돌연변이로 전혀 다른 형태의 시장과 산업이 등장하고 새로운 생태계가 탄생하게 된다. 최근 10여년 사이에 등장한 스마트폰 시장과 그 산업은 예전에는 없었다. 아주 빠르게 시장이 커졌고 지금은 스마트폰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졌다.
분명 없었던 시장이지만 새로운 시장의 탄생으로 인해 그 시장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등장했고 생태계도 만들어졌다. 돌연변이에 의해 탄생하는 종이 생태계를 바꿀 만큼 성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처럼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는 혁신 제품은 역사에 남을 만큼 중요한 사건이다. 과거에도 그런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그걸 성공시켜낸 기술과 기업이 있어 가능했다. 돌연변이가 생태계의 진화를 촉발시키는 역할을 했듯이 기업의 혁신이 산업의 생태계를 완전히 바꾼다.
시장 세분화를 못읽으면 성공못한다
종의 분화와 시장의 세분화는 닮은 꼴이다. 종의 분화가 생태계의 다양성을 끊임없이 유지시켰듯이 시장의 세분화 또한 산업 생태계내 다양성을 키웠다. 그리고 세분화된 시장에 맞추어 기업도 브랜드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이런 현상을 거부하는 기업이 있다면 산업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 속해 있거나, 시장의 변화를 읽어 내지 못하는 기업일 것이다. 그런 기업은 산업 생태계 내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정설이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때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산업의 진화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인 이유가 없는 한 시장이 독점기업에 의해 유지되도록 할 방법도 없다. 시장이 세분화되고 기업과 브랜드도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새로운 기업이나 기존의 기업이라도 시장을 확보하려면 시장 세분화에 대한 정확한 방향과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만의 최적 생존을 할 수 있는 시장을 찾아 낼 수 있다. 그래야 경쟁도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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