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공제한도 상향? 공감반(半) 유감반(半)

[임방진의 껍질 벗겨내는 기업회계] 허경영式 저출산대책공약 같은 정책 따져보면 신혼부부에 ‘알토란 선물’될 수도 부자들 중 ‘반대’입장 있다는 점 잊지 말아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라니

한번 더 세금 이야기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중 하나로 혼인시 결혼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것을 정부가 검토한다는 기사를 봤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것이 저출산·고령화대응 정책안의 하나라는 점이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경제활성화 방안이겠지 했는데 약간 의외였다.(물론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를 보니 경제활력 제고 방안중 하나로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관련 특례저율과세 10% 구간을 6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상향하는 안과 업종변경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안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어느 선거였는지 모르겠지만, 대통령 선거때마다 화제와 눈길을 끌었던 허경영 씨의 ‘결혼하면 1억, 출산하면 5천만원’ 공약이 기억난다. 처음 이 공약을 보고 동료들과 안주삼아 맥주를 했던 기억도 있지만, 최근 선거때는 멀쩡한(?) 후보들도 비슷한 공약들을 내세웠으니, 새삼 허씨의 선구자적 정책 제안을 높이 평가했던 기억도 선명하다.

이렇듯 저출산·고령화 그리고 소득양극화의 문제는 어느 누구도 심각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듯하고, 국가적으로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같은 기관까지 만들어 온갖 대책을 쏟아내지만, 그 효과는 참으로 미약하다.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은 느낌이랄까.

어쨌거나, 세무와 회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상속증여세에 대한 여러가지 논의가 일어나는 장면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상속증여세 세율인하 주장에서 폐지론, 상속세의 경우 최근엔 유산과세형에서 증여세와 같은 취득과세형으로의 변경주장까지, 무상으로 이전되는 재산에 대한 세금인 상증세만큼 찬반양론이 갈리는 세목도 없는 것 같다.

증여세 공제한도만 해도 현재의 한도가 정해진 것이 2014년이니 그동안의 자산가격과 물가상승을 감안한다면, 공제한도 상향조정의 필요성도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과세 구조나 세율 체계를 바꾸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게다가 요즘 젊은 세대- 부를 이미 축적한 부모세대에 대칭되는 개념으로서-가 사회에 나가 자기 힘만으로 집 한 채, 아니 전세자금이라도 마련한다는 것이 사실상 비현실적이 된 지금, 부모세대로부터 자녀에게 부의 이전을 촉진해 경제활력을 도모하자는 주장이 꼭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을까? 더 나아가 정책방향에서 제시하듯, 이를 통해 결혼을 촉진하고 저출산 추세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생각 아닌가?

공제한도 추가, 실제 어떤 효과로 나타날까

그럼, 이 증여세 공제한도 추가가 구체적으로는 얼마 정도의 금액적 효과가 있는 것일까? 단순한 사례를 들어 개정안의 영향을 비교해보고 나서 다시한번 생각해보자. 우선 증여세 세율표는 다음과 같다. 누진세율구조이며 상속세도 동일하다.

결혼을 앞둔 자녀에게 5억원을 증여하는 간단한 경우를 상정해보자. 현행 상증세법에선 직계존비속공제 한도는 5천만원이다. 그러면 과세표준은 4억 5천이고, 산출세액은 8천만원이다. 만약 결혼자금공제를 1.5억원(필자 주: 이 금액은 세간에서 거론되는 수준이고, 정부로부터 제시된 공제한도는 아직 없다) 추가한다면, 과세표준이 3억원이 되고, 산출세액은 5천만원이 된다. 결국, 새로운 공제를 통해 3천만원까지 증여세를 깎아주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만약 40억원을 증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현행 기준으로 과세표준은 39.5억원이 되고, 산출세액은 15.15억원이다. 여기에 결혼자금공제를 1.5억원 추가한다면, 과세표준이 38억원이 되고, 산출세액은 14.4억원이 된다. 즉, 증여세가 7500만원만큼 줄어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누진세율구조하에선 감소효과가 늘어나는 것이다.

신혼 부부에게는 좋은 선물이겠다

몇 달 전 대한민국 부자 상위 10%에 들려면 순자산(총자산-부채)이 11억원 정도, 상위 1%에 들려면 순자산이 33억원 정도 있어야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러니, 필자가 든 예는 사실상 상위 10% 이상일 때나 가능한 경우라 할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공제한도 상향(추가)안이 부자감세 아니냐는 코멘트가 나오는 것일 테다.

하지만, 누구든 자식의 첫출발을 최선을 다해서 지원하고 싶을 것이고, 딱 2억원을 증여한다면, 현행 규정하에선 증여세가 2천만원(2억원 – 공제 5천만원 = 1.5억원, 과세표준 1.5억원 x 20% - 1천만원 누진공제 = 2천만원)이지만, 2억원(기존 공제 5천 + 새로운 공제 1.5억원) 모두를 공제받는다면 증여세는 없을 테니, 신랑 1억5천만원과 신부 1억5천만원을 각각 증여받아 4천만원의 증여세 없이 3억원이 되면 결혼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신혼부부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도 같다.

흥미로운 것은 이 기사를 본 후, 주변 지인들에게 서베이 아닌 서베이를 해봤는데, 필자의 지인들 반응은 반반이었다. 찬성 반, 반대 반. 상위 10%가 아니라도 찬성하는 사람이 있고, 5% 이상인데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50대 이상은 약간 찬성이 많고, 20대~30대는 반대가 약간 더 많았는데, 워낙 샘플이 제한적이라 의미있다고 말하긴 좀 그렇다.

이 정책에 ‘동감반(半) 유감반(半)’ 인 이유

솔직히 필자도 ‘동감반(半) 유감반(半)’이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을 찾아보면, 상증세는 우리나라 총세수에서 4% 정도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소득세, 법인세 그리고 부가가치세가 대략 74%)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할 것이고, 또 이번에 제시된 증여세 공제한도 추가(내지 상향)안이 미칠 영향은 비록 최근의 세수부족을 감안하더라도 그리 주요하게 큰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과거 상증세 개정을 추진할 때마다 번번이 미뤄졌던 이유를 떠올렸으면 한다. 부의 대물림에 대한 사회 전반의 반감이 얼마나 누그러졌을까? 소득양극화와 자산가치 상승으로 인한 부의 양극화 현상이 완화됐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들은 적 있었나? 어차피 부의 양극화는 쉽게 극복될 수 없는 것이고, 이렇게 개정을 해도 반은 찬성(적어도 필자의 서베이 결과에선)이니 한번 추진해 보겠다고 결정한다면 말릴 수야 없겠지만 말이다.

사족 하나 덧붙이면, 참신하긴 하지만, 결혼자금에 대한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를 저출산 대응책으로 제시하는 건 좀 안쓰럽다. 아무도 수긍하지 않는(적어도 필자의 서베이 대상들은 그랬다) 이유를 대기보다는, 그냥 경제활성화 방안 정도로 제시하는 건 어떨까.

글쓴이

임방진 대주회계법인 회계사

임방진 대주회계법인 회계사 겸 세무사는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 세무조정 업무뿐 아니라 실사, 경영진단, 가치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미국 교환 근무후 귀국해 SOX 404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및 내부통제 관련 컨설팅 업무를 했다. 2008년부터는 IFRS (국제회계기준) 도입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했으며, 2010년이후 KDB생명보험, ING생명에서 기획관리실장과 재무부문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축적해 온 회계와 세무, 기업구조조정, 경영기획 및 관리, 금융·보험상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실무지침서를 출간하고 강의로도 전파하고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