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지금? 글쎄…아직은 때가 아니다

[임방진의 껍질 벗겨내는 기업회계] 삼성 지배구조 개편 논의에 대한 단상 이 회장, 당장 지배구조 바꿀 이슈 없어 삼성의 높은 배당성향...길게 보는 투자를

11월 1일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한 이재용 회장. CG=연합뉴스
11월 1일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한 이재용 회장. CG=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이고, 오랫동안 국민적 관심의 중심권이었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동학개미운동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늘지 않았나 싶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8만전자 부근에서 물린 개미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랄까. (아무리 삼성전자라도 빚까지 내서 투자를 하는 건 좀 아닌 듯 싶다.)

삼성전자의 상부 지배구조

며칠 전 이재용 회장 승진 뉴스가 있었다. 부회장 직위로 10년 이상을 보내다가 드디어 회장이 된 것이다. 이와 함께 해묵은 연관기사도 이어졌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도 그 중 하나다. 재밌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 취임– 적어도 이건희 회장의 와병 시작 시점 –과 더불어 나왔던 기사들과 거의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 헤드라인도 비슷비슷하다.

‘이재용 시대 – 삼성, 해묵은 지배구조 손보나’
‘이재용 회장,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선택은’
‘이재용의 뉴삼성 – 삼성금융지주 출범임박’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몇몇은 그럴듯해 보인다. 더 나아가, 삼성그룹은 컨설팅회사에 의뢰해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까지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우선 이미 잘 알려져있지만, 삼성그룹의 주된 지배구조를 요약하면 이렇다.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각 회사 반기보고서, 2022년 6월말 기준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각 회사 반기보고서, 2022년 6월말 기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삼성물산의 33.46% 지분을 보유하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의 19.34%(이재용 회장은 10.44%)를 보유하고, 다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8.73%(이재용 회장은 1.63%)를 보유함으로써 대주주 일가는 2022년 11월 현재 시가총액 354조원인 삼성전자를 지배한다.

여기서, 세간의 몇가지 오해(?)가 있는데, 우선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 회장의 지분이 1.63%에 불과하므로 취약한 지배구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의 구조도에서 보듯 그런 이야기는 오해에 가깝다. 직접 가지고 있는 지분이 1.63%라는 것이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지분을 감안한다면, 당장에라도 행동주의 펀드나 헷지펀드 등의 공격을 받아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위험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 20.8%만으로는 경영권 방어에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필자는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이건희 회장 사망 이후 상속세가 10조원이 넘고, 이에 따라 상속인들이 지분을 매각하면 더욱 지배력이 취약해질 수 있으며, 이 물량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 또한 오해에 가깝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상속인들이 매년 받게 되는 배당금만해도 세전이지만 8천억원이 넘는다. 그리고, 굳이 보유주식을 매각하지 않더라도 금융기관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충분히 받을 수 있으니 5년 연부연납으로 나눠서 낼 상속세가 지분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도 않다.

보험업법이 개정되어도

오히려 지금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할 가장 큰 유인이라면 일명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아닐까 한다.

보험업법 개정안 논의는 사실 오래된 이야기다. 특히 삼성 금융계열사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면서 꾸준히 제기됐다. 2014년 19대 국회에 김기식 전 민주당 의원이 보험사의 지분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했으니, 벌써 공식적 논의만 10년 가까이 된 셈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이종걸, 박용진 의원 등이 잇달아 관련 법안을 내놨으나 야당 반대로 막혀 무산됐었고, 21대 국회에서도 계류중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현행 보험업법 106조를 보면,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규제하나 법 조문에는 총자산과 주식 보유액 평가 방식이 명시돼 있지 않다.

제106조(자산운용의 방법 및 비율)
① 보험회사는 일반계정(제108조제1항제1호 및 제4호의 특별계정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 속하는 자산과 제108조제1항제2호에 따른 특별계정(이하 이 조에서 특별계정이라 한다)에 속하는 자산을 운용할 때 다음 각 호의 비율을 초과할 수 없다. [개정 2020.5.19] [[시행일 2020.11.20]]
- 중략 -
6. 대주주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 및 주식 소유의 합계액
가. 일반계정: 자기자본의 100분의 60(자기자본의 100분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이 총자산의 100분의 3에 해당하는 금액보다 큰 경우에는 총자산의 100분의 3)
나. 특별계정: 각 특별계정 자산의 100분의 3

사실 이 부분이 약간 웃긴다 싶은데, 현재 삼성생명의 별도재무제표(자산쪽만)를 보자.

2022년 6월말 현재 삼성생명 총자산 281조원(별도기준이고, 연결기준으로는 314조원) 중에 삼성전자 지분 8.51%(일반계정보유분)은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되어 공정가치(시가)로 처리되고 있다.

이는 타법인출자 현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취득금액은 5444억원이지만, 장부가액은 28조 9649억원으로 나와 있다.

회계적 상식으로 이야기한다면, ‘회계기준에 따라 처리한 삼성생명의 총자산이 300조원이고, 이의 3%면 9조원. 그런데, 재무제표에 반영된 삼성전자 장부가액이 29조원이면 당연히 20조원 초과인데? 그럼 이미 보험업법 위반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여기서 보험업 감독규정이 출현한다.

보험업 감독규정 별표11 자산운용비율의 적용기준 등(제5-10조관련)을 보면
1. 총자산 및 특별계정자산
법 제106조, 영 제3조, 제50조, 제53조 이 규정 제5-2조, 제5-7조의 규정에 의한 자산운용비율을 적용하기 위한 총자산 및 특별계정자산은 직전 분기말 현재 금액을 기준으로 하며..
- 중략 -
3. 주식·채권
법 제106조, 영 제50조 및 제53조의 규정 적용시 주식 또는 채권의 소유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

총자산은 분기말 현재 금액인데, 주식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총자산 300조원 대비 삼성전자 주식의 취득원가가 6천억원도 안 되니, 비중이 1%도 안되고 따라서 보험업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논리였다.

그래서 박용진, 이용우 의원 등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에선 총자산 대비 주식비중 계산시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공정가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볍게 총자산의 3%를 초과하게 되니 2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도해야 하고, 이에 따라 삼성의 지배구조나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보험업법 개정, 적용은 언제될까

하지만 이런 부정적 전망도 일정부분 과도한 느낌이 크다. 이러한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앞서 밝혔듯이 이미 10년도 넘었다. 게다가 지금 당장 통과가 되어도 7년의 유예기간도 주어진다.

지분 매각으로 보유지분율이 하락하면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미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은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과 합쳐 최대 15%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즉,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가 21%를 보유하고 있지만, 의결권은 현재도 15%까지 행사하고 있으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3%초과 보유분 매각으로 13%대로 낮아져도 현재 대비 크게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매도될 주식이 많아 이를 매수할 주체도 여의치 않고, 이런 공급초과는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도 동의하기 어렵다. 한꺼번에 물량이 쏟아지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시중에 떠도는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인 삼성전자 인적분할 대안을 감안하면 삼성그룹 내에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만 해도 2022년 6월 별도 재무제표기준으로만 봐도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합계가 16조원이 넘는다.

회장님이 결정 서두를 이유 있을까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시나리오의 장단점이야 그렇다 치고, 가장 중요한 회장님은 어떤 생각 내지 입장일까? 결국 의사결정은 그의 몫이니까.

뉴삼성의 새로운 기수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현 세계경제와 경쟁상황을 극복하고, 진정한 승어부(勝於父)를 보여주고 싶은 불타는 의욕에 충만할까? 그룹 전체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니 적폐라는 인식때문에 스스로 폐지했던 기존 컨트롤타워(비서실, 구조조정본부, 미래전략실 등으로 이어졌던)를 다시 살려낼까?

글쎄... 그럴 것 같지 않다. (물론, 이건 그저 필자의 상상이다.)

우선은 상속세라도 무난하게 다 납부하고 상속을 마무리져야 할 것이다. 또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그 내용과 유예기간이 확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두번의 옥살이를 겪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의 결과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윤리경영이나 준법경영의 구체적인 이미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지배구조 개편이나 컨트롤타워재건 등은 이재용 회장 체제의 뉴삼성을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다. 따라서 이재용 회장으로선 조금이라도 무리하거나 조급하게 움직일 이유나 유인이 없다.

그러면 일반투자자인 우리(굳이 특정하자면, 8만전자에 물린 동학개미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구체적인 모습은 차차 결정되겠지만, 지배구조개편 –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처리를 포함하는–의 방향성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그 어떤 대안이든 돈이 많이 든다. 그것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의 배당성향은 꾸준하고도 안정적으로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간의 축을 좀 더 길게 보며 여유있게 기다리는 게 지금으로선 상책이 아닐까 싶다. 자본이득은 몰라도 배당수익은 안정적일 테니까 말이다. (동학개미들이여, 힘내시라 그리고 존버하시라!)

글쓴이

임방진 대주회계법인 회계사

임방진 대주회계법인 회계사 겸 세무사는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 세무조정 업무뿐 아니라 실사, 경영진단, 가치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미국 교환 근무후 귀국해 SOX 404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및 내부통제 관련 컨설팅 업무를 했다. 2008년부터는 IFRS (국제회계기준) 도입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했으며, 2010년이후 KDB생명보험, ING생명에서 기획관리실장과 재무부문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축적해 온 회계와 세무, 기업구조조정, 경영기획 및 관리, 금융·보험상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실무지침서를 출간하고 강의로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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