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의 시대’에 최대한 상속을 미뤄라

[임방진의 껍질 벗겨내는 기업회계] 고령화 시대에 맞춘 현명한 상속의 길 오래 사는 만큼 사전증여는 좋지 않아 오래 살 배우자 몫 충분히 확보해야 간병비 등을 은행차입하는 것 유리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이번에는 세무 얘기를 해보려 한다. 최근 몇 년간 주변 지인들로부터 부쩍 상속세에 관한 문의가 늘었다. 아주 예전 ‘상속세 한번 내봤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주고받던 시절과는 상당히 다른 변화가 느껴진다. 수백억 이상의 자산을 가진 큰 부자들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상속세’라는 세목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을 체감한다. 개인적으로는 ‘지인 찬스’를 사용하는 무료 상담요청이 많은 점이 안타깝긴 하지만 말이다.

상속세 문의 늘어나

실제로 상속세 납부대상건수도 2020년에 1만 건을 넘어서더니, 총상속재산가액도 2021년엔 26조원이 넘어서고 있다. 은퇴하신 부모님께서 ‘똘똘한 한 채’의 아파트와 퇴직 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퇴직금으로 마련하신 상가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을 어느 정도 보유하시다 돌아가시는 경우라면 충분히 상속세 납부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옛날’보다 자산가치가 많이 상승했고, 고령화가 진행되며 자산을 보유했던 세대가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되는 빈도가 증가하게 되었으니 자연스러운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법인세, 종합소득세 또는 부가가치세처럼 경기상황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니, 상속세(그리고 증여세)의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으리라.

자료= 상속세 결정 현황, 2022년 국세통계연보
자료= 상속세 결정 현황, 2022년 국세통계연보

보통 지인 찬스의 상속세 문의는 대략 시작이 이렇다. 부모님께서 사시던 아파트 한 채가 있다. 시세가 30억원 정도 되는데, 이럴 때 상속세를 내느냐? (물어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간단하다. 어차피 무료로 해 줄 거니까) 나도 생색이라도 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문을 시작한다.

“상속세의 과세표준과 세율은 이래. 30억이라고 했으니, 30억X40%-1억6천(누진공제), 또는 30억X50%-4억6천(누진공제)하면 10억 4천만원네.”

“30억 아파트를 상속받으면, 10억이 상속세라구?”

“당연하지! 이 세율표(아래 표참조)는 네이버에 검색만 해도 나오는 건데?” 라고 겁(?)을 준 후,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지. 일단 상속받을 아파트의 시세가 다 과세표준은 아냐. 근로소득공제처럼 공제해 주는 게 있지. 물론 더해야 할 것도 있고. 상당히 복잡해. 공짜로 못해줘.”(이런다고 돈을 낸 지인은 아직 한 명도 없었지만.)

간단하게 상속세 계산과정을 설명하자면, 첫 단추는 피상속인, 즉 돌아가신 분의 모든 재산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당연하지만, 아파트 한 채만 가지고 계셨을 가능성은 낮다. 예금이든 주식이든 다른 재산이 있다면 당연히 상속재산이고, 보험금도 포함된다.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도 상속재산가액에 합산해야 한다. 여기에서 대출금 등 채무와 장례비를 빼고, 상속공제까지 뺀 후의 금액이 상속세 과세표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상속공제가 중요한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남매가 있는 경우를 상정해서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배우자공제액은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최대 30억원까지 가능하나, 법정상속지분까지만 인정된다. 만약 30억원 아파트를 모두 어머니께서 상속받으셨어도 배우자공제액은 30억원이 아닌 13억원 정도이다.”

기본공제 5억원에 배우자공제 5억원으로 최소 10억원까지는 공제가 되니, 지금과는 집값 수준이 달랐던 예전(아주 예전)에는 공제 덕에 상속세를 내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30억원 아파트를 상속받으면, 기본공제와 배우자공제 10억원을 빼도 20억원이 상속세 과세표준이 되고, 얼추 계산으로 (30억-10억) X 40%- 1억6천원(누진공제)= 6억4천원의 상속세가 나오게 된다. (그래도 남은 것이 24억원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6억원이라는 상속세액은 사실 적지 않은 돈이다.)

물론 이렇게 간단한 경우는 거의 없고, 유가족의 상황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래도 상속세 계산은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다. 또 미리 준비하면 상속세도 상당히 절세할 방안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슈는 남겨진 가족들 간의 유산 배분이다. 안타깝게도 많건 적건 상속재산의 배분이 매끄럽게 마무리된 사례는 본 적이 거의 없다.

막장 드라마에 나오듯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갑자기 배 다른 형제가 나타나는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법정상속지분만큼 정확히 나눠줘도 불만은 여전하고, 거의 대부분 다툼으로 이어진다. 변호사 선임과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만족하는 상속재산의 배분은 참 힘든 것 같다.

현명한 절세 방법을 찾아야

상속세와 관련한 설명과 단편적 절세 방안을 소개하는 수많은 신문기사나 유튜브 영상이 있지만, 필자는 잠정적 피상속인분들께(상속인이 아닌 재산을 물려줄 피상속인) 몇가지 상속관련 제언 아닌 제언(?)을 하고 싶다.

먼저, 절세 방안이라며 사전증여를 권유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 데, 필자는 과도한 사전증여에 반대한다. 피상속인이 되는 것, 즉 사망에 이르는 것은 불가피한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는 오래 산다.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예상보다 더 길게. 생활비, 병원비 그리고 간병비 등. 끊임이 없고,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 그래서, 사전증여로 대부분의 재산을 자식들– 잠정적 상속인-에게 미리 이전하는 것은 위험하다. 긴 병에 효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기 보다는 가능하다면 스스로 해결할 경제력을 놓지 않을 것을 조언한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라면, 충분한 상속재산을 배우자 몫으로 남겨놓으라는 조언도 하고 싶다. 피상속인이 돌아가시더라도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생각보다 오래 산다.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예상보다 더 길게 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생활비, 병원비 그리고 간병비... 앞서 말한 이야기의 반복이다. 자식들에게 덜컹 다 상속해 준 이후, 남겨진 피상속인의 배우자분이 자식들에게 눈치보며 힘들게 얹혀사는 모습은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필자에겐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다. 가능하다면 유언이나 신탁 등의 방법을 권하고 싶다.

상속세 절세 측면에서 필자가 조언하는 사항은 주로 지출과 관련된 것이다. 우리나라 자산소유 구조상 피상속인의 재산은 금융자산보다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비중이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현금흐름인데, 30억원짜리 아파트에 산다고 생활비가 나오는 게 아니다 보니, 자식들이 나중에 상속될 자산을 생각해서 당장의 현금지출을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병원비 그리고 간병비 기타 등등의 비용이 늘어나면서부터 슬슬 갈등이 시작된다. 나중에 상속재산의 분배시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테마가 바로 이 과거 피상속인이 살아있을 때 부담한 현금지출분이다.(물론, 동시에 등장하는 상대편의 주장은 간병을 포함한 ‘노력 봉사’다.)

만약 30억원짜리 아파트를 은행에 담보잡혀 10억원을 차입하고, 생활비, 병원비 등에 썼다고 하자. 상속세 계산시 채무를 빼주기 때문에 30억원에서 은행 차입금 10억원을 뺀 20억원이 상속세 과세가액이 된다. 여기에 기본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합쳐서 10억원을 빼면 상속세 과세표준은 10억원이 된다. 반면 자식들이 이런 비용(은행 차입금 해당분)을 다 부담했다면? 그냥 상속세 과세가액은 30억원이다. 그러니, 공식적으로 은행차입을 해서 지출에 충당하면 돌아가실 때까지 충분히 쓰고, 상속세도 절세할 수 있는 좋은 방안 아닌가? 게다가 자식들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떠날 수 있음은 덤인 셈이다.

가끔 잠정적 피상속인이 자문을 요청하는 경우, 필자는 아무리 적은 재산이라도 남겨진 가족들 간에 반드시 다툼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로 상속을 바라보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시대가 그렇다. 상속 이외의 자수성가나 재산형성의 기회는 줄어들고, 부의 불평등은 나날이 심해져만 가는 현실 속에서 그나마 일정한 부를 획득할 제한적 기회 중 하나가 상속(그리고 증여)이니 어찌 관심이 적어질 수 있겠는가?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너무 오래 살게 된 시대를 살고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초고령화사회의 저주를 조금이라도 완화–없애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니까-하기 위해, 완연한 ‘상속의 시대’에 최대한의 ‘비상속’을 추구할 것을 제언하고 싶다.

글쓴이

임방진 대주회계법인 회계사

임방진 대주회계법인 회계사 겸 세무사는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 세무조정 업무뿐 아니라 실사, 경영진단, 가치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미국 교환 근무후 귀국해 SOX 404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및 내부통제 관련 컨설팅 업무를 했다. 2008년부터는 IFRS (국제회계기준) 도입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했으며, 2010년이후 KDB생명보험, ING생명에서 기획관리실장과 재무부문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축적해 온 회계와 세무, 기업구조조정, 경영기획 및 관리, 금융·보험상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실무지침서를 출간하고 강의로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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