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심상치 않다

[이재형의 쉽게 보는 경제] 올 무역적자 1천억불 예상돼 방치하면 ‘25년전 악몽’ 재현될 수도 대외관계 바로잡고 무역악화 대처해야

그래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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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개발시대 이후 무역이 성장을 이끌어 왔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무역(수출액+수입액)의 비율, 즉 무역의존도는 2020년 현재 59.6%로, 일본(25.3%), 중국(31.7%), 미국(18.3%), 영국(37.6%) 프랑스(40.7%) 등 주요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는 독일이 66.4%로 우리나라에 비해 조금 더 높은 정도이다. 이런 높은 무역의존형 경제는 그 자체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이미 우리 경제의 기본틀로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쉽게 바뀌어질 수 없다.

무역에서 이상이 발생할 경우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을 전량 해외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수출의 위축과 그에 따른 국제수지의 악화는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는 싫건 좋건 간에 무역, 특히 수출에 목을 매달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있다.

1990년대 말에 발생한 외환위기의 악몽에서 겨우 벗어난 우리 경제는 2000년 이후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기록해왔다. 2000년 100억불이 조금 넘었던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점진적으로 늘어나 2017년 에는 약 950억불로 피크에 이르렀다. 이후 무역수지가 줄어들긴 하였지만 그래도 2019년 450억불, 2020년에는 약 300억불 정도를 기록하였다. 그러던 것이 작년엔 약 480억불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였으며, 올해 들어서는 1, 2월 두 달만에 거의 180억불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하였다. 생각하기도 끔찍하지만 만약 이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올해 연간 무역적자액은 거의 1000억불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지난 1997년말 외환보유고가 바닥나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고 그 대가로 경제 운영의 감독권을 IMF에 넘기지 않을 수 없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 와중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였고 많은 국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으며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우리로서는 특히 외환보유고에 대해서는 각별히 신경을 써왔는데, 그 덕택에 외환위기 직후 겨우 52억불에 불과하던 외환보유고는 2021년말에는 4631억불로 늘어나 외환위기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랬던 외환보유고가 2022년 한 해 동안의 국제수지 악화로 인해 무려 378억불이나 줄어들어 4253억불로 하락하였다. 물론 외환보유고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4000억불이 넘으며 이것은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아주 안정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로 국제수지가 악화된다면 이 정도의 돈을 까먹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앞으로 국제수지가 다시 개선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말 25년전의 그 악몽이 다시 닥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낙관할 수 있는 요인이 없다

그럼 앞으로 우리의 국제수지 전망은 어떠한가? 비관적인 요인은 많지만 낙관적인 요인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미중 양국간의 갈등 심화와 이에 따른 우리에 대한 중국의 반감으로 우리의 대중 수출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가장 큰 수출 대상국이 중국인데, 첨단제품 대중 수출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태도와 중국의 수입 전략이 맛물려 대중 반도체 수출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우리의 수출은 획기적인 탈출로가 없는 한 상당한 고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가 지금까지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해왔던 서비스 수지 적자 현상은 지난 2~3년간 크게 줄어 들었다. 그런데 그 가장 큰 요인이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해외이동이 크게 제한되면서 여행 적자가 줄어든 것이었다. 이제 코로나 사태가 종료되고 해외여행(유학 포함)이 활성화되면, 서비스 적자 폭은 다시 상당한 정도로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무역수지와 서비스 수지는 동반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순풍에 돛 단 듯 순항을 해왔던 지난 20여년 간은 그야말로 지금까지 세계 경제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의 자유무역의 시대였고, 그런 속에서 우리는 서방과의 무역은 물론 냉전 해체에 따른 체제전환국, 그리고 새로이 시장경제에 발을 들여 놓은 중국을 대상으로 활발히 교역을 확대하면서 수출을 늘려왔다. 우리 경제가 그동안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을 지속해 올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무역의 호조가 큰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전부터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첨예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급속히 과거의 냉전체제와 같은 블록화로 회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항상 세계의 선두에 서서 자유무역을 부르짖던 미국이 달라졌다. 노골적으로 국제경제 관계에 정치와 안보 문제를 개입시키고 있다. 중국 또한 이를 가만히 두고 보고 있지는 않다. 중국은 사회주의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의 궁극적 목표를 사회주의의 실현에 두되 그 수단으로서 시장경제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만약 사회주의와 시장경제가 충돌하는 상황을 맞는다면 중국은 당연히 시장경제라는 수단보다는 사회주의, 즉 정치적·안보적 목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이제 세계 경제는 정치·안보와 경제가 혼합되어 작동하는 상황에 들어선 것이다.

이와 같은 국제 정치·안보·경제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우리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외교·안보적 측면에서는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2022년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상대국은 중국으로서, 우리 전체 수출액의 22.8%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위인 미국(16.1%)과 3위인 일본 (4.5%)을 합한 것보다 더 크다. 우리는 대립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강국 사이에서 정치·외교·안보적으로는 미국과,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마치 줄타기를 하듯이 우리의 길을 찾아 헤쳐나가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미국이 압도적으로 강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양강 체제라고는 하지만, 두 나라를 비교한다면 미국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만약 우리가 중국을 적대시하고 미국 쪽에 붙는다 할 때, 미국이 우리를 먹여 살려 준다면 미국쪽으로 달라 붙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절대 그럴 마음은 없다. 우리가 중국과 척을 지고 그로 인해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뿐더러 도와줄 방법도 능력도 없다. 1980-90년대 미국이 대일무역 적자에 시달리고 있을 때 일본에 대한 미국의 고압적이고 일방적이었던 태도를 돌이켜 본다면 그 해답은 자명할 것이다.

중국도 미국과의 대립각을 높여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에 대해 미국과 단절을 하고 자신 쪽으로 편입하라는 요구까지는 하지 않는다. 그들도 이미 한미 관계에서 한국의 선택 폭이 아주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말기 이루어진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우리에 대한 중국의 보복과 그로 인해 겪었던 어려움을 돌이켜 본다면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여야 하겠지만, 그러면서도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미국의 의지를 따르지 않고 중국과 긴밀한 경제관계를 유지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보복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라 생각한다. 중국의 가장 큰 수출대상국은 미국이며,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제품을 수입한다. 많은 미국 시민들이 중국에서 만든 옷을 입고, 중국에서 만든 아이폰으로 전화를 하며, 중국에서 만든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며, 아이들에게 중국에서 만든 인형과 장난감을 선물한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 가운데 많은 비율을 중국인에게 판매한다. 그런 미국이 한국의 대중 무역에 대해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라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는 선거운동 때부터 공공연히 중국에 적대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그것까지는 선거 전략의 일환이라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선거에서 승리한 후에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중국에 대해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발언들이 무슨 실질적인 조치들과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허풍을 치듯 중국에 대해 적대적인 발언을 하고, 그에 대해 중국이 불쾌감을 표시하면 황급히 발언을 주워 담는 그런 행태였다. 즉, 아무런 실익도 없는 말뿐인 적대감의 표출이었을 뿐이었다.

‘오야붕과 꼬붕’이 우방은 아니지 않나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하여 그동안 한일 양국 사이에 걸려있던 현안을 해결하고, 일본과 우방으로서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정립하였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윤 대통령의 이번 일본 방문은 ‘매국’에 버금가는 행위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의 자존심과 나라의 존엄성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일본에 갖다바치고, 빈손으로 돌아온 꼴이라고 혹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은 일본과 우리는 공동의 가치를 지향하는 우방이라고 강변한다.

나는 우리가 일본과 함께 지향한다는 공동의 가치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민주국가로서 지향하여야 할 가치는 인권, 자유, 인간의 존엄 등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여야 할 것이다. 이번 방일에서 이러한 가치를 얼마나 공유하였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몇 년전 일본이 우리에게 취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행위를 돌이켜보라. 그 조치는 우리나라의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 등 뒤에서 비수를 꽂는 행위와 다름없었다.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 등 뒤에서 칼을 꽂는 우방이 도대체 세상 어디에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그런 행동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요구하지 못하고, 그들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우리의 정당한 대응조치인 WTO 제소마저도 스스로 취하하는 어이없는 태도에는 한숨마저 나온다.

우방도 좋고 동맹도 좋다. 우방이나 동맹이란 양 국가가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공동의 목표를 함께 지향하고 또 상호간에 문제가 있을 때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적절한 선에서 조정을 하는 관계다. 어느 한 쪽의 의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고, 다른 한 쪽은 그에 순종하는 관계란 우방, 즉 친구 국가가 아니라 일본식으로 표현하자면 “오야붕(親分)과 꼬붕(子分)”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비상경제민생회의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악화되는 무역수지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상경제민생회의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악화되는 무역수지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기력한 윤석열 정부, 방안을 내놔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래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퇴행적인 모습을 본다. 민주주의의 후퇴, 법치를 가장한 무단 정치, 취약계층에 대한 적개심, 노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 기득권층에 대한 과도한 편향 등 여러 면에서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이 발견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앞으로 정권이 바뀌거나 한다면 우리 내부의 합의를 통해 얼마든지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아무리 퇴행적인 정부라 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박정희 독재, 전두환 독재도 모두 참고 견딘 국민들이다. 앞으로 몇 년 더 못참을 것도 없다.

그러나 대외관계는 다르다. 한번의 잘못된 결정이 한 나라와 그 국민을 두고두고 어렵게 한다. 다시 무역수지 악화 문제로 돌아오자. 정부는 암울한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청사진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얼마전 이미 담당 장관은 “달리 방법이 없다”면서 손을 들어버린 상태이고, 총리란 사람은 “대중국 수출감소는 EU 등으로의 수출다변화를 통해 해결하여야 한다”는 한심한 소리를 하고 있다. 무역수지 악화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 국민들로 하여금 무역수지 악화로 겪어야 할 고통을 참아낼 수 있는 방안이라도 제시해야 할 것이 아닌가.

글쓴이

이재형 경제학 박사

이재형은 경제학 박사로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약 40년간 연구활동을 수행한 후 은퇴하였으며, 통계청의 통계개발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주된 연구분야는 경쟁정책, 산업정책, 통계제도 등이다. 저서로는 <지주회사의 본질과 정책과제>, <한국의 산업조직과 시장구조>,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특성과 정책과제>, <국가통계 시스템 발전방안>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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