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떤 세상에서 살길 바라나요?

[서의곤의 여론조사 제대로 읽기] 일본 언론의 ‘주관식 설문, 눈길 가는 이유 저출산, ‘미래의 세상’을 비관하는 것일 수 자녀가 살 세상을 바꾸는 게 해법 아닐까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부모에게 묻는 객관식 질문 답변

저출산 문제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이나 보다. 시사IN은 2023년 3월 14일 출산율 0.78시대를 조명하는 조사 결과를 해석한 기사를 실었고, 니케이신문은 일본에서 저출산 문제과 관련하여 5000명을 조사한 결과를 3월 16일자로 보도하였다. 이 두 기사를 먼저 간단히 살펴보고 여기서 제시된 결과를 바탕으로 저출산의 이유에 관해 어떻게 추론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먼저 한국의 기사는 미혼자 579명 중 결혼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56.5%, 없다는 응답은 43.5%라는 결과에서 출발한다. 기혼/미혼 모두를 포함하여 1000명 중 자녀를 반드시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0.7%이다. 즉 결혼과 자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매우 낮다.

따로 조사 데이터가 없더라도, 결혼과 자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통상적인 생각 즉 최소 90%는 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결혼이나 출산 의사가 낮은 이유로 시사IN기사는 미래가 불안하고 자신이 없다는 점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에서 행한 주관식 설문조사

일본의 결과를 살펴보자.(니케이 신문 기사를 인용한 매일경제신문 기사를 인용함) 일본은 전체 응답자 30% 이상이 ‘아이를 원한 적이 없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 조사는 니케이 독자 5000명 대상이니 일본 전체 인구에 비하면 중도 우파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좀 더 많지 않을까라고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전체 의견과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아래 내용이다.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에 대한 주관식 응답에서 “일본에서는 희망이 없다”는 비관적인 답변이 우세했다고 전했다. 또 “쇠퇴기에 접어드는 일본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불쌍하다”든지, “책임질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상당했다고 니케이는 덧붙였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묻는 객관식 질문에서는 여성이 ‘경력 단절’을 꼽았고 남성은 ‘경제적 부담’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아이가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80%가 ‘그렇다’라고 답해 아이를 갖고 싶지 않은 것이 경제적 여건 등 주변 환경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여기서 주관적 응답이란, 선택지를 주지 않고 물어본 데 대한 응답을 말한다. 선택지를 주고 묻는 객관적 질문에서는 “경력 단절”이나 “경제적 부담” 등이 많이 언급되나, 자유롭게 응답하게 했을 때는 ‘일본은 희망이 없다’, ‘태어나는 아이가 불쌍하다’ 등이 언급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객관식 선택 문항은 연구자의 주관에 의해 형성된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목적인 반면, 주관식 질문은 응답자의 생각을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결과 차이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할 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구체적인 데이터가 필요하겠지만, 자발적인 생각은 본인 자신의 고통보다 자녀가 겪어야 할 고통을 염려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부모 혜택과 자녀 혜택

이것은 현재의 출산 장려 정책 등에 상당한 의미를 시사하는데, 정부나 지자체가 제안하는 대부분의 출산 장려 정책들이 부모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뭔가 혜택을 주는 정책이 더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 조사에서 본인의 불안감과 자신감 결여가 결혼/출산 기피의 원인이라고 해석하는데, 이 역시 자녀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자신감 결여 등을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한국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한국 시사IN 기사에서는 인구감소 및 저출생 관련 대책에 관한 동의 정도의 자료가 있다. 아래 표가 그것이다.

시사IN에서 인용, 단위=%.
시사IN에서 인용, 단위=%.

여기서 말하는 여러 지원 정책들은 당연히 도움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자료 역시 객관식이고, 이는 연구자의 상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현실적으로 당장 정부나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정책을 결정해야 하니 불가피한 면도 있다. 그러나 이 자료에서 동의 정도가 높은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이런 정책을 쓴다고 출산율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을까? 0.78에서 0.87 정도로 올릴 지는 모르나 사실 필요한 숫자는 2.2이다. 이 까마득한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미래가 희망 없다’는 생각을 바꿔야

무서운 것은, 일본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듯이 한국도 실상과는 관계없이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부모에 집중된 출산 및 육아 지원 정책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살 미래가 어떤 모습의 사회가 될지, 어떤 모습의 세상을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하고 국민들 간에 합의를 하고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전세계 여러 나라의 특징들을 모아 놓고 귀하의 자녀가 어떤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십니까? 이런 조사도 한 번 해 보고 싶다.

글쓴이

서의곤 BRiO 대표

사람을 이해하는 기업 BRiO의 서의곤 대표는 서울대 심리학 석사, 영국 맨체스터 비지니스 석사(MBA)로 국내, 글로벌 조사회사에서 근무했다. 소비재 패널 조사방식을 국내체 첫 도입했고, 1996년 15대총선 당시 국내 최초로 선거 결과조사에 참여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공공기관 조사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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