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판매보증충당부채’는 일시적인 걸까
[임방진의 껍질 벗겨내는 기업회계] 잘 나가는 기아차, 3분기 ‘충격’ 주범 새로운 환경변화 생겼다는 추정 가능 2022년말 감사인 의견 주목돼 전기차 시대는 ‘품질비용’ 계속 발생할 것
얼마 전 지인과 식사하던 중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보증충당부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기아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지인은 몇 년 전부터 기아가 만드는 SUV의 매니아이기도 하다. 말로는 성능도 성능이지만,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해졌다고 한다. 해외에서도 잘 팔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선호를 숨기지 않는다.
주식투자 측면에서도 전반적인 경제 흐름과 달리, 기아와 현대차는 국내나 해외에서 판매실적이 매우 양호하고 올해 최대의 실적을 예상하는 경제기사나 애널리스트 분석도 많아 상당히 기대를 하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 3분기 실적발표때 반기까지 언급이 없었던 거액의 ‘판매보증충당부채’를 적립하는 바람에 영업이익이 당초 기대에 못 미쳤다고 한다. 당연히 주가는 별다른 영향없이 지지부진함을 지속하고 있다.

지인의 질문(사실 불만과 의심에 더 가까웠다)은 ‘판매보증충당부채’ 적립(즉, 판매비용 인식)에 경영진의 자의성이 개입된 건 아니냐는 것이다. 올해 실적이 매우 좋고 내년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니, 일단 당겨서 비용을 인식하고, 내년에 있을 충격을 완화한 것 같다는 분석이었다. 판매비용 추가 인식만 안했어도 2022년 3분기 실적만으로 2021년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글쎄, 시나리오 자체가 말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도별 경영성과(손익)를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참여자들의 감시가 허술한 건 아닐텐데 하면서, 한번 살펴보겠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기아차 충당부채 인식이 특별했던 이유
‘충당부채’란 간단히 말하자면, 기업이 미래에 현금 등을 지출해 이행해야 하는 의무다. 누구에게, 언제, 얼마를 지급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더라도 예상 지급액을 추정할 수 있으면 이를 기업의 부채와 비용으로 미리 반영한다. 자동차회사가 차를 팔면서 소비자에게 약속한 무상 수리 서비스(경상적 부품수리, 비경상적인 부품교체, 수출제품의 하자로 인한 사고보상 등)가 대표적인 사례다.
충당부채로 인식하는 금액은 관련된 불가피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법적 또는 의제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소요되는 지출에 대한 최선의 추정치다. 판매보증충당부채도 제품이나 용역이 판매 또는 제공될 때 인식하며, 과거의 보증자료에 기반하여 모든 가능한 결과와 그와 관련된 확률을 가중평균하여 추정하게 된다. 그리고 나서, 기업은 매 보고기간 말마다 충당부채의 잔액을 검토하고, 보고기간 말 현재 최선의 추정치를 반영하여 조정한다.

사실 이 품질비용 이야기, 특히 세타II 엔진과 관련한 판매보증충당부채는 몇 년 묵은 이야기다. 기아는 이미 2020년에 기아는 1조 3400억원(현대차까지 하면 3조 7천억)의 거액의 충당부채를 적립해서 시장을 놀라게 했었다. 필자가 궁금했던 건 이렇게 적립한지 2년만에– 물론, 1년보다는 길다면 길지만, 상당히 단기간에- 또다시 그 당시보다 많은 판매보증충당부채를 적립하게 된 이유였다.
아래, 현대차그룹의 IR 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이유는 대외환경의 변화로 인한 교환율의 상승, 2020년 추정 당시 평생보증 프로그램 관련 미흡했던 경험치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의 예상비용 증가, 환율급등효과 등이다.
실무상 판매보증충당부채는 보통 과거 일정기간의 매출 대비 보증수리비용 경험률에 근거해 금액을 추산하게 된다. 즉, 급격한 영업환경의 변경이 없는 한, 과거 보증수리비용 추세가 미래에도 유지되리라는 가정하에 추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과 상황이 급변한다면 추정치도 바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2022년말 감사인의 의견이 어찌 나올까
그래도 금액이 너무 크지 않나? 추정방법이나 반영시기는 외부의 제3자가 보기에 적절한 걸까? 관련하여 외부회계감사인은 어떤 식으로 감사를 하고 의견을 내고 있을까? 감사보고서를 찾아보았다.
예상대로, 감사인도 이 부분을 지난 몇 년간 계속해서 ‘핵심감사사항’으로 선정하고 집중적인 감사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요약하면, 회사가 계상한 판매보증충당부채와 품질비용이 회계원칙에 부합하는지, 추정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나 가정은 적정한지, 산출절차나 내부통제에는 문제가 없는지, 계산내역은 정확한지 등을 검토했고, 적어도 2021년까지의 회계감사과정에서 감사의견에 영향을 줄 만한 예외사항은 없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2022년 회계감사시 경영진의 수정된 추정에 대해 감사인은 어떤 판단을 하게 될 지 관심이 간다.
거액의 충당부채 언제든 발생할 미래
자, 그럼 앞으로는 어떨까? 2022년을 끝으로 이런 비경상적인 거액의 품질비용은 발생하지 않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상황은 언제든 재현될 것이다. 세타II 엔진관련 판매보증충당부채는 안정화될 지 몰라도, 다른 차종과 관련하여 더 큰 품질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봐야 한다. 이는 비단 기아뿐 아니라 어느 기업이든 직면한 현실일 것이다. 그 변동성과 크기를 감당가능한 범위 내에서 누가 더 컨트롤할 수 있느냐가 최후의 승자, 아니 생존자를 가르게 될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사실 판매보증충당부채에 대해 질문을 받아 몇가지 살펴봤지만, 정작 기아의 주주인 지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IRA(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는 어쩌구?’였다.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전기차로의 전환, 단순 이동수단에서 생활공간으로의 패러다임 전이에 더하여, 국제정세와 보호무역주의까지. 참 고려할 사항이 많다. 기업하기에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만으로는 많이 부족한 여건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저녁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