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좌파’와 거리가 먼 노무현 정신

노무현 정신은 ‘반칙과 특권없는 나라’ ‘생활은 보수, 생각만 진보’는 구진보 탈물질· 탈권위 실천하는 신진보 나와야 민주당, 개딸보다 ‘깨어있는 시민’ 주도해야

'반칙과 특권없는, 사랑사는 세상'을 지향했던 노무현 전대통령.
'반칙과 특권없는, 사랑사는 세상'을 지향했던 노무현 전대통령.

정치인들 대거 참석한 추모식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은 이전과 달랐다. 어제(23일)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맞아 여야 정치권과 시민들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모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근조화환을 보내 애도의 뜻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등 소속 의원 100여명이 총출동하였고, 국민의힘도 김기현 대표 등이 추도식에 참석해 통합의 가치를 존중했던 고인의 뜻을 새겼다.

추도식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자녀 노건호·정연씨를 비롯한 유족,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등이 참석했다. 이밖에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역대 사상 최고로 70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추도식에 참석하여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한목소리로 다짐한 것은 역사의 획기적인 진전으로 보인다. 과거 보수 정부 때만 하더라도 그의 추도식은 야권 친노 인사들의 행사로 여겨졌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은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노무현 정신을 수용하려는 집권여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왜 집권여당이 이전정부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내년 총선에 대비한 중도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적절하다. 물론 노무현 정신을 어떻게 계승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야는 조금씩 다른 게 사실이다.

사진=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사진=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정치권이 해석하는 노무현 정신

우선 노무현 정신 계승을 두고 여야가 서로를 어떻게 비판하고 있는 지를 진지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참에 민주당도 대오각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돈 봉투사건’과 ‘김남국 코인사건’으로 국민적 비난에 처한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추도사를 낭독한 한덕수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은 국정 모든 분야에서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셨는데, 그중 가장 힘쓰셨던 국정과제는 바로 국가균형발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어디서나, 누구나, 다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꿈꾸셨다”고 회고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추도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속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훨씬 큰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가 ‘통합과 원칙’의 가치를 존중하는 노무현 정신을 고리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에둘러 비판하는 메시지를 냈다고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노 전 대통령과 철학이 달라도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하고 존중의 뜻을 표하는 것이 맞는다”며 “원내대표였을 때도, 대표 권한대행이었을 때도 추도식에 참석했고 당대표가 돼서도 참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직전 대통령(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엄청난 박해를 받은 피해 당사자지만 대한민국 정치 선진화를 위해 ‘전직 대통령 흑역사’가 반복되면 안 된다는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야 당 대표는 상대에 대해 직접적인 공격을 피하고 에둘러서 비판했지만 당 대변인들의 날선 공격은 여전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국익에 반하는 가짜뉴스와 선전·선동으로 국민 분열이 초래되고, 노 전 대통령이 강조한 참여 민주주의마저 돈으로 오염된 상황이라 그 의미가 더욱 깊게 다가온다”고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영화를 보고 2시간 동안 울었다고 하지만 제1야당과는 단 20분도 마주 앉아 대화한 적 없다”며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을 이루고자 한 노 전 대통령의 꿈은 기득권에 막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2008년 1월 2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있는 노무현 전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2008년 1월 2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있는 노무현 전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구진보’ 탈피하고 ‘신진보’로 가자는 노무현 정신

노무현 정신 계승과 관련하여 민주당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노무현의 유산을 잃어가고 있다”며 “높은 도덕성은 민주당의 정체성이다. 도덕성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엄격한 잣대로 자기 개혁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자신을 희생해 모두를 살린 노 전 대통령 앞에서 우리는 과연 떳떳할 수 있는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반성했다.

그렇다면 ‘돈봉투 사건’, ‘김남국 코인사건’이 불거진 민주당의 위기속에서 다가온 노무현 정신은 무엇일까? ‘반칙과 특권이 없는 상식의 세상, 사람사는 세상’을 추구했던 것이 ‘노무현 정신’이 아닐까? 이런 노무현 정신에서 볼 때, 김남국의 행태는 ‘코인좌파’라는 오명을 받기에 충분하다.

노무현 정신에서 벗어난 구진보인 코인좌파 김남국의 위선과 허물을 더 이상 두둔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닐까. 즉, 이번 기회에 민주당이 ‘구진보’로부터 벗어나 ‘신진보’의 길을 개척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도 노무현 정신으로 돌아가서 신진보인 ‘생활진보’라는 가치와 함께 새로운 공직자 상(像)을 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유작인 <진보의 미래>에서 우리나라 진보가 ‘진보원리주의’라는 정통 ‘구진보’에 빠졌다고 비판하면서, 제3의 길과 같은 ‘신진보’를 고려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노무현이 비판한 구진보에는 물질주의와 기득권 및 권위주의를 추구하는 ‘구운동권’과 ‘강남좌파’와 ‘코인좌파’도 포함된다.

코인좌파와 신진보에 속하는 노무현의 차이는 너무 클 수밖에 없다. 노무현은 부동산, 주식, 코인 등 물질주의를 쫓는 코인좌파의 ‘경제적 자산’이 아니라 반칙과 특권의 타파를 추구하면서 ‘정치적 자산’인 ‘비르투’(virtues, 덕성)를 쌓았다.

노무현은 반칙과 특권없는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기회주의적 승리’가 아닌 ‘원칙있는 패배’를 당당히 선택했다. 또한 탈물질주의적인 상생정신에서 나오는 정책노선으로 ‘노사정 대타협’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연대임금제’를 주창하였다. 그리고 탈권위적인 ‘시민참여’와 ‘공감적 소통’을 강조했다.

노무현 정신에서 볼 때, 생활은 기득권 보수주의자들과 다름없이 하면서도, 생각만 진보적인 척하는 코인좌파들의 허물과 위선은 매우 당혹스럽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위선적인 도덕주의와 입신양명의 출세주의에 빠진 코인좌파들이 물질주의와 권위주의적 행태에서 벗어나서 나눔과 배려를 통해 탈물질주의와 탈권위주의를 실천하는 ‘신진보’(생활진보, 문화진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구진보인 강남좌파와 코인좌파가 신진보가 되기 위해서는 ‘유교적 도덕주의’와 결별하고 ‘생활진보’로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반칙과 특권에 맞서 싸우는 ‘시민들의 진보정당’을

노무현이 추구했던 민주당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반칙과 특권과 맞서 싸우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진보정당’이었다. 그래서 당에는 두꺼운 중산층과 덕성있는 중도진보층이 많았다. 하지만 조국 사태, 김남국 사태 이후 민주당에서는 이들의 지지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2030세대들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그들은 왜 지지를 철회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민주당이 ‘김남국 사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거래 논란’으로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지만 뒷북처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남국 의원은 상임위 의정활동 기간 동안에 코인 투자에 열을 올림으로써 민의를 배신하고 신성한 국회의원의 직무를 유기했음에도, 민주당은 자세하게 소명시키기는 커녕 도마뱀 꼬리자르기식으로 탈당하도록 묵인했다.

결국은 이해충돌을 적극적으로 회피하지 않은 채 국회의원 직위를 활용한 코인 투기 활동을 보여줬던 김남국 의원의 문제가 청년들이 바라보는 공정과 불공정의 역린을 건드렸다. ‘조국사태’처럼 ‘김남국 사건’이 청년들의 분노를 샀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것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데 무능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노무현의 정신을 지켜야 하는 민주당은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불공정과 기득권의 상징이 된 586들의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 노무현의 정신을 되살리는 정풍운동이 필요하다.

‘개딸’들이 주도하는 팬덤정당과 포퓰리즘정당을 혁파하고 ‘깨어있는 시민’이 주도하는 ‘시민적 정책정당’노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획기적인 공천개혁으로 세대교체와 과감한 물갈이를 준비해야 한다.

글쓴이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서 교수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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